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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이미지 정성기 기자

한반도 '8월 위기설'

한반도 '8월 위기설'
입력 2017-08-07 10:14 | 수정 2017-08-07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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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28일, 북한이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급 ‘화성 14형’ 2차 시험 발사를 감행했습니다.

    북한의 미사일 위협이 이제 한반도만의 문제가 아닌 미국 등 국제사회에 직접적인 도전이 되어버린 상황.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에 대한 ‘군사적 옵션’까지 거론하고 있는 가운데, 국제사회도 북한에 대한 고강도 제재를 논의하고 있습니다.

    이달 예정된 한미 합동 ‘을지프리덤가디언’ 훈련을 계기로 북한의 추가 도발이 관측되는 등 한반도 8월 위기설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급변하는 안보 정세 속에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 유화정책 ‘베를린 구상’은 변화가 불가피해 보입니다.

    사드 추가 배치와 대북 독자 제재 방안 등을 내놓으며 대화와 제재 ‘투 트랙 전략’에 나선 문재인 정부.

    하지만 미국과 북한, 중국과 러시아 등의 복잡하고 치열한 외교전 속에 소외되는 이른바 ‘코리아패싱’ 상황도 연출되고 있습니다.

    현실이 되어버린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따른 복잡해진 한반도 정세 속에 우리나라의 대북전략과 외교, 군사적 해법을 짚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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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둠 속에 서서히 이동하는 미사일 발사 차량, 북한 김정은 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장거리 미사일 발사 준비가 시작됩니다.

    곧이어 이어지는 카운트다운, 엔진에서 불꽃을 내뿜으며 미사일이 하늘로 솟구칩니다.

    지난달 28일 밤, 미국 본토 타격을 목표로 한 '화성-14형' 미사일의 두 번째 시험발사가 기습적으로 이뤄졌습니다.

    [조선중앙TV]
    "미 본토 전역이 우리의 사정권 안에 있다는 것이 뚜렷이 입증되었다고."

    우리 정부가 아닌, 미국과 직접 협상을 하겠다는 '통미 봉남' 전술로도 해석됐습니다.

    한미 양국 군은 곧바로 탄도미사일과 전술지대지 미사일 훈련을 실시하며 무력시위를 벌였고, 이튿날, 미 공군은 '죽음의 백조'라고 불리는 전략폭격기를 한반도 상공에 출격시켰습니다.

    여기에 평양을 직접 공격할 수 있는 사거리 1만 3천km의 대륙간탄도미사일 '미니트맨3' 시험발사 성공을 알리며 북한을 전면 압박했습니다.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NBC방송 인터뷰, 지난2일]
    "(김정은 밤잠을 잘 잘 수 있을까요?) 그럴 수 없을 겁니다. 전 세계가 그와 맞서고 있습니다. 그는 완전히 고립돼 있습니다."

    북한도 연일 미국을 향한 강경 발언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조선중앙TV]
    "미국은 희떠운 전쟁 나발이나 극단적인 제재 위협이 우리를 더욱 각성 분발시키고 핵무기 보유 명분만 더해주고 있다면서."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은 어제오늘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대륙간탄도미사일 ICBM 개발에 상당한 진전을 이룬 것으로 평가되면서, 한반도의 안보 정세는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습니다.

    미국은 동맹국 한국뿐만 아니라, 이제 자국의 안보를 위해 고강도 군사압박을 시작했고, 이달 말 한미합동군사훈련을 기점으로 한반도 '8월 위기설'도 나오고 있습니다.

    북한의 ICBM급 미사일 시험 발사 이후,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강경 정책은 더 힘을 받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반도에서 전쟁도 불사하겠다'고 말했다는 전언이 언론을 통해 흘러나옵니다.

    [린지 그레이엄 미 공화당 상원의원/NBC 방송 인터뷰, 지난 1일]
    "만약 전쟁이 난다면 '수천 명이 죽더라도 거기(한반도)에서 죽는 것이지 여기서 죽는 게 아니다'라고 대통령이 제 면전에서 말했습니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이 동북아의 문제가 아닌, 미국의 안보 위협으로 인식이 전환되고 있기 때문이란 분석입니다.

    [김열수 교수/성신여대 국제정치학과 ]
    "미국이 이런 위협을 자기의 위협으로 여태껏 본 적이 없어요. 한국에 대한 위협, 조금 더 나아가서 일본에 대한 위협 정도로 생각했지..."

    실제로 북한의 미사일 기술 수준은 국제사회의 예상을 뛰어넘은 상황입니다.

    지난달 28일 발사된 화성-14형은 최고 고도 3천 724km까지 올라갔고, 47분여 간 천km 가까이 비행한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그보다 대략 3주 전 실시된 시험발사 때와 비교해 최고 고도와, 사거리, 비행시간 등이 모두 향상됐습니다.

    [조선중앙TV]
    "우리가 굳이 대륙간탄도로케트의 최대사거리 모의 시험발사를 진행한 것은 미국에 엄중한 경고를 보내기 위해서."

    만약, 미사일 발사 각도를, 높은 포물선이 아닌 정상적인 궤적으로 계산하면, 최대사거리는 만 2천~3천km에 달해, 미국 본토 전역이 사정권에 든다는 게 군 당국의 분석입니다.

    [송영무/국방부 장관]
    "지난번 것(1차 발사)보다는 한 5천km 정도 더 최대한으로 볼 수 있지 않겠는가 했을 때, 사정거리가 확실히 가까워졌다, 미 본토에."

    이번 미사일 발사가 한밤중에, 의외의 장소에서 실행된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입니다.

    [김열수 교수/성신여대 국제정치학과]
    "김정일 때만 하더라도 동창리나 원산이나 깃대령이나 통상, 이 정도에서 발사를 다 했거든요. 그런데 지금 김정은 체제가 들어서선 어디서든지 발사하고 있잖아요. 그만큼 무기에 대한 신뢰성(이 있다는 겁니다.)"

    다만, 미사일의 대기권 재진입 기술과 핵탄두 소형화, 미사일의 비행 속도와 관련한 기술 수준은 아직 불확실하다는 게 중론입니다.

    하지만,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거란 전망이 우세합니다.

    [김대영/군사평론가]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뿐 아니라 IRBM 준준거리 탄도미사일, 여러 가지 미사일을 가지고 대기권 진입 실험을 했기 때문에 상당량의 데이터를 축적했을 가능성이 있고, 이제는 사실상 거의 완성이 된 게 아닌가라는 생각을 조심스럽게 가져봅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고강도 제재도 본격화됐습니다.

    대북 제재에 소극적이었던 중국과 러시아도 동참하면서, 김정은의 돈줄 죄기는 한층 힘을 받을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은 이와 함께 독자적인 대북 제재와 군사적 대응 방안도 신중하게 검토하는 분위기입니다.

    오늘 새벽 열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북한의 ICBM 발사에 대응한 새로운 대북제재 결의안이 만장일치로 채택됐습니다.

    결의안 채택의 걸림돌이었던 중국과 러시아도 동참했습니다.

    북한의 주력 수출품인 석탄과 철광석, 수산물 등의 수출을 전면 금지하는 것이 골자.

    이렇게 해서 북한으로 흘러들어 가는 연간 10억 달러, 북한이 1년간 수출해서 버는 돈의 3분의 1을 차단하겠다는 겁니다.

    [니키 헤일리/유엔주재 미국 대사]
    "이번 결의안은 북한 정권에게 가했던 어떤 경제 제재보다도 포괄적입니다. 북한 지도부가 핵과 미사일 개발로 치를 대가는 그들의 수출액과 3분의 1을 잃는 것입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일, 러시아와 북한, 이란을 대상으로 한 강력한 제재 법안에 서명했습니다.

    북한에 대한 원유와 석유제품 공급 차단, 북한 노동자의 해외 고용 금지, 북한 상품의 거래 금지 등 김정은의 핵과 미사일 개발 자금을 차단하기 위한 제재 방안이 포함됐습니다.

    특히 북한과 석유제품 등을 거래하는 중국과 러시아의 기업까지도 제재할 수 있는 이른바 '세컨더리보이콧'의 법적 근거를 마련한 것이 북한으로선 뼈아플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문성묵 통일센터장/한국국가전략연구원]
    "북한의 대 중국 의존도가 90%라고 하는데 그중 원유, 근로자 송출이라든지 돈줄이 다 중국을 통해서 들어가는데 제대로만 막으면 김정은의 의지를 흔들 수 있다고 하는 것이 미국의 판단이고..."

    미국의 군사적 압박 수위도 한층 높아질 것으로 보입니다.

    [세라 허커비 샌더스/백악관 대변인]
    "북한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에 대해서 우린 모든 선택 사항을 검토하고 있고, 어떤 선택이라도 할 수 있습니다."

    미국이 대북 군사작전을 펼 가능성은 여전히 크지 않지만, 북한의 핵심 시설을 정밀 타격하자는 이른바 '예방적 선제공격'론이 미국 강경파 내부에서 힘을 얻고 있습니다.

    [린지 그레이엄/미 공화당 상원의원]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핵탄두를 탑재한 ICBM으로 미국을 타격하는 바보 같은 짓을 용납하지 않을 겁니다. 저와 대통령은 전쟁을 원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북한이 이 일을 멈추지 않는다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고..."

    또 상황이 악화될 경우, 미국 측이 북한의 쪽집게식 권 교체를 시도할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됩니다.

    [김열수 교수/성신여대 국제정치학과 ]
    "체제를 전복시키거나 국가를 붕괴시키는 것이 아니라 핀 포인트(정밀 조준) 형식으로 김정은만 딱 제거시키는 거죠. 어마어마한 압박을 통해서 결국 부하들에 의해서 암살이라고 하는 방법. 이런 것들을 먼저 사용하지 않겠느냐는 생각도 들어요."

    우리 군 당국의 움직임은 빨라지고 있습니다.

    우선, 현무계열 탄도미사일의 탄두 중량을 현재 500kg에서 최소 2배 늘리는 방안을 미국 측과 논의하고 있습니다.

    [김대영/군사평론가]
    "가장 중요한 것은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이나 여러 미사일들이 항상 지하에 보관되고 있기 때문에 이것을 완벽히 파괴하기 위해서는 1톤 정도의 중량이 필요한대요."

    여기에 핵추진 잠수함 도입 문제도 수면위로 떠올랐습니다.

    [이정현 의원/자유한국당]
    "현 정부는 지금 한미 원자력협정 지금 개정 추진을 검토라도 하고 있습니까?"

    [송영무 / 국방부 장관]
    "검토할 준비가 돼 있습니다."

    핵추진 잠수함 건조는 지난 2003년 노무현 정부 때 비밀리에 추진되다 중단된 사업입니다.

    [문근식 대외협력국장/한국국방안보포럼]
    "그 당시에는 일단 우리가 독자적으로 한번 할 수 이는 능력을 점검해 보자. 원자로도 어떤 정도의 크기의 어떤 정도 성능을 발휘하는 걸 할 건가. 그래서 스펙을 연구하는 정도는 했어요."

    최근 북한이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 SLBM을 500km 날려 보내는 등 상당한 성과를 거둔 것으로 파악되면서, 이를 24시간 감시할 능력을 갖춘 핵연료 추진 잠수함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문근식 대외협력국장/한국국방안보포럼]
    "SLBM은 현존하는 무기 체계 중 가장 위협적이에요. 잠수함에 탑재하고 출항하면, 잠수함이 물속에 들어가면 찾기 힘들어요. 그것을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은 핵추진 잠수함을 만들어서 추적, 감시해야 된다."

    관건은 군사용 연료를 확보할 수 있느냐의 문제.

    핵추진 잠수함은 20% 미만으로 농축된 우라늄을 연료로 사용됩니다.

    그런 우라늄을 운용하는 것이 핵확산금지조약이나 국제원자력기구의 규약을 위반하진 않지만, 원자력의 군사적 활용을 제한한 한-미 원자력협정에 대한 변경은 필요합니다.

    [문근식 대외협력국장/한국국방안보포럼]
    "핵무기 만들려면 농축도가 95% 이상 돼야 돼요. 근데 우리는 지금 20% 미만을 사다 쓰기 때문에 자체적으로 농축할 능력이 안돼요. 미국이 알아요. 그래서 우리는 미국에다가 이제 안보 상황이 바뀌었다. 현 상황에서는 우리가 독자적으로 막을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하다."

    미국의 전술핵 한반도 재배치도 신중히 검토해야 할 때라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김열수 교수/성신여대 국제정치학과]
    "핵무기 만드는 것이 여러 가지로 국제 정치적으로 어려움이 있다라고 하면 끊임없이 미국을 설득해서 전술 핵무기를 지금 현재 독일이나 이태리나 터키가 갖고 있듯이 갖고 들어와서 우리가 공동으로 관리하는 그런 방안을 강구를 해야 합니다."

    청와대는 북한을 향해 '대화의 문'은 열어둔 채, 제재를 강화하는 '투트랙' 강온 전략을 쓰겠다는 입장입니다.

    이와 관련해, 자칫 대화 쪽에 무게 중심이 쏠릴 경우, 우리를 제외한 미국과 북한, 또는 일본 등에 의해 한반도 문제가 좌우될 것이란 이른바 '코리아패싱' 논란이 확대될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김열수 교수/성신여대 국제정치학과]
    "‘코리아패싱’의 우려는 있을 수 있다고 하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미국이 직접 나서겠다고 하는 말 속에는 대화에도 직접 나설 수 있다는 얘기고, 군사 공격도 직접 나설 수 있다는 거고, 정권 교체도 직접 할 수 있다. 이런 의미가 그 속에 포함돼 있는 거죠."

    현실적으로, 한미 동맹을 바탕으로 대북 강경책에 일단 무게를 실을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문성묵 통일센터장/한국국가전략연구원]
    "중요한 건 대화라고 하는 거는 상대가 있는 것이고, 또 신뢰라고 하는 것도 상대가 호응해야 신뢰라는 게 쌓이는 것이기 때문에. 북한 핵 문제에 진전이 없으면 한반도에서 우리가 말하는 실질적 평화는 어려운 거거든요."

    북한의 ICBM급 미사일 발사가 한반도 안보 구도를 흔드는 이른바 '게임 체인저'로 부상하면서,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과 안보전략은 어떤 식으로든 수정이 불가피해졌습니다.

    또 북-미 대결에서 한국이 주도권을 잃지 않기 위한 방법은 무엇인지, 우리 정부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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