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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이미지 왕종명기자

미군기지, 오염까지 돌려받나?

미군기지, 오염까지 돌려받나?
입력 2015-05-04 08:59 | 수정 2015-05-04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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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3월 미군으로부터 돌려받은 동두천의 캠프캐슬 기지.

    주민들은 한결같이 기름 오염이 심하다고 말하는데...

    정부는 오염정화를 우리측이 떠맡기로 하고 반환협상을 마무리했습니다.

    이유는 내년 3월 한 지방 사립대가 이곳에 제 2캠퍼스를 개교하기 위해서.

    과연 오염정화는 대학캠퍼스 이전까지 가능할까?

    앞으로 돌려받는 미군기지의 오염은 계속 세금으로 정화해야 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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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도 동두천시의 미군기지 캠프캐슬.

    철조망이 둘러쳐진 넓은 부대 안쪽에 콘크리트 건물이 서 있습니다.

    1952년부터 이 자리에 주둔했던 주한미군 보병2사단 공병은 8년 전 모두 떠났습니다.

    [마을주민]
    트럭같은 거 뭐 이런 거 장비. 경비 장갑차도 있었고 전차도 있어 전차도

    캠프캐슬은 어떤 곳이었을까?

    주민들은 대뜸 기름 이야기를 합니다.

    [마을주민]
    유류수송 기차에 저거 있잖아 (탱크?) 어 정유공장에서 바로 오는 거. 그 전에 옛날에 기름 바닥에 배어있던 게 이렇게 나오고 했었거든. 부대에서 엔진오일 간 거 아무데나 쏟아버리고.

    미군부대에서 직접 일을 했다는 이 주민은 시멘트로 막아놓은 뒷마당 배수구를 보여줍니다.

    [마을주민]
    (여기로 기름이 왔어요?) 이건 결국은 막았어.야, 봐라 이게 사람 사는 거냐.

    한 주민은 부대 안으로 공사하러 들어갔다 알게 된 땅 밑의 비밀을 털어놨습니다.

    [마을주민]
    땅 속으로 기름 탱크를 넣었어요. 파니까 나오더라고 기름이. 디젤인데 그러니까 난로 떼던 거 아 기름이 썩어가지고 냄새는 지독하고 쓰지도 못해. (우리가) 팔아먹으려고 원동기 방앗간에 연락하니까. '아 이거 기름 썩어서
    안 돼요' 그래서 우리도 그냥 묻어놨지
    기지 주변 민가에선 식수로 쓰던 지하수에 기름이 섞여나오기도 했고

    급기야 미군이 "지하수는 쓰지 말라"며 수돗물을 공급해줬다고 합니다.

    [마을주민]
    우물에서 실제 나왔었다고 (냄새 나고 그랬었어요?) 아, 그럼 당연히 나지. 미국 사람들이 자기들도 인정하니까 수도꼭지를 하나 해줬어

    캠프 캐슬은 얼마나 오염돼 있는 지, 정부가 2013년에 조사해봤더니 전체 면적의 42%, 6만6천㎡가 기름과 중금속에 오염됐다고 나왔습니다.

    흙에서는 기준치의 127배 넘는 오염 수치가 측정되기도 했고 지하수를 조사하려고 관을 꽂아봤더니 1.37m 두께의 두터운 기름층이 관측됐습니다.

    이 기지에 대학 캠퍼스가 들어올 예정입니다.

    내년 3월 신입생을 받겠다고 돼 있습니다.

    꼭 열달이 남았습니다.

    캠퍼스로 사용하려면 앞에서 말한 미군기지 땅의 오염을 완전히 제거하는 게 우선입니다.

    그런데 오염 제거 공사는 커녕 기지가 얼마나 오염됐는지 정밀조사부터 다시 해야합니다.

    동두천시는 3년 전 경북 영주에 있는 이 대학과 캠프캐슬 터에 제 2캠퍼스를 열기로 합의했습니다.

    캠프캐슬은 도로를 사이에 두고 동캐슬과 서캐슬로 나뉘는데, 동캐슬에 있는, 미군이 쓰던 건물은 리모델링해서 대학 강의실과 기숙사로 사용하고 서캐슬엔 대학 본관을 새로 지을 예정입니다.

    국방부의 허가를 받아 기지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8년 동안 미군의 발길도, 전기도 끊긴 기지.

    건물내부는 온통 먼지를 덮어쓰고 있습니다.

    대학이 옮겨오면 미군이 쓰던 식당은 학생식당으로 미군 숙소는 기숙사나 강의실로 바뀝니다.

    [정우상 과장/동두천시 공여지개발과]
    이걸 다 허는 것도 사실은 국가적으로 낭비죠. 재활용하는 게 중요한 거죠.

    규모가 작은 일부 건물만 헐리고 큼직한 건물 열 동은 대학이 고쳐서 사용하기로 한 겁니다.

    [정우상 과장/동두천시 공여지개발과]
    저거는 물탱크. 대학에서 포장을 멋있게 해서 뭐 랜드마크식으로 상징물로 사용하고 싶다고

    지난 3월 주한 미군으로부터 기지를 돌려받은 국방부는 한달 뒤인 지난달 8일 기지오염 정화사업을 발주했습니다.

    기름으로 오염된 땅에 대학 캠퍼스가 들어설 수는 없기 때문에 땅주인 국방부가 사전에 오염부터 제거해야 하는 겁니다.

    국방부가 내건 정화작업 조건입니다.

    신축 건물이 들어설 땅은 공사 착수 한달 안에, 나머지 터는 8월31일까지 오염토 제거를 완료하도록 했습니다.

    그리고 이에 앞서 오염정도에 대한 추가조사부터 하라고 했습니다.

    사전조사에서 부지 바깥으로 기름이 확산됐을 가능성이 있는 거로 나왔기 때문입니다.

    대학이 들어설 전체 11만 제곱미터에 대한 추가 조사부터 오염 토양과 지하수 제거를 단 넉달 안에 마치는 일정입니다.

    이게 가능할까?

    [이남우 부장/국방부 미군기지이전사업단]
    오염 정화가 가능하다고 알고 있었습니다. 토지의 매도자로서 매수자의 수요를 최대한 충족시키고자 노력을 한 거고요

    정화 전문업체들은 달리 말합니다.

    특히 건물을 그대로 둔 상태에서 오염을 제거해야 하는 동캐슬의 경우 건물 밑 땅속으로 오염 제거 약품을 넣은 뒤 벽을 쳐서 차단시키는 지중정화 공법을 적용해야 하는데 이게 최소 1년 이상 걸린다고 합니다.

    [곽무영 이사장/한국토양정화업협동조합]
    돈을 많이 들이면 돼요. 안 될 건 없습니다. 조사하고 설비 만들고 그 지중정화 장치 들이대가지고 정화한다고 하면 보통 시간이 1년 걸려요. 1년 2년 걸려요. 근데 무슨 정화를 끝냅니까?

    캠프캐슬과 면적이 비슷하고 현재 오염제거 공사를 벌이고 있는 또 다른 미군기지.

    정밀조사로 오염토를 찾아내 그 흙을 비닐하우스로 옮긴 뒤, 기름을 먹고사는 미생물을 투입해 정화하는 토양경작법의 한 사이클이 평균 두달.

    오염토마다 이 작업을 반복해야 해서 이 현장의 공사 일정은 2년입니다.

    [이동억 과장/한국환경공단]
    일단 계획으로는 내년 2016년 11월 초정도까지 예상을 하고 있습니다. 오염의 양과 농도에 따라서 사업기간이 달라지는 겁니다.

    동양대의 본교가 있는 경북 영주시.

    주민들은 동두천에 제 2캠퍼스가 생기는 데 대한 우려가 큽니다.

    지역상권이 피해를 보는 것도 그렇지만 오염된 땅 위에서 공부를 하게 해선 안 된다는 겁니다.

    [영주시민]
    마법사들이죠. (오염 정화를) 한달 만에 끝내고 세달 만에 끝내고 이게 가능합니까

    [영주시민]
    우리 애들이 거기 동두천에 갈 수도 있으니까.

    왜 이렇게까지 개교를 서둘러야 하는 걸까?

    [정우상 과장/동두천시 공여지개발과]
    (동양대는) 계속 미달이었대요 몇년 동안요. 의정부에 캠퍼스 있고 동두천 캠퍼스 있는 (다른) 대학이 있거든요. 거기는 그래도 7대1, 8대1 그렇게 됐다고 하더라고요

    수도권 캠퍼스를 원하는 지방 사립대, 비어 있는 미군기지를 어떻게든 활용해야 하는 국방부, 지역경제를 살려줄 새로운 인구 유입이 절실했던 동두천시는

    2012년 캠퍼스 설립에 뜻을 모았고 일찌감치 2016년 개교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2013년 지역방송]
    동양대학이 2016년 2월 개교를...

    이 계획대로 교육부 승인도 받았고

    개교 1년을 앞둔 올해 초엔 중앙일간지 전면 광고와 신입생 모집 안내를 통해 북서울 캠퍼스 홍보까지 했습니다.

    남은 과제는 한-미 당국간 환경협상.

    주한미군지위협정, SOFA에 따라 돌려받을 기지의 오염 제거를 누가 할 것인가를 정하는 협상을 해야 하는데 이게 2년이 흐르도록 진전이 없었습니다.

    개교 시점을 목전에 둔 대학측이 초조해지기 시작했고 평택으로 옮기기로 했던 또 다른 미군기지가 갑자기 잔류하게 되면서그 자리에 개발청사진을 그려놨던 동두천시의 불만도 커졌습니다.

    [정우상 과장/동두천시 공여지개발과]
    저희 시장님이 국방부 장관을 뵙고 우리 시 요구사항을 전달하셨어요. 우리 동두천에 미군 잔류하는 대가로 빨리 이거(캠프캐슬)를 반환해주는 거를 국방부에서 추진해 달라

    결국 국방부는 한-미간 협상이 진행중이던 지난해 말, 미국을 상대로 환경 협상을 진행하던 환경부에 "우리가 오염을 치유하겠다"는 뜻을 전합니다.

    [환경부 관계자]
    협상이 끝나기 전입니다. 국방부에서 그렇게 하기로 한 게, 정확한 날짜는 기억 못 하겠는데 11월인지 12월인지

    그리고 3월 13일 정부는 최종 협상 종료를 발표했습니다.

    [이남우 부장/국방부 미군기지이전사업단]
    (협상이) 생각했던 것보다 오래 걸렸던 건 사실입니다. 관계부처 차관회의에서 결정된 사항입니다. 국방부에서 오염치유를 한다는 원칙, 그래서 현 상태에서 반환받는다는 결정이었습니다.

    결국 미군 기지의 오염정화 책임을 100% 우리 국방부가 지기로 한 건 한-미간 줄다리기 협상 끝에 나온 결과라기 보다 시간과 여건에 쫓긴 우리 정부의 협상종료 선언에 가까왔던 겁니다.

    [이남우 부장/국방부 미군기지이전사업단]
    현재 협상 진행 상황, 그리고 과거 사례, 이 협상이 늦어질수록 우리가 부담해야 되는 사회 경제적인 부담, 이런 걸 고려했을 때 그냥 받는 게 낫겠다는 판단이 있었던 걸로 우리가 책임지기로 했으니 예산이 따르고 결국 세금입니다.

    현재 빠듯한 공사 일정에 잡힌 오염 정화 비용은 196억원.

    하지만 실제로 땅을 파서 예상보다 오염이 심하고 공사가 커지면 사업비도 따라 늘어날 공산이 큽니다.

    [곽무영 이사장/한국토양정화업협동조합]
    일각에서는 190억 쇼한다. 저거 400억까지 나온다 그러잖아요. 실제 뚜껑 열어봐야 돼요

    이런 국방부 결정엔 미리 사용계약을 맺은 대학과 지자체의 압박도 압박이지만 한-미 환경협상의 현실적 한계도 작용했습니다.

    실제 그동안 한-미간 환경 협상을 통해 미군 측이 전적으로 오염을 제거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습니다."

    지금은 근사한 공원으로 바뀐 이곳.

    2010년 넘겨받은 부산 하야리아 미군 기지입니다.

    당시 한-미간 환경 협상을 진행하던 우리 정부는 오염 제거 비용이 3억원 정도 라며

    "이 정도라면 이번에 한해 우리가 오염 정화를 하기로 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백순 심의관/관계부처 합동 브리핑, 2010년 1월]
    "(오염이) 전체 부지의 0.26%로 산출됐습니다. 한국업체가 할 경우에 한 2, 3억원 정도의 비용이면 하지만 1년 반이 걸린 정화사업의 최종 비용은 143억원이 들어갔습니다.

    [최수영 사무처장/부산환경운동연합]
    "위해성 평가가 실제 오염보다 훨씬 더 축소되었을 거다. 이런 문제제기도 있었고 그럼에도 그것이 반영되지 않은 채 반환이 됐고"

    그 동안 돌려받은 미군 기지는 54개.

    앞으로도 미군 기지 26개가 반환될 예정입니다.

    가장 주목받는 곳은 내년 말로 예정된 서울 용산기지.

    지금도 기지 담장 밖에서는 벌써 13년 째, 서울시가 1년에 5억원을 들여 오염된 지하수를 수거하고 있습니다.

    [서울시 관계자]
    "시료 채취는 거의 매월 한 2회 이상. 여기 같은 경우는 5회, 한 5회 이상합니다."

    용산기지와 그 주변의 오염정화 책임을 누가 질 지는 아직 협상도 시작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용산기지를 국가공원으로 조성하기 위한 정부 사업계획서엔 이미 토양정화비 항목으로 1천 30억원이 책정돼 있습니다.

    오염 정화가 결국 우리정부 몫이 될 거란 걸 협상 전부터 미리 상정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국토부 관계자]
    "지금까지 사례를 보면 (소파의) 위해성 평가라는 기준하고 우리 토양보존법 기준이 많이 차이가 나니까..우리가 최종 사업을 하려면 우리 토양 보존법에 맞춰야 될 거 아닙니까?"

    2013년 발표된 미국 국방부의 새 지침.

    "반환하기로 결정된 기지의 환경오염 치유는 행하지 않는다. 다만 현재 거주하는 미군의 건강에 영향을 줄 거 같으면 오염을 치유할 수 있다"는 내용입니다.

    한-미간 환경 협상이 앞으로 더 불리해질 거란 예상이 가능합니다.

    [채영근 교수/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실제로 상당한 영향이 있을 것으로 우려될 정도의 해당이 되는 경우에만 그것도 미군에 어떤 영향이 있는 경우에만 치유한다는 거죠. (미군이 떠나서 비어있는 기지는?) 이미 비었으면 할 필요 없는 거죠"

    과거에도 그리고 앞으로도 결국 패배할 환경협상을 반복할 바에야 차라리 현실적인 대안을 찾자는 주장도 있습니다.

    [채영근 교수/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돌려받게 되는 미군기지에 대해서는 우리가 정화책임을 지기로 하되 향후 조성되는 미군 기지에 대해서는 미국이 정화책임을 지도록하는 합의를"

    미군기지가 떠난 자리에 공원을 짓고 대학을 세우자는 데에 반대할 이유는 없습니다.

    하지만 그 터를 깨끗이 돌려놓는데 막대한 세금이 들어가는 만큼

    그 과정은 투명해야 하고, 협상도 공평해야 합니다.

    어느 한 쪽만 양보의 의자에 앉아 진행하는 협상이라면 기울어진 협상의 룰을 바꾸는 것부터 시작할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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