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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이트 31회 Full] 정권 1호 간첩사건 -그는 왜 북한 프로그래머를 고용했나-

[스트레이트 31회 Full] 정권 1호 간첩사건 -그는 왜 북한 프로그래머를 고용했나-
입력 2018-12-03 13:08 | 수정 2018-12-03 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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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재기자]
    이정신 / geist1@mbc.co.kr
    나세웅 / salto@mbc.co.kr

    ◀ ST 1. ▶

    김의성 안녕하십니까. 스트레이트 김의성입니다.

    주진우 안녕하세요. 주진우입니다.

    김의성 바로 그제였죠. 경의선 철도 연결 사업이 중단된 지 10년 만에 다시 남북 간 철도공동조사가 시작됐습니다. 분단 이후 70여 년 간 끊겨 있었던 남북 간의 철로가 다시 연결되리라는 희망이 부풀고 있습니다.

    주진우 온갖 난관을 뚫고 화해와 협력의 길이 열립니다. 길이 열린다는 것은 마음이 열렸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서울에서 기차를 타고 평양을 거쳐 만주를 누비고 모스크바와 프랑스 파리까지 기차로 한 번에 가는 대륙철도의 시대. 기대감이 상당히 큽니다.

    김의성 네, 저도 상당히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오늘 들려드릴 이야기는 이 새로운 남북 화해협력의 시대에는 좀 어울리지 않는 그런 이야기입니다.

    김의성 이정신, 나세웅 기자. 이 의문투성이 간첩 사건을 취재해오셨다고요.

    이정신 네. 현 정부에서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구속된 사례로는 첫 번째, 1호 사건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지금껏 봐왔던 간첩사건이나 간첩조작사건과는 참 다릅니다. 등장인물부터 장소, 소재까지 매우 특이합니다.

    나세웅 네. 한 사업가가 10년 넘게 얼굴 인식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데에 몰두했고 세계적으로 그 기술력을 인정받게 됐습니다. 그런데 지난 8월 갑작스럽게 간첩 혐의로 구속됐습니다. 그 경찰의 수사 과정이 석연치 않은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습니다. 먼저 왜 이 사업가가 간첩 혐의로 붙잡혔는지 그 이유부터 보겠습니다.

    ◀ END ▶


    ==VCR1 현 정권 국보법 위반 1호 구속 =

    ◀ 리포트 ▶

    국내 한 중소 IT업체가 개발한
    얼굴 인식 프로그램.

    컴퓨터 카메라나 CCTV에 잡히는 얼굴이
    누구인지 파악해주는 기술입니다.

    등록되지 않은 얼굴이 나타나면
    경고를 보낼 수도 있고,

    여러 사람들의 얼굴도
    동시에 파악할 수도 있습니다.

    화면 속 인물의 성별 정보와 추정 나이,

    그리고 카메라로부터 1.2미터 가량 떨어져
    있다는 거리 정보도 알 수 있습니다. //

    김문영 / 김호 씨 업체 전 임원
    "(실제 나이) 전후로 해서 5살 정도 어레인지(범위)를 측정하는 거고요. 기존에는 카메라 두 대를 이용해서 거리를 측정했었는데 카메라 한 대로써 거리를 측정해내고 있기 때문에 경쟁력이 생긴 거죠"

    출입 보안 통제부터,
    매장 결제 시스템까지 응용 분야가 다양합니다.

    특히, 적은 데이터로 얼굴의 특징들을
    인식해내는 속도가 빨라
    지난 2014년과 2017년
    미국 국립기술표준원, NIST의 테스트에서도 내로라 하는 전세계 기업 제품들과 경쟁해 각각 2위와 6위를 기록했습니다.

    김 모 씨 / 개발업체 해외영업 담당
    "미국에 AVENTURA(미국 보안업체)에 판매하고 난 다음에 NIST(미국 기술표준원) 인증 연거푸 상위권에 입상하고 난 다음에 그 다음에 해외에 많이 나가게 됐습니다.일본에도 판매 됐고, 중국에도 나갔고"

    국내서도 지난 2013년
    한국인터넷진흥원의 성능 인증을 받고

    여러 대기업들에 납품되며
    주요 방송의 주목을 받기도 했습니다.

    SBS 생활경제 / 2015년 4월 27일
    국내에도 얼굴인식 기술연구를 개발한 벤처 기업이 있어...
    KBS 9시 뉴스 / 2014년 2월 8일
    상용화된 지 6개월 만에 2000여 건의 판매 계약을 맺었습니다.

    그런데 지난 8월
    이 업체 사장 김호 씨가
    이른 아침 집으로 찾아온 경찰에
    느닷없이 체포됐습니다.

    끌려간 곳은
    서울지방경찰청 보안수사대 신정동 분실.

    김 씨의 혐의는 놀랍게도
    국가보안법 위반, 간첩 혐의였습니다.

    대북 사업가인 김 씨가 북한 개발팀에게
    프로그램 개발 하청을 준 것이 문제가
    됐습니다.

    김 씨는 북한과의 거래가 합법이던
    지난 2007년부터 중국 국적의 중개업자를 통해 중국에 나와 있는 북한 프로그램 개발팀에게 개발을 맡겨왔습니다.

    통일부에 정식 신고를 하고 시작한 사업인데다 중국 사업자를 중간에 끼고 북한 개발팀에 하청을 주는 제 3자 중개 방식이었지만, 김 호 씨에게 적용된 혐의들은 무시 무시했습니다.

    프로그램을 개발해준 하청 대금으로
    중국 사업자를 거쳐 북한 개발팀에
    지난 7년 동안 모두 10억 원 정도를
    개발비로 줬는데,
    이건 국가보안법상 반국가단체인 북한을 이롭게 한 '편의 제공'이 됐습니다.

    북한 개발팀이 개발한 240여개 프로그램 파일을 이메일로 받은 것은 반국가 단체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행위에 해당된다는 것.

    경찰은 애시당초 김 호씨가 거래하는
    중국 중개업자나 북한 개발팀장이
    북한의 지령을 받는 대남 공작원으로 전제하고 있었습니다.

    이러면 사업상의 단순 '상거래'도
    국가보안법상 간첩 행위가 되는 것입니다.

    개발에 참고하라며 관련 기술 논문 40여 편을 북한 개발팀에 보낸 것도 이적 행위,

    또 다른 사업자가 김 호씨에게
    기술 개발이 가능한 지 타진하며 보낸
    방위사업청 입찰 정보 일부도
    북한 개발팀에 넘겨준 '국가기밀'이라고
    공안당국은 못 박았습니다.

    경찰은 또 김 호씨가 북한 개발팀으로부터
    전달받은 얼굴인식 프로그램 일부에
    악성코드가 있어 북한이 사이버테러를
    일으킬 수도 있다고도 했습니다.

    세 아이의 아빠인 김호씨는
    지난 10여년 매진해온 대북 사업의 결실을
    채 보기도 전에, 이렇게 현 정부 들어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처음 구속된 1호 간첩 수감자가 됐습니다.

    임미자 / 김호 씨 어머니
    "난 이렇게 크게 오래까지 갈 줄 몰랐거든요. 곧 끝날 줄 알았더니. 세상이 이렇게 오래가니 애들이 만날 아빠를 찾고 애들 보면 짠하고."
    ◀ END ▶

    ◀ ST 2.▶

    김의성 국가기밀을 알려주고 이적 행위를 하고 편의제공에 금품수수, 혐의만 보면 엄청난 간첩사건 같네요.

    나세웅 국가보안법의 여러 혐의가 적용됐는데 그 가운데 자진 지원이라는 혐의만 봐도요. 7년 이하의 징역형. 미수에 그쳐도 처벌 받게 되는 무서운 범죄입니다.

    주진우 중범죄네요, 중범죄

    이정신 그런데 정작 당사자인 김호 씨는 옥중에서 저희 스트레이트 팀에 서신들을 보내오고 있는데 그걸 보면 경찰조사에 대해서 조목조목 반박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나세웅 이 서신들인데요. 반박내용 중에 저희가 이 사건에 주목하게 된 계기가 있었습니다. 바로 국정원이었습니다. 김호 씨는 나는 간첩이 아니다. 오히려 국정원을 도와주고 있었다. 그리고 국정원은 이미 내 사업의 내용을 다 알고 있었다. 이렇게 주장했는데요. 이와 관련된 국정원의 문건을 저희 스트레이트가 단독으로 확보했습니다.

    ◀ END ▶

    = VCR2 단독-국정원 "김 호는 협조자" =

    ◀ 리포트 ▶

    지난 2010년 천안함 사건이 발생하자,
    남북교역을 사실상 전면 금지하는 5.24 조치가 내려집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 / 대국민 담화 2010년 5월 24일
    "북한은 자신의 행위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르게 될 것입니다. 남북간 교역과 교류도 중단될 것입니다."

    그 이듬해인, 2011년 말

    김호 사장은 낯선 번호의 전화를 받습니다.

    대북 첩보 수집을 담당한다는 국정원 '이 실장', 한번 만나자는 전화입니다.

    정부 방침에 따라 김 사장의 대북 사업을
    중단시키기 위해서였을까.

    정반대였습니다.

    '이 실장'은 북한 개발자들과 얼굴인식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는 김 사장의 설명을 듣고도 제지는커녕 반색합니다.

    "북한 IT개발 정보를 알아봐 달라"고 요구한 겁니다.

    '이 실장'은 한 달에 한 번 꼴로
    비싼 술을 사주며 김 사장과 친밀도를 높였습니다.

    국정원의'신뢰성 검증' 단계입니다.

    대상자가 국정원에 정보를 줄 수 있는 사람인지 어떤 정보까지 접근이 가능한지 살펴봤다는 의미입니다.

    그리고 석 달 뒤.

    이 실장은 본격적으로
    협조 요청을 하기 시작합니다.

    "북한의 보안 프로그램을 구해달라"는 것입니다.

    김호 사장은
    북한 개발자로부터 북한 보안 프로그램
    '클락새'의 최신 버전을 입수해
    국정원에 이메일로 보냅니다.

    격려금 50만 원이 현금 지급됩니다.

    김호 씨 자필서신 / 11월 28일자 음성대독
    "제가 당시 며칠 만에 최신 버전을 북한 박두호 박사로부터 요청해 건네줘서 상당히 놀라워 한 것으로 압니다. 북의 방비(상태)를 점검하는 목적이었을 겁니다."

    테스트에 합격한 것일까.

    다음엔 노골적인 공작을 제안합니다.

    국정원 담당관 ‘이실장’ / 김호 씨 진술, 음성대독
    "호야. 박두호를 여기로 데려오면 어떨까.“

    김 사장의 북한 개발팀을 총괄하는 인물,
    박두호 김일성대 정보기술연구소장을
    탈북시키자는 얘깁니다.

    올해 54살의 박 소장은
    김일성대 수학과를 최우등 졸업한 수재로,

    국정원이 요청한 보안 프로그램
    '클락새'를 개발한 장본인입니다.

    구글의 에릭슈미트가 북한을 방문했을 때
    안내를 맡기도 했을 만큼 북의 국가적 인사입니다.

    '박두호를 탈북 시키면 내 사업이 깨진다'며 김호 사장은 공작 제안을 거부했지만,
    국정원과의 협조 관계를 계속 이어갑니다.

    2013년 인사이동으로 '이 실장'이 떠나자,
    이번엔 '권 이사'란 국정원 직원이
    김호 사장을 찾아옵니다.

    김 사장은
    북한 개발팀과 메신저로 대화한 내용은 물론 북한 IT 현황, 북한 내 쌀 가격 등
    대북 사업을 하면서 얻게 되는 북한 정보를 수시로 보고 합니다.

    북한 프로그래머가 개발해
    사이버 테러에 이용될 수 있다던
    얼굴 인식 프로그램들을 아예 통째로
    국정원에 전달했습니다.

    국정원의 검증을 받았으니
    대북 사업의 안전판을 마련됐다고
    생각했다는 김 사장.

    이승복 / 김호 씨 친구
    "평상시에 ‘5.24 조치 이후에 이렇게 북한 개발팀을 데리고 일을 하는 게 리스크(위험)가 크지 않으냐 위험하지 않으냐’ 라고 했을 때 김호 사장은 '국정원에 알리기 때문에 문제될 게 전혀 없다'라는 얘기를 했죠"

    도대체 김호 사장과 국정원의
    관계는 무엇이었을까..

    국정원이 직접 작성한 문건을
    <스트레이트>가 단독 입수했습니다.

    국정원이
    경찰의 수사 기록을 넘겨받은 검찰의 질문에 공식 답변한 문건입니다.

    "김호 사장을 '일반적인 협조자'로
    활용했다"고 시인합니다.

    첩보 활동의 '협조자'로
    "박두호를 통해 북한 소프트웨어를 입수할 것"
    "북한 IT 관련 정보 수집을 할 것"
    "개발팀에 접근하는 한국인을 제보할 것"
    등을 요청했다는 것입니다.

    김 사장에게 다섯 차례
    모두 110만 원이 격려금과 축의금으로
    지급됐다는 내역도 밝혔습니다.

    그런데, 2011년부터 2014년 2월까지
    김호 사장이 국정원에 '협조'한 기간은
    김 사장이 북한 개발팀에 개발비를
    '자진 지원'하고, '군사 기밀'을 누설했다며
    경찰이 집중 수사를 벌였던 바로 그 기간입니다

    그러니까, 경찰 수사대로라면
    김호 사장이 간첩 행위를 하고 있는 동안에 간첩을 잡아야할 국정원이 활동 전반을 보고 받으면서 묵인한 꼴입니다.

    당시 김호 사장을 담당한 국정원 직원들에게 정확한 이유를 묻기 위해 연락했지만
    모두 연락을 받지 않았습니다.

    ☎ ‘이실장’ / 국가정보원
    없는 번호입니다. 다시 확인하신 후...
    ☎ ‘권이사’ / 국가정보원
    연결이 되지 않아 삐 소리 후...
    ☎ ‘최이사’ / 국가정보원
    전원이 꺼져 있어 삐 소리 후 소리샘으로 연결되오며 통화료가 부과됩니다

    국정원은 검찰에 보낸 회신문에서 김 사장이 '북 프로그래머와 하청관계에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으나 허용한 적은 없다'는 답변을 내놨습니다.

    북한 IT 하청 사업의 내막을 알고 있었고
    그에 따라 예산까지 지급하며
    첩보를 지속적으로 보고 받았지만,
    '대북 사업을 해도 된다고 하진 않았다'는
    궁색한 답변입니다.

    ◀ END ▶


    ◀ ST 3.▶

    김의성 경찰은 김호 씨를 간첩 용의자로 보고 있었는데 정작 간첩을 잡는 국정원은 김호 씨를 정보 협조자로 활용했다. 이건 앞뒤가 맞지 않네요.

    이정신 더욱이 김호 씨가 국정원과 협력했던 그 기간은 앞서 화면에서 보셨듯이 경찰이 간첩 혐의를 집중 수사하고 있던 바로 그 시기와 정확히 겹칩니다.

    나세웅 국정원은 경찰이 내사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뒤에 그 이후부터 김호 씨와는 관계를 끊었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때 국정원이 김호 씨에게 관계를 끊기 위해 받았다는 각서도 공개됐는데 이게 상당히 이상합니다.
    ‘북한과의 접촉 내용은 모두 빠짐없이 국가정보원에게 보고하겠다. 그리고 국정원에 보고한 사항은 누구에게도 일체 알리지 않겠다.’ 이렇게 돼 있습니다.

    김의성 기밀을 유지하고 모두 보고하겠다. 이게 도대체 어느 부분이 관계를 끊는다는 얘기죠?

    주진우 국정원이 정보원으로 활용한 거 같아요. 그런데 앞으로 이제 관계는 비밀로 붙이고 보고는 계속 하라. 이거 좀 이상하네요.

    김의성 경찰이 김호 씨를 간첩으로 보는 근거는 뭡니까.

    나세웅 그러니까 김호 씨가 북한으로부터 지령을 받아서 사업을 했다. 이렇게 보고 있었습니다. 경찰은 수사 당시에 김호 씨에게 지령을 내린 대남 공작원으로 김호 씨의 사업 파트너 두 명을 지목했습니다. 중국 국적의 양성일 씨와 북한 IT 기술팀을 총괄하고 있는 박두호 박사였습니다 특히 박두호 박사는 김일성 종합대학. 그러니까 북한의 최고 대학이죠. 이곳의 정보기술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습니다. 북한 신문 방송뿐만 아니라 외신에도 여러 번 소개됐던 유명한 IT기술자입니다.

    주진우 유명한 IT기술자. 북한을 대표하는 과학자가 대남 공작원, 그러니까 간첩이라고 경찰이 보고 있는 건가요?

    나세웅 맞습니다. 경찰은 북한의 박두호 박사가 양성일 씨에게 지령을 내렸을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과연 이 두 사람이 대남 공작원이 맞는지, 그리고 정말 지령이 있었는지, 중국 현지를 찾아가서 그들의 실체를 취재해 봤습니다.

    ◀ END ▶



    == VCR3 추적-북한 ‘지령자’를 찾아서 ==

    ◀ 리포트 ▶

    김호 사장의 중국 중개업자이자
    북한 개발팀 관리를 맡았던 양성일 사장.

    양 사장은 정말 김 호 사장에게 지령을 내리는 대남공작원일까..

    중국 랴오닝성의 성도 선양.

    북한과 접한 중국 동북 지방의
    최대 도시입니다.


    현지 안내원-기자
    (로관 1거리) 두 번째 문에 5층에 두 번째 집 (가시죠)

    먼저 취재진이 확보한 양 사장의 직원
    지 모씨의 주소를 찾아가봤습니다.


    현지 안내원 - 기자
    (저기 가운데 들어가야죠.)
    여기가 첫 번째 문이고 두 번째

    서울에서 한차례 통화 뒤 연락이 끊겼습니다.

    취재진
    “지 선생님? 지 선생님?
    지 선생님? 비었나?
    남겨진 번호로 한번 전화해보겠습니다“



    “여보세요? (네. 지 선생님. 여보세요?)
    여보세요?
    (지난번에 통화 드렸던 MBC입니다. 양성일 사장님 건으로요)
    ......잘못 걸었는데요.
    (아니, 지00 사장님 아니십니까? 여보세요?) 잘못 걸었습니다.
    (받으신 분은 그러면 지 선생님 아니신가요?)......“


    수소문 끝에 양성일 사장과 동업한 적이 있다는 한 사업가와도 어렵게 연결됐습니다.

    양 사장은 북한 교포 2세지만 어렸을 때
    중국으로 귀화해 북한과는 특별한 관계가
    아니라고 했습니다.

    양성일(중국 중개업자) 지인
    “북한 하고 양 사장은 북쪽 사람들이 중국 출장을 오면 방문해서 여비 정도 받아가는, 그 정도 관계에 불과합니다. (사업) 알선 해주고 수수료를 챙겨먹던 사람입니다. 재중총련 사무실에 한 번 가보시죠 ”

    친북 성향의 재중 북한교포 모임인 재중총련.

    일본의 조총련과 유사한 단체입니다.

    재중총련 외부인원등록처
    (재중총련 사무실이 여긴가요?) 예.
    (말씀 좀 여쭈러 왔는데요)
    여기 2층으로 올라가 보세요.
    (2층이요?) 여기.

    우리 경찰은 중국 중개업자인 양성일 사장이 이 단체 의장을 지낸 유력 인사의 아들이라고강조하고 있습니다.

    재중총련 관계자
    "안녕하세요. 말씀 좀 여쭈러 왔는데
    전에 회장하시던 양영동 선생님 아드님이신 양성일 사장님 혹시 연락이 닿을 수 있을까요?“
    “양성일요? 그 (아버지) 양영동 선생은 세상 떠났는데요."

    남측 기자임을 밝히고
    취재 목적을 설명했습니다.

    재중총련 관계자
    “취재? (예. 저는 기자고요)”
    “마지막에 본 거가 양(영동) 의장 세상 떠났을 때(2016년) 장례식에서. 갑자기 전날 연락이 와서 양 의장이 은퇴하신 지(2009년)도 워낙 오래 되고”

    교포 2세이자 중국 국적자로 알려진 양 사장은 재중총련에 잘 나타나지도 않고,
    정치 공작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라고 했습니다.

    재중총련 관계자
    (양성일 사장) 본인이 주로 경제 그걸 했단 말입니다. 경제 사업. (네) 다른 정치에 개입하거나 이런 건 뭐 못 봤어요. 경제 사업하면서 뭐 이제 그 프로그램도 개발 좀
    하고

    '양 사장이 해커팀을 관리하냐' 물었지만
    헛웃음이 돌아왔습니다.

    재중총련 관계자
    “그런 해킹까지, 허허....... 양성일 같은 사람한테 그런 거는 아니 절대 아니죠.”
    “여기 들어오는데 겁나지 않았어요?
    “(겁은 났는데 다른 방법이 없으니까. 아, 저 잡혀가는 갑니까?)”
    “보안부에 잡혀가기는...허허......“

    이번엔 북한 개발팀 리더인
    김일성 대학 박두호 소장을 찾아나섰습니다.

    그의 사무실이 있다는 '조선지능무역회사',

    중국 검색 사이트에 주소가 그대로 나옵니다.

    찾아가봤습니다.

    조선지능무역회사 관계자
    “웨이(여보세요)?”
    “니하오(안녕하세요). 여기 조선지능무역회사입니까?)
    “......“
    “(인터폰)지금 꺼졌어요?”
    “(안에 (수군거리는)얘기 소리가 들려요)

    조선지능무역회사 관계자
    “네”
    “박두호 선생님이나 김대(김일성종합대학) 정보기술센터 이쪽하고는 관계없으십니까?”
    “없습니다. 나는, 우리하고는 상관없습니다.”
    “알겠습니다”
    “네"

    발길을 돌리려는 때.

    조선지능무역회사 관계자
    잠깐만 좀 기다려 주십시오.
    (누구 나오시는 거예요?) 네


    조선지능무역회사 관계자 A씨
    “무슨 일 때문에 오셨습니까?
    (김호 씨라고) 김호?
    (김호, 김호 사장님)“

    한참 설명했습니다.

    조선지능무역회사 관계자 A씨
    “근데 여기는 어떻게 아시고 왔습니까?”
    “바이두(중국 검색사이트) 검색하고 찾아왔어요”
    “그러니까 우리가 박두호 선생을 알기는 압니다. 일단 우리하고 분야가 달라요.
    박두호 이름은 아는데 분야가 다르니까, 그 사람이 현재 베이징에 나가 있는 걸로 내가 알고 있지“

    단도직입적으로 박두호 소장이
    대남 공작과 관련있냐고 물었습니다.

    기자
    “이게 이제 ‘북한 공작원하고 연결돼 가지고 남한의 해킹 위협을 높일 가능성이 있다’”

    조선지능무역회사 관계자 A씨 B씨
    "얼굴 인식이 해킹이야? 아니지?
    (응) 얼굴 인식은 해킹이 아닌데."

    조선지능무역회사 관계자 A씨
    “우리는 무역으로 그저 장사 때문에 나온 사람들이니까 그런 IT 그런 거 가지고. 그 다음에 그 양성(일)... 뭐 그건 더욱더 모르고.”
    “혹시나 해서 저는 단서가 있을까 해서 왔습니다”
    “여기는 없습니다. 예예”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김 호 사장, 중국의 양성일 사장,
    그리고 북한의 박두호 소장은
    정말 어떤 관계일까..

    취재진은 구속 수감 중인 김 호 사장의
    허락을 받아 김 사장의 메일을 전부 열어보고 통화 녹취록까지 입수해 검토했습니다.

    김호 사장은 수시로 양성일 사장에게
    납기를 재촉하고 비용 삭감을 압박했습니다.

    김호-양성일 / 2014년 1월 15일 통화 (대독)
    "아~ 이거 돈 벌기 싫은 모양이죠. 거기?
    다 목전에 와 가지고 이렇게 엉뚱한데 신경을 쓰시면 안 되는데. 이게 아시겠지만 돈 버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건 타이밍인데 거기에는 그런 개념이 없는 것 같아요."

    김호-양성일 / 2016년6월14일 통화 (대독)
    "4명 (개발) 하는데 2.0 (2000불) 맞춰 달라 그러면 사실은 저도 힘든 거죠. 우리도 여기에서 100만원 월급 가져가는 사람들 그렇게 많아요. 진짜로. 거짓말 아닌데 이거
    (OK. OK. 알겠습니다.)
    아 진짜예요. 나도 200만원 가져간 적이 몇번 없다니까 지금. 아 진짜 이거. 야 돌겠네."

    김호-양성일 / 2013년 2월 1일 이메일
    "제목: 도대체 이해가 안됩니다."
    어떻게 이런 답변이 옵니까? 정말 뭘 개발하는지는 아는 상태인지 확인해 주시기 바랍니다"

    원청인 김호 사장이 하청인 양성일 박두호에게 일방적으로 지시하는 사업상 대화가
    대부분입니다.

    김 호- 양성일 2016년 6월 22일 통화(대독)
    "박두호 선생이 지금 팀장하고 있나요? 아니 소장하고 있는 거예요?“
    (그렇죠 연구소 그러니까 정보연구소죠)
    연구소가 많이 있어요?
    (연구소가 딱 하나밖에 없어요. 하나밖에 없어요.)
    그런데 왜 이렇게 힘이 없어. 힘을 좀 쓰셔야지, 네?"

    북한 개발팀 박두호 소장의 관심도
    정치공작이 아닌 '경제적 이득' 입니다.

    박두호-양성일 이메일 2012년
    "안녕하십니까 7월 13일 메일 잘 받았습니다. SDK(응용툴)를 제공하는 방식과 설치판을 여기서 직접 개발하는 경우에 어느 것이 더 ‘경제적으로 실리를 보장 받는가’ 하는 것입니다."

    김호 사장은 옥중 진술을 통해
    "북한 개발 실무자들은 정치 이야기를 하는
    것이 금지돼 있다. 절대 금기시 되어왔다"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취재진이 6년치 메일, 통화 녹취, 메신저
    다 뒤져봤지만 공작 지령을 내리는 것 같은 대화는 없었습니다.

    원청과 하청, 사업상 갑과 을의 대화만 이어졌습니다.

    박두호-양성일 2012년 10월 31일
    "베이징에 파견되어 나가있는 우리 연구소 개발자들이 12월 중순에 철수하는데 일감이 없어 그러니 자그만한 과제들을 줄 수 없겠는지요?"

    이 때문인지, 경찰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도 법원에 김 호 사장을 기소하면서
    세 사람 사이 공작 지령 관계에 대해선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습니다.


    ◀ ST 4 ▶
    김의성 아니, 이게 지령인가요? 김호 씨가 이들에게 지령을 받기는커녕 업무상으로 계속 채근하고 닦달하는 그런 내용이잖아요.

    주진우 김호 씨가 지령 하고 있습니다.

    이정신 네, 저희가 확인해보니 실상은 경찰 주장과는 상당히 달랐습니다. 경찰은 지령이 박두호 소장으로부터 양성일 사장을 거쳐서 김호 씨한테 내려오는 걸로 봤는데

    주진우 거꾸로인데요?

    이정신 실제로는. 그렇죠. 김호 씨로부터 시작해서 양성일 사장을 거쳐서 박두호 소장으로 이렇게 사업상 지시가 가는 그런 형국이었습니다.

    나세웅 김호 사장도 이런 오해를 받을까 싶어서 지난 10년 간 메일 주소도 바꾸지 않고 다음 메일 한 가지만 썼습니다. 그래서 그 내용을 저희에게 공유를 해줘서 쭉 다 봤습니다. 그랬더니 어떤 내용이 있었냐 하면 인건비가 비싸니까 깎자. 그리고 최근에는 소프트웨어 대회, 경진대회에 나갔는데 우리 성적이 왜 이 모양이냐. 이 중요도를 너무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거 아니냐. 이렇게 채근하는 내용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주진우 그 메일을 보면 전형적인 사업상 관계에서 갑을 관계에요. 특별히 김호 사장이 갑이었어요.

    김의성 네. 저 박두호 소장은 을도 아니고 병이네요, 여기서는.

    나세웅 더욱이 중국 현지에서 양성일 씨가 공작원이냐. 이렇게 제가 묻고 다녔더니 대부분 의아하다는 반응이었습니다. 양 사장은 중국에 나와 있는 북한 인력들에게 사무실 같은 공간을 제공해주고 수수료를 받아먹는 그런 중개인에 불과했다는 반응이었습니다.

    김의성 네, 그런데 나세웅 기자, 아까 그 양성일 사장이 해커 팀도 관리하느냐. 라는 질문은 왜 갑자기 던진 겁니까.

    나세웅 네, 얼굴인식프로그램을 개발하면서 한 240여 개의 파일을 중국을 통해서 받았는데 이 가운데에 한 가지에서 악성코드가 발견됐습니다. 아주 초보적인 수준이라고 하기는 하는데 경찰은 이거를 김호 씨 몰래 박두호 소장이 몰래 심었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 해킹이나 사이버 테러에 그래서 이용될 수도 있는 거 아니냐. 이런 의문을 제기하는 겁니다.

    이정신 그런데 얼마 전에 김호 씨의 공판이 있었습니다. 여기에 얼굴인식프로그램을 납품 받은 업체들이 증인으로 나와서 얘기를 했는데요. 이 얼굴인식프로그램 때문에 어떤 해킹 피해를 당했다거나 어떤 문제가 있었다거나 그런 적은 없었다. 그래서 검찰 관계자들을 당혹하게 했습니다.

    김의성 그렇다면 해킹 피해도 없고 지령의 증거도 못 찾았는데 도대체 경찰은 어떻게 간첩 혐의를 주장하고 있는 겁니까.

    이정신 네, 그래서 애당초 국가보안법을 적용하는 게 무리가 아니냐. 이런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실제로 수사과정에서 경찰이 허위증거를 제시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습니다.

    ◀ END ▶

    ◀ VCR 4 ▶
    ===VCR4 국가기밀? 경찰 허위증거 제출도 =====

    경찰은 김 호씨가 군사 기밀을 수집하고
    북한 개발팀에 유출했다고 단정했습니다.

    먼저 군사 기밀이 맞을까.

    이메일로 수집하고 유출했다는 군가기밀은
    두 가지.

    첫번째는 방위사업청이 입찰 예고한
    해안감시용 카메라의 기술적 사양 일부를
    발췌한 내용입니다.

    그런데 이 내용의 원출처인
    방위사업청 제안요청서 표지를 보면,
    '국가 기밀'이란 표식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두번째는 방위사업청의 경계 감시 시스템
    입찰 내용을 바탕으로 한 민간 사업체가
    다시 작성한 기술 제안서 일부,

    민간 업체가 만든 이 자료마저
    공안당국은 국가기밀이라고 주장하는 겁니다.

    정작 방위사업청도
    이 정도가 정말 국가 기밀인지,
    몇 급 기밀인지 말을 못합니다.

    ☎ 방위사업청 관계자
    “'(방위사업청에서) 군사 기밀이라고 보기 어렵다' 이런 식으로 (기사에) 인용이 됐더라고요. 이게 맞는지 다시 한번 확인차 전화를 했습니다.“
    “네. 일단 (기사 내용이) 기본적인 것은 맞고 그거는 이제 업체가 어디서 정보를 얻고 했는데 그게 비밀인지 아닌지는 최종적으로 이제 사법부의 판단을 받아봐야 되는데......”

    더군다나 두 정보 모두,
    입찰을 준비중이던 원청 사업체들이
    '이런 기술들도 개발이 가능하겠냐'며
    이메일로 김호씨에게 보내 준 것입니다.

    김 호씨가 달라고 한 것도 수집한 것도 아닙니다.

    전수미 변호사 / 대통령 직속 북방경제협력위
    “국가 기밀이 아니지만 하나 짜 맞추고, 또 이 사람이 뭐 재중총련과 어떠한 성격을 가지고 있고, 이런 거 하나하나 짜 맞추다 보니까
    한 마디로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이미 결과는 정해져 있고요. 거기에서 어떤 것들이 저촉이 되는지에 대해서 이렇게 하나하나 짜 맞추는 그런 무리한 해석들을 하고 있다.“

    김 호씨를 체포해 구속하는 과정에서도 경찰은 허위 증거를 제시했습니다.

    김호씨가 증거 인멸을 지시하는 것 같다며
    경찰이 구속영장에 제시했던 경찰 휴대폰의 문자메시지.

    영어로 돼 있습니다.

    해석하면
    "205호 미안합니다. 7월 22일 오후 3시
    에어컨 수리에 맞춰 제가 4시쯤 방문하겠습니다
    어제 에어컨 수리기사가 오지 못한 점 정말 미안합니다"

    알쏭달쏭한 숫자들과 영어 문자.

    수사 경찰이 체포된 김호 씨에게
    잠시 휴대폰을 빌려줬다 돌려받았더니 이런 문자 메시지가 남아있었다는 겁니다.

    지문 채취까지 하는 법석을 떨면서
    당장 구속이 필요하단 근거로 제시했습니다.

    결국 김호 씨는 구속됐습니다.

    그런데, 이후 경찰은 해당 문자 메시지를 보낸 사람이 김호 씨가 아니라고 말을 바꿨습니다.

    문자를 보낸 사람은
    엉뚱하게도 파키스탄 세입자를 둔 한 집주인.

    이 집주인의 설명입니다.

    '205호에 월세를 내준 파키스탄인 세입자에게 에어컨 수리 내용과 관련된 문자를 보냈는데, 세입자 전화번호가 잘못 저장돼 있었습니다.'

    경찰은 당초 김호 씨가 '보낸' 문자라고 했는데 사실 이 문자는 김호 씨가 체포되기 18일이나 이전에, 그것도 잘못 '보내진' 문자였던 겁니다

    애시당초 무슨 암호도, 지령도 아니었던 겁니다.

    담당 경찰은 과로로 피곤해서 착각에 빠졌었다 고 해명했지만,

    한 사람을 구속시키는 일에
    보낸 문자, 받은 문자도 구별 못하고
    18일 이전 것을 당일 문자로 착각할 수 있는지,

    이 정도면 증거를 조작한 게 아니냔 비판이 제기됐습니다.

    국정원 정보원 노릇을 하면서까지
    지난 10년 IT사업에 매진했던 김호씨는
    대박은커녕 졸지에 간첩 오명을 쓰고
    구속 수감 중입니다.

    김문영 / 김호 씨 업체 전 임원
    “황당하죠. 그리고 억울하겠죠. 지금. 사업이 지금 한참 본궤도에 올라가야 될 때, 지금 딱 막혀 있는 거니까요.
    진짜 10년 ‘얼굴인식 프로그램’ 하나에 진짜 매진해왔는데, 비로소 이제 뭔가 될 것 같은 순간에 구속이 돼 있으니, 뭐 얼마나 원통하겠습니까. 지금 본인은“

    //////////////////////////////////////////////////


    ◀ END ▶


    ◀ ST 5 ▶
    김의성 아니, 저게 말이 됩니까. 사건과 아무런 상관이 없는 다른 사람이 경찰에게 잘못 보낸 문자를 김호 씨가 다른 공작원한테 지령을 보낸 걸로 착각을 했다뇨. 그것도 체포되기 며칠 전에 받은 문자를 말입니다.

    주진우 지령으로 착각한 문자가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결정적인 단서였다고 합니다.

    김의성 참...

    주진우 착각했다. 피곤해서 착각했다. 그럴 수 있습니다. 그런데 피곤해서 간첩을 만들었다. 이건 좀 너무하지 않습니까

    이정신 네, 그밖에도 경찰은 김호 씨가 기술 개발에 참고하라고 박두호 소장에게 여러 학술논문들을 전달한 것도 일종의 간첩 행위다, 이적 행위다. 이렇게 보고 있습니다. 제가 확인해보니까 다 학술지에 공개되고 누구나 열람할 수 있었던 그런 논문이었습니다.

    주진우 이게 국가보안법의 특징입니다. 가장 큰 특징입니다. 간첩이다. 이렇게 큰 그림을 그려놓습니다. 그리고 모자이크처럼 짜 맞춥니다. 그래서 어떤 때 보면요. 보안수사대 경찰들 얘기를 들어보면 생긴 게 간첩이다. 이렇게 얘기하고 있어요.

    김의성 사실 이렇게 짜 맞추기 수사, 이거 많은 무고한 사람들을 간첩 혐의로 몰아넣었던 아주 오래되고 전형적인 수법 아녜요?

    나세웅 김호 씨는 자기가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처벌되면 지금 진행 중인 남북 교류 사업들도 국가보안법 위반 처벌대상이 되는 거 아니냐고 반문하고 있습니다.

    주진우 그렇습니다. 고 정주영 현대아산회장께서 소몰이 방북한 적 있잖습니까. 그 행위를 가지고 국가보안법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았습니다.

    김의성 그뿐이 아니죠.

    주진우 네. 중국 여행 가면 가이드 따라서 북한 식당 가서 냉면 먹고 오고 그러는데요. 그거 다 국가보안법으로 처벌될 수 있습니다. 이걸 처벌하면 저는 15번 정도 국가보안법으로 처벌됐습니다.

    김의성 여기까지 보다 보니까 떠오르는 영화가 한 편 있습니다. 바로 최근에 개봉했던 ‘공작’이라는 영화인데요.

    주진우 그렇죠.

    김의성 그 영화 공작의 실제 주인공인 소 위 흑금성, 박채서 씨도 이런 비슷한 경우를 겪지 않았습니까.

    주진우 너무 흡사합니다.

    이정신 지금 김호 씨는 국정원 협조자에서 졸지에 간첩으로 몰린 경우 아닙니까. 당시에 박채서 씨도 안기부 비밀요원에서 간첩으로 구속됐었죠. 진짜 흑금성 사건의 주인공인 박채서 씨를 직접 만나서 이 김호 씨 사건에 대해서 물어봤습니다.


    ◀ END ▶

    ====5. ‘흑금성’에게 김호 사건을 물었다=====
    ◀ VCR 5 ▶

    지난 1997년 대선 직전,
    당시 여당 이회창 후보를 돕기 위해
    판문점에서 북측에 총격을 요청했던
    이른바 총풍 사건.

    이정수 당시 서울지검 1차장 /
    “(여당 후보의) 지지율 답보상태를 극복하기 위하여 북측 인물과 내통하여 국가 안녕과 자유 민주주의 기본 질서의 근간을 뒤흔드는 가증스러운 사건으로서“

    당시 이런 안기부발 북풍 공작들을
    야당 후보측에 제보했던 인물이 바로
    안기부 비밀 공작원 흑금성이었습니다.

    최근 '공작'이라는 영화에서
    배우 황정민씨가 연기해 세간의 주목을 다시 받고 있는 흑금성 박채서씨.

    신분이 노출돼 안기부를 떠난 뒤에도

    2005년 남북 합작 CF를 성사시키는 등
    여러 대북 사업에 뛰어들었지만,
    이 사업들이 화근이 됐습니다.

    2010년 국정원이 국가보안법을 들이대 간첩죄로 구속시키고, 박채서 씨는 징역 6년을 살았습니다.

    박채서 / 전 안기부 비밀공작원 ‘흑금성’
    시간이 한 5~6년 흘렀단 말이에요. 근데 2004년 2005년도에 했던 그 (사업)행위가 내가 보안법에 저촉되고 간첩이 돼서 법정에 섰다는 건 전혀 생각을 못 했죠 /
    전화만 해도 통신이 되고, 그 다음에 교범뿐만 아니라 이 물 한 컵을 사주더라도 ‘편의 제공’이 되더라고요

    북측에 넘겼다는 훈련 교범은
    국가기밀이 아닌 걸로 드러나고

    전쟁 시나리오인 작계5027 탐지라는 죄목도
    그저 한 장성급 인사와 관련 대화를 나눈
    정도에 불과했다는 게 박 씨의 항변입니다.

    박채서 / 전 안기부 비밀공작원 ‘흑금성’
    “작계 5027 분야에선 재심 청구할 겁니다. 그거는 제가 그건 절대 진짜 한 게 아니에요. 할 수도 없고 할 필요도 없었고요. 해도 안 되는 것이고, 그걸 제가 뒤집어쓸 수는 없어요.”

    공작원에서 간첩으로 내몰렸던 박 씨에게,
    정보원에서 간첩으로 내몰리고 있는
    김호 씨 사건에 대해 물었습니다.

    박채서 / 전 안기부 비밀공작원 ‘흑금성’
    “어떻게 세월이 지나도 똑같은 방법을 쓰는지 모르겠어요. 똑같아요.
    억지로 공작원을 만들고 그 공작원을 만나야지 내가 이제 (공안 당국이) 국보법으로 때릴 수 있는 거거든요. 이런 무리수를 두게 되더라고요“

    그런데, 국정원이 2년여간
    김호 씨를 정보원으로 활용했다면서도
    대공 혐의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는 건
    이해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박채서 / 전 안기부 비밀공작원 ‘흑금성’
    “(협조자에 대해) 대공 혐의점이 진짜 있는가, 사상적으로 이상이 없는가. 또 주변에는 그럴만한 사람이 없는가.
    북한과 계속 접촉하는 과정에서 혹시 북한에 자기 인척이 있거나 혹은 남쪽에 불온사상을 가진 사람이 있어서 뭐 이렇게 된 게 없나. 이런 것 때문에 봐요.“

    경찰이 김 호씨를 내사한다는 걸 안 뒤
    국정원이 그냥 김 호씨와 관계를 끊었다고
    한 것도, 믿기 힘든 주장이라고 했습니다.

    박채서 / 전 안기부 비밀공작원 ‘흑금성’
    “(대공 혐의점을) 확인했어야죠. 확인하고 만약에 경찰이 (내사)했으면 문제점을 판단했을 거 아니겠습니까. 그러면 국정원에 대공수사국은 뭐 하러 있어요.
    거기서 먼저 (수사)했어야지. 자기들이 내부 협조해서 (수사)했어야지. 왜 경찰이 저렇게 할 정도로 내버려 두겠습니까. 말이 안 되는 소리죠.“

    그래서 흑금성 박채서씨는
    역설적으로 김호씨가 간첩과는 거리가 먼
    인물이라고 판단합니다.

    박채서 / 전 안기부 비밀공작원 ‘흑금성’
    “(김호 씨가) 간첩이면 국정원이 잡는다니까요. 우리나라 간첩 잡는 최고 기관인데 그걸 왜 공을 놓칩니까.
    간첩 잡으면 간첩 잡은 사람들 포상금 받고 특진하고 다 그러는데, 훈장 받고 하는데, 왜 그걸 (경찰에) 넘겨요?“

    안타까운 건,

    북측 거물급 인사를 직접 접촉했던 자신보다도

    더욱 조심스럽게 대북 사업을 해온
    민간인에 대해서 마저

    국가보안법 잣대만 들이미는 일이
    현 정부에서도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라고
    했습니다.

    박채서 / 전 안기부 비밀공작원 ‘흑금성’
    “국보법이 쉽게 말해서 ‘귀에 걸면 귀걸이고 코에 걸면 코걸이’예요.
    그걸 그냥 국보법 걸어서 다하면 그럼 남북 관계는 대통령만 할 수 있는 겁니까?
    청와대 통일부나 국정원만 하는 거예요? 그거 아니고 국민이 해야 되는 거 아니겠습니까.“
    ◀ END ▶

    ◀ ST 6▶

    김의성 그러니까 박채서 씨 얘기는 김호 씨가 간첩이었다면 국정원이 잡았을 것이다. 역으로 말하자면 국정원이 잡지 않았으니까 간첩이 아니었을 것이다. 라고 확신을 하는 거군요.

    이정신 네. 그러면서도 박채서 씨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그런 부분이 있다고 했습니다. 바로 경찰이 내사하니까 국정원이 손을 뗐다. 바로 이 부분이라고 했습니다.

    주진우 언제부터 국정원이 경찰을 무서워했습니까. 그렇지 않거든요. 사실 이 사건을 보면 국정원이 방조범이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습니다.

    김의성 그렇죠. 만약에 간첩이라면 국정원은 방조범이 되는 거죠.

    주진우 네. 잡았어야죠.

    김의성 자, 그런데 이런 의문은 어떻습니까. IT프로그램을 개발하려고 하면은 우리나라 인력도 있고 인도에도 굉장히 우수한 인력들이 많은 걸로 알고 있는데 왜 이 위험을 감수해가면서 굳이 북한 개발팀하고 일을 했을까요?

    주진우 그러게요.

    나세웅 저희가 취재하면서도 가장 궁금했던 것 중에 하나였습니다. 민간교역이 활발한 북중 접견지역에 직접 가서 그래서 그 이유와 실태를 한번 취재해봤습니다.

    ◀ END ▶

    = VCR6 르포) 물밑에서 계속된 남북 IT 교류=

    ◀ 리포트 ▶

    북한 신의주를 접하고 있는 중국 단동의 기차역.

    북한 주민들이 차례로 도착합니다.

    북한인 승객
    “동지 어디 있나. 동지 빨리 오라우.“

    매일 오전 10시
    평양행 열차를 타기 위한 인파입니다.

    대북 제재가 강약을 반복하는 사이에도
    압록강 이쪽과 저쪽의 교류는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물건만 아니라 사람도 마찬가지.

    그중에서도 특히 북한 IT 프로그램 개발자들이 이곳 단둥 뿐 아니라 베이징, 선양 등
    각지로 나가 프로그램 개발 일감을 따냅니다.

    일감을 어디서 구할까.

    <스트레이트>가 입수한
    한 북한 개발팀장이
    한국 사업자에게 보낸 이메일.

    북한 개발팀장 / 이메일 지난 6월
    "선생 안녕하십니까. 오랜만입니다. 제가 중국에 다시 나왔습니다. **** 같은 입찰 싸이트를 통해 프로그람 개발단 사업도 하고 중국에서 만화 과제를 받아 조국에 들여보내 제작사업도 하고 기타 무역사업도 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호상 리득이되는 사업을 협의해보았으면 합니다."

    온라인 입찰 사이트를 이용하면
    실력에 따라 일본은 물론 유럽과 한국에서도 프로그램 개발 일감을 받을 수 있습니다.


    ☎ 조선족 사업가 A
    “중국 사람들이 임대를, 집을 그 사람들이
    쓸 수 있도록 사무실 겸 해주고, 컴퓨터랑 다 놔준단 말입니다. (네) 한 달에 1인당 비용을 2천 위안인가 받아요.“

    돈벌이가 최종 목표입니다.

    ☎ 조선족 사업가 B
    “그들도 이제 외화벌이 하고 싶어 하는 거죠. 돈 버는 거죠 뭐. 지금 그들 돈 벌려고 그렇게 팀을 조성해서 나온 거 아닙니까”

    온라인만 아니라
    한국 업체들과 북한 개발자들을 연결해주는 오프라인 중개업체도 성행합니다.

    앱 개발을 문의해봤습니다.

    ☎ 대북무역 중개업체 관계자
    “(여보세요?) 예
    (사장님 문의 좀 드리려는데요. 저희 앱 개발도 가능합니까? 연계가?)
    저거는 상관이 없잖아요 (어떤 거요?)
    개발만 하면 중국이든 조선(북한)이든 상관이 없는 거 아닙니까?“

    조선, 그러니까 북한 개발팀에
    하청 주자는 얘기를 먼저 꺼냅니다.

    인건비가 훨씬 싸니 중개 수수료도
    많이 챙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 대북무역 중개업체 관계자
    “(개발하시는 개발 팀원 분들이 밖에, 중국에 나와 계시는 게 아니라 안에 들어가 계신 조선 분들인가요?)
    안에도 있고 (중국에) 나와 있는 데도 있습니다. 다른 업체들은 제가 알기로도 거의 대부분 이쪽에서 많이 합니다. 한국에서 아주 만족 했습니다.“


    5.24 조치 뒤 지난 8년간
    한, 중, 북의 삼각 교역은 정권과
    관계없이 물 밑에서 계속 됐습니다.

    움츠리고 쉬쉬하면서도 한국 업체들은 왜
    북한 개발자들을 찾을까.

    한때는 모범 사례로 꼽혔습니다.

    지난 2001년, 중국 단둥에
    들어선 남북합작 회사.

    북한 개발자들이 참여해 10년 간 기계제어 프로그램을 개발했습니다.

    실력도 결과물도 좋아, 북한 개발진이 50명에서 120명 선까지 늘었습니다.

    인건비는 국내 1/3 수준.

    문광승 / 전 하나프로그람센터 대표
    “이 친구들이 기본 기술이 좋아요. 기초 기술이 뛰어나서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줄 알아요. 다 컴퓨터 공학을 전공한 친구들이고. (기술력이) 한 6개월 정도 되면 저희가 (한국인이면) 연봉 한 4000(만원)정도 줄 수 있는 정도“

    그런데,
    2010년 5.24 대북 교역 중단 조치에 따라
    돈 한 푼 보상을 받지 못한 채
    하루아침에 사업을 포기해야 했습니다.

    문광승 / 전 하나프로그람센터 대표
    “거래 업체들이 국정원이나 국세청, 이런 데서 여러 가지 압력이 들어왔다고...... 저희가 불법적으로 일을 한 것도 아니고, 승인을 받고 심지어 남북협력기금 대출도 받아서 이 사업을 일으킨 건데.”

    북한과의 사업 교류는 해서는 안 될 일이란 냉각 기류가 조성되면서 국가보안법이 개입하는 사례도 하나 둘 생겼습니다.

    북한 개발팀을 활용해 스마트폰 앱 1백여 개를 개발한 김병수 대표.

    김병수 / 전 대북 IT사업가
    “(북한 개발팀이) 남들 4개월 줘도 못 해낸 걸 보름 만에 해결해냈고. 해결해서 론칭(출시)까지 해버리고.
    이러니까 기가 막힌 것 아닙니까“

    2013년,
    업체가 임대한 서버가 북한의 좀비 피씨 공격에 이용됐다며, 대대적인 언론보도와 함께 국정원 조사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만 5년이 지난 지금까지
    기소도 안 되고 수사 결과도 모른 채
    '종북' 낙인만 찍혔습니다.

    김병수 / 전 대북사업가
    “만 5년이 넘었는데 아직도 수사 중이에요.
    막상 시작은 했는데 조사를 해보니 별거는 없고, 그렇다고 칼을 거두기도 참 민망하고, 뭐 이런 상황이 아닌가“

    직접 교역이 아닌 제 3자 중개 교역이어서
    정부 제제를 피할 수 있으리라 봤던 김 호씨도

    북한은 무조건 반국가단체라고 전제하는
    국가보안법의 사정권에선 벗어날 수 없었던 겁니다.
    ◀ END ▶

    ◀ ST 7.▶

    김의성 북한IT개발팀이 실력도 굉장히 좋고 인건비도 아주 싸다는 얘기네요. 한국이나 일본, 심지어 유렵에서도 이 북한IT인력을 쓴다는 얘기는 정말 처음 들어봤습니다.

    나세웅 우리나라 업체가 북한IT인력을 선호하는 건 특히 말이 잘 통해서입니다. 개발은 회의가 반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상식적인 개발자와의 소통이 있어야 되거든요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우리나라 내부인력들은 이런 일들이 상당히 부족한 상태이고 그래서 인건비가 굉장히 비쌉니다. 그래서 북한 인력들을 찾는 업체들이 여전히 끊이지 않는 겁니다.

    김의성 자, 그렇다면 말이죠. 사업가 김호 씨는 잘못한 게 하나도 없는 겁니까?

    이정신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김호 씨는 2007년부터 매년 통일부에 접촉신고, 사업신고를 해왔는데 2012년 5월 이후에는 신고를 하지 않았습니다. 이때는 국정원에 자기가 보고를 하고 다 알리니까 굳이 그럴 필요를 못 느꼈다. 이렇게 얘기하고 있습니다.

    김의성 안심하고 그냥 했군요.

    이정신 네

    나세웅 실제로 국정원이 김호 씨를 찾아와서 양성일과 박두호 씨의 존재에 대해서 묻고 정보를 요구했던 것도 기존에 김호 씨가 통일부에 신고했던 내용 때문이었습니다.

    주진우 만약에 통일부에 신고를 제대로 안 했다면 현행법률, 그러니까 남북교류 협력법에 따라서 처벌을 하면 됩니다. 그런데 간첩으로 만들다니요. 사실 이 김호 씨가 문제가 된 것은 국가보안법을 적용했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나세웅 최종적인 판단은 법원에서 나오겠지만 과연 국가보안법을 남북 민간교류, 특히 대북 사업에 적용해야 되는 것인지에 대해서 쟁점이 될 것 같습니다.

    이정신 그렇습니다. 이제 남북교류가 더 활발해질 텐데요. 이 남북교류에 참가한 누구든지 간에 몇 년 뒤에는 국가보안법 위반 사범이 될 수도 있겠죠.

    김의성 간첩이 될 수도 있다는 얘기네요.

    이정신 그렇죠. 네.
    나세웅 남북 간 교류협력이 활발해지는 이 시점이야 말로 국가보안법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야 될 때가 아닌가. 이렇게 생각이 들었습니다

    ◀ 클로징 ▶

    김의성 바로 어제, 12월1일은 국가보안법이 제정된 지 70년이 된 날이었습니다. 애초에 국가보안법의 입법 취지는 비상한 시국에, 비상한 조치로만 사용한다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 국가보안법이 전혀 비상하지 않은 시기에 이상한 조치로 사용됐던 그야말로 악용되었던 예를 너무나 많이 봐 왔습니다.

    주진우 한반도에 완전히 새로운 시대가 열리고 있습니다. 지난 70년 동안 국가보안법은 정권이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짓밟는 도구로 사용됐습니다. 억울한 피해자가 너무도 많습니다. 이제는 북한을 바라보는 엇갈린 시각을 어떻게 정리할 것인지. 70년 된 국가보안법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오랫동안 미뤄온 해묵은 질문에 대해서 우리 사회가 답해야 할 때입니다.

    김의성 끈질긴 추적 저널리즘 탐사기획 스트레이트, 저희는 다음 시간에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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