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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연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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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산 날이 많은 몽당연필"

"우리는 산 날이 많은 몽당연필"
입력 2008-07-29 14:56 | 수정 2008-07-29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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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내나 내나 몽당연필과 하나도 다를 바 없는 사람들이다. 살아온 날이 많은 대신 앞으로 살 날이 그렇고 건강 상태가 그렇고 생각하는 것이 그렇고 몸의 생김이 그렇고 얼굴 또한 그러하다. (중략) 이런 판국에 어찌 몽당연필 한 개가 소중하게 보이지 아니하랴."
    북가좌동 섬갤러리가 '한국 예술가 애장박물관'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갤러리에 설치한 진열장에는 시인 나태주(63)가 애장품이라며 보내온 몽당연필 꾸러미와 이런 소개 글이 29일 전시되고 있다.
    시인은 작년 8월까지 초등학교에서 교장을 하면서 학교 운동장이나 공터에서 아이들이 버린 몽당연필을 주워 모아 글을 쓸 때면 볼펜대에 끼워 사용해왔다고 한다.

    "웬 궁상이냐"는 아내의 핀잔을 들으면서도 그는 물자가 부족했던 옛 시절의 기억을 떠올리며 특히 "아내가 아직은 (내게) 쓸모 있는 사람, 필요한 사람이듯이 나도 아내한테 그렇게 보여졌으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바람으로 몽당연필을 소중하게 대한다고 한다.

    시인 이재인이 1990년대 초반 수유리 4.19 공원을 산책하다가 엿장수로부터 샀다는 공초문학상 제정기념패, 허영자 시인이 보관해온 미당 서정주(1915-2000)의 글이 있는 도자기, 강우식 시인의 촛대와 나무 수저, 조오현 스님의 자필 글씨, 구상(1919-2004)이 사용했던 붓통, 희귀본 시집인 '백팔번뇌', '해파리의 노래', '흑방비곡' 등도 진열장에 놓여있다.

    아울러 소설가 김동리(1913-1995)와 시인 김구용(1949-2001)의 글씨, 시인 박재삼(1933-1997)의 자필 시 액자, 전각 예술가 정병례가 만든 김수영과 윤동주의 초상화 등 섬갤러리가 수집해온 예술가 애장품 500여점이 8월 한달간 섬갤러리에서 전시된다.

    섬갤러리는 이지엽(50) 경기대 한국.동양어문학부 교수겸 시인이 운영하는 소규모 화랑으로, 작년 11월 문을 열면서 예술가들의 애장품을 기증받기 시작해 이번에 본격적으로 전시를 열었다.

    ☎02-302-3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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