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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과 상술 사이, 비크로프트 퍼포먼스

예술과 상술 사이, 비크로프트 퍼포먼스
입력 2007-02-26 15:06 | 수정 2007-02-26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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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퍼포먼스 도중 소근거리지 말 것, 가능한 한 몸을 똑바로 당당하게 펴고 있을 것. 한꺼번에 주저앉지 말 것…"

    26일 오전 신세계 백화점 본점에서 펼쳐진 이탈리아 작가 바네사 비크로프트의 퍼포먼스에서는 참가한 우리 모델들을 향한 주의 사항이 짐짓 근엄하게 낭독됐다.

    모델 31명 중 절반은 온몸에 피부색과 비슷한 연갈색 타이츠를 입은 채 머리를 틀어올렸고, 절반은 빨간 색 마르탱 마르지엘라 상의를 걸치고 뱅 스타일의 긴 머리를 늘어뜨린 모습.

    패션 모델들이 많이 참가했지만 일반인들도 지원을 받아 참가시켰다.

    모델들을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무표정하게 서 있도록 한 후 체력이 떨어지면서 자연스럽게 몸을 움직이도록 하고 이를 사진으로 기록하는 퍼포먼스는 비크로프트가 세계 곳곳에서 펼치고 있는 VB 프로젝트 중 60번째로 기록될 전망.

    간간이 식사시간과 휴식시간이 있지만 아찔한 하이힐을 신고 굳은 자세로 서 있게 하는 것이 기본 콘셉트다.

    이탈리아 출신 비크로프트는 세계적으로 각광받는 젊은 여성 사진작가로 그를 유치하는 몸 값만 수십만 달러에 달한다.

    한국 프로젝트 직전에 펼쳤던 루이비통 프로젝트에서는 그의 팀을 유치하는 데 50만 달러가 사용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신세계 백화점 본점 재오픈을 기념해 마련된 행사에 대해 신세계 갤러리 지명문관장은 "이번 행사는 그 정도로 많은 비용을 들이지는 않았다"며 "프로젝트가 끝나면 사진 작품을 받게 된다"고 전했다.

    여성의 육체를 소재로 했다는 작품의 선정성과 작가의 유명세 때문에 이날 언론공개 행사에는 취재진이 몰렸지만 4-5층을 연결하는 좁은 계단에서 진행돼 혼란스러웠고 "작가가 원하는 표정이 나오지 않고 있다"는 이유로 언론 공개 시간은 지연됐다.

    덤으로 취재진은 본의 아니게 비크로프트가 퍼포먼스 진행상황을 사진과 영상으로 찍어 시장에 내놓는 '작품'의 모델이 되기도 했다.

    퍼포먼스 장소 입구의 안내 표지판은 "퍼포먼스 관람객들은 작품의 모델이 될 수 있으며 비크로프트가 저작권을 갖는 데 아무런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고 안내하고 있다.

    지난해 연말 방한해 이번 퍼포먼스를 준비한 작가는 아프리카 빈민 어린이들에게도 관심을 갖고 있으며 23일 내한한 후 25일에는 비무장지대를 둘러본 것으로 전해진다.

    26일은 퍼포먼스를 벌이는 모습을 비크로프트가 사진으로 찍어 작품을 만드는 날이며 27일은 일반에게도 공개된다.

    이틀동안 진행되는 그의 퍼포먼스가 명성처럼 여성의 몸을 있는 그대로 보게 하고 여성의 정체성에 대해 조금이라고 생각해보게 하는지, 아니면 그저 머리좋은 여성 작가의 상술일 뿐인지 판단하는 것은 관객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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