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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이트 32회 하이라이트] 삼성 하청 노동자들은 지금?

[스트레이트 32회 하이라이트] 삼성 하청 노동자들은 지금?
입력 2018-12-10 13:43 | 수정 2018-12-10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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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재기자]

    박종욱 / parkgija@mbc.co.kr
    곽동건 / kwak@mbc.co.kr

    ◀ VCR 3 ▶

    지난달 13일
    서울 금천구의 삼성물산 물류센터,

    소방대원들이 컨베이어 벨트 안쪽에
    끼여 있던 42살 문 모 씨를 끄집어냅니다.

    긴박하게 심폐소생술이 이어지고,
    곧바로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문 씨는 결국 뇌사 판정을 받고
    아직 깨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삼성물산 물류센터에서 일을 시작한 지
    11개월,

    문 씨는 삼성물산의 의류들을 분류해
    각 매장에 보내주는 역할을 해왔습니다.

    ◀문OO 씨 부인▶
    "한 번 하면 끈기 있게 하기는 하는 편이에요. 자기가 이제 어떤 뭐를 얼마를 받고 그걸 떠나서 자기가 하고자 하는 일은 되게 열심히 하는 사람이어서.. 착했던 신랑이었는데, 아기도 좋아하고"

    그러나 삼성물산 직원은 아니었습니다.

    삼성물산의 이 물류센터는
    한 하청업체에서 위탁받아 운영하고 있는데,

    문 씨는 한솔에서 또다시
    재하청을 준 파견업체 소속이었습니다.

    문 씨와 함께 일했던 동료들은 몇 년 전부터 계속 사고를 일으킨 기계설비 자체에
    문제가 있었다고 말합니다.

    ◀☎문OO 씨 동료▶
    "워낙 잔고장이 심해서 일단 설비팀 말로는 삼성물산에다가 이제 요청을 했대요.
    근데 그 부분이 비용 문제 때문에 이제 저쪽에서는 뭐 잘 안 들어준다는 얘기를 제가 들었거든요."

    결국 하청 노동자들이 알아서 기계를 고쳐 쓰는 일이 다반사였고, 사고가 난 날도 역시 마찬가지였다는 것입니다.

    ◀문OO 씨 부인▶
    "아니 돈이 얼마가 들었든 고장 난 기계는 고쳐주셔야지. 사람이 죽을 수도 있는 거잖아요. 기계 하나로 인해서"

    문 씨가 뇌사 상태에 빠진 지 한 달.

    그런데 지금까지도 삼성물산은 고사하고,
    1차 하청업체조차 피해자 가족들에게 연락 한 번 없었다고 합니다.

    ◀문OO 씨 어머니▶
    "근데 지금 OO(1차 하청업체)하고 삼성은 지금 나타나지도 않고, 아무도 오지도 않았어요. 그게 너무 괘씸한 거예요, 저는.
    애가 죽어 가는데 어쩜 자기들도 자식을 키우고 있는데"

    문 씨는 여전히 호흡기에만 의지하는 뇌사 상태.

    ◀문OO 씨 부인▶
    "아들이 자꾸 아빠는 언제 오냐고, 아빠는 깨어났냐고 물어보더라고요.
    아빠 언제 오냐고 그래서 크리스마스 날 올 거야 그랬는데 어떻게 될지..."

    삼성물산은 이번 사고에
    아무런 책임이 없는 걸까.

    삼성물산에 물어봤습니다.

    ◀☎삼성물산 관계자▶
    (그 기계가 삼성물산 소유의 설비인가요?)
    "그렇죠. 그 거기 물류센터가 저희 물류센터고요. 거기를 이제 관리하고 이제 그 실제로 그 안에서 이루어지는 것들, 일들 그러니까 저희의 물류 관련된 일은 OO(하청업체)에서 100% 전담을 하고 있었죠."
    (그 기계는 삼성물산 거라면서요?)
    "그러니까 설비는 저희 거죠."
    (예)
    "예"
    (근데 책임은 없으신 거예요? 아, 제가 약간 상식적으론 이해가 잘 안 돼가지고)
    "아, 그거는 저도 사실은 법률적인 문제일 것 같은데"

    삼성물산은 거듭 공문을 통해
    "이번 사고의 근본 원인은 작업자,
    그러니까 문 씨가 규정을 따르지 않고
    우발적으로 기계 안에 몸을 넣어
    일어난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평소 설비 고장이 잦았다'는 건
    근거 없는 주장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삼성의 3차 하청업체에서 일했던 37살 전정훈 씨는 2년 전 갑자기 시력을 잃었습니다.

    ◀전정훈▶
    "오후쯤 되니까 몸이 몸살처럼 추워서 도저히 안 되겠다 그래서 조퇴하고 근데 나오는 도중에 갑자기 안 보이는 거예요.
    동생 말로는 잠시 화장실에 쓰러져 있었다고 하고 그때는 아무것도 안 보였고"

    금속을 깎을 때 발생하는 열을 식히기 위해 사용된 메탄올이 급성 중독을 일으킨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정작 전 씨는 4개월간 일을 하면서
    자신이 뿌리는 물질이 메탄올이라는 사실도,

    그 메탄올을 들이마시면 시력을 잃거나 죽을 수도 있다는 것도,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었습니다.

    ◀전정훈 / 메탄올 실명 피해자▶
    "보호 장비라고 해봤자 마스크, 일회용 마스크? 그게 뭐 보호해야 될 필요성을 몰랐고 그때 그 당시에는. 그냥 인체에는 아무 상관없을 줄 알았죠"

    전 씨와 같은 메탄올 실명 피해가 곳곳에서 속출하자 2016년 당시 정부는 전국 3천여 곳 사업장을 전수 조사했습니다.

    그러나 또 다른 피해자가 생기는 걸
    막지 못했습니다.

    ◀이진희 / 메탄올 실명 피해자▶
    "저 이제 쓰러지기 전날에 거의 노동부에서 나와서 점검을 했다 하더라고요.
    제가 일하는 공간 옆에 방에 그게 (메탄올) 드럼통 전부 다 모여 있었는데 없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왜 없냐, 지금 써야 되는데’ 하니까 옥상에 그거를 전날에 숨겨놓고 안 내린 거죠."
    (아, 관리 감독 온다니까 전날에 옥상에 메탄올을 숨겨놓고)
    "숨겨놓고 이제"
    (다음 날 바로 또다시 쓴 거네요)
    "그렇죠"

    이렇게 인체에 치명적인 메탄올을 감독당국까지 속여 가며 사용한 이유는 돈이 얼마 들지 않기 때문입니다.

    인체에 무해한 에탄올에 비하면
    메탄올 가격은 절반도 되지 않습니다.

    메탄올 실명 사고는 전 세계적으로 1960년대 이후 보고된 적이 없을 정도로 후진적인 산업재해입니다.

    청년 6명의 눈을 멀게 한 하청업체 사장들은 모두 수백만 원 정도의 벌금형이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습니다.

    ◀이진희 씨 어머니▶
    "형사 그거 재판 그거 할 때, 그런 식으로 이야기를 하더라고. 벌금도 1백만 원밖에 안 내고 뭐 ‘사람이 3명이나 죽어야 뭐 구속된다’ 이런 식으로 이야기도 하고. 그거 또 책임질 사람도 없어요. 이게 바로 폐업이 돼 버리니까"

    영세한 이 하청업체는 문을 닫았고 이들에게 일을 맡겼던 삼성과 엘지 같은 원청 기업들에겐 법적인 책임을 물을 수도 없습니다.

    사고를 막지 못한 국가도,
    감독할 사업장이 너무 많아서 어쩔 수 없었다고 말할 뿐입니다.

    ◀정우준 활동가 / 노동건강연대▶
    "국가도 자기가 책임이 없다고 해요. 우리나라의 어떤 행정기관이 인력이 없다고 일을 안 합니까. 예를 들어 경찰이나 소방관이 우리 인력이 없어서 불을 안 끈다든가 도둑을 안 잡는다고 얘기하지 않잖아요?"

    이 씨와 전 씨를 비롯한 여섯 명의 피해자들은 여전히 원청 대기업과 국가가 책임질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김영신 / 메탄올 실명 피해자 (2017년 6월 9일 유엔 인권이사회 연설)▶
    "우리는 일회용 컵처럼 사용되다가 버려졌습니다. 우리는 삼성과 LG가 책임을 지기를 바랍니다. 한국 정부 또한 이 사안에 책임이 있습니다. 왜냐하면 인간의 삶, 우리의 삶은 기업 이익보다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 EN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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