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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이트4화] 론스타 뒤에서 모피아의 그림자를 보다

[스트레이트4화] 론스타 뒤에서 모피아의 그림자를 보다
입력 2018-03-26 17:27 | 수정 2018-03-26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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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재기자]
    양윤경 imagine0402@gmail.com




    ◀김의성▶
    단군 이래 최대 먹튀. 먹튀의 대명사, 누구죠, 주 기자?

    ◀주진우▶
    론스타죠. 론스타는 외환은행을 팔면서 4조 7천억을 벌어가 먹튀로 불렸지 않습니까. 그리고 지금은 한국정부 때문에 매각이 늦어져 손해를 입었다고 5조원을 더 내놓으라고 소송을 걸었구요.

    ◀양윤경▶
    그런데 한국정부는 소송을 이길 수 있는 강력한 무기, 론스타가 애초에 외환은행을 가질 자격이 없다는 걸 소송에서 주장할 수 없어서,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김의성▶
    네 그렇죠. 지난 방송에서 론스타가 고비고비 어려움을 겪을 때마다 도와준 정책 결정자들을 취재해 오겠다고 했는데 양윤경 기자, 만나고 왔습니까?

    ◀양윤경▶
    네, 만나고 왔습니다. 그 전에, 외환은행을 론스타에 매각하는 과정이 얼마나 부실했는지, 우리나라 정책 결정자들이 얼마나 황당하게 일처리를 했는지, 먼저 보시죠.




    스트레이트가 단독 입수한 론스타의 미국 내 영업허가 신청서. 외환은행을 인수할 무렵 주소지가 조세피난처로 유명한 버뮤다로 돼 있습니다.

    ◀김준환/외환은행되찾기범국민운동본부 사무총장▶
    "버뮤다는 투자자가 누군지를 여기서(한국에서) 밝히라 그러면 걔네들(버뮤다 정부)이 밝히지를 않아요. 세금도 굉장히 감면이 많이 되고. 아예 그런 걸 응하지도 않아도 되는. 그런 나라가 버뮤다예요."

    영업형태를 확인해 봤습니다. "부동산 거래"라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은행 등 금융과는 거리가 멉니다. 서류상으로는 '조세피난처 버뮤다에 적을 둔 부동산 거래업체'인 겁니다. 그럼 실제로 어떤 사업을 했을까. 론스타는 일본에선 골프장 100여 곳을 운영했습니다.

    ◀일본 골프장 운영 호텔 직원▶
    (전에는 론스타라는 미국 회사 산하에 있었다고 들었는데요.)
    "네 맞습니다. 분명 (론스타) 산하에 있기는 했습니다."

    역시 금융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습니다. 외환은행을 살 때 론스타가 운영한 사업은 또 있었습니다. 당시 론스타는 버거킹, 피자헛, 켄터키 프라이드치킨 등 미국 전역에서 레스토랑 체인을 운영하는 회사의 지분도 20%나 갖고 있었습니다.

    "이거 구글만 쳐봐도 금방 나오네."

    금융과는 아예 관련이 없는 사실상 산업자본이었던 겁니다. 우리 정부는 몰랐을까. 론스타에게 외환은행을 넘기기로 결정한 2003년 9월 금융감독위원회 회의록입니다. "외국인이 제조업과 금융업에 같이 투자하는 것에 대해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옵니다.

    즉 론스타가 '산업자본'일 가능성이 있는데 은행을 넘겨도 괜찮겠느냐는 걱정입니다. 그런데 "은행법상 규제 장치가 있다."는 엉뚱한 답변이 돌아옵니다. 규제 장치가 있으니 일단 은행을 넘기고 보자는 겁니다. 또 "론스타가 건전한지, 법을 위반할 가능성이 적은지"라는 질문은 "운영 실적을 알아보기 어렵다"는 무책임한 답변이 돌아옵니다. 그리고 이 회의에서는 곧바로 론스타에게 외환은행을 넘긴다는 결정을 내립니다.

    ◀전성인 교수/ 홍익대 경제학부▶
    "론스타는 (한국 정부에 신고할 때) 자기가 갖고 있는 산업자본 회사를 다 싹 뺐어요. 그리고 정부는 거기에만 의거해서 도장을 꽝꽝 찍어줬고. 론스타는 담을 넘으면 안 되는 사람이 담을 넘은 것이고 론스타의 항변은 경찰이 담 넘어도 된다고 그래서 넘었다."

    론스타의 정체를 충분히 따져보지도 않은 채 당시 핵심 결정권자들이 론스타에게 은행을 불법 매각했다는 말입니다.



           
     
    ◀김의성▶
    정말 황당하네요. 구글에 검색만 해봐도 론스타가 산업자본인 걸 알 수 있었다는 거 아닙니까?

    ◀주진우▶
    외환은행을 론스타에 못줘서 안달난 게 아닌가, 이렇게밖에는 이해가 안 됩니다.

    ◀김의성▶
    혹시, 그 당시 외환은행이 부도 위기였나요? 그래서 저런 식으로 판 거 아닙니까?
    양윤경 아닙니다. 재무적으로 건전한 은행이 아니긴 했지만 부실한 은행도 아니었습니다. 부실해질 가능성이 있는 은행 정도로 보면 될 것 같은데요. 당장 팔아치울 정도의 위기 상황은 아니었습니다.
            
    ◀김의성▶
    그런데, 왜 이런 식으로 팔아버린 겁니까?

    ◀양윤경▶
    한 전문가는 당시 정책 결정자들이 외환은행에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았겠냐고 얘기를 했습니다.
            
    ◀김의성▶
    최악의 상황이요? 어떤 상황을 말하는 건가요?

    ◀양윤경▶
    외환은행과 거래하던 큰 거래선들이 있었는데요, 그 거래선들이 모두 망해서, 부도가 나서 외환은행에 돈줄이 끊겼을 때를 가정해서 외환은행을 평가했다는 겁니다.

    ◀주진우▶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고, 팔아야 했다 치더라도 은행법을 어기면서까지 매각을 하면 안 되는 겁니다. 적법하게 팔아야 하는 거예요.

    ◀양윤경▶
    맞습니다. 국내법을 무시하고 외환은행을 론스타에 넘겼는데요. 기억하시겠지만 외환은행 지점들은 미국에도 있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문제가 됐다면 미국에서도 문제가 됐겠죠?
            
    ◀김의성▶
    그러니까 미국도 우리나라처럼 금산분리가 있으니까 산업자본이 은행을 못 가지고, 못 가지게 돼 있기 때문 아닙니까?

    ◀양윤경▶
    그렇습니다. 미국의 금산분리법은 사실 가장 강력한 규제 중 하나입니다. 그러니까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하면 미국에 있는 외환은행 지점 때문에 다른 사업을 못 하게 될 수 있는, 계획에 차질이 생길 수 있는 상황이었던 겁니다.
            
    ◀김의성▶
    한국의 법은 그렇게 쉽게 무시했으면서 미국의 법은 쉽게 무시가 안 됐나 보네요.

    ◀양윤경▶
    아무래도 미국이 주 활동무대다 보니까 우리나라에서처럼 그렇게 쉽고 만만하게 행동하지는 못 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김의성▶
    네, 그래서 어떻게 했죠?

    ◀양윤경▶
    미국에 있는 잘 운영되던 외환은행 지점들을 모두 폐쇄했습니다.

    ◀주진우▶
    이게 모피아들이 일하는 방식이었어요. 모피아라는 말이 원래 기획재정부 관료들과, 이탈리아 범죄 조직 마피아의 합성어 아닙니까. 이번 경우는 모피아 일처리 방식이 마피아와 판박이였습니다.

    ◀양윤경▶
    미국에서 은행 면허를 따는 건 굉장히 힘든 일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한 번 포기하면 다시 따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고 하는데요. 론스타는 이렇게 어렵게 따낸 면허와 어렵게 구축한 영업망을 모두 폐쇄한 겁니다.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한 지 반년 뒤인 2004년 4월, 뉴욕, LA 등 미국 내 외환은행 5개 지점이 폐쇄됩니다. 외환은행이 넘어가기 직전, 미국 로펌이 보내온 법률자문서입니다. "미국에서는 금산분리를 상당히 까다롭게 요구한다.",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하려면 미국 내 외환은행 지점들의 은행 등록을 취소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밝힙니다. 론스타가 산업자본이면 미국에서 은행업이 불가능하니, 미국 내 외환은행 지점들을 모두 폐쇄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전성인 교수/ 홍익대 경제학부▶
    "미국에서는 은행과 산업을 동시에 할 수 없다는 아주 강한 규제가 있습니다. 외환은행이 미국 현지에 영업망을 유지하느냐 안 하느냐는, 사실은 외환은행 입장에서는 중요한 것이지만 론스타 입장에서는 외환은행을 적당히 가지고 있다가 조금 있으면 되팔 것이기 때문에 그런 데 별로 관심을 가질 이유는 크게 없거든요."

    그래서 론스타는 외환은행 인수전부터 이미 미국 내 지점 폐쇄를 계획하고 있었습니다. 외환은행을 넘겨받기 석 달 전, 론스타는 외환은행 측에 자신들이 은행을 인수하기 위해 "미주 지점들을 폐쇄하고 은행 업무를 중단해야 한다."고 요구하기 시작했습니다.

    ◀전 외환은행 미주지점 근무자▶
    "(론스타 같은) 사모펀드가 미국에서 은행을 보유를 하려면 대주주(투자자)를 다 밝혀야 돼요. 론스타는 대주주를 밝히기가 싫어가지고 미국에 있는 (외환은행) 지점을 다 없애 버렸습니다."

    국책은행, 그것도 외환 업무가 주력 분야인 은행의 미국 지점들이 폐쇄되는 초유의 상황. 우리나라 재경부는 어떻게 대처했을까. 외환은행이 론스타에 넘어간 직후 재경부의 검토 보고서. "뉴욕, LA 등의 은행 면허를 론스타 인수 후 6개월 안에 반납한다."며 "당초 은행 측 조정방안과 대체로 일치"한다고 보고합니다. 지점 폐쇄는 기정사실이고, 폐쇄 계획도 이미 알고 있었던 것입니다.

    작성자는 추경호 당시 재경부 과장, 보고는 당시 금융정책국장인 변양호 씨가 받았습니다. 이 보고대로 외환은행 미국 지점들은 6개월 뒤 모두 문을 닫았습니다. 그리고 그 자리엔 소액 대출을 전문으로 하는 법인 2개가 생겼습니다.

    예금 유치 불가/ 2만5천 달러 이상 개인대출 불가, 5만 달러 이상 기업대출 불가/ 한국과 미국 간 송금 불가. 국책은행의 지점들이 사실상 대부업체로 전락한 겁니다.

    ◀전 외환은행 미주지점 근무자▶
    "우리나라 대부업체 같은 그러한 현지 법인이라는.. 어떻게 보면 뼈아픈 일이죠. 어렵게 구축한 영업망을 포기하는 거기 때문에, 경제적으로나 회사로선 손실이 많은 의사 결정입니다."





    ◀김의성▶
    우리나라 공무원들이 우리나라 은행 문 닫는 걸 돕기 위해 물심양면으로 움직였네요. 론스타를 위해서.

    ◀주진우▶
    그렇습니다. 멀쩡한 은행을 폐쇄시키고 그 자리에 대부업체를 차렸습니다. 우리나라 공무원들은 국민을 위해서 있는 게 아니라, 론스타를 위해서 있었습니다.

    ◀김의성▶
    그 공무원들의 면면, 정말 궁금합니다. 양윤경 기자, 만나고 왔다고 하셨죠?

    ◀양윤경▶
    네, 직접 찾아가서 만나서 말씀을 듣고 왔습니다.

    ◀김의성▶
    뭐라고 하던가요. 이와 관련돼서 책임지겠다고 하는 사람이 있었습니까?

    ◀양윤경▶
    없었습니다. 마음의 준비를 하고 보셔야 할 것 같은데요. 이분들은 론스타 사태 이후에도 우리나라 각계각층에서 고위층으로 잘 나가고 계셨습니다.






    론스타에게 외환은행이 넘어갈 때 핵심 실무 책임자는 금감위의 김석동 국장, 그리고 재경부의 변양호 국장과 추경호 과장이었습니다. 감사원은 요건도 갖추지 못한 론스타를 금융위가 승인해줬다며 김석동 국장의 책임을 명시했습니다.

    그러나 김석동 국장은 이후 노무현 정부 때 차관급인 금감위 부위원장, 재경부 1차관을 거친 뒤, 이명박 정부 시절엔 장관급인 금융위원장에 오릅니다. 한국의 금융을 책임지는 자리입니다. 그리고 금융위원장으로서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팔고 떠날 수 있도록 승인해줬습니다.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사고파는 과정에 모두 깊숙이 개입 했던 책임자였지만, 책임은 고사하고 정권을 넘나 들며 핵심 요직을 맡았습니다. 4조 7천억 원을 벌어간 론스타가 5조 원을 더 내놓으라는 지금의 상황에 대해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의 생각을 묻기 위해 찾아갔습니다.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
    (산업자본이라고 인정을 해주면서 론스타가 빠져 나갔다고 사람들이 주장을 하는데)
    "금융감독원에서 평가한 거기 때문에 금융감독원에 물어보세요."
    (사회적 비용을 치른 거다라고 말씀하셨는데)
    "당시 환란 이후에 외환은행을 우리가 스스로 건질 수가 없었기 때문에"
    ((론스타가) 여전히 산업자본이 아니라고 생각 하시는지요?)
    "회의에서 결론 낸 그대로예요"
    (개인적으로 소회가 있으실 것 같은데)
    "그런 거 없어요."

    외환은행 매각을 주도했던 변양호 전 재경부 국장. 론스타의 로비를 받고 외환은행을 헐값에 넘긴 핵심 인물로 지목돼 검찰 수사를 받고 기소됐습니다.

    ◀박영수/ 대검 중수부장(2006.12.)▶
    "변양호와 외환은행장 이강원 등이 론스타 펀드 측과 유착되어 정부의 금융 기조 정책에 반하여 절차와 규정을 어기면서까지 의도적으로 외환은행 자산을 저평가하고 부실규모는 부풀려"

    하지만 정책적 판단에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이유로 1,2,3심에서 모두 무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이진용 노조위원장/ KEB 하나은행 지부▶
    "사람을 때려서 죽이기는 했으나 살인이라고 보긴 어렵다, 이런 식의 재판. 판결문을 읽는데 유죄인 줄 알았어요. 왜냐면 다 잘못했다...하지만 배임이라고 보긴 어렵다. 이렇게 해서 결국 무죄라고 하면서..그런 것들이 너무 많이 화가 났었죠"

    변양호 씨는 지난 대선 때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경제자문역을 하다 다시 안철수 캠프의 경제 특보로 영입됐습니다. 변양호 국장 아래서 외환은행 매각 실무를 도왔던 추경호 과장. 추 전 과장은 이후 요직 중의 요직인 금융정책과장으로 영전한 뒤, 이명박 정부 때엔 금융위부위원장이 됐습니다.

    그리고 이 때 김석동 금융위원장과 함께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팔고 떠날 수 있도록 하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박근혜 정부 출범 직후엔 기재부 1차관에 임명됐고, 이어 장관급인 국무조정실장 자리까지 오릅니다. 그리고 재작년,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역구였던 대구 달성군에서 자유한국당 국회의원으로 당선됐습니다.

    추 의원이 첫 단추부터 마지막까지 관여한 론스타 문제에 대해 묻기 위해 국회로 찾아갔습니다.

    ◀추경호/ 자유한국당 국회의원▶
    (안녕하세요. 의원님, MBC 양윤경 기자라고 합니다)
    "네네"
    (여쭤볼 게 있어서. 처음 뵙겠습니다)
    "네네"
    (편하게 대답해주시면 되는데요)
    "뭐 관련이죠? 왜 갑자기. 잠깐만, 잠깐만."
    (론스타 때문에. 이걸 쭉 지켜봐 온 사람들 측에서는 예전에..)
    "아니, 잠깐만, 아니 아니 저기 하지 마세요. 이게 뭐예요, 갑자기?"
    (근데 옛날에 거기서..)
    "거부하겠습니다."





    ◀김의성▶
    정말 무슨 큰 죄를 지은 사람처럼 숨네요.

    ◀양윤경▶
    네, 간단한 질문을 했는데 갑자기 반응이 너무 격하게 나와서 저도 당황했습니다.

    ◀김의성▶
    주진우 기자, 사람들 쫓아다니면서 괴롭히는 거 주진우 기자 전문인데 저렇게 숨는 사람의 심리. 어떤 겁니까.

    ◀주진우▶
    잘못을 해서 부끄럽다고 해서 이렇게 피하는 것도 있지만 이 자리만 모면하면 자기는 괜찮다는 이런 생각도 하는 거 같습니다. 정책 판단이었지 않습니까. 그 부분에 대해서 설명할 책임이 있습니다. 공무원은. 그리고 국회의원이었지 않습니까. 해야 됩니다. 그런데 저렇게 도망가는 것은 무책임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김의성▶
    나랏돈 수 조 원을 왔다 갔다 하게 만든 엄청난 결정을 내린 사람들인데요. 이 사람들이 기자의 간단한 질문에도 대답을 못 한다는 건 정말 이해가 안 갑니다. 그런데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팔 때도 물심양면으로 도와준 사람들이 있었잖아요. 그 사람들 누구죠?

    ◀양윤경▶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팔고 한국을 떠나려고 했을 때 그때도 그때는 오히려 더욱 더 산업자본인 게 문제가 됐었거든요. 그 당시 론스타를 위해 역할을 한 사람들이 또 있습니다.

    ◀김의성▶
    이번에도 마음의 준비를 하고 봐야 합니까?

    ◀양윤경▶
    네, 함께 보시죠.
     





    론스타가 애초에 자격이 없다는 여론과, 외환은행을 팔고 나가겠다는 론스타의 압박. 금융위는 결국 론스타의 손을 들어 줍니다. 이를 결정한 회의를 주재한 금융위원장이 김석동, 그리고 이 회의에 참석한 인물 중 한 명이 최종구 상임위원이었습니다.

    ◀최종구/ 금융위 상임위원(2011)▶
    "지금까지 확인된 자료와 증거만으로는 론스타 펀드4가 은행법상 비금융주력자(산업자본)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최종구 당시 금융위원은 박근혜 정부 말기 한국수출입은행장을 거쳐, 문재인 정부에서는 금융위원장에 임명됐습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 인사청문회(2017.7.17.)▶
    (심상정 정의당 의원 : 론스타에 대한 판단이 옳았느냐라고 물어봤잖습니까?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지금은?)
    "그 당시에 최선의 판단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어떻습니까, 그러면. 지금은, 지금이라면 어떻게 판단하시겠습니까?)
    "지금 보기에 그 때 판단이 최선을 다 해서 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게 전형적인 관료들의 답변 태도인데요.)

    최종구 금융위원장을 만났습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
    (안녕하세요, MBC 양윤경 기자인데요, 여쭤보고 싶은 게 있는데.)
    "네네"
    (지금 소송 진행 중이잖아요, 론스타하고 근데.)
    "이거 카메라 이렇게 하고 얘기해야 돼요? 사전에 예고도 없이?"
    (아뇨, 문득 만나 봬서.) 
    "아니 이런 식으로 갖다 대면 내가 무슨 피의자예요?"
    (아니 금융위원장이시니까.) 
    "아니 내가 그래도 정부 부처의 장인데."
    (아 너무 반가워서요, 론스타 관련해서 여쭤보면 안 될까요?)
    "아니 내가 어디 검찰 출두하는 사람이에요? 나한테 이런 식으로 하고." 
    (아니 아니요.)

    론스타가 산업자본이 아니라는 2011년 금융위의 발표 직후, 이번엔 론스타가 일본에 골프장을 갖고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론스타가 산업자본임이 확인된 것입니다. 그러자 론스타는 2011년 말 이 골프장을 전격 처분했습니다. 그리고 바로 다음달, 금융감독원은 론스타가 골프장을 팔았으니 이제 정말 산업자본이 아니라는 의견을 냅니다.

    ◀권혁세/ 금융감독원장(2012년)▶
    "(론스타 소유 골프장) 매각을 완료함에 따라 현 시점에선 산업자본으로 볼 수 있는 근거는 없습니다"

    이후 서울대학교 초빙교수를 거쳐 새누리당에 입당한 권혁세 전 금감원장은 현재 농협중앙회 이사와 대형 로펌의 고문을 맡고 있습니다.

    ◀권혁세/ 전 금융감독원장▶
    (저희가 론스타 관련 보도를 준비하고 있는데요, 소송이 진행 중이잖아요, 5조원. 론스타는 소장에서‘한국이 산업자본이 아니라고 해줬다’라고 되어 있는데. 그 결정에 지금도 별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시는지)
    "그 당시에 나름대로 저희가 다 검토해서 결정을 내린 것 아니겠습니까? 지금 와서 뭐 특별히 달라질 것 있겠습니까?"
    (그렇다고 하면은 과거를 짚을 필요가 없는 거잖아요?)
    "글쎄요 뭐, 론스타라는 건 어차피 투기자본 아니겠습니까? 사모펀드니까 그렇게 또 사모펀드 답게 행동 하겠죠."





    ◀김의성▶
    네, 충격을 넘어서서 좀 분노를 하게 되네요. 최소한의 반성은 할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고 하더라도 같은 결정을 하겠다는 이야기. 또 공직의 장에게 카메라를 들이댄다고 언론에게 호통을 치는 이런 모습들. 정말 분노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주진우▶
    이게 더 문제입니다. 일개의 장이기 때문에, 공무원이기 때문에 더 대답해야 합니다. 4조 7천억 원을 내주고 5조 원을 더 내줄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뭐가 문제인지 모르고 어떻게 결정했는지도 모르고 있습니다. 우리의 공무원들이. 론스타 사태가 재발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걸 반증하고 있습니다.

    ◀김의성▶
    어쨌거나 일은 벌어졌고, 또 수습하는 사람이 있어야 하는데 이 사태를 수습했던 사람들은 제대로 된 사람들이었습니까?

    ◀양윤경▶
    그렇다고 보기는 좀 어려울 것 같습니다. 문제를 만드는 데에 참여했다는 사람들이수습 과정에 다시 참여하고 있었습니다.

    ◀김의성▶
    그게 무슨 얘기죠. 론스타가 먹튀하는 데에 도와줬던 사람들이 5조원이 걸린 소송까지 담당했었다고요?

    ◀양윤경▶
    네, 그렇습니다. 참 이해할 수 없게도 론스타의 승인을 도와주신 분들이 론스타와 싸우고 있었습니다.





    한국과 론스타의 소송은 국무조정실, 금융위, 기재부 등 6개 부처에서 각각 팀장을 선발해 대응했습니다. 이 6명의 팀장 가운데 3명입니다. 주형환 팀장. 론스타에게 외환은행을 넘기기로 한 2003년,'비밀회의'에 청와대의 대표로 참석했습니다. 박근혜 정권 때 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 기재부 1차관을 거쳐 산업부 장관이 됩니다.

    정찬우 팀장. 2011년 론스타가 피소된 국제 중재재판에서 론스타에 유리한 증언을 한 증인이었는데도 이후 론스타 대응 팀장이 됐습니다. 정 전 팀장은 박근혜 정부에서 금융위 부위원장을 지내면서 최순실 씨의 독일 금고지기에 대한 인사 청탁을 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추경호 팀장.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사고 파는데 실무를 맡았던 추경호 씨는, 론스타 소송에선 국무조정실장으로 대응팀에 참여했습니다. 그래서 물어봤습니다.

    ◀추경호/ 자유한국당 국회의원▶
    (그 isd 소송이 진행 중이잖아요? 론스타 때문에)
    "네."
    (처음에 팀장이셨던 걸로 아는데. 그때 거기에 참석하시는 게 적절치 않다는 지적들이 되게 많거든요.)
    "아니 저는 제대로 일을 해왔기 때문에."
    (팀장을 하시는 게 적절치 않다는 말을 많이들 하시던데 말씀 좀 해주고 가시죠)
    (본회의장 안으로 사라지는 추의원)

    한국이 론스타와의 소송에서 이기려면 론스타가 은행을 갖고 있을 자격이 없었다는 사실을 따지는 게 가장 유리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되면 론스타가 자격이 있다고 결정했던 담당자들의 책임 문제가 불거질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중재재판정은 론스타의 자격을 따지지 않기로 우리 정부와 론스타가 합의한 것으로 안다는 답변서를 보내왔습니다. 우리 국민에게 5조원을 요구하는 론스타와의 소송 전망이 어둡다는 분석이 그래서 나오는 것입니다.





    ◀김의성▶
    정말 한 편의 블랙코미디 영화를 본 것 같습니다. 이 상황을 어떻게 해석해야 되는 거죠. 한 번 모피아는 죽을 때까지 모피아입니까? 김석동, 변양호, 최종구, 권혁세, 정찬우, 추경호. 이 사람들 없으면 안 되는 겁니까? 일할 사람이 없어요? 우리나라 금융위, 우리나라 경제가 이 사람들 없으면 멈추는 건가요?

    ◀주진우▶
    모피아들은 그렇게 얘기합니다. 자기들 없으면 이 나라가 안 돌아간다고.

    ◀주진우▶
    시대가 바뀌고 정권이 바뀌어도 모피아는 살아남습니다. 금융 관료는 영원히 그 자리를 지키고 세습하기도 합니다. 이상하게도 사법체계가 모피아한테는 미치지 않습니다. 외환은행 매각 재판 보셨죠. 정책적 판단. 이 한 마디에 제대로 된 판결이 되지 않았어요. 국정농단 사태 때도 처음으로 영장이 기각된 사람은 조원동 전 경제수석, 모피아였습니다.

    ◀양윤경▶
    이들은 자신들이 국가를 위해서 또 나라의 경제를 위해서 합리적인 선택을 했다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이 결정은 국민에게 큰 부담이 됐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자신들의 결정에 책임지지 않고 또 책임질 것을 요구받지도 않고 있습니다. 그리고 계속해서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금융관료로서, 또 정치인으로 변신해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김의성▶
    네, 정말 거대한 벽이 눈앞에 가로막고 있는 것 같은 그런 느낌입니다. 답답하네요. 이 벽을 뚫을 방법은 없는 건가요?  

    ◀주진우▶
    스트레이트가 계속 주목하겠습니다. 오늘 등장한 인물들이 어떤 자리로 가는지 그리고 어떤 결정을 내리는지 계속 주시하겠습니다. 그리고 여러분께 알려드리겠습니다.

    ◀김의성▶
    네, 양윤경 기자의 활약 기대하겠습니다.



    [취재기자]
    양윤경 imagine040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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