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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이트] MB취임 전 바뀐 매장량 기준..바가지 자청

[스트레이트] MB취임 전 바뀐 매장량 기준..바가지 자청
입력 2018-03-12 17:46 | 수정 2018-03-12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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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재기자]
    고은상 gotostorm@mbc.co.kr



    ◀김의성▶

    매수 당시에 하베스트가 빚만 2조 5천억이었다고요.


    ◀권희진▶

    네, 맞습니다.


    ◀김의성▶

    1년에 수 천 억씩 적자가 나는 부실기업이었다는 얘기죠.


    ◀권희진▶

    그렇죠.


    ◀김의성▶

    하베스트를 사는 거는 2조 5천억의 빚을 떠안는다는 얘기인데. 도대체 누가 이런 기업을 사려고 할까요? 이거는 제발 좀 사달라고 울며 불며 매달려도 거부할 판인데, 오히려 하베스트 쪽에서 더 당당하게 나섰어요?


    ◀주진우▶

    그렇습니다. 석유 한 방울 가져올 수 없는 유전이었지 않습니까. 그런데 유전만 사러 간 석유공사가 하베스트 회사 전체를 삽니다. 그러니까 백화점에 옷을 사러 갔다가 백화점을 통째로 산 겁니다.


    ◀김의성▶

    그런데 아까 취재 영상을 보면 중간에 매수를 포기하고 돌아오기도 했지 않습니까?


    ◀권희진▶

    그것 때문에 석유공사를 관리 감독하는 기관, 지식경제부죠. 난리가 났던 겁니다. 당시 이명박 정부의 지식경제부 장관은 최경환 의원이었는데요. 철수 선언한 석유공사 경영진이 인천공항에 도착한 게 일요일. 그런데 최경환 장관이 이 사람들을 집에도 못 가게 하고 불러들인 거죠. 그리고 3일 만에 석유공사가 하베스트를 인수하게 된 겁니다. 그러니까 하베스트 인수 결정은 단 3일 만에 이루어졌다. 이렇게 봐도 무리가 없을 겁니다.


    ◀김의성▶

    그러니까 하베스트 인수에 있어서 가장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윗선은 바로 최경환 장관이다?


    ◀주진우▶

    아, 설마요. 그럴 리가 없습니다.


    ◀권희진▶

    합리적으로 추론을 해보면요. 장관이 일요일에 와서 긴급 보고를 받을 일이면 본인도 누군가에게 지시를 받았거나 아니면 윗선에 보고해야 될 급박한 상황이 생긴 거 아닌가. 상당히 급박한 상황이 있었던 거 아닌가. 이렇게 생각할 수가 있는 거죠.


    ◀김의성▶

    그 윗선, 어디죠.


    ◀주진우▶

    일단 장관이 보고해야 될 윗선은 대통령이 있었고요. 그 다음에 자원외교를 총괄했던 형님, 이상득 전 의원이 있었습니다.


    ◀권희진▶

    최경환 당시 장관이 석유공사 경영진을 불러들이고 그 다음날 MB정권의 실세 중의 실세죠. 박영준 국무총리실 차장. 당시에 이명박 정부의 자원외교를 총괄하고 있었죠. 이분이 석유공사 경영진을 불러서 압박을 합니다. 그리고 이틀 뒤에 김서원 석유공사 부사장은 하베스트 인수 계약서에 사인을 하게 되고요. 바로 그 시간에 강영원 석유공사 사장은 이명박 대통령의 동남아 순방에 최경환 장관과 함께 하고 있는 겁니다.


    ◀김의성▶

    셋이 모여 있었군요.


    ◀주진우▶

    참고로 강영원 석유공사 사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다니는 소망교회 장로입니다. 장로 동기였어요. 두 분이 주말에 두 분이 주일에 주차 봉사를 같이 하셨어요. 제가 6개월 동안 소망교회를 다니면서 파악한 사실이었습니다.


    ◀김의성▶

    남의 교회를 왜 6개월씩 다니셨어요.


    ◀주진우▶

    그분이 워낙 유력한 대선 후보여서 제가 열심히 다녔습니다.


    ◀김의성▶

    참 기자라는 직업이 쉬운 일이 아니네요. 그런데 이명박 대통령 불도저 스타일로 유명하잖아요. 원하는 게 있으면 밀어붙인다. 청계천부터도 그랬었고. 그런데 하베스트에서도 이런 스타일이 잘 드러나기는 했는데 이건 좀 무리수가 아닌가. 생각도 듭니다. 퇴임 후에 이게 문제가 되리라는 생각을 못 했을까요?


    ◀주진우▶

    불도저로 유명한 이명박 전 대통령이 꼼꼼하기로도 둘째가라면 서러운 분 아닙니까. 그런데 하베스트 인수와 관련해서 고은상 기자가 중요한 단서를 포착했습니다.


    ◀고은상▶

    네, 그렇습니다. 보통 사람들이 물건을 살 때 싸게 사고 싶어 하잖아요. 그런데 석유공사는 유전을 비싸게 살 수 있는 근거와 기준을 만듭니다.


    ◀김의성▶

    네?


    ◀고은상▶

    우연의 일치일까요? 그게 이명박 대통령 취임 직전에 일어난 일입니다. 이 기준에 따르면 별 볼일 없는 유전도 명품 유전으로 둔갑시킬 수 있습니다.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한번 보시죠.


    ◀VCR▶

    해외 자원 개발을 결정할 때의 핵심적인 판단 기준은 자원이 얼마나 묻혀 있는지를 보여주는 매장량.

    매장량이 얼마인지가 나와야 유전 등의 가격을 결정하고, 살지 말지에 대한 기본적인 판단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명박 전 대통령의 당선이 확실시 되던
    2007년 11월.

    석유공사는 원유 매장량을 평가하는 기준을 아주 느슨하게 바꾸기 시작했습니다.

    이전에는 국제적인 매장량 평가 기준을 준용했습니다.

    원유 매장량은 생산이 확실한 확정 매장량,
    그리고 추정 매장량, 마지막으로는 개발 여부가 불투명한 예상 매장량, 이렇게 세 가지 항목으로 분류됩니다.

    매장량을 조금만 잘못 평가해도 엄청난 손실이 나기 때문에 매장량을 보수적으로 평가하는 것이 당연히 국제 기준입니다.

    석유공사도 이명박 정부 이전까지는 국제 기준을 참고해 매장량을 평가했습니다.

    말 그대로 예상에 불과한 매장량, 즉 불투명한 매장량은 무시했던 것입니다.

    그런데 이명박 대통령의 당선 직전 석유공사는 이 기준을 완화하는 작업에 착수합니다.

    확정 매장량을 100%, 최대 절반만 인정하던 추정 매장량도 100%까지 인정하고, 심지어 생산도 불투명한 예상 매장량 항목도 재량껏 인정할 수 있게 기준을 대폭 완화했습니다.

    홍익표 의원(산업통상자원위원회)
    "우리가 투자 결정과정에서 보수적인 입장을 취하지 않습니까 리스크를 죄소화하기 위해서 그런거죠 그래서 일반적으로 해외 에너지 기업들이 확정 매장량 P1라는 것을 사용합니다. 그렇게 대부분 이 것만 사용하는 게 일반적인 건데"

    석유공사만의 관대한 이 기준에 따르면 당연히 유전의 매장량이 늘어나 경제적 가치는 실제보다 더 부풀려집니다.

    결국 석유공사는 같은 유전도 그만큼 훨씬 더 많은 돈을 주고 살 수있도록 길을 열어놓은 겁니다.

    베스트의 유전만 하더라도, 원래 기준으로는 1조 8천 억원 정도지만, 바뀐 기준으로는 3조원, 2배 가까이 불어납니다.

    1조 2천억원을 더 줘야하는 것입니다.

    별볼 일 없는 유전이라고 해도 석유공사의 이런
    너그러운 기준으로는 큰 돈을 주고 사도 괜찮은 유전으로 탈바꿈되는 것입니다.

    이런 기준은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 직후인 2007년 12월부터 즉시 적용됐습니다.

    당시 국제 자원 시장에서 한국 정부의 이런 행보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이상한 행동으로 비춰졌습니다.

    실제로 하베스트 인수 당시, 현지 언론들은 한국을 조롱하는 기사를 쏟아냈습니다.

    [월스트릿트 저널]
    "이건 하베스트에 내려진 신의 선물이다"

    [캘거리 헤럴드]
    "한국인들은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가?"

    [글로브앤 메일]
    "한국석유공사가...'고물정제소’라 취급되는 하베스트 에너지 트러스트 사를 인수 중에 있다."

    싸게 사도 모자랄 판에 구매자가 값을 비싸게 사기 위해 안간힘을 쓴 셈입니다.

    석유공사는 최근 하베스트 유전 등을 살 때 면밀히 매장량을 검토하지 못했다고 털어놨습니다.

    이런 느슨한 기준을 적용해 이명박 정부에서 석유공사가 쓴 해외 투자비는 17조 원에 달합니다.



    ​[취재기자]
    고은상 gotostorm@m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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