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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시 뉴스

[스트레이트 23회 Full] '판사 양승태'의 37년

[스트레이트 23회 Full] '판사 양승태'의 37년
입력 2018-10-08 13:12 | 수정 2018-10-08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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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재기자]

    나세웅 / salto@mbc.co.kr
    김정인 / tigerji@mbc.co.kr


    ◀ 스튜디오 1 ▶


    주진우 안녕하세요. 스트레이트의 주진우입니다. 오늘은 제가 먼저 인사드립니다. 사실 제가 수줍은 성격이어서 먼저 인사하거나 어디 나가서 말하는 것을 무서워하거나 두려워합니다. 그래서 많이 떨립니다.

    권희진 안녕하세요. 스트레이트 팀의 취재데스크 권희진입니다. 김의성 씨가 오늘 부산국제영화제 때문에 자리를 비워서 제가 잠시 이 자리를 우게 됐습니다.

    주진우 사실 김의성 씨가 영화제까지 갈 정도인 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악역으로는 독보적인데 영화제 레드카펫 이 정도 수준 아니었지 않습니까. 그런데 스트레이트를 진행하면서 굉장히 주목 받고, 영화제에서도 주목 받고 있어서 기분이 좋습니다. 혼자 진행하려니 굉장히 걱정이 앞섰는데 권희진 기자가 나오니 든든합니다.

    권희진 주진우 기자는 누구보다도 감회가 남다를 것 같아요. 지난 금요일이죠.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1심 선고가 있지 않았습니까?

    주진우 네, 제가 다스는 누구 겁니까.를 외치고 다닌 지 10년이 넘었는데요. 드디어 법원에서 판결을 받았습니다. 다스는 MB 것이라고. 그래서 뇌물도 횡령도 다 MB의 잘못이라고.

    권희진 주진우 기자가 이명박 대통령에 특별한 관심을 받았잖아요. 그래서

    주진우 네, 저를 많이 사랑하셨어요.

    권희진 네, 수갑 차고 그분 계신 곳 바로 문 앞까지 갔다 오지 않았어요?
    근데 이번에 판결문 읽어보니까 주진우 기자 이름이 판결문에 나오던데요.

    주진우 네, 제가 이명박 대통령을 막 쫓다가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제가 쫓기게 됐죠. 그러면서도 무수한 의혹을 제기하고 자료를 공개했는데 그 자료가 불법으로 수집된 증거였다. 이렇게 피고인 이명박 씨가 주장했습니다. 그런데 판사님께서 다 적법한 취재 과정이었다. 이런 판결을 내려주셨습니다.

    나세웅 그런데 이명박 전 대통령의 이 뇌물 범죄, 횡령 범죄보다 더, 어떤 의미에서는 훨씬 더 심각하고 중대한 사건이 있습니다.

    권희진 나세웅, 김정인 기자가 그래서 여름부터 석 달 째, 국가의 기본을 파괴한 사법농단사건을 취재해오지 않았습니까? 화면 보면 뭐 계절이 바뀌면서 옷들도 다 바뀌는 게 다 나오던데요.

    나세웅 네, 기자들이 취재원을 무작정 기다리는 걸 ‘뻗치기’라고 속어로 얘기하죠.

    주진우 참으로 오래도 하셨죠.

    나세웅 네, 한창 더울 때 뻗쳤던 그런 기억이 나는데요. 벌써 계절이 달라졌습니다. 사법농단사건이 터진 후부터 지금까지 핵심 인물인 양승태 대법원장과 그 주변 인물들 저희가 쫓아 왔습니다. 검찰수사 3개월 만에 드디어 양승태 대법원장은 결국 사상 최초로 피의자가 됐습니다.

    주진우 이거 뉴스입니다. 진짜 뉴스입니다. 이렇게 높은 분이 피의자로 지목되고 압수수색을 당했다. 이거 구속이 멀지 않다는 얘기입니다. 검찰수사가 구속을 코앞에 두고 있을 만큼 많은 진척을 보였다. 이렇게 봐도 됩니다.

    김정인 네, 취재해보니까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긴장하고 있다는 그런 징후가 여러 군데에서 보였는데요. 6월 이후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행적을 추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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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VCR 1. 피의자가 된 대법원장 ▶

    스트레이트 취재진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 추적에 나섰습니다.

    [2018.9.2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자택 앞]

    동이 채 트지 않은 새벽부터
    한낮이 다 되도록 기다렸지만
    나타나지지 않았습니다.

    [2018.9.2 교회 주차장]

    독실한 개신교 신자라는 양승태 대법원장,
    평소 다니던 교회에도 가 봤습니다.

    전화 연결
    “연결이 되지 않아 음성사서함으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모습을 감춘 사이
    사법농단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져갔습니다.

    박상언 부장판사 검찰 소환/ 8월 16일
    "양 대법원장에게 보고될 수 있다는 것은 알고 계셨던 거죠?"

    검찰이 이틀에 걸쳐 대법원을 압수수색하고 전·현직 법관 수십 명이
    검찰 소환 조사를 받았습니다.

    이런 사상 초유의 일에 대해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무어라고 말할까?

    [2018.9.28 양승태 원장 자택 앞]

    집 앞 초인종 / 9월 28일
    "양승태 원장님 집 아닙니까? 아무도 안 계십니까?"

    종적을 감춘 양승태 대법원장.

    지난 9월 말, 검찰은 압수수색 영장에
    그를 '피의자'라고 적시했습니다.

    [2018.10.3 양승태 원장 동네]

    양승태 원장 동네 주민 1
    "그 전에는 반상회 잘 나오시고 했어요."

    반상회도 잘 나오는 친절한 이웃이었지만,
    지금은 잠적 상태.

    양승태 원장 동네 주민 2
    "(요즘에 보셨어요?) 예 못 봐요. 그 분이 뭐 보이게 다니겠어?"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지난 6월까지만 해도 당당했습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 6월 1일 기자회견
    "이거 너무 인기인이 된 것 같은데요."

    집 앞 놀이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재판 거래 혐의를 전면 부인했습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 6월 1일 기자회견
    "재판을 무슨 흥정거리로 삼아서 재판의 방향을 왜곡하고 그걸로 거래를 하고 그런 일은 꿈도 꿀 수 없는, 생각할 수도 없는 일이고..."

    하지만 수사가 진행되면서
    박근혜 청와대의 뜻에 따라
    일제 강제징용과 위안부 피해자 재판에
    개입한 정황이 낱낱이 드러났습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 6월 1일 기자회견
    "제가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건 그런 정책에 반대한 사람이나, 일반 재판에서 특정한 성향을 나타냈다는 사람이나 불이익을 준 적이 전혀 없습니다."

    판사 블랙리스트도 만들지 않았다는 주장.

    그러나 법원 내부에서
    거짓말이라는 반박이 터져 나왔습니다.

    이OO 부장판사 / ‘판사 블랙리스트’ 의혹 피해자
    "저 혼자만 그렇게 (인사이동을) 희망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저 혼자만 갑자기 전격적으로 전보 조치를 내버려서, 5달 동안 패닉(공황) 상태였죠.

    감히 전직 대법원장을 수사할 수 있겠냐는 듯, 여유 있는 태도.

    양승태 전 대법원장 / 6월 1일 기자회견
    (검찰 수사가 시작되면 받을 의향이 있습니까?) "검찰에서 수사를 한답니까?"

    석 달이 지난 지금은
    변호사까지 선임했습니다.

    법무법인 로고스 관계자
    "안녕하세요. 혹시 이 대표(변호사)님 찾아오셨어요?"
    (최근에 양승태 원장님 사건 맡으신 거 맞으시죠?)
    "그것까지는. 네. 저희가 알고 있기는 한데... 정황을... 어떻게 진행했는지는 잘 공유 안 하셨어서.“

    '피의자'가 된 전직 대법원장 양승태,
    그는 모습을 감춘 채
    검찰 소환에 대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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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튜디오 2 ▶

    권희진 얼마 전까지만 해도 검찰이 과연 나를 수사할 수 있겠어? 라는 식의 당당한 모습을 보였잖아요?

    주진우 인기인이 됐다고 놀이터 성명도 하시고요.

    권희진 네, 근데 수사망이 좁혀지고 증거들이 하나둘 드러나고 그러니까 행방을 감춘 채 어딘가에서 법적 대응을 준비하고 있네요. 이거 피의자의 전형적인 행태 아닙니까?

    주진우 그렇게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관심이 집중될 때, 숨고 도망 다니는 거 보통 일이 아닙니다. 굉장히 어렵거든요. 저도 많이 도망 다녀서 좀 압니다.

    김정인 네. 더욱이 양승태 전 원장은 대한민국의 사법부 수장이라는 그런 사회적 지위를 갖고 계신 분이 아닙니까. 그래서 검찰수사만 준비할 게 아니라 지금 불거진 의혹에 대해서 자신의 입장을 국민들 앞에 공식적으로 밝혀야 할 그런 의무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주진우 이렇게 한 나라 사법부의 최고 수장이 구속 위기에 몰린 거는 세계 유래에도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미국에서 대통령이 취임 선서를 할 때 대법원장 앞에서 합니다. 성경에 손을 얹고. 그 정도로 막강한 권위와 신뢰를 가진, 법의 화신 같은 인물이 대법원장입니다.

    나세웅 이 법치의 상징 같은 인물이 피의자가 됐다고 볼 수 있겠죠. 이제 검찰수사는 양승태 대법원장을 향해 가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저희가 방송에서 다뤘었죠. 임종헌 법원 행정처 차장, 박병대 대법관 등 주요 인물들도 곧 소환할 것으로 보이고요. 다음 수순은 사법농단의 핵심인 양승태 대법원장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주진우 사법농단 수사가 핵심으로 치달리고 있네요. 그런데 양승태 판사는 도대체 어떤 판사였길래 법을 무시하고 재판을 거래하고 법원을 망가뜨리는 이런 일을 한 겁니까.

    김정인 네, 흔히 판사라고 하면 우리가 마지막 기댈 수 있는 보루라고 이렇게 생각을 하지 않습니까.

    주진우 그렇죠. 힘없고 가난한 사람들의 최후의 보루죠.

    김정인 네, 근데 하지만 양승태 판사는 달랐습니다. 어두운 현대사를 틈타서 어떻게 정치권력의 비위를 맞춰 왔는지 양승태 판사의 37년간의 행적을 추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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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VCR 2. 양승태, 두 번의 가해 ▶

    1986년 4월 제주도 오재선 씨 집에
    세 명의 남성이 갑자기 들이닥쳤습니다.

    오재선 / 간첩조작사건 피해자
    "까만 지프차가 와서 대기한 다음에 타라고 해서 탔어요. 뒤통수 탁 치면서 머리 숙여서 눈 감으라고 하대요. 눈 떠보니까 육감이. 경찰 모자가 걸려있고." (1.R4)

    영문도 모른 채 경찰서에 끌려간 오 씨는
    45일간, 즉 한 달 반이나 불법 감금된 상태에서 간첩이라고 자백하라며 모진 고문을 당했습니다.

    너무 많이 얻어맞아서 고막이 터지는 바람에 한 쪽 귀로만 겨우 소리를 들을 수 있을 정도, 고문은 그의 청력마저 앗아갔습니다.

    오재선 / 간첩조작사건 피해자
    "여기는 심한 난청이 됐고요, 이쪽은 고막이 완전히 쳐져서..."

    재판장에서 자신은 간첩이 아니라고,
    고문을 당했다고 수없이 호소했지만
    판사는 간첩이 맞다며 징역 7년을 선고했습니다.

    이 판결을 내린 사람은 바로 양승태 판사.

    오재선 / 간첩조작사건 피해자
    "(86년도에 재판 받으실 때 판사가 누구였는지 기억 안나세요?) 양승태. 그대로 밑에 서기 기록관이 기록만 하고 재판 땅땅. 여러 번 부르지도 않대요. 두 번인가 세 번 불러냈던가?"

    양승태 판사가 7년형을 선고한 근거는
    무엇이었을까.

    양 판사는, 오 씨가
    비료 가격이 얼마나 올랐는지 알아봤다는 점, 그리고 전국의 버스 시간표를 갖고 있던 게 기밀정보를 수집한 간첩 행위라고 판결했습니다.

    오 씨는 일본에서 살았던 적이 있고,
    비료 가격과 버스 시간표를 챙겨
    조총련에게 국가 기밀을 제공한
    간첩이라는 것입니다.

    양승태 판사의 이 판결로
    오 씨는 감옥살이까지 한 간첩 딱지를 붙인 채 평생을 숨어 살아야 했습니다.

    오재선 씨 간첩조작 재심 7월 12일

    오재선 / 간첩조작사건 피해자
    (안녕하세요) (저희 법정 안으로 들어가려고요) "지금요?"

    양승태 판사를 마주했던 법정은
    오재선 씨에게 악몽의 장소나 다름없었습니다.

    오 씨는 자신을 간첩이라고 결정했던 이 장소에 32년 만에 다시 나왔습니다.

    오재선 / 간첩조작사건 피해자
    (법정 가셔서 무슨 말씀 하실 거예요?)
    "예? 귀가 어두워서 말을 잘 못 알아듣습니다."

    간첩이라는 누명을 쓴 지
    32년이 지난 뒤에야 진행되는 재심 판결.

    오재선 / 간첩조작사건 피해자
    (할 말은 많으나 입이 안 떨어지잖아요)
    "말주변이 없어서...평범하게 살려고 노력해왔는데"

    오재선 씨는 난 간첩이 아니라고,
    다시 한 번 판사에게 호소해 보겠다고 했습니다

    오재선 / 간첩조작사건 피해자
    "오래 얘기하면 심정이 복잡해서 눈물이 앞서. 제일 나쁜 죄 아닙니까. 사상불순문제라는 게. 대한민국에서 사람으로서 단 하루를 살아가도 양심의 가책을 안 받으면서 살 수 있도록 판사님한테 도와주십사 부탁할 수밖에 없죠."

    재심 결과는 '무죄'.

    죽도록 두드려 맞고 뒤집어 쓴
    간첩이라는 누명을 벗는데 32년이 걸렸습니다.

    오재선 / 간첩조작사건 피해자 (재심 선고) 8월 25일
    (처음부터 잘 됐으면 30년 동안 억울하시지 않으셔도 됐을텐데요.)
    "인생이 바뀌었겠죠. 하하하. 이제는 나이가 있잖아요."

    1975년 박정희 유신 시대에 있었던
    재일동포 간첩 조작사건.

    김기춘 중앙정보부 대공수사국장 / 1975년 11월 22일
    "북괴의 지령에 따라 모국 유학생을 가장하여 국내 잠입, 암약해오던 북괴 간첩 일당 21명을 검거하여..."

    양승태 판사는 이때도
    간첩조작 사건 피해자들에게 최고 무기징역 등 모조리 유죄를 선고했습니다.

    양승태 판사가 유죄를 선고한
    간첩 조작 사건만 모두 6건,
    그러나 이 사건은 나중에 재심에서 모조리 결과가 뒤집혀 무죄가 선고됐습니다.

    박정희 8대 대통령 취임식 / 1972년 12월 27일
    “숭고한 유신 이념을 구현하기 위해서 전 국민의 절대적인 지지 속에 국정전반에 걸친 일대 개혁을 단행해나갈 것입니다.”

    박정희 정권의 폭압을 상징하는
    1974년 긴급조치.

    양승태 판사는 긴급조치 피해자 가운데
    36명의 판결에 배석판사로 참여했습니다.

    긴급조치 판결문 1
    - 술기운에 기차역에서 소리친 김모씨
    "박 대통령이 군인을 했으면 얼마나 했느냐 얼마 남지 않았다"는 취지의 말을 반복. 유언비언 날조해 유포. 징역 1년 6개월.
    긴급조치 판결문 2
    - 수업 중 박정희 유신 정권을 비판한 학원 강사 박모씨,
    "대통령은 처음 출마할 때는 한번만 하고 다시 하지 않겠다고 하고서 세 번씩이나 국민들을 속여 당선" 등 이라고 발설함으로서 사실을 왜곡.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무고한 이들에게 가해진 황당한 판결들.

    여기엔 모두 판사 양승태 이름이 또렷하게 남아 있습니다.

    긴급조치 판결문 3
    - "연세대 시위를 준비하도록 하라는 요청을 받고 이에 동의함으로써 시위로 헌법 철폐를 주장할 것을 음모" 징역 4년.

    박정희 정권 반대 시위를 한 것도 아니고, 하려다가 징역 4년을 선고받은 겁니다.

    영문도 모르고 경찰서로 끌려간 강기종 씨는 고문부터 당했습니다.

    강기종 / 긴급조치 9호 피해자
    "밤새 패는 거야. 심지어는 무릎 꿇려 가지고 확 앞으로 잡아당기면 항문이 나오잖아. 항문을 뾰족한 구두로 발로 차요. 사람 내장이 다 뒤집어집니다. 그렇게 패. "

    경찰서에서 남산 중앙정보부로 끌려간 뒤 고문은 더욱 가혹해졌고,
    중앙정보부는 강 씨 등이 청와대를 유혈 점령하려했다는 혐의까지 씌우려 들었습니다.

    고문으로 조작한 증거를 바탕으로 재판은
    아무도 모르게 비밀리에 이뤄졌습니다.

    강기종 / 긴급조치 9호 피해자
    "(변론할 수 있는 기회를 주잖아요?) 없어요. 안 줘요. 가족이 방청을 하러오면 기자들이 따라오고. 일정을 아무도 모르게 구형 때리고 아무도 모르게 갑자기 선고 때리고. 그렇게 해서 비밀재판이죠."

    고문 조작 혐의를 찾아내기는커녕
    판사 양승태는 공개 원칙인
    형사재판의 기본 원칙까지 무시했습니다.

    양승태 판사는 바로 이 비밀 법정에 앉아
    줄줄이 중형을 선고했습니다.

    당시 양승태 판사가 중형을 선고했던 36명 중 재심을 신청한 20여 명의 피해자들은
    나중에 모조리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

    정권의 입맛에 맞는
    엉터리 판결을 무더기로 내려,
    무고한 피해자들을 양산한 것입니다.

    양승태 판사는 자신의 과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양승태 대법관 후보 인사청문회 / 2005년 2월 22일
    "그 때 시위나 이런 행위로 인해서 처벌받을 사람이 있으면 되도록이면 선처를 하도록 노력했다 이런 기억 정도는 지금 나고 있습니다."


    전현희 의원 / 양승태 대법원장 인사청문회 2011년 9월 6일
    "과거의 군사독재 정권 당시의 사법부의 과오에 대해서 (국민들 앞에) 진심어린 반성과 사죄를 혹시 하실 의사가 있으신가요?“

    양승태 당시 대법원장 후보 / 2011년 9월 6일
    "사과해야 될 그런 기회가 오면 얼마든지 표명할 수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구체적인 권리 구제는 재심 절차나 이런 절차를 통해서 이루어질 것으로 생각됩니다."

    양승태 판사는 과연
    사과하겠다는 약속을 지켰을까.

    오히려 정반대였습니다.

    지난 2015년 3월, 양승태 대법원은
    긴급조치 피해자들에게
    국가가 배상할 필요가 없다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긴급조치는 위헌이지만 긴급조치 발령은
    고도의 정치적 행위로
    국가가 배상할 필요가 없다는 것'

    강기종 / 긴급조치 9호 피해자
    "긴급조치는 고도의 정치행위다. 그게 양승태(대법원)의 궤변이야. 반인류 범죄거든. 그것을 무슨 고도의 통치행위라고 하는 궤변은, 그것은 저 인간이 참 불쌍한 인간입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젊은 판사 시절부터
    그의 판결은 유독
    정권의 이해와 정확히 일치했습니다.

    한홍구 교수 / 성공회대
    "간첩사건을 6건을 유죄 판결을 내린 사람은 양승태 밖에 없더라고요. 긴급조치 사건에서도 12건으로 단연 최고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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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튜디오3 ▶


    권희진 이분, 판사로서의 경력이 아주 특이하네요. 간첩조작사건, 긴급조치사건 같은 중요한 사건에서 이분이 내린 판결마다 사실은 다 엉터리 판결이었다는 거 아닙니까?

    주진우 낙제점이네요.

    권희진 병을 고치는 의사라면 이런 경우에 전문용어로 ‘돌팔이’라고 하지 않습니까?

    주진우 억울함을 풀어주는 게 판사의 역할인데 양승태 판사는 억울한 사람을 더 억울하고 더 원통하게 만드는 법 기술자였습니다.

    김정인 네, 강희철 씨 간첩조작사건에서는 이런 일도 있었습니다. 당시 판결을 맡았던 양승태 판사는 잠시 검사가 자리를 비운 사이에 그러니까 휴정 중에 피해자에게 와서 진짜 고문을 받은 적이 있냐. 이렇게 물어봤다고 합니다. 그래서 피해자는 억울함이 내심 풀어질 수도 있겠구나. 이렇게 기대를 했는데 선고 결과를 보니까 양승태 판사가 무기징역을 선고했었습니다.

    주진우 무기징역이요? 고문을 당했는데. 사실 판사가 다 양승태 판사 같으면 고문할 필요도 없어요. 독재정권 시절에 많은 간첩조작사건이 있었습니다. 고문조작사건이 이루어졌습니다. 특별히 정권의 위기에 오면 이런 간첩사건이 쏟아졌는데요.
    고문 없이도 양승태 판사한테 던져주면 간첩은 계속해서 생산할 수 있는 그런 구조였던 거죠.

    나세웅 원래 법관은 법과 양심에 의해서 판결한다. 이렇게 말하지 않습니까. 그런데 양승태 판사는 법과 양심보다 이 안기부의 의중에 따라서 판결한 거 아니냐. 이런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주진우 딱 김기춘이네요. 딱 김기춘. 그래서 양승태를 법원의 김기춘이다.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세웅 그러니까 시대적 상황이 그래서 어쩔 수 없었다. 이렇게 변명하기도 어렵습니다. 이 서슬퍼런 독재정권 시절에도 모든 판사들이 양승태 판사 같진 않았고요.

    주진우 그럼요.

    나세웅 당시에도 용기 있게 양심과 정의에 따라서 무죄 판결을 내리고 대신 불이익을 감수했던 판사들도 분명 있었습니다.

    주진우 네, 많았습니다.

    권희진 사실 우리도 각자 형편에 따라서 비겁하기 때문에 뭐 정권에 맞서야겠다. 이렇게까지 얘기할 순 없지만 이 앞에서 내용을 보면, 정권의 최전방에서 판사봉을 들고 돌격한 거 아닌가. 이런 느낌이 드는데요.

    김정인 네, 양승태 판사는 특히 독재정부 시절에 시국범죄에 대해서 좀 과한 양형을 이제 선고해 왔다. 이런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시위를 하려다가 붙잡힌 학생한테 징역 4년을 선고하기도 했고 언론의 자유를 부르짖었던 해직 기자들에게 징역 4년에서 9년을 선고하기도 했습니다.
    주진우 9년을 받은 사람들은 뭘 했는지도 모르고 자기네들이 9년을 받았다고 얘기하더라고요.

    권희진 네, 이런 분이 대법원장이 돼서 대한민국 대법원을 6년 동안 지휘한 거군요.

    주진우 그래서 대법원장이 된 겁니다. 그래서 이명박의 눈에 띈 겁니다.

    권희진 이명박 대통령이 또 사람 보는 눈이 굉장히 정확하시지 않습니까?

    주진우 네. 저한테, 조선 최악질 기레기라고 이렇게 말씀하셨다는 얘기를 제가 이명박 씨 측근들한테 들었습니다.

    김정인 네, 양승태 법관은 판사 시절에는 판결로 피해자를 양산하고 대법원장이 된 이후에는 피해자들에게 배상조차 받지 못하도록 그렇게 판결을 내려서 2차 가해를 했습니다.

    나세웅 억울하게 옥살이를 했던 아까 보셨던 그런 피해자 분들이 수 십 년 만에 재심에서 무죄를 받고 조금이나마 원통함을 풀 수 있는 기회가 됐는데, 양승태 대법원이 등장하면서 정말 생각지도 않은 고통이 시작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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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VCR 3. 물고문, 소송 고문에 이제는 돈고문까지 ▶

    광주를 피로 물들인 뒤,
    이듬해인 1981년 전두환 정권은
    공식 출범합니다.

    전두환 정권은 북한의 위협을 과장하며
    간첩 사건으로 불안감을 조장합니다.

    대한뉴스 / 1981.1.30
    "이 땅에 단 한 명의 적이라도 발붙일 수 없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 때 전남 진도에 살던 한등자 씨와 남편 등 일가친척이 이유없이 안기부에 끌려갑니다.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참혹한 고문이 가해졌습니다.

    허현 / 진도가족간첩단 사건 피해자
    "철사를 딱 끊어가지고 여기 성기 오줌 누는데 구멍에 이렇게 해서 여기까지 꼭꼭 쑤셔. 그러면 피가 줄줄 흘러. 그러면 (안기부 수사관) 지들은 신문지 깔고 죽건 살건 웃고 앉아 있어, 자기들은"

    재판정에 선 한 씨 일가는 판사들에게
    고문 사실을 증언하며 도움을 요청했지만,
    판사들은 고문으로 조작한 자백을 근거로
    이들에게 무기징역 등 중형을 선고했습니다.

    이른바 진도 가족간첩단 사건.

    길게는 18년의 옥고를 치른
    한등자 씨 등 피해자들은, 2009년이 되어서야 재심을 통해 오랜 누명을 벗을 수 있었습니다.

    한등자 / 진도가족간첩단 사건 피해자(2009년 11월 13일)
    "하루에 몽둥이를 10대씩 두들겨 맞았어요. 이 여자를 세상에 발가벗겨서 다리 묶고 어깨 묶어서 몽둥이에다 끼워서 지하로 데리고 가니까 간첩이면 나를 죽여줘라 죽어도 좋다 그랬는데 물을 그렇게 매달아 놓고 (물을) 먹이니까... 나는 국가가 이렇게 억울하게 일곱 명을 한 가족을 잡아다가 두들겨서 간첩을 만들 줄은 전혀 나는 생각도 못하고. 세상에, 그렇지만, 이렇게 양심이 없는 짓을... 언젠가는 밝혀질 것이다."

    무죄 선고까지 무려 28년,

    한 씨 일가는 간첩이라는 손가락질을 견뎌야 했습니다.

    판사의 무죄 한마디를 기다리던
    한 씨의 남편은
    고문 후유증으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한등자 / 진도가족간첩단 사건 피해자(2009년 11월 13일)
    "텔레비전에 나고 신문에 났으니까 참말인 줄 알고 다 손가락질을 하고 가시밭에서 살아남았어, 가시밭 속에서. 내가 말을 다 할 수가 없소. 살아나온 일을 생각하면...

    뒤늦게 간첩이 아니라고 결백을 인정받았지만, 송두리째 인생이 망가져 버린
    한 씨와 살아남은 가족들은
    억울함을 조금이라도 풀기 위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습니다.

    1, 2심 재판부는
    '조직적이고 중대한 인권 침해가 있었다'며
    국가가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했습니다.

    법원은
    대법원에서 판결이 그대로 확정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보고 배상액 절반을 미리 지급하도록 허가했습니다.


    박미옥 / 진도가족간첩단 사건 피해 가족
    "(어머니가) ’이건 너희 아버지 피 값인데 내가 한 푼도 쓸 수가 없다’ 그러고 안 쓰시고 빚진 것만 갚고.... 보상이 될 수가 없죠. 아버지 어머니 얘기하고 그럴 때 친구들한테도 아무 얘기도 못하고 방학에 감옥에 교도소에 가서 아버지를 면회를 하고 와야 되는 그런 시절을 살았는데 그걸 보상을 받을 수, 무엇으로 보상이 될 수가 없죠. "


    그런데 양승태 대법원은
    지난 2014년 돌연 1,2심 판결을 뒤집어 버렸습니다.

    나라가 잘못한 일에 대해
    배상금을 청구할 수 있는 기간,
    즉 소멸시효를 3년에서 6개월로
    대폭 줄였기 때문입니다.

    공개 변론도, 의견 수렴도 없이
    2013년 말 갑작스럽게 내놓은 판결이
    기점이었습니다.

    이 판결 때문에
    진도 가족 간첩단 조작사건 피해자들은
    배상금을 한 푼도 받을 수 없게 됐습니다.

    새 소멸시효 기준인 6개월보다
    두 달 늦게 피해 배상을 청구한 셈이 됐기 때문입니다.

    갑자기 시한을 3년에서 6개월로 줄여놓고는 '손해 배상 청구를 늦게 한 게 잘못'이라며, 양승태 대법원은 희한한 논리를 들이댄 겁니다.

    구정모 변호사 / 진도가족간첩단 사건 대리
    "간첩이라는 낙인을 견디기 어려워서 이 땅을 떠난 가족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이 사람들이 다시 이민을 간 경우도 있고 입양된 경우도 있고 이 사람들을 다시 연락해서 원고를 모으고 소송을 준비하는 것 자체가 6개월은 너무나 짧은 시간이고"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니었습니다.

    박근혜 정부는 한 씨 가족에게 이미 정부가 지급한 16억여 원에 이자까지 더한
    21억 원을 내놓으라고 역으로 소송을 냈습니다.

    억울하게 간첩의 가족으로 살아야 했던 고통과 잔혹한 고문 피해에 대한 위자료가
    부당하게 받은 돈이라는 것이었습니다.

    박미옥 / 진도가족간첩단 사건 피해 가족
    "엄마가 이해를 못하시는 거예요. 그걸 그 때부터 (엄마가) 이제 밤잠을 못 자고. 사흘을 한 숨도 못 잤는데 그러고도 나가서 일을 하는 거예요. 이제 나라에서 준 돈을 도로 뺏어간다고 하니 돈이 한 푼도 없잖아요 이제."

    국가가 자행한 조직적인 범죄 피해를 입고도 오히려 거액을 토해내야 하는 기막힌 상황,

    한등자 씨는 충격을 받고 쓰러져
    결국 정부가 소송을 제기한 지 5개월 만인
    지난 2016년 11월 사망했습니다.

    박미옥 / 진도가족간첩단 사건 피해자 가족
    "저는 두 번 죽인 거라고 생각해요. 처음 판결 받아서 저희 아버지는 무죄라는 사실도 모르고 이미 돌아가셨고 저희 어머니는 이게 파기 환송되면서 그 충격으로 (돌아가셨다) 이건 희망 고문이 아니고 두 번 죽인 거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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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튜디오 4 ▶

    권희진 네, 이렇게 억울하게 피해를 입은 국민들한테는 사실 국가가 어떤 배상을 해도 충분하지가 않을 텐데.

    주진우 인생이 날아가고 가정이 파탄 났습니다.

    권희진 네, 그런데 국가의 피해배상기간이 지났다고 이미 준, 그것도 얼마 안 되는 배상금을 도로 뺏어낸다고요?

    주진우 비싼 이자까지 쳐서 돌려받겠다는 거 아닙니까.

    권희진 네, 배상을 해야 된다는 1, 2심 판결을 법리로는 도저히 뒤집을 수가 없으니까 소멸시효를 줄여서 돈을 안 주겠다. 이런 식의 편법을 쓴 거 아녜요?

    주진우 꼼수입니다.

    나세웅 그러니까 혹시 일반인들이 모르는 소멸시효에 관한 어떤 법적인 근거가 있을까. 싶어서 전문가들을 찾아가서 물어봤습니다. 그랬더니 대법원 판결문에도 정확한 설명이 나오지 않고, 법전에도 3년에서 6개월로 소멸시효를 줄인 거에 대한 정확한 근거가 나와 있지 않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꼼수가 맞다는 거죠.

    주진우 네, 양승태 사법부의 가장 야만적인 행태가 바로 이 부분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몇 년 전 일인데요. 인혁당 가족들이 수 십 년 동안 고통에 시달리다가 국가배상으로 조그마한, 조그마한 위안을 가져서 그 회합을 열었어요. 그동안 감사했던 분들한테 밥을 사는 자리였죠. 제가 거기 가서 탕수육하고 자장면을 좀 얻어먹었습니다. 뒤에서 좀 도왔거든요. 그때 가족들이 환하게 웃으면서 “이제는 살게 됐다.” 이러면서 웃었던 게 기억납니다.

    권희진 너무 기뻐서 그때 주 기자를 불렀군요.

    주진우 그런데 얼마 후에 양승태 사법부의 판결이 있었습니다. 배상한 돈을 다 토해 내라고요. 근데 그 돈은 이미 다 써버린 이후였어요. 빚 갚았고요. 집을 얻었고요. 그래서 다 썼는데 이자가 너무 비쌌어요. 그래서 간첩에서 빚쟁이로 전락했어요. 더 큰 고통이라고 그분들이 절규했습니다.

    권희진 얼마나 그 분들도 어렵게 살아오셨습니까.

    주진우 네, 어우

    나세웅 이 부분을 정말 다시 강조하고 싶은데요. 이 이유라는 게 정말 분통 터지는 일입니다. 그러니까 “소멸시효가 지났다.” 그것은 원래 받을 수 있는 돈이었는데 “피해자들이 게으름을 피워서 늦게 청구한 게 문제다.” 전형적으로 피해자들에게 질책하는 논리입니다. 근데 이분들 처음 무죄 호소할 때부터 그리고 형을 살고 나와서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계속 “자기는 죄가 없다.” “간첩이 아니다.” 라고 주장하지 않았습니까?

    주진우 그때 사법부는요.

    나세웅 사법부가 그걸 무시해 왔으면서 이제 와서 그분들에게 “당신들이 게을렀다.” 이렇게 평가하고 있는 겁니다.

    김정인 네, 이렇게 간첩이라는 딱지 때문에 직업도 없이 힘들게 살, 살아온 그런 사람들의 숨통을 끊어놓는 일을 양승태 사법부가 벌인 거라고 할 수 있습니다.

    권희진 근데 양승태 사법부는 왜 이렇게 유독 힘없고 불쌍한 사람들을 괴롭히느라고 애를 쓴 거예요?

    김정인 네, 당시 양승태 대법원장과 박근혜 대통령과의 관계를 살펴보면 그 비밀의 실마리가 조금씩 보이기 시작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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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VCR 4. 와인잔 부딪힌 양승태-박근혜 ▶

    2015년 8월 6일, 양승태 대법원장이
    박근혜 대통령과
    청와대에서 오찬을 함께 했습니다.

    법원행정처가 친박 핵심 이정현 의원에게
    유명 한식당에서 접대를 하면서까지
    공들여 성사시킨
    대법원장과 대통령의 단독 면담.

    이 자리에선 어떤 말이 오갔을까?

    대법원은 이 자리에서
    두 사람이 얘기할 내용을 적은 말씀자료를
    자신들이 대신 작성해 청와대에 보냈습니다.

    말씀자료를 보면 양승태 대법원장이
    박정희 정권에 유리하게 내린 과거사 판결로 1조원 넘는 국가재정을 아꼈다고 설명합니다.

    대법원 판결로 아낀 금액이 얼마인지
    깨알같이 자랑합니다.

    VIP 말씀자료
    - "민간인 집단 학살 사건 배상 대상자는 9천 6백명. 한 명당 평균 1억 3600만원으로 모두 1조 3천억 원이 들어가야 했지만 대법원 판결로 대부분의 예산을 줄일 수 있었다." ///

    이 뿐만이 아닙니다.

    VIP 말씀자료
    - "긴급조치 유죄로 1140명에 평균 5억 배상 판결, 배상금 모두 5500억 원. 대법 판결로 전액 면제됨."

    대법원 판결로 과거사 피해자들에 대한
    국가 배상에 제동을 걸어
    5천5백억 원을 아꼈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박정희 대통령의 긴급조치는
    '고도의 정치행위'라면서
    피해자들에 대한 국가의 배상 책임이 없다고 한 판결을, 양승태 대법원의 치적으로 꼽았습니다.

    말씀자료에 나온 박근혜 대통령의 답변은
    "긴급조치 대법원 판결을 칭찬"하고,
    "나랏돈 1조원 아낀 판결을 치하"한다는 내용.

    그러니까 양승태 대법원은 박근혜 대통령에게 우리가 과거사 판결을 잘해 돈을 아꼈으니,
    칭찬해 달라고 써서 청와대에 보낸 겁니다.

    양승태 대법원이
    박근혜 대통령과의 오찬을 준비하며 만든
    '과거 왜곡의 광정'이라는 문건.

    여기엔 대법원의 국정운영 협력 사례가
    빼곡하게 열거돼 있습니다.

    가장 먼저 꼽은 건 바로
    긴급조치와 간첩조작 피해자들에게
    2차 가해를 한 판결이었습니다.

    이명춘 변호사 / 간첩조작사건 변호인
    "(이번 사태를 보니 약자들이) 법이라는 걸 딛고 살다가 그게 없어진 거예요. 중요한 것은 가장 약한 사람들을 거래 대상으로 삼은 거예요. 힘있는 사람들 하면 그래도 좀 괜찮은데 가장 약한 사람들을 다시 한 번 밟는, 그걸 보면서 반인권적인 태도여서 할 말이 없습니다."

    그런데 이 단독 면담 한 달 뒤,
    법원행정처에 비상이 걸렸습니다.

    서울중앙지법의 김 모 부장판사가
    대법원 판례를 거스르고 긴급조치 피해자들에게 국가가 배상을 해야 한다고 판결한 겁니다.

    이재정 국회의원 / 당시 긴급조치 피해자 소송대리
    "(김 부장판사가) 1심 법원 판결을 작성하기로 하면서 본인은 고등 부장판사 승진을 포기했었다 라고 합니다."

    그러자 양승태 대법원은 김 부장판사를 징계하는 방안을 검토합니다.

    심지어 김 판사를 징계하기 위해 해외 사례를 찾아내라고 지시하기도 했습니다.

    자신의 입맛대로 판결하지 않았다고
    판사들이 법과 양심에 따라
    독립적으로 재판할 권한을
    짓밟으려고 한 겁니다.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 A (음성대독)
    "정말 미친 짓이죠. 그걸 징계사유로 삼는다는 건 판사한테 기계가 되라고 하는 것인지. 모든 국민을 하나의 정신으로 생각하는 유신시대에나 가능한 생각 아닐까요? 70년대 사고 방식 같아요."

    지방법원 판사 B
    "양승태 대법원장님께서 굉장히 통제적인 말씀을 많이 하셨죠. 튀는 판결 하지 마라고 하셨는데 도대체 누구의 관점에서 튀는 판결이냐... 굉장히 부적절했다고 나는 생각하거든요."

    더 큰 문제는 2심부터였습니다.

    김 판사가 불이익을 감수하면서 소신껏 내린 이 판결은,
    항소심에서 즉각 국가의 배상 책임이 없다는 결정으로 뒤집혔고 이 판결은 대법원에서 곧바로 확정됐습니다.

    대법원의 의도와 다른 판결은
    신속하게 뒤집어 버린다는 법원행정처의 시나리오에 따른 것이었습니다.

    법원행정처 문건
    - "사건 신속 처리 트랙 (fast track). 1심에서 대법원 판례를 정면으로 위반하는 판결이 선고될 경우, (중략) 항소심에서 사건 처리를 신속하게 필요가 있음"

    그런 양승태 대법원은 스스로도
    과거사와 관련된 자신들의 판결에
    문제가 있었음을 잘 알고 있던 걸까?

    양승태 대법원은
    헌법재판소가, 자신들의 판결을
    뒤집으려 하는지 감시하기 위해 스파이를 보내 정보를 샅샅이 빼돌렸습니다.

    스파이는 헌법재판소에 가서
    파견 근무를 하던 최희준 부장 판사.

    최 부장 판사는 긴급조치 등 과거사 판결,
    그리고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 심판 일정 등 헌재의 핵심 정보를 빼돌려
    양승태 대법원에 꼬박꼬박 보고했습니다.

    헌법재판소에 새로 파견을 가는 판사들에게는 스파이 업무를 인수인계 했다고 합니다.

    헌법재판소 파견 판사 C (음성대독)
    - "평연구원들(판사들) 불러놓고 '너희들 이제 나와서 내가 한 것만큼 잘해야 된다' 교육시킨거죠. 법원에서 민감하게 생각할 수 있는 사건들. 부장(판사)한테 알려주라고 했습니다."

    양승태 대법원의 스파이 판사들을 최종 관리한 의혹의 핵심 인물은 대법원의 이규진 부장판사.

    헌법재판관 개개인의 의견까지 모아서
    양승태 대법원장에게 곧바로 보고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왜 그런 짓을 했는지 묻기 위해
    이규진 판사를 찾아갔습니다.

    이규진 부장판사
    (과거사와 관련된 것도 헌재에서 평의 내용 뽑아가지고 대법원에 전달을 하셨잖아요. 양승태 원장의 지시가 있었나요?)
    "그건 검찰 가서 나와서 다시 진술하겠습니다."
    -- 차에 타는 중 --
    (헌법재판관의 개개인에 대한 것(평의 내용)까지 다 얘기했잖아요.)
    "다음에... 그건 검찰에서 진술할 것이기 때문에 지금 말씀 드리는 게 뭐. 저는 그건 지금 정확히 모르겠습니다."
    (양승태 원장의 지시가 어느 정도까지 있었는지 말씀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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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튜디오 5. ▶

    주진우 양승태 사법부는 국가 피해자들을 사지로 몰아놓고는 돈을 아꼈다고 깨알처럼 자랑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박근혜 대통령한테 칭찬해달라고 자랑하는 거예요.

    권희진 이걸 보면 양승태 판사는 초년 판사 시절부터 절대 한눈 팔지 않고 오로지 정권만을 바라보는 외길을 걸어왔다. 이런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 같네요.

    주진우 초지일관은 보입니다.

    김정인 네, 문제는 이런 양승태 사법부를 두고 호위하기 바쁜 그런 언론들이 있다는 겁니다. 조선일보는 검찰의 사법농단수사를 두고 삼권분립을 흔드는 나쁜 선례가 될 수 있다면서 수사에 반기를 들었습니다.

    나세웅 삼권분립이 흔들린 사안을 조사하자니까 그거 때문에 다시 흔들린다고 주장하는 격이죠. 문화일보는 일선 취재부장이 현재까지 이 재판거래의혹은 증명된 바 없는 선동이라고 아예 단정적으로 기사를 내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양승태 지키기에 나선 겁니다.

    주진우 아니, 판사들 잘못했으면 그러면 이거는 수사하면 안 됩니까?

    김정인 네, 사실 그동안 법원 내부에서는 몇 번의 과거사 청산 시도가 있었는데요. 양승태 판사처럼 과거에 긴급조치 유죄 판결을 한 판사들의 목록을 만들거나 이렇게 해서 모아서 자치 조사를 하기도 했었습니다.

    나세웅 그런데 2008년이죠.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사법부의 이 과거사 청산 작업이 사실상 흐지부지 되고 말았습니다.
    주진우 더 기가 막힌 건 양승태 사법부에서 판사들을 스파이로 이용했다는 거예요.
    권희진 스파이 짓을 하는 판사, 이거 너무 어울리지가 않아 가지고 뭐 감히 상상이 안 되는데요.

    김정인 네, 도대체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검찰수사가 제대로 돼야 할 텐데요. 영장이 계속 기각되고 있어서 수사가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주진우 정의의 마지막 보루인 재판부가 정의를, 진실규명을 막고 있는 겁니다.

    나세웅 그래서 방탄심사, 방탄영장심사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판사들의 압수수색영장 기각 사유를 하나하나 보면, 황당하다 못해 기발하기까지 합니다.

    ====================================



    ◀ VCR 5. 영장이 왜 이래. ▶

    사법농단의 핵심인물 유해용 변호사.

    유 변호사는 작년까지 차관급인
    대법원 수석 재판연구관으로 근무했습니다.

    실제 박근혜 청와대가 주목하던 사건들의
    재판 정보를 빼내 법원행정처나
    청와대에 넘겨준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유 변호사는 올해 법원을 떠나면서
    연구관이 쓴 재판보고서 1만여 건을 무단으로 빼돌린 사실이
    검찰 수사도중 추가 적발됐습니다.

    재판 거래를 입증할 증거가
    들어 있을 수도 있는 상황.

    검찰이 즉시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했지만 기각했고,

    다시 영장을 청구했지만
    박범석 영장전담판사가 또 기각했습니다.

    "재판보고서를 수사기관이
    확보하면 재판의 본질적인 부분이 침해된다"는 이유를 내세웠습니다.

    유출 문건에
    비공개가 원칙인 대법관들의 논의 등
    내밀한 정보가 들어 있어
    재판의 공정성이 무너질 수 있다는 취집니다.

    현직판사 A / 음성대독
    "재판의 본질을 침해한다, 이게 대체 무슨 말인가. 생각할수록 이해가 어렵습니다. 그 재판에 재판 개입이 있었는지 수사로 확인하면 원래 공정한 재판이 공정해지지 않게 된다는 건지."

    그러나 영장 청구와 기각이 반복되는 사이
    유해용 변호사는 빼돌린 자료를 삭제했습니다.


    유해용 변호사 /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
    "제가 관련 자료를 계속 가지고 있는 한 검찰이 끊임없이 저를 압박할 것이고 그거로 인한 스트레스가 너무 극심해서 부득이 어차피 법원에서도 범죄가 성하지 않는다고 판단을 하셨기 때문에 문제가 없을 것으로 생각하고 폐기를 하게 되었습니다."

    사실상 증거 인멸에 나선 셈.

    유해용 변호사
    "(재판보고서 1만건은) 대법관들 판결 내용하고 직결되는 거 아닙니까? ...

    그거 인쇄해서 변호사 사무실에 두신 이유는 무엇입니까? ...

    혹시 고객들에게 (대법원 판결 기밀을 알고 있다고) 영리 목적으로 과시하셨습니까?"

    뒤통수를 맞은 검찰은
    유 변호사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이번엔 허경호 영장전담 판사가
    구속을 막아섰습니다.

    그러면서 찜찜했는지,
    대법원의 재판보고서를 유출하고 파기한 게 "죄가 되지 않는다." 그리고 "재판보고서 공유는 관행"이라면서, 변명하듯 이례적으로 장문의 기각 사유까지 내놨습니다.

    현직 판사 B / 음성대독
    "가지고 나간 재판보고서 사건 대부분이 지금도 대법원에 계류돼 있을 건데.. 처리 방향 검토한 것도 다 (내용이) 있거든요. 그런데 그거 가지고 사건 수임까지 했잖아요. 심각한 문제죠."

    특히 법원행정처에 대한 압수수색을 막을 땐, 창의적인 사유가 동원됩니다.

    이언학 영장전담 판사.

    '자료 제출부터 요구하라'며
    사법 농담의 핵심인 법원행정처에 대한
    압수수색을 막았습니다.

    수사 대상자에게 "자료를 달라"고 부탁하고, 주지 않는다고 하면 그 때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해보란 말입니다.

    허경호 영장전담판사 역시
    같은 이유로 법원행정처 윤리감사관실에
    대한 압수수색을 불허했습니다.

    검찰이 자료를 요청하면
    "자발적으로 제출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되도록 강제적인 방법을 동원하지 말고 수사 대상의 선의를 믿으라는 뜻으로 풀이됩니다.

    박판규 변호사/ 전 판사
    "수사라는 건...(수사) 상대방에게 무엇을 어떤 자료를 지금 찾고 있는지를 알려주지 않아야 그 자료를 확보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요청 하라는 얘기는 결국 뭘 우리가 원하는지를 다 알려주라는 얘기여서 적절치 않다고 생각합니다."


    박근혜 청와대의 국정농단 등
    다른 사건의 압수수색 영장 발부율은 90%.

    양승태 대법원의 사법농단과 관련한
    압수수색 영장은 10%만 발부됐습니다.

    영장 전담 판사들이 진실 규명을
    방해한다는 여론이 들끓었습니다.

    드디어 지난달 30일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전 대법관들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이 발부됩니다.

    먼저 사법농단의 핵심 피의자 양승태 대법원장.

    그런데 자택이 아닌 개인 차량만
    압수수색을 허락했습니다.

    현직 판사 C / 음성대독
    "처음 봤습니다. 차량을 이용한 범죄나 차 안에서 범행이 일어난 경우가 아니면 주거지랑 차가 같이 나오지, 차량만 발부되는 건 이상하죠."

    강제징용 관련 재판을
    박근혜 청와대와 거래한 혐의를 받고 있는
    피의자 박병대 전 대법관.

    역시 자택은 기각하고
    지난 7월부터 사용하지도 않는
    성균관대 연구실에 대해서만 영장을 내줬습니다.

    대법관들의 자택엔
    "증거 자료가 있을 개연성이 부족하다"는 게 그 이윱니다.

    과연 그럴까.

    <스트레이트> 취재결과
    피의자 차한성 전 대법관은
    사무용 USB메모리를 자택에 보관하다가
    검찰의 요청에 못 이겨 내놨습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도
    자택 서재에 두고 있던 USB 두 개를
    역시 검찰 요구로 뒤늦게 제출했습니다.

    핵심 증거가 승용차나 빈사무실에 있을 거라는 법원의 추측이 보기 좋게 빗나간 셈입니다.

    현직 판사 A / 음성대독
    "'자료가 있을 가능성이 없다' 이런 표현들은 앞으로도 두고 두고 비웃음 거리가 될 수 있습니다. 앞으로 영장 발부하려고 하면 판사들이 실제 가서 보고 거기 있는지 확인하고 발부해 줘야 된다는 얘기냐."

    이 USB에선 대법원장 재직 당시 쓰던 폴더가 지워진 흔적이 나타났습니다.

    검찰이 확보할 수도 있었던 증거가
    법원이 영장을 기각하는 사이 사라졌다는 의미입니다.

    =================================


    ◀ 스튜디오6 ▶

    권희진 네, 이런 판사들한테 우리가 재판을 믿고 맡길 수 있을까요?

    주진우 저는 무서워요. 저는 아직 재판이 많이 남았거든요. 그런데 법과 양심이라는 게 살아있어야 되지 않습니까. 그런데 이렇게 정치적으로 이렇게 판결하니까 무섭습니다. 지금 사법농단에 대해서 저희가 취재를 계속하고 있는데 이런 얘기를 해도 되는지 두렵기까지 합니다.

    권희진 네, 뭐 이런 상황까지 되고 나니까 지난 9월17일이죠. 전국에 로스쿨과 법대 교수들이 성명서를 내고 의혹이 제기된 법관들을 탄핵하고 특별재판부를 설치해야 된다. 이렇게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잖아요.

    나세웅 네, 그렇습니다. 검찰수사가 잘 돼서 진실이 규명된다고 해도 지금 문제의 법관들이 주요 재판부를 맡고 있는 한 과연 공정한 재판이 될 것인가. 이런 의문이 나오기 때문인데요.

    주진우 네, 공정성에 의심을 살 수밖에 없습니다.

    나세웅 맞습니다. 그래서 문제의 법관을 먼저 탄핵해야 된다는 주장이 나옵니다.
    주진우 탄핵 가능합니다.

    나세웅 네, 법관 탄핵은 국회 제적위원의 1/3 이상이 발의를 하고 다시 제적위원의 과반수가 찬성하면 가능합니다. 이 탄핵 소추가 그렇게 되면 되기 때문에 국회가 나서야 됩니다.

    김정인 네, 독립된 특별재판부를 꾸려야 한다는 그런 이유도 같은 이유인데요. 혐의가 있는 법관들이 속해있는 재판부에게 셀프 재판을 맡겨서는 안 된다. 이런 지적입니다.



    권희진 양승태 대법원장이 피의자가 되는 중대한 사건이 벌어지면서 오늘 스트레이트는 이 사건을 긴급히 다뤄봤는데요. 다음 시간에는 예고 드린 대로 이명박 청와대 흥신소 2부, 그리고 삼성의 노조파괴수사를 막은 배후를 파헤치도록 하겠습니다.

    주진우 끈질긴 추적 저널리즘 탐사기획 스트레이트, 다음 시간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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