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정'을 읽는다 = 하타노 세츠코지음. "내가 소설을 쓰는 구경의 동기는, 내가 신문기자가 되는 구경의 동기,교사가 되는 구경의 동기, 내가 하는 모든 작위의 구경의 동기와 일치하는 것이니, 그것은 곧 '조선과 조선민족을 위하여 봉사-의무의 이행이다.' 이것이 뿐이요, 또 이밖에 아무 것도 없다."
1931년 잡지 '동광'에 투고한 '여(余)의 작가적 태도'에서 춘원 이광수는 이렇게 말했다.
일본의 한국문학 연구자로서 이광수와 그의 한국 최초의 근대소설 '무정'을 운명적으로 만났다고 고백하는 저자(니가타여자단기대학 교수)는 '무정'이, 춘원이 시대와 호흡한 산물임을 증명하려 한다.
그것을 추적해 가는 과정에서 당시 메이지시대 일본을 풍미한 사회진화론 뿐만 아니라 톨스토이, 바이런, 베르그송, 프로이트, 귀스타브 르 봉 등의 짙은 그림자가 춘원에게 드러난다고 한다.
하지만 춘원이 고백했듯이 그는 무엇보다 철두철미한 민족주의자였다.
저자에 의하면 식민지 초기 춘원은 '근대'라는 빛을 지향하며 민족 계몽에 앞장섰으나 역설적이게도 바로 그 '빛'에 눈멀어 민족의 반역자라는 오욕의 '그림자'를 남기고 말았다는 것이다.
소명출판. 472쪽. 2만5천원.
▲美 의사록 한국 관계 기록 요약집, 1878?~1949 = 량기백 지음. 1950년 이후 1995년까지 45년 동안 미국 의회도서관 한국 담당 사서로 근무한 저자가 한국과 관련된 미 의회 의사록(Congressional Record) 중 특히 중요성을 갖는다고 판단한 문서를 골라 그 제목과 간략한 해설을 곁들인 자료집이다.
이 요약집만으로도 미 의회도서관이 명성 그대로 한국 근현대사의 보고임을 다시금 여실히 보여준다.
저자에 의하면 이 도서관에는 한-미 초기 외교사에서 키를 쥔 저명한 목사 앨런이 남긴 일기만 해도 22년치나 필사본으로 남아있으나 이를 제대로 검토한 연구자는 지금껏 없으며, 그 자신도 도저히 이 일기를 전부 복사하지 못했다고 한다.
이번에 소개한 주요 내용은 구한말 이홍장과 원세개의 조선 흡수 음모사건, 3.1운동 당시 일본의 탄압진상, 미국 재야인사들에게 이승만 박사가 보낸 독립호소문, 한국 사정을 동정한 미 의원들의 연설문 등이다.
선인. 284쪽. 2만2천원.
▲숫자, 세상의 문을 여는 코드 = 피터 벤틀리 지음. "모든 것은 숫자로 통한다. 인간은 숫자로 만들어진 존재이며 우주는 우리가 숫자라고 부르는 패턴으로 가득 차있다. 우주가 존재하는 한 이 사실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다."
이렇게 강조하는 저자는 그것을 다루는 수학이라는 학문이 철학, 예술, 음악, 건축, 양자역학, 물리학, 컴퓨터공학, 문학 등 모두 부문에 영향을 준다고 강조한다.
0의 발견에서 무한대에 이르기까지 숫자와 수학의 창시자들에 관한 이야기를 흥미롭게 풀었다.
유세진 옮김. 성균관대출판부. 272쪽. 1만8천원.
▲한국 언어지도 = 특정 지역, 특정 계층이 구사하는 말을 그 국가 표준어로 규정하고는 그것을 전 국민이 쓰도록 강제하는 곳은 전 세계적으로 한국과 북한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바른말 고운말'이란 개념이 있는 국가도 이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타파되어야 할 표준어. 서울 중산층이 쓰는 표준어란 것도 실상 그 허울을 벗겨버리면 서울 사투리, 혹은 서울방언에 지나지 않는다.
임의로 선택된 특정 계층, 특정 지방어가 '바른말 고운말' 행세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익섭ㆍ이병근 서울대 명예교수와 이광호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 전광현 단국대 교수 등 한국어학자는 방언 분포가 지역에 따라 비교적 선명하다고 판단한 153개'표준어'와 그에 해당하는 각 지방어가 지역에 따라 어떻게 분포하는지를 말 그대로 지도로 표시한 결과물이 이번 책이다.
요즘은 '바른말 고운말'을 강요하는 미디어의 위력 때문에 사정은 많이 달라졌지만, '벼'만 해도 영호남 현지로 가면 거의 모두가 '나락'이라 하거나 '베'라고 한다.
'멍석'은 남부지방으로 내려갈 수록 '덕석'이 표준어다.
태학사. 335쪽. 5만원.
문화연예
서울=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신간] '무정'을 읽는다
[신간] '무정'을 읽는다
입력 2008-03-27 20:59 |
수정 2008-03-27 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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