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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이트 32회 하이라이트] 기흥 공장에서 생긴 이상한 일

[스트레이트 32회 하이라이트] 기흥 공장에서 생긴 이상한 일
입력 2018-12-10 13:37 | 수정 2018-12-10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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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재기자]

    박종욱 / parkgija@mbc.co.kr
    곽동건 / kwak@mbc.co.kr

    ◀ VCR 1 ▶

    지하 1층에서 이산화탄소가 뿜어져 나오고,
    하청 노동자 세 명이 쓰러져 있던 그 시각,

    경보나 대피방송도 없고, 보안 게이트도 닫혀 있습니다.

    사고 발생 7분 뒤인 오후 2시 6분,

    삼성 자체 소방대원들이 도착합니다.

    사고 발생 25분 뒤,
    삼성 소방대원들이 이미 의식이 없는 부상자 2명을 데리고 나옵니다.

    소방대원 한 명은 휘청이며 넘어지고, 다른 소방대원은 부상자 발을 잡고 질질 끌고 나옵니다.

    심폐소생술은 이때야 시작됐습니다.

    사고 발생 33분 뒤, 병원 이송이 시작됐습니다.

    이 시점까지도 삼성은
    119 신고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응급 환자는 세 명인데,
    삼성의 구급차는 두 대뿐.

    정원이 한 명인 구급차에, 의식을 잃은 부상자 두 명을 태울 수밖에 없었고

    이 때문에 부상자 한 명은 병원으로 가는 동안 호흡기나 약품 등 추가 응급조치를 전혀 받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사고 발생 1시간 40분 뒤,
    부상자의 사망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 시점.

    그제서야 삼성은 환경부와 소방서에
    사고 사실을 통보했습니다.

    그나마도 소방서엔 119 상황실이 아닌 일반 사무실로, 환경부엔 한강유역환경청으로 신고를 했습니다.

    실제 현장으로 출동해야 할 환경부 화학물질안전원과 119 상황실은 상황 파악에 혼선을 겪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환경부 화학물질안전원▶
    "혹시 기흥구 삼성전자 쪽에서 혹시 이산화탄소 질식사고가 있었나요?"

    ◀119 상황실▶
    "언제. 언제적 거죠?"

    ◀환경부 화학물질안전원▶
    "한 10분 정도 된 걸로 알고 있거든요"

    ◀119 상황실▶
    "잠깐만요. 제가 하나씩 다 확인해야 돼서요. 잠깐만요. 일단. 내용 들은 거는 없거든요? (네 알겠습니다) 네. 저기. 사람 피해 있나요?"

    ◀환경부 화학물질안전원▶
    "어 저희.. 인명피해 있죠? 사망 1명이라고 알고 있거든요?"

    ◀119 상황실▶
    "몇 시쯤인지 알 수 있을까요?"

    ◀환경부 화학물질안전원▶
    "15시 50분경에 '한강유역'으로 신고를 했데요"

    이미 사고가 일어난 지
    2시간이 넘은 시점이었습니다.

    ◀119 상황실▶
    "그 삼성전자는 혹시 어떻게 됐나요?"

    ◀환경부 화학물질안전원▶
    "상황실 연락처를 알려달라고 하니까는 그냥 모르쇠로 일관하고 전화를 끊으시던데요."

    이산화탄소를 들이마신 노동자 3명 가운데
    2명은 결국 숨졌습니다.

    사고 직후 늑장 신고 논란이 일자 삼성은 "산업안전보건법에 사망 사고가 났을 경우에만 즉시 신고 의무가 규정돼 있어서

    병원에서 첫 사망 판정을 내리기 전까지
    신고하지 않은 것은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삼성전자에서
    이 같은 사고는 처음이 아닙니다.

    4년 전,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에서도 이산화탄소 누출로 1명이 숨졌습니다.

    당시에도 경보장치는 울리지 않았습니다.

    사고 1시간 뒤, 삼성 자체 소방대가 숨진 피해자를 발견했고, 역시 그 때도 늑장 신고 논란이 일었습니다.

    이 사고 이후, 소방당국과 노동부는 자칫 목숨을 앗아갈 수 있는 이산화탄소 약제를
    청정약제로 바꾸라고 지시했습니다.

    그러나 삼성은 수원사업장 일부에서만 이 지시를 이행했고, 전국 삼성전자 사업장 가운데 43곳에서 26만 킬로그램이 넘는 이산화탄소 약제를 지금까지 그대로 써왔습니다.

    삼성이 정부 지시를 무시하는 사이 똑같은 인명 사고가 반복된 것입니다.

    ◀이상수 / 삼성 이산화탄소 누출사고 대책위▶
    "눈 가리고 아웅 했던 게 결국은 또다시 두 분의 노동자가 목숨을 잃고
    ‘아, 정말 삼성이 이걸 몰라서 못했다.’ 이렇게 얘기하기엔 정말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번 사고 이후
    소방당국 조사에서 치명적인 문제들이 속속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사고 닷새 전부터 해당 건물에 설치된 비상경보 장치가 모두 꺼져 있었던 것입니다.

    색깔도 냄새도 없는 이산화탄소는 유출 되더라도 노동자들이 알아차릴 수가 없고, 결국 영문도 모른 채 질식하게 됩니다.

    그래서 누출은 기계로 감지해야 하고,
    경보가 울려야 노동자들이 대피할 수 있는데, 이 경보 장치가 아예 꺼져 있었단 겁니다.

    ◀이승백 / 삼성전자 커뮤니케이션 팀 상무 (9월 4일 사고 당시)▶
    (비상 벨이나 이후에 이런 것들이 작동을 했는지 이런 것들이 파악이 혹시 되셨나요?)
    "이 부분은 백 브리핑으로(비공개로)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심지어 사고가 난 뒤에도 이틀간 삼성은 경보 장치를 계속 꺼뒀습니다.

    현장 노동자들 누구도 치명적인 이산화탄소 유출을 전혀 알 수 없는 위험한 상황에 몰려 있었단 뜻입니다.

    ◀이정미 국회의원 / 10월 11일 국정감사 환경노동위원회▶
    "직원들에게 이 누출 사실을 회사는 알렸습니까?"

    ◀박찬훈 삼성전자 부사장▶
    "CO2(이산화탄소) 방출 지역과 생산라인은 별개의 공간이기 때문에..."

    ◀이정미 국회의원▶
    "안 알렸습니까?"

    ◀박찬훈 삼성전자 부사장▶
    "예, 안전하기 때문에 알리지 않았습니다"

    이 때 뿐이었을까.

    <스트레이트>는 삼성전자의 여러 공장에서
    평소에도 경보 장치를 일부러 꺼놓는 경우가 잦았다는 증언을 확보했습니다.

    ◀삼성 관계자 / 음성대독▶
    "오작동률이 높습니다. 그래서 감지기 오작동 때문에 업무 중에 대피방송이 나가고 그러면 불만이 많은 거죠"

    삼성은 왜 경보장치를 꺼두었을까.

    삼성전자 기흥과 화성 사업장에서 올해 들어 9월 4일까지 발생한 감지기 오작동은 1천 백 여 건.

    경보장치를 항상 켜놓는다면 평균적으로 하루에 다섯 번 꼴로 대피 방송이 잘못 나갈 수 있고, 이는 작업 효율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삼성 관계자 / 음성대독▶
    "그런 불만 때문에 관리자들이 경보장치를
    꺼놓으라고 지시를 내리는 것이고요.
    다른 부서 임원들이 불만을 제기하니까요.
    삼성전자 어느 사업장이나 마찬가지죠"

    사고 시 법 위반으로 문제가 될 것을 알면서도 경보 장치를 꺼놨고, 이런 상황이 전국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설명.

    ◀삼성 관계자 / 음성대독▶
    "이번 사고 나고 기흥이랑 화성에선
    켜긴 켰는데, 감지기 감도를 낮춰놨다고
    하고요. 그러니까 불이 나도 감지가 될지
    모르겠어요. 거기다 다른 지역,
    수원이라든지 이런 곳에선 아직도 아예
    경보장치를 꺼놓은 상태죠"

    소방당국 역시 이 같은 혐의를 확인하기 위해 사고 전 한 달치 경보 기록을 확보해
    외부에 판독을 의뢰했습니다.

    스트레이트는 이 같은 증언의 신빙성이 상당히 높다고 판단해, 삼성전자에 사실 여부를 물었습니다.

    ◀☎김종석/삼성전자 기흥 방재그룹장▶
    (여보세요? 저희가 기흥 사고 관련해서 좀 여쭤볼 게 있어서요)
    "죄송합니다. 제가 그 부분은 직설적으로 답을 드릴 수가 없는 부분입니다."
    (저희가 취재를 해보니까 사고 때 말고 평소에도 감지기 오작동이 많다는 이유로 경보장치를 고의로)
    "죄송합니다. 그거는"
    (꺼 놓으신 걸로 확인이 됐는데)
    "커뮤니케이션 팀에 좀 연락을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이런 불법 행위에 대해서 알고 승인하신 건가요?)
    "죄송합니다." (여보세요?)

    삼성전자는 "현재 관계당국 조사가 진행 중인 사안이라 개별 내용에 대해서 대답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 EN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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