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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이미지 김정환 기자

최저임금 인상…영향은?

최저임금 인상…영향은?
입력 2017-08-07 11:17 | 수정 2017-08-07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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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년도 최저임금이 시간당 7530원으로 올해보다 16% 이상 큰 폭으로 오르면서 아르바이트생 등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기대감이 큽니다.

    학업과 일을 병행하는 경우 좀 더 학업에 매진할 수 있고, 생활비에 여유가 생기면서 문화생활을 좀 더 즐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바람입니다.

    하지만, 일부에선 최저임금 인상이 오히려 일자리 축소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하기도 합니다.

    편의점과 식당 등 자영업자들은 인건비 상승 압박으로 직원 감축을 고려하고 있고 일부 중소 제조업체들은 공장의 해외 이전을 계획 중입니다.

    또 무인화가 급속도로 진행 중인 아파트 경비원 등의 경우, 임금 인상이 곧바로 해고로 이어질 것이라며 '최저임금 인상' 소식을 반길 수만은 없는 상황입니다.

    이런 가운데, 알바노조 등은 노동자들의 삶의 질 개선을 위해 최저임금 1만원 실현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고, 경총과 소상공인연합회 등은 사용자의 지불 능력과 고용률 변화 추이 등을 고려하지 않을 경우 공멸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입니다.

    최저임금 인상을 둘러싼 다양한 목소리를 들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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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년 넘게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대학생 박소희 씨.

    "잔돈 2천 7백원이요. 감사합니다. 또 오세요."

    올해 최저임금 6,470원을 적용받아, 오후 4시부터 밤 11시까지 하루 7시간씩 일하고 받는 월급은 1백만 원 안팎입니다.

    학비와 생활비를 벌기 위해 계속 일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내년부터 최저임금이 대폭 인상된다는 소식에 힘이 납니다.

    [박소희/편의점 아르바이트생]
    "같은 시간을 일해도 받을 수 있는 돈이 많아지다 보니까 학업에 집중할 수도 있고 문화생활 같은 곳에 저에게 투자할 금액이 많아질 수 있어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김재형 씨는 반대로, 걱정이 태산입니다.

    인건비를 한 푼이라도 아끼려고 하루 8시간씩 직접 일을 하고 있지만, 지난달 번 돈 6백만 원 중 4백만 원이 인건비로 나갔습니다.

    [김재형/편의점 주인]
    "인건비가 400 넘게 나와요. 그럼 제 한 달 소득이 200만 원이 안 되죠. 이것저것 떼다 보면 마이너스가 되는 거예요."

    최저임금이 큰 폭으로 오르는 내년엔 당장 가게 문을 닫아야 될 지 고민입니다.

    [김재형/편의점 주인]
    "시급만 올라가는 게 아니잖아요. 주휴수당 같이 올라가고, 4대 보험 같이 올라가고, 그다음에 제 개인 소득세 같이 올라가고.. 내년엔 500 이상 나간다는 거죠. 인건비가..."

    지난달 15일, 최저임금위원회는 내년도 최저임금을 시간당 7,530원으로 결정했습니다.

    제도 도입 이후 사상 최대 수준인 16.4% 인상된 최저임금을 놓고, 받는 쪽과 주는 쪽의 입장은 이처럼 극명하게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최저임금 제도는 1986년 최저임금법이 제정되면서 첫발을 내디뎠습니다.

    이듬해 발족한 최저임금위원회는 1988년 최저임금을 업종에 따라 2종류로 정했습니다.

    적용 대상도 점차 늘어나 2001년부터는 모든 노동자에게 적용되고 있고, 정권에 따라 폭은 달랐지만 매년 인상을 거듭해 30년 만에 16배가 올랐습니다.

    2013년 8월,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이 자신들의 권리를 찾기 위해 결성한 알바노조.

    최저임금이 4850원이었던 4년 전, 이들은 가능성이 없어 보였던 '최저임금 1만 원'을 처음으로 주장했습니다.

    [최기원 대변인/알바연대알바노조]
    "최저 임금 1만 원을 이야기한 지 4년이 지났습니다. 지금까지 최저임금 1만 원 운동을 돌이켜보고."

    이른바 '열정페이'로 고통받던 청년층과 저임금 노동자들의 호응에 힘입어, '최저임금 1만 원'은 지난 대선 때 문재인 후보의 공약으로 확정됐습니다.

    그리고 문 대통령 취임 첫해, 16.4% 인상을 시작으로, 2020년 최저임금 1만 원은 점차 현실화되고 있습니다.

    5년 전 취업을 준비하며 패스트푸드점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박준규 씨.

    그동안 작성했던 입사원서와 자기소개서가 셀 수 조차 없을 만큼 극심한 취업난을 경험했습니다.

    결국, 2년 전부터는 아예 구직 활동을 접고 지금의 일을 직업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최저임금이 오르는 내년엔 하루 8시간, 주 40시간을 일하면 한 달에 157만 원을 받게 됩니다.

    [박준규/아르바이트 종사자]
    "처음에는 번듯한 직장에 다니는 친구들이랑 저 자신의 처지를 스스로 비교하면서 많이 열등감도 생기고 자존감도 떨어지는 이런 경험이 있는데요. (지금은) 알바라는, 서비스 노동이라는 중요한 일을 하고 있는데도 그에 합당한 대우를 못 받고 있는 것 자체가 잘못된 거고."

    아르바이트 종사자 1천여 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구직 생각 없이 알바로 생활 중'이라는 응답이 5년 전보다 2배 이상 늘었습니다.

    최저임금 1만 원 시대가 오면 프리와 아르바이터의 합성어인 '프리터족'이 하나의 직업군으로 등장하고, 사회 전반에서 다양한 형태의 일자리가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있습니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근로자의 소득이 늘면 그만큼 소비를 많이 하게 되고, 늘어난 소비만큼 기업들은 생산량을 늘리고, 이를 위해 근로자를 더 많이 고용할 수 있게 된다는 설명이 제시됩니다.

    최저임금 인상에 관한 이같은 '선순환 구조론'은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소득주도 성장 정책 기조의 핵심입니다.

    실제 2015년 최저임금제를 도입한 독일에선 가계 수입이 1년 전보다 8% 늘었고, 구매 욕구는 26% 이상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소비와 생산이 늘면서 실업률도 0.6% 포인트 감소하는 등 최저임금 인상의 선순환 효과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인건비가 오르면서, 혹시나 일자리를 잃게 되진 않을까, 기업들이 신규 채용을 줄이진 않을까, 또 물가만 오르는 건 아닐까 하는 우려의 시각도 동시에 나타나고 있습니다.

    수도권의 한 아파트에서 경비원으로 일하는 72살 김 모 씨.

    내년부터 시급이 1천 원 이상 오른다는 소식이 반갑지만은 않습니다.

    24시간 근무 도중 강제 휴게시간을 늘려 편법으로 임금 인상을 막았던 과거 경험이, 내년에도 그대로 반복될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특히 최저임금 인상 폭이 클 때면 매년 경비원 숫자를 줄인다는 소문부터 나돌았고, 지금 역시 상황은 다르지 않습니다.

    [김 00/아파트 경비원]
    "한 사람이 두 동 보자.. 보는 걸로 갈 거라고 하고.. 1년마다 용역업체 바뀌고 바뀔 때마다 관리비 다운시키는 타이틀이 경비원 (축소) 밖에 없는 것 같아요."

    서울 종로구에서 3층 규모의 음식점을 운영 중인 이상기 씨는 벌써부터 인원 감축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높은 임대료에 인건비 부담까지 가중되면, 25년 전 창업 때부터 함께 했던 직원들을 내보내는 것 외에는 해결책이 없다고 말합니다.

    [이상기/음식점 주인]
    "오픈할 때부터 지금까지 계속 같이 계셨던 분들이거든요. 어떻게 보면 가족 같아요. 가족..그분들도 생계를 유지해야 할 것 아닙니까? 참 이걸 어떻게 해야 할지, 저도 상당히 막막합니다."

    소상공인연합회가 회원 530여 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최저임금이 7,530원으로 오르는 내년, 10명 중 9명 이상은 종업원 감축이 불가피해, 사장 본인의 근로시간을 늘리겠다고 답했습니다.

    서울의 한 커피 전문점.

    스크린을 터치해 메뉴를 고르고, 신용카드로 결제하자 주문한 커피가 나옵니다.

    인건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무인결제 시스템 도입이 늘면서, 주유원이 없는 셀프 주유소는 올해 안에 점유율 20%를 넘길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이병태 교수/카이스트 경영대학]
    "급격한 인건비 상승의 요인이 되면 당연히 자동화 투자에 대한 유혹이 커지고요. 그러면 인건비 절약하려는 노력이 있고."

    이처럼 무인결제기는 주유소나 영화관, 대형 패스트푸드점을 너머, 작은 식당까지 급속도로 보급되고 있습니다.

    [오택용 대리/롯데지알에스]
    "주요 상권이나 이동 인구가 많은 매장 같은 경우에는 무인 포스(결제기)로 주로 운영을 할 예정이고요."

    최저임금과 신규 채용의 관계를 분석한 한 논문에 따르면, 임금 분포상 하위 5%에 속하는 저임금 근로자의 경우, 최저임금이 1% 인상되면 신규채용이 6.6% 감소할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이런 내용의 전망엔, 인건비 상승으로 수익이 줄어들면 기업은 구조조정에 나서고, 이때문에 실업자가 늘면서 소비와 생산이 감소하고, 결국 고용 역시 감소하는 악순환이 반복될 것이란 설명이 붙습니다.

    특히 소상공인들 가운데 재정 능력이 취약할 경우, 문을 닫거나 아르바이트생을 줄일 것이란 점에 대해선 노동계도 공감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최저임금 1만원 달성과 동시에, 영세 자영업자 소상공인들에 대한 처우 개선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이가현 위원장/알바연대알바노조]
    "대기업의 수탈을 막자. 건물주들이 임대료를 많이 가져가는 것을 제한하자.. 이런 식으로 많이 이야기해 왔어요. 그런 만큼 알바노동자와 함께 살려는 노력이 좀 필요하지 않을까. 소상공인들에게도."

    생산비에서 인건비 비중이 큰 노동집약 산업체들은 최저임금 인상에 누구보다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1세대 섬유업체인 경방은 최저임금 인상이 결정된 직후 베트남으로 공장 이전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최저임금이 급격히 인상된 탓에 베트남 현지에서 근로자 인건비가 국내보다 8배에서 10배 가량 낮기때문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경방 관계자]
    "최저임금이 올라서 그냥 거기에 새로 차린다는 게 아니고, 원래 (공장이) 있었는데 설비를 새로 추가하는거죠. (최저임금 인상과) 전혀 무관하지는 않겠죠. 인건비가 좀 문제가 되지 않겠느냐."

    또다른 섬유업체인 전방은 전국 6곳의 공장 가운데 3곳을 폐쇄하고, 6백명을 해고하는 구조조정안을 발표했습니다.

    [조규옥 회장 전방]
    "같이 가자. 내가 많이는 못 줘도 같이 가자 해서 지금까지 데리고 있는 거에요. 그 사람들 다 내 보내야 돼... 지금.. 다 죽는데 어떡해."

    이들 업체의 결정에 대해 2013년부터 베트남 공장을 가동 중이거나, 경영 악화로 인한 공장 폐쇄를 최저임금 인상 탓으로 돌린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산업 특성상 최저임금 인상이 이들 업체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데엔 이견이 없습니다.

    큰 폭의 최저임금 인상은 내년 한번으로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최저임금 인상이 결정된 지난달 17일 2020년까지 최저임금을 1만 원으로 올리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확인했습니다.

    [청화대 수석보좌관·비서관 회의/7월 17일]
    "최저임금 인상 결정은 최저임금 1만 원시대로 가는 청신호입니다. 또한, 극심한 소득 불평등을 완화하고 소득주도 성장을 통해 사람 중심의 국민 성장 시대를 여는 대전환점이 될 것입니다."

    이에 따라 앞으로 3년 더, 비슷한 수준의 최저임금 인상이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김대준 이사/소상공인연합회]
    "정부의 가이드라인이 기준이 돼선 안되고요. 실질적으로 사회 구성원의 형편 내지 근로자들의 생계 부분을 정확히 반영해서"

    지금도 소상공인연합회 회원사 중 25%는 이미 업종 전환이나 폐업을 고려 중이고 절반 정도는 매출과 이익이 감소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전문가들은 경제의 선순환과 소득 재분배 효과를 위해 최저임금을 인상하되, 노동 강도의 편차 등에 따라 업종별로 차등 적용하거나, 수도권과 지방의 물가, 소득 차이를 고려해 지역별로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방안도 제시하고 있습니다.

    또 사용자들이 임금인상을 사전에 대비할 수 있도록 미국과 영국처럼 예고제를 시행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이병태 교수/카이스트 경영대학]
    "다른 나라에서는 최저임금을 올린다고 하면 보통 3년 전 예고제입니다. 그래야, 경제 주체들이 대응할 준비가 되잖아요. 우리 같은 경우 4개월 남겨놓고 인건비를 16.4%를 올리는 그런 결정을 하면."

    열정 페이에 시달리는 우리 청년들에게, 또, 열악한 노동 환경에서 최저 시급으로 일하는 저임금 노동자들에게

    이번 큰 폭의 최저임금 인상 소식은 그야말로 가뭄의 단비였습니다.

    하지만, 사용자의 지불 능력과 고용률 변화 등을 감안하지 않을 경우, 오히려 일자리가 줄어들 수 있는 만큼, 소상공인 또는 중소기업들에 대한 상생 프로그램과 최저임금 사전 예고제 도입 등은 고려해 만한 보완책으로 제시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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