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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이트4화] 4조5천억 원 하베스트 "유전 아닌 우물 샀다."

[스트레이트4화] 4조5천억 원 하베스트 "유전 아닌 우물 샀다."
입력 2018-03-26 17:24 | 수정 2018-03-26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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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재기자]
    고은상 기자 gotostorm@mbc.co.kr
    권희진 기자 heejin@mbc.co.kr





    ◀김의성▶
    비리와 의혹의 화수분, 하베스트 시리즈, 그 시리즈를 파헤치는 주역. 저희 권희진 차장과 스트레이트의 에이스, 고은상 기자가 오늘도 나와 있습니다.

    ◀고은상▶
    김의성 씨는 하베스트 유전으로 알고 계시죠?

    ◀김의성▶
    그게 무슨 질문입니까. 당연히 유전 아닌가요?

    ◀고은상▶
    그런데 우리가 산 게 사실상 유전이 아니었습니다.

    ◀김의성▶
    네?? 그게 무슨 얘기죠?

    ◀고은상▶
    4조 5천억 원을 들여 산 유전에서 기름보다 훨씬 더 많이 나오는 게 있었습니다.

    ◀김의성▶
    기름보다 다른 게 많이 나왔다고요? 그럼 우리가 산 건 뭐죠? 

    ◀고은상▶
    뭐 사실상 우물이라고 할까요.

    ◀김의성▶우물이라뇨?

    ◀고은상▶
    네, 듣는 것만으로는 좀 이해가 잘 안 되실 텐데요. 하베스트의 충격적인 실체 직접 보시겠습니다.






    눈 덮인 캐나다 앨버타주의 크로스필드 지역.
    광활한 대지 위에 펌프잭, 이른바 메뚜기라 불리는 장치 두 대가 땅 속에서 원유를 뽑아내고 있습니다. 지난 2009년 석유공사가 4조 5천억원을 주고 인수한 하베스트 사의 유전들 가운데 하나입니다. 그런데 스트레이트 팀은 이 펌프잭은 이미 고갈돼 가는 유전에 주로 사용되는 장치라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해외 유전 개발 전문가(경력 30년)▶
    "웬만한 유전 같은 경우는 자기들이 자체적으로 가지고 있는 압력으로 오일이 배출이 되거든요. 그런데 얘네들은 이미 그 단계를 다 지난겁니다. 그래서 이제 메뚜기 같은 그런게 필요하고,옛날에 시골에 가면 워터펌프 있지 않습니까. 똑같은 거죠."

    실제로 석유공사가 인수한 이런 유전들에서 기름은 지금 얼마나 나오고 있을까. 스트레이트 팀의 취재 결과 전문 용어로 지금 이런 유전들의 평균 워터컷은 98%. 그러니까 유전에서 원유를 채취하면, 평균 98%는 물이라는 뜻입니다. 원유는 고작, 2%에 불과, 유전이라고 하기도 민망할 정도로 고갈된 상태입니다.

    ◀석유공사 관계자▶
    "현재 하베스트 전체 14개 유전지역의 평균 워터컷이 98% 정도 됩니다"

    석유공사가 유전을 인수할 때는 지금보다 나았을까. 스트레이트 취재진은 2009년 하베스트 인수를 앞두고 석유공사 의뢰로 하베스트 인수를 앞둔 2009년, 라이더 스콧이라는 회사가 작성한 유전평가 보고서를 입수했습니다.

    워터컷 99%. 기름을 뽑으면 99%가 물이란 뜻. 인수 당시에도 별반 다르지 않았습니다.

    ◀장혁준 석유 개발 기술전문가(석유공사 17년 근무)▶
    (워터컷이 99% 정도 됐다고 하면..?) 그 웰(유정)의 수명이 거의 다 끝난 거고요. 그렇게 봐야 돼요. (그럼 자원량이 거의 고갈됐다고 봐야 되는 건가요?) 네
    당시 하베스트 광구 상당 수에서 이 워터컷, 물의 비율이 상당히 높게 나타납니다.

    "원유 중 물비율이 99.2%다. 원유 중 석유 비율 1% 미만이다. 특정 유전에서 계획된 것보다 생산량이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

    하베스트의 유전 대부분은 인수 당시 이미 수명을 거의 다한 것들이었습니다.

    ◀장혁준 유전 개발 기술전문가(석유공사 17년 근무)▶
    "노후화 돼 가고 있다는 걸 단적으로 보여주는 거 거든요. 노년기라고 봐야 되죠 이미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거의 상실해 가지고 졸졸 흐르는 거니까"

    경력 30년의 해외 석유 전문가에게 이 보고서의 해석을 의뢰했습니다.

    ◀해외 유전 개발 전문가(30년 경력)▶
    "90% 이상의 유전이 이미 한계점을 지났거나 그래서 아무리 신기술을 투입한다 하더라도 거기 들어가는 비용이 추가적으로 생산되는 석유의 양 또는 거기서 얻을 수 있는 이익이나 그걸 이미 지나는 단계가 아닌가"

    이 보고서는 심지어 하베스트 측이 제시한 자료를 바탕으로 작성한 것입니다. 석유공사에 팔리기 전 해인 2008년, 하베스트는 3천억원 가까이를 들여 250개 남짓의 유정을 추가로 뚫었지만 생산량은 오히려 줄었습니다.

    ◀장혁준 석유 개발 기술전문가(석유공사 17년근무)▶“
    굉장히 오래된 유전이죠. 이만큼 뚫으려면 굉장히 오랜 시간동안 개발을 해왔고, 생산을 해왔다는 얘기가 되겠죠.”

    하베스트가 누구에게도 유전들을 팔 수 없었던 이유가 바로 이것입니다. 

    ◀해외 유전 개발 전문가(경력 30년)▶
    “(석유개발사업을) 한 5년정도만 일을 했었으면 충분히 다 비슷한 의견을 나올 거 같습니다 이건 몇 년만 그쪽에서 일을 했던 사람이라면 충분히 짐작을 할 수 있는 거고”

    폐쇄 직전의 고갈된 유전을 웃돈을 계속 얹어주며 구걸하다시피 사들인 것입니다. 이런 유전을 사들인 댓가는 참혹했습니다. 2009년 하베스트 인수 이후 시설 보수와 추가 투자 등에 들어간 돈만 4조원.

    석유공사 측은 현재 유전들의 평균 워터컷은 98%, 그러니까 생산량의 98%가 물이라고 털어놨습니다. 그리고 인수 당시의 워터컷도 80~90%에 이를 정도로 추정됐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다고 실토했습니다. 폐쇄가 임박한 사실상 쓸모없는 유전이란 걸 알고도 인수했다는 뜻입니다.





    ◀김의성▶
    4조 5천억 짜리 우물. 물맛이 엄청 좋아야 될 거 같네요. 이 정도 되면 하베스트는 석유공사가 아니라 수자원공사가 관리해야 되는 거 아닙니까?

    ◀고은상▶
    네, 그 4조 5천억 원이라는 돈이 실감하기 어려우시잖아요. 이게 매일 천만 원씩 천 년을 써도, 약 1조원이 남는 엄청난 돈입니다.

    ◀주진우▶
    여기서 짚고 넘어갈 점이 석유공사가 이 사실을 모르지 않았어요. 사기를 당한 것이 아닙니다. 워터컷이 굉장히 높은 수준이라는 걸 알고 있었습니다.

    ◀고은상▶
    네, 맞습니다. 전문가들은 워터컷의 마지노선을 85-90%로 치고 있는데요. 90%가 넘으면 사실상 유전으로써의 가치가 없는 겁니다. 석유공사는 이 사실을 알면서도 이 유전을 산 겁니다.

    ◀김의성▶
    왜 산 겁니까. 왜.

    ◀권희진▶
    네, 앞서 보신 유전 평가 보고서는 인수 당시인 2009년에 라이더스콧이라고 하는 캐나다 회사가 작성한 보고서입니다. 이 회사는 석유공사의 기술자문을 하고 있었죠. 그러니까 이 회사가 작성한 보고서를 봤더라면 석유공사가 하베스트를 인수하기는 상당히 어려웠을 겁니다.

    ◀김의성▶
    그렇죠. 그 보고서를 보고도 샀다는 건 바보 아니겠습니까?

    ◀권희진▶
    네, 그런데 석유공사는 라이더스콧의 보고서가 아닌 다른 회사의 보고서를 참조해서 결정을 내린 겁니다.

    ◀김의성▶
    다른 회사라면 어떤 회사죠?

    ◀권희진▶
    석유공사의 주 자문사인 바로 메를린치였습니다. 이게 그 메를린치에서 낸 프로젝트 에르메스 파이널 리포트라는 이름의 보고서입니다.

    ◀김의성▶
    네, 프로젝트 에르메스, 지난번에 들었습니다. 하베스트 인수를 추진한 프로젝트 이름이 바로 프로젝트 에르메스죠.

    ◀주진우▶
    에르메스는 특별히 김윤옥 여사와 인연이 깊습니다.

    ◀권희진▶
    네, 그런데 이 프로젝트 에르메스 파이널 리포트는 라이더스콧이 작성한 보고서와는 완전히 다른 내용으로 채워져 있었습니다. 내용을 함께 보시겠습니다.





    하베스트를 인수할 때 석유공사의 자문을 맡았던 메릴린치의 보고서. 기름을 뽑아내도 대부분 물만 나온다는 사실이나 생산량이 지속적으로 줄어든다는 내용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반면 유전을 사야한다는 이유들만 가득합니다. 메릴린치는 심지어 이런 유전의 가치를 3조 5천억 원이라고 평가합니다. 메릴린치의 보고서가 수상한 점은 이 뿐만이 아닙니다. 검게 그을리고 시뻘겋게 잔뜩 녹슨 정유시설인 날, 거의 반세기 전인 73년에 지어졌습니다. 86년엔 1달러에 팔렸던 적도 있습니다.

    하베스트는 이런 시설까지 함께 사가지 않으면, 유전도 팔지 않겠다고 배짱을 부렸습니다. 유전을 못 사서 안달이던 석유공사도 차마 낡은 정유공장까지 인수하긴 어려웠습니다. 바로 이 때 정유공장의 가치를 아주 높게 평가해주는 메릴린치의 보고서가 나옵니다.

    북미 최신의 정유시설 중 하나다. 3천억 원만 투자하면 고품질의 기름을 생산하는 정유소가 될 수 있다고 분석합니다. 위험성은 적고 이익은 높을 것이라며 1년 수익률을 45%로 예측합니다. 1조원을 투자하면 1년이면 4천 5백억원을 벌 수 있다는, 마치 상가 분양 광고 같은 내용입니다.

    ◀김경률 회계사▶
    "실사보고서 진짜 이렇게 쓰면 욕 먹어야죠 광고 전단지잖아요. 진짜 그렇게 쓰면 안돼요. 1년에 45%씩 번다는 거죠. 예를 들어 나 마징가 만들 거다 AI(인공지능)넣어서 마징가 만들 거다 그래서 내 매출은 5조 2019년 5조 2020년 10조 이런 거죠."

    메릴린치는 이 정유시설의 가치를 1조 1천억 원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단 3일 만에 작성한 보고서로 내린 결론. 이 보고서를 근거로 석유공사는 문제의 유전들과 낡은 정유시설을 4조 5천억 원에 인수합니다. 현지 실사조차 생략한 채, 말 그대로 보지도 않고 산 것입니다. 석유공사는 이 정유공장을 1조 천억 원에 산 뒤 6천억 원을 추가로 투자했습니다. 메릴린치의 분석과는 달리, 석유공사는 적자를 견디지 못해 1조7천억 원이 들어간 이 정유공장을 5백억 원에 팔았습니다.






    ◀김의성▶
    같은 유전을 두고 전혀 다른 내용의 보고서가 나왔네요.

    ◀주진우▶
    메를린치 보고서만 보면 하베스트는 신의 선물이었습니다. 누구나 달려들어 사야 할 물건이었습니다.

    ◀김의성▶
    가동된 지 30년이 넘은 정유시설 NARL을 북미 최신의 정유시설이라고 했어요. 이건 좀 너무 심한 거 아닌가요?

    ◀권희진▶
    그죠. 이 정유시설 NARL은 워낙 낡은데다가 이런저런 크고 작은 문제를 너무 많이 일으켜서 한때 단돈 1달러에 팔린 적도 있지 않습니까.

    ◀주진우▶
    그 정도로 형편없는 물건을 메를린치 보고서를 통해서 1조 천억 원짜리 보물로 탈바꿈하게 된 것입니다.

    ◀권희진▶
    네, 그렇습니다. 메를린치에는 당시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 금고지기 김백준 총무 기획관의 아들 김형찬 씨가 있었습니다.




    2009년 1월, 석유공사는 대규모 해외자원 투자를 준비하며 자문사를 모집했습니다. 비앤피파리바, 메릴린치, 골드만 삭스 등 세계적인 투자 자문사 10개가 입찰했습니다. 평가 기준은 객관적인 평가인 계량평가와 주관적인 평가인 비계량평가, 두 가지였습니다. 그런데 객관적 평가에서 낮은 점수를 받았던 메릴린치는 주관적 평가인 비계량평가에서 압도적으로 최고 점수인 A를 몰아 받으며 석유공사의 자문사로 선정됐습니다.

    ◀입찰 당시 투자자문사 관계자▶
    "석유공사는 자문사가 받아들이기 힘든 조건들을 내걸고 입찰절차를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어떤 회사를 이미 정해놓고 진행된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석유공사의 해외투자 자문사로 선정된 메릴린치의 담당자 명단입니다. 피터 김, 김형찬 씨,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 김백준 당시 청와대 총무기획관의 아들이 석유공사를 자문하는 팀에 포함돼 있습니다. 석유공사의 하베스트 인수 과정에서 청와대  김백준 기획관의 아들 김형찬 씨는 어떤 역할을 했을까.

    ◀김형찬 전 메릴린치 서울지점장▶
    "하베스트 관련된 일은 제가 전혀 안했습니다.""하베스트 관련 일 전혀 안하셨어요?"
    "네."
    (아니 그럼 여기 멤버라고 올려놓은 건 형식적으로?)"좀 머리가 나쁘세요? 제가 설명해드린 게 이해가 안되세요?"
    (네 좀 이해가 안돼서 제가 다시 여쭤보는 건데)"그 어떤 딜(거래)을 따려면 처음에 마케팅 차원에서 소개를 하잖아요. 그 상황에서 이름이 들어간 거지."

    ◀김형찬 전 메릴린치 서울지점장▶
    (이거 관련해가지고 이명박 대통령하고 얘기하신 거 전혀 없으신가요?")
    "어휴 제가 그 분하고 무슨 일을 합니까."
    (아님 아버님 통해서라도 이명박 대통령한테 메시지 받은 거 없으신가요?)
    "아니요.. 너무 그런 소설 쓰지 마세요. 검찰에 확인하세요."

    국내에서 대학을 나온 뒤, 삼성물산과 GS 계열사에서 일했던 김형찬 씨가, 메릴린치 임원이 되기 직전인 2008년 1월, 한국투자공사는 메릴린치에 2조원을 투자합니다. 당시 메릴린치는 15조원의 천문학적 투자손실을 입고 파산 위기에 처해 한국투자공사에 투자를 요청했습니다. 한국투자공사는 2조원을 투자한 뒤 곧바로 미국발 금융위기로 1조원 이상의 손실을 입게 됩니다.

    김형찬 씨는 투자공사의 2조원 투자가 이뤄지고 아버지 김백준 씨가 이명박 대통령과 함께 청와대에 들어간 뒤, 곧바로 메릴린치 한국 지사 임원이 됐고, 이후 지사장까지 됐습니다.

    ◀김형찬 전 메릴린치 서울지점장▶
    (메릴린치에다 이명박 정부에서 상당한 돈을 투자한 다음에 김 대표님이 상무로 가셨다는 거 때문에 의혹들을 제기하지 않습니까?)
    "싱가폴 테마섹(투자회사)도 되게 많이 월스트리트에 투자했고 KIC(한국투자공사)도 그런 트렌드(경향)에 따라 그런 투자를 하기를 원했던 거 같고.."
    (그러니까 그 직후에 메릴린치로 가신 건 우연한 일이다 그 말씀이시군요.)
    "그렇습니다."

    국제 투자은행들이 정부 실세의 자제들을 스카우트하는 것엔 여러 이유가 있다고 합니다.

    ◀금융권 관계자 A▶
    "어차피 기본 학벌이 있다면 그 중에 당연히 고위층 자제를 데려옵니다. 그들을 데려와서 기대하는 건 뻔하지 않겠습니까?"

    ◀금융권 관계자 B▶
    "국제 투자은행의 경우 개발도상국이나 후진국에서 직원들을 뽑기 위해 유력 정치인들의 자녀들 리스트를 만드는 경우까지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스트레이트 팀은, 하베스트 경영진을 만나서 유전을 팔지 않겠냐는 의사를 최초 타진한 것이 바로 메릴린치라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하베스트 인수라는 이해할 수 없는 거래가 바로 메릴린치로부터 시작된 셈인 것입니다.




    ◀김의성▶
    권희진 차장 고생했습니다. 머리 나쁜 거 아니에요? 라는 이야기 들었을 때 기분이 어땠습니까.

    ◀권희진▶
    사실 그거는 저만 알고 있는 사실인데 통화하자마자 알아차려 가지고 깜짝 놀랐습니다.

    ◀권희진▶
    그런데 메릴린치의 수상한 행동이 더 있습니다. 우리가 500억 원을 받고 정유시설 NARL을 팔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이때에도 메릴린치가 역할을 합니다.

    ◀주진우▶
    그렇습니다. 정유시설 NARL을 1조 천억 원 주고 삽니다. 거기에 보수유지비로 6천억 원을 퍼붓습니다. 그리고 팔 때는 단돈 500억 원을 받았습니다.

    ◀김의성▶
    그렇다면 여기서 메릴린치는 어떤 역할을 한 거죠?

    ◀권희진▶
    석유공사가 정유시설인 NARL을 실버레인지 파이낸셜 파트너스라는 회사에게 팔았는데요. 당시 실버레인지 파이낸셜 파트너스의 자문사가 바로 메릴린치였습니다.

    ◀김의성▶좀 정리해볼까요? 석유공사가 정유시설 NARL을 살 때 자문역할을 했던 것이 메릴린치였고, 팔 때는 사간 기업의 자문 역할을 메릴린치가 했다는 거죠.

    ◀권희진▶
    네, 다른 회사에 자문을 또 한 거죠.

    ◀김의성▶
    이때 정유시설 NARL의 평가액은 얼마가 나왔다고요?

    ◀권희진▶
    10억 원이였습니다.

    ◀김의성▶
    10억이요? 우리한테는 정유시설 NARL이 북미 최신 정유시설이라면서 1조 천억에 사야 된다고 했잖아요.

    ◀권희진▶
    그랬죠.

    ◀김의성▶
    그리고 구입 후 유지보수비용으로 6천억 원이 더 들어갔고. 1조 7천억을 쓴 셈인데 10억이라고요? 이거 좀 황당하지 않습니까.

    ◀고은상▶
    네, 왜 이렇게 황당한 일이 벌어졌을까. 취재를 하다 보니 모든 의혹은 이명박 대통령을 향하고 있었습니다.





    하베스트 인수 협상이 한창이던 2009년 9월, 친박계 최경환 의원이 지식경제부 장관에 임명됩니다. 최 장관은 하베스트 인수와 자신은 무관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최경환 전 지경부장관(2014년 국회 대정부질의)▶
    "하베스트 인수 건은요 제가 장관 취임하기 훨씬 전부터 진행돼 왔던 사안입니다."

    실제로 최경환 장관은 해외 자원개발에 큰 관심은 없어보였다고 합니다.

    ◀전 지식경제부 직원▶
    "실무진끼리는 그런 얘기 했었던 것 같아요. 최경환 장관이 친이가 아니라 친박이라 그런지 별로 이명박 대통령 관심사항에 관해서는 관심이 없는 거 같다. 자원개발하면 우리 불러서 보고도 받고 해야 될 텐데 와서 보고도 한 기억이 없고.."

    그런데 하베스트 측의 무리한 요구에 인수협상을 중단하고 귀국한 석유공사 경영진은 최경환 장관을 만난 뒤 즉시 협상을 재개했습니다. 그리고 3일 뒤 하베스트와의 협상이 갑자기 타결됩니다. 석유공사는 문제의 하베스트 유전과 정유시설을 4조 5천억 원에 인수하게 됩니다.

    ◀최경환 전 지경부장관(2014년 국회 대정부질의)▶
    "그때 당시 제가 장관 취임한 지 채 한 달이 안 되는 그런 시점입니다만 그때 정확한 기억이 없습니다만."

    최경환 전 장관은 실제로 하베스트 인수와 관련한 내용을 잘 모른다는 주장을 되풀이 했습니다. 장관 퇴임 넉 달 뒤인 2011년 5월, 다시 의원신분이 된 최경환은 홀로 캐나다 하베스트 본사를 방문합니다. 전 장관은 현지 석유공사 직원들에게 하베스트 인수 과정에서의 자신의 역할을 강조했습니다.

    ◀석유공사 직원 A모씨▶
    "만찬자리에서 한식당에서 최경환 의원이 그때 당시에 뭐 직원들이 캐나다에서 근무하게 된 게 본인 덕이다. 이런 부분에 대해서 얘기를 한 기억이 있다는 거죠.

    인수 과정에서의 자신이 모종의 역할을 했음을 실토한 것입니다.

    ◀김병수 한국석유공사 노조위원장▶
    "하베스트에 출장 와서 본인이 일정 정도의 역할을 했다는 식으로 얘기해놓고 이제 와서 모르겠다고 하는 게 말이 되느냐  그런 이야기들 직원들 간에 상당히 나눴고.           모종의 역할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군가의 뜻에 따라 자신이 중간에서 역할을 했다는 뜻으로 해석됩니다. 트레이트 취재결과 이명박 대통령의 청와대는 하베스트 인수 건을 직접 챙기고 있었습니다.

    ◀석유공사 직원 감사원 진술▶
    "청와대에서 석유공사가 추진하고 있는 해외 석유회사 M&A(인수합병)에 대해 챙기고 있었으며, 유공사 경영진에서 당시 지식경제부 에너지자원 실장과 M&A에 대해 수시로 보고, 협의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지식경제부 담당자들은 실제로 청와대에 수시로 직접 해외자원 인수 관련 내용을 보고하고 있었습니다.

    ◀전 지식경제부 직원▶
    (지식경제부에 나왔던 내용들은 청와대도 계속 보고가 상시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었나요? 그 M&A(인수합병) 같은 경우에는?)
    "M&A가 중요 사안에 대해서는 보고가 되죠. 전체는 모르지만 어쨌든 굵직한 건에 대해선 보고가 진행 상황에 대해서는 그걸 한다고 봐야 되겠죠."

    4조 5천억 원을 들여 기름도 제대로 나지 않는 유전과 낡은 정유시설을 인수하기 위해 부실덩어리 캐나다 회사를 통째로 사버린 의혹투성이 사건. 이명박 대통령은 처음부터 이 모든 것을 수시로 보고받고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김의성▶
    네. 청와대가 하베스트 인수의 모든 과정을 꼼꼼히 챙기고 있었군요.

    ◀고은상▶
    네, 자원외교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주요 관심사항이어서 특별히 챙겼다는 겁니다.

    ◀김의성▶
    근데 여기에 친박 실세 최경환 의원은 왜 갑자기 등장하는 겁니까.

    ◀주진우▶
    보험이죠. 이게 이명박 전 대통령의 실력입니다. 자원외교라는 명목 아래 각종 공기업에서 그리고 포스코, 한전에서 MB 측근들이 사업을 죽 벌입니다. 그리고 돈이 다 사라집니다. 그래서 이명박 정권이 끝난 이후에 박근혜 정부 들어서 수사를 시작했어요. 근데 수사가 진행될 때마다 중요한 자리에 친박, 진박들이 한 명씩 죽, 죽 앉아 있습니다. 그래서 수사가 막히고, 덮였습니다. 그게 다 박근혜 실세들 덕분인 거죠.

    ◀김의성▶
    참, 답답합니다. 그러니까 하베스트의 핵심은 이명박 정부가 막대한 손실이 예상되는 자원 프로젝트에 어마어마한 국민의 혈세를 쏟아부었고, 지금은 그 돈이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없다는 거죠.

    ◀고은상▶
    네, 바로 그 부분이 핵심입니다. 하지만 누가 이걸 결정했고, 돈은 또 어디로 갔는지 수사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주진우▶
    강영원 석유공사 사장이 지금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경영상 판단, 이 한 단어로 인해서 무죄를 받았어요. 이런 국가적인 사기 사건이 벌어졌는데도 책임지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사실 제대로 수사가 진행되지도 않았습니다.

    ◀김의성▶
    애초에 메릴린치를 자문사로 선정한 것부터가 수상합니다.

    ◀권희진▶
    네, 그래서 한국석유공사 노동조합은 이명박 전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청와대 권력 실세들이 하베스트 인수 과정에서 어떤 압력을 가했는지 검찰 수사를 통해서 처음부터 다시 밝혀야 된다. 이런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고은상▶
    그래서 석유공사 노동조합은 당시 석유공사를 지휘, 감독할 책임이 있었던 최경환 전 장관을 검찰에 고발할 계획입니다.

    ◀주진우▶
    최경환 전 장관은 보험입니다. 이게 최경환 전 장관에게서 끝이 나면 안 됩니다. 그 위에 누가 있었는지. 실세가 누구인지, 몸통이 누구인지 반드시 밝혀야 합니다.

    ◀김의성▶
    철저하게 수사해서 모든 의혹들이 해결되기를 바랍니다. 하베스트 전문가 권희진 차장, 그리고 에이스 고은상 기자, 오늘도 수고하셨습니다. 




    [취재기자]
    고은상 기자 gotostorm@mbc.co.kr
    권희진 기자 heejin@m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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