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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매거진2580
기자이미지 육덕수 기자

여의도 정가의 혁신바람

여의도 정가의 혁신바람
입력 2017-08-16 15:28 | 수정 2017-08-29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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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의도 정가에 다시 혁신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대통령 선거를 승리로 이끈 더불어민주당은 물론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 바른정당 등 고배를 마신 야당들도 체제 정비에 나서고 있습니다.

    바야흐로 혁신의 계절이 돌아왔다. 대선 직후라는 정치적 진공기, 그리고 다음 총선이 아직 상당 기간이 남아있는 상황입니다.

    이런 와중에 정당들의 혁신 경쟁은 왜 촉발됐는가? 대선 승리를 이끈 더불어민주당은 혁신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조만간 혁신의 밑그림이 공개될 예정입니다.

    대선에서 패배한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 바른정당의 혁신은 필연적인 과정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하지만 정당 혁신의 실패 사례는 수차례 반복된 과거 경험을 통해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습니다.

    혁신이 선거 패배나 당내 갈등 등 심각한 위기에서 출발하는데다 혁신 과정에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인적 청산 혹은 인적 교체는 오히려 더 큰 당내 갈등으로 비화되기도 합니다.

    최악의 경우 당이 소멸되거나 탈당 사태로도 이어진다. 최근 성공한 혁신위·비대위 사례를 탐색해 정당 혁신의 성공 조건을 짚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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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5월 9일 대통령 선거,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당선됐고,

    [지난 5월]
    "내일부터 저는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습니다. 저를 지지하지 않았던 분들도 섬기는 통합 대통령이 되겠습니다."

    다른 정당의 대선 후보들은 패배의 잔을 들었습니다.

    "복원하는 데 만족..."

    "많이 부족했습니다."

    "새 희망의 씨앗을.."

    "또다시 출발..."

    정당 간 명암은 크게 엇갈렸습니다.

    대선에 패한 정당들은 위기감 속에 재도약을 다짐했습니다.

    야당으로 처지가 바뀐 자유한국당이 당 체제 정비에 나섰고, 국민의당, 바른정당, 정의당 등 야당들도 변화의 움직임에 시동을 걸었습니다.

    여당이 된 더불어민주당은 대선 직후부터 혁신을 화두로 꺼내 들었습니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 /지난 5월]
    "정당혁신, 정치혁신이 되어야 하는 것이고 또 그것은 1년 뒤에 또 선거가 있습니다. 그래서 그 선거에서 또 심판을 또 받을 수밖에 없다..."

    2017년 여름, 정당들의 치열한 혁신 경쟁이 시작됐습니다.

    [최창렬 교수/용인대]
    "무언가 국민들에게 충격적 요법을 제시함으로써..."

    [배종찬 본부장/리서치앤리서치]
    "정당마다 혁신을 할 수밖에 없는 정치적 상황이..."

    정당, 민주주의 사회에서 시민과 권력을 잇는 '다리'입니다.

    정치적 생물인 정당은 위기가 닥치면 스스로 특단의 조치를 내립니다.

    '극약 처방'이라고 불리는, 정당 혁신, 쇄신입니다.

    혁신의 바람이 불면서, 정당은 이제, 민심을 얻기 위한 가파른 협곡을 건너야 합니다.

    정당 가운데 가장 지지율이 높은 더불어민주당의 혁신 카드에는, 집권 여당으로서, 당*청 간의 긴밀한 협력 관계 조성의 과제가 1순위로 담겨 있습니다.

    [추미애 대표/더불어민주당 (지난 5월)]
    "당이 대통령과 분리되는 상태가 있었습니다. 대통령의 공약을 꼭 지키도록 바른길로 인도하겠다. 그런 정당의 책임 정치를 강조한다는..."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5대 국정목표, 100대 국정과제를 뒷받침하는 여당으로 체질을 개선하겠다는 겁니다.

    [지난달]
    "오늘 발표하는 국정기획자문위의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이 새로운 대한민국으로 향하는 설계도가 되고 나침반이 될 것입니다."

    여기에 내년 지방선거 승리 또한 절실합니다.

    [최창렬 교수/용인대]
    "결국에 내년 지방선거를 위한 정비가 되겠죠. (민주당도) 내년 지방선거에 어떻게 대비하느냐가 이제 당 쇄신에 가장 주요 골자가 되겠는데."

    특히 "대선 이후 첫 전국 단위 선거에서 여당 민주당이 이길 수 있을까?"

    대선 승리가 탄핵 정국에서 민심이 구 여권에 등을 돌린 데 따른 반사이익일 뿐이라고 평가절하하는 야권을 향해, 민주당은 지방선거 승리를 통해 집권당의 존재감을 과시하고, 정국 운영의 주도권을 확고히 하겠다는 전략입니다.

    [배종찬 본부장/리서치앤리서치]
    "(문재인) 정권이 탄핵으로부터 만들어진 정권이기 때문에 개혁을 해 나가기 위해서는 혁신적인 모습을 보일 수밖에 없습니다. (민주당도) 계파 논쟁으로부터 자유로울 수가 없었거든요. 혁신을 부르짖을 수밖에 없는."

    그래서 다가오는 내년 지방선거가 여권에겐 중요한 정치적 시험대라는 점은 분명합니다.

    [김민석 민주연구원장]
    "백 년 정당으로의 변화를 위한 큰 방향의 초를 잡는데 주력했고요. 3개월, 조금 더 길면 한 반년 정도면 대선 이전과 다른 어떤 변화의 모습이 실제로 드러나지 않을까."

    이런 점들이 대선에 승리한 민주당이 혁신이란 칼을 빼 들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당 혁신기구로는 정당발전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했는데, '100년 정당'을 만들겠다는 여당의 혁신안은 이번 주 좀 더 구체적인 윤곽을 드러낼 예정입니다.

    대선에서 승리한 더불어민주당은 상황이 그렇게 나쁘지 않지만, 자유한국당, 국민의당, 바른정당 등 혁신의 계곡을 넘어야 하는 야당에게 이번 가을과 겨울은 험난한 시련의 시기가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성공적인 개혁 작업을 해내지 못할 경우, 당의 존재 자체가 위협받는 위기에 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자유한국당은 대선에서 큰 차이로 패배하며 집권당의 자리를 내줬습니다.

    홍준표 당시 대선후보는 개표 결과가 나오기 전, 선거 패배를 인정해야만 했습니다.

    [홍준표/전 자유한국당 후보 (지난 5월)]
    "이번 대통령 선거의 (결과는) 나중에 개표가 끝나봐야 알겠지만 (패배한) 출구조사가 사실이라면..."

    탄핵 정국으로 인한 지지층 이탈, 대선 직전, 탄핵을 보는 시각 차이와 계파 갈등으로 인한 대규모 탈당 사태, 그리고 대선에서의 저조한 성적표.

    다시 당을 맡게 된 홍준표 대표는 취임 일성으로 혁신을 내세웠습니다.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후보/지난 5뤟]
    "조직, 정책, 인적 혁신을 통해서 당을 새롭게 만들고..."

    정당 혁신의 공식을 따라 외부에서 혁신 위원장, 혁신 위원들을 수혈했습니다.

    [강효상/대변인 자유한국당 (지난달)]
    "(류석춘 신임 위원장은) 보수의 가치를 재정립하고, 당 대표의 혁신 의지를 최우선적으로 실현할..."

    서민중심 경제와 대의제 민주주의 실현 등을 담은 혁신선언문도 발표했습니다.

    또 보수 본류의 이념적 스펙트럼을 확고히 정립해 국민들로부터 안정감과 신뢰감을 회복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웁니다.

    [류석춘/혁신위원장 자유한국당(지난달)]
    "'광장 민주주의'와 같은 직접 민주주의의 위험을 막고, 다수의 폭정에 따른 개인 자유의 침해를 방지하며..."

    [최창렬 교수/용인대]
    "일단 대선 패배했다는 후유증을 좀 최소화하고 그리고 무엇인가 당이 이제 변화해야 되겠다는 당의 쇄신 방안을 국민들에게 보여줄 필요가 있는 것이겠죠?"

    하지만, 대선 패배 후유증과 당내 갈등으로 내상이 깊은 상황에서, 외부 인사들 주도의 고강도 쇄신안을 과연 소화해 낼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는 진단이 나옵니다.

    [배종찬 본부장/리서치앤리서치]
    "탄핵 국면이 지속되는 영향력하에서 자유한국당이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혁신의 이 기반을 만들지 못하는..."

    국민의당도 대선 패배 후 김태일 영남대 교수를 혁신위원장으로 한 혁신위 활동에 나섰습니다.

    [김태일/혁신위원장 국민의당 (지난달)]
    "(국민의당) 대선 패배 이후에 심각한 조직적 위기, 또 정체성의 위기, 이런 난맥을 경험하고..."

    하지만, 제보 조작 사건 파장과 오는 27일 전당대회를 둘러싼 당 내홍 등으로 혁신위는 아직 가시적 성과를 못 내고 있습니다.

    이에 전당대회 후보자들은 혁신을 강조하며, 자신이 당권을 쥐고 혁신을 이뤄내겠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안철수/국민의당 대표 후보 (지난 3일)]
    "먼저 제 자신을 바꾸겠습니다..."

    [천정배/국민의당 대표 후보 (지난 1일)]
    "위기 극복의 첫걸음은..."

    [정동영/국민의당 대표 후보 (지난 6일)
    "혁신이냐, 후퇴냐."

    [이언주 국민의당 대표 후보 (지난 11일)]
    "진화, 혁신하지 않으면..."

    바른정당도 혁신위 체제는 아니지만 이혜훈 대표 새 지도부가 쇄신과 혁신에 나서고 있습니다.

    한국당과 '정통 보수' 경쟁에 포커스를 둔 체질 개선을 선언했습니다.

    [이혜훈 대표/바른정당 (지난6월)]
    "보수의 본진이 되어서 대한민국의 새로운 역사를 열겠다는 비전입니다. 낡은 보수와의 '골든크로스', 바로 코앞에 있습니다."

    인재 영입을 통한 인적 쇄신에도 적극 나설 뜻도 내비쳤습니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새롭게 정치판에 들어설 보수 인사들이 한국당이 아닌 바른정당을 선택하도록 만들겠다는 목표입니다.

    정의당의 새 사령탑인 이정미 대표도 당의 소중한 자산은 그대로 유지하며 세대교체를 통해 더욱 젊어지겠다고 변화를 선언했습니다.

    다수 의석을 차지한 민주당과 한국당, 두 정당은, 그 무게감에 비례해, 쇄신작업에 대한 관심도 높습니다.

    하지만, 벌써부터 혁신을 둘러싼 갈등은 당 안팎 모두에서 만만치 않습니다.

    지난 10일 국회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민주당 혁신기구인 정당발전위원회의 첫 출발은 문자 한통으로 오는 16일로 연기됐습니다.

    최재성 위원장의 가벼운 자동차 접촉사고라는 이유였지만, 긴 연기를 두고, 혁신을 둘러싼 당내 이견이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왔습니다.

    혁신을 주도하는 추미애 대표와, 최재성 위원장을 향해 뭔가 불만이 나오고 있다는 것입니다.

    외면적으로는 내년 지방선거의 공천권 문제로 나타나고 있지만, 갈등의 요지는 당내 대표적인 계파인 친문 세력이, 추 대표에게 쇄신의 전권을 줄 것이냐로 귀결되고 있습니다.

    추 대표는 그동안, 자신을 비판하는 당내 인사들을 향해, '자기 정치를 하는 것이 아니다'는 입장을 밝혀왔습니다.

    [지난달]
    "무슨 노림수가 있어서 이상한 말을 한다, 이렇게 말하는 분이 있어요. 제가 무슨 계산을 하며 자기 정치를 하며 그러겠습니까?"

    추 대표의 행보에 대해 비판도 기대도 다양합니다.

    [최창렬 교수/용인대]
    "지금 추미애 대표가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서 상당히 이제 (정당) 발전위원회를 통해서 뭔가 혁신하려 하는 것 같습니다. 국민들이 보기에는 (당내) 계파 갈등으로 비치는 면이 없지 않다는 거예요."

    [배종찬 본부장/리서치앤리서치]
    "추미애 당 대표, 또 당 지도부에 당 혁신을 위한 전권이 주어지느냐가 굉장히 중요한 부분일 수 있고요."

    한국당의 혁신 작업도 순탄치 않습니다.

    서민중심경제를 반영한 혁신선언문 내용을 두고 혁신위원이 탈퇴했고, 한국당이 내세운 신보수주의 이념 등 혁신위의 지향점을 두고 이견이 많습니다.

    [홍문표 사무총장 자유한국당/지난달]
    "우파적인 성향을 갖고 쭉 계셨던 분들이 참여하신 건 사실입니다. 또 그 반면에 좌파적인, 또 중도적인 사고를 갖고 계신 분도 함께 계시거든요. 그래서 이것을 어떻게 조화롭게 좋은 혁신적인 안을 만드느냐."

    관심을 모았던 인적 청산 문제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거론하지 않은 점도 오히려 갈등을 키웠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또 류석춘 혁신위원장, 관련 극우 논란과 사무처 조직 축소에 따른 당내 불만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최창렬 교수/용인대]
    "과연 한국당에 혁신 작업이 성공할 수 있을까? 보수 계층을 대표한다는 한국당이 너무 좀 보수의 기대를 벗어나는 게 아닌가."

    [배종찬 본부장/리서치앤리서치]
    "지금 보수 유권자들이 새로운 보수정당에 원하는 이미지, 그 혁신의 방향을 이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할 수밖에 없는 거죠."

    정당 혁신은 대부분 실패한다는 것이 정설이지만, 극심한 내홍 속에서도 뚜렷한 성과를 낸 혁신 작업들이 최근의 정치사에 분명히 있습니다.

    지난해 단행된 더불어민주당의 '김종인 선대위, 비대위 체제'

    [김종인/당시 더불어민주당 선대위원장 /(지난해 1월)]
    "당의 대표의 권한이 일단 선대 위원장한테 전체적으로 이양된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서."

    '김상곤 혁신위'가 불러온 파국 뒤에 박지원, 안철수 등 거물급 정치인의 탈당마저 터져 나오자,

    문재인 대통령은 당시 당 대표직을 스스로 던지며 고강도 혁신을 단행했습니다.

    [지난해 1월]
    "통합에 물꼬를 틔우기 위해 제가 비켜서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김종인 전 대표의 민주당 탈당과 호남에서의 입지 약화, 계속된 당내 갈등 등 한계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총선 승리를 가져다 준 성공한 혁신 사례로 재평가되고 있습니다.

    [최창렬 교수/용인대]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그 당시 (4.13) 총선을 승리로 이끌었던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데 대게 이견을 달지 않거든요."

    지난 2011년, 경제 민주화로의 정책 전환을 내세우며 당명 당 색깔 등을 바꾼 '박근혜 비대위' 체제도, 총선 승리로 이어진 정당 혁신의 성공 사례로 거론됩니다.

    [배종찬 본부장/리서치앤리서치]
    "2011년 한나라당이 위기에 봉착했을 때 인적 쇄신, 제도적 혁신이 두 가지가 동시에 이뤄지면서..."

    전문가들은, 정당 구성원들의 깊은 위기의식, 제 살을 베어낼 수 있는 과감한 리더십, 그리고 인적 정책적 변화 등 3가지 요소가 필수적이라고 진단합니다.

    [최창렬 교수/용인대]
    "이 정도면 정말 환골탈태하려는 노력이 있구나라고 느껴진다면 그 당의 쇄신 또는 혁신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는 경우가 많았던 것 같아요."

    [배종찬 본부장/리서치앤리서치
    "얼마나 혁신을 주도하는 사람에게 힘이 부여될 수 있느냐가 가장 중요한 (요소로)"

    여의도에 다시 부는 정당 혁신의 바람.

    각 당은 이상적 혁신 방안을 만드는 데엔 나름대로 성공할 것입니다.

    하지만, 당 주도권과 내년 지방선거 공천권 등을 놓고 각 당내 다툼이 가열되면서, 쇄신의 칼날은 무뎌지고 혁신안은 타협안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반대로, 그 과정을 거치며, 혁신의 초심을 지켜낸 정당이, 내년 지방선거에서 좋은 결과를 얻게 될 가능성 또한 높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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