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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이트 11회] 쿠르드 사업 청와대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직보

[스트레이트 11회] 쿠르드 사업 청와대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직보
입력 2018-05-21 08:40 | 수정 2018-05-21 08:40
스트레이트 11회 쿠르드 사업 청와대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직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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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재기자]
    고은상 기자 gotostorm@mbc.co.kr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지난 2015년 펴낸 회고록 <대통령의 시간>. 이 전 대통령은 회고록에 이렇게 썼습니다.

    "해외 자원 개발의 총괄 지휘는 국무총리실에서 맡았다...물론 나 역시도 정상 외교 등을 통해 자원 외교를 위한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였다."

    자신은 측면 지원을 했을 뿐 실무에 깊숙이 개입하지 않았고, 총괄 지휘는 총리가 맡아서 했다는 말입니다. 과연 그럴까? <스트레이트>는 숨진 석유공사 배 과장의 1년 반치 업무용 이메일을 단독 입수했습니다. 배 과장의 이메일을 통해 이명박 전 대통령의 주장을 검증해 봤습니다.

    먼저 2010년 8월 3일자 이메일. 해외 석유기업 인수 합병과 이라크 쿠르드 유전 사업을 청와대 경제수석실에 보고하라는 지시가 떨어집니다. 지식경제부가 석유공사에 통보한 겁니다. 청와대 경제수석실이 해외자원 개발을 직접 챙겼다는 물증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8월 9일자 또 다른 이메일. 메일이 보내진 주소는 CWD.Go.kr, CWD는 청와대의 줄임말. 청와대 경제수석실 김성열 행정관에게 직접 보낸 이메일입니다. 이 메일은 다음 날인 8월10일 청와대 김성열 행정관이 축약해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고합니다.

    "시추 현황이 금일 VIP에게 보고되었음. 공사 제공 자료를 김성열 과장님이 축약함"

    이명박 대통령이 보고를 받기 하루 전인 2010년 8월 9일. 북한은 해안포로 서해 NLL 근처에 약 120발의 포탄을 퍼부었습니다. 일촉즉발의 안보 위기가 발생한 상황에서도 이명박 대통령은 쿠르드 지역 유전의 시추 상황을 꼼꼼하게 챙기고 있었던 것입니다. 쿠르드 유전 사업 내용을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고한 당시 청와대 경제수석실 김성열 행정관에게 사실을 확인해 봤습니다.

    ◀김성열 당시 청와대행정관▶
    (보고하라는 건, 이명박 대통령이 요청하기 때문에 올라가는 거라고 보면 되나요.)
    “저는 그런 걸 알 수 있는 위치에 있지 않았고요.”

    [(대통령에게) 보고 하셨다니까요. 기록에 남아 있는데.]
    “그거는 석유공사가 하는 주장이잖아요. 글쎄요. 그거는 뭐 저희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배 과장이 남긴 석유공사의 업무 메일에는 청와대가 개입했다는 표현들이 여러 차례 등장합니다. 쿠르드 측과 추가 협상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석유공사 간부들이 주고받은 메일입니다.

    (2011년 3월 12일)
    지경부 승인, BH(청와대) 승인을 받은 사항으로 변경 시 수락 불가

    (2011년 3월 21일)
    이명박 대통령에게도 보고한 바 있습니다.

    (2011년 5월 9일)
    쿠르드 계약수정관련 최종적으로 VIP 보고 예정

    단순히 국정 현안을 파악하기 위한 청와대의 당연한 업무라고 하기에는 석유공사의 청와대 보고는 너무 일상적이었습니다.

    고 배 과장의 업무용 이메일과 최중경 당시 경제수석의 증언을 통해 볼 때 청와대는 쿠르드 유전 개발 사업의 아주 사소한 부분까지도 철저하게 챙겼음을 알 수 있습니다. 특히 이명박 전 대통령은 유전 시추 결과는 물론 세세한 계약 변경 내용과 그 과정까지 직접 보고받았습니다. 해외 자원개발이 국무총리 주도로 이뤄졌다는 이 전 대통령의 주장과는 정반대되는 내용.

    이명박 전 대통령이 해외 자원개발에 직접 그리고 깊숙이 개입한 정황이 사상 처음 물증으로 확인된 겁니다. 이명박 대통령에게 사업 내용을 보고하며 극심한 중압감을 느꼈던 배 과장은 쿠르드 유전개발 사업에서 벗어나고 싶은 간절한 심정을 이렇게 기록했습니다.

    "잘못 태어난 이 계약은 언제 마무리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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