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은 감미로운 로맨스 영화가 잘 어울릴 것 같은 계절이지만 올 가을 스크린에는 도발적인 여성들이 몰려온다.
한국영화에서 여성 캐릭터들이 예쁘고 착한 조역에서 벗어난 것은 오래 전 일. 그러나 이번에는 단순히 발랄한 말괄량이나 당찬 커리어우먼 정도를 넘어섰다. 기존 관습이나 성역할을 당당히 벗어던진 여성 캐릭터를 전면에 내세운 영화들이 여러 편 개봉을 앞두고 있는 것.
내달 23일 찾아오는 영화 '아내가 결혼했다'는 동명의 원작 소설부터 파격적인 내용으로 유명한 작품이다. 사상이 자유로운 여자가 이미 결혼한 상태에서 이혼하지 않고 두 번째 남편을 맞이한다는 이야기.
지난해 '무방비도시'에서 소매치기 조직의 두목 역으로 한 차례 변신을 시도했던 손예진이 고정관념을 뛰어넘는 자유로운 삶을 추구하는 인아 역을 맡았다. 메가폰은 지난해 부부 2쌍의 엇갈린 사랑과 불륜을 그린 '지금 사랑하는 사람과 살고 있습니까'를 연출했던 정윤수 감독이 잡았다.
25일 개봉하는 '사랑과 전쟁'의 제작진은 아예 관람 포인트를 '홧김의 맞바람으로 시작해 11명에 달하는 남자를 만난 당찬 주부의 안방 스캔들'로 잡았다.
매주 다른 소재로 안방극장을 찾았던 TV 시리즈 '부부클리닉-사랑과 전쟁'을 단 하나의 소재로 관객을 잡아끌어야 하는 스크린으로 옮기면서 선택한 소재다.
10월 16일 개봉하는 '미쓰 홍당무'는 '진상'이라는 요즘 유행어가 딱 어울리는 여자가 주인공이다. 짝사랑하는 남자의 사랑을 얻기 위한 '징글징글한 몸부림'을 보여주는 양미숙 역을 연기한 공효진은 전에 보지 못한 망가진 모습으로 화제를 모았다.
색다른 여성상을 보여주는 추세는 시대극에서도 활발하다. 단아한 여인과는 거리가 먼 캐릭터들이 2008년의 관객을 만날 채비를 마친 것.
조선시대 화가 신윤복이 스승 김홍도, 기생 정향과 애틋한 정을 나눈 남장여자였다는 독특한 설정의 소설 '바람의 화원'을 토대로 만들어진 영화 '미인도'도 11월 13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주연 배우로는 같은 원작으로 방영을 앞둔 드라마 '바람의 화원'의 문근영보다 중성적인 이미지에 선이 강한 외모를 가지고 있는 김민선이 선택됐다. 영화는 '신윤복, 그가 피어나다'라는 카피에 '센세이션 조선 멜로'라는 부제를 달아 성적인 코드를 강조한다.
내달 2일 개봉하는 일제강점기 배경의 '모던 보이'의 여자 주인공 조난실(김혜수)은 단순히 자유 연애나 즐기는 신여성이 아니다. 불리는 이름만 10개가 넘고 직업도 종잡을 수 없어 베일에 겹겹이 쌓인 미스터리한 여성으로 그려진다.
제작진은 이 인물을 '비밀을 간직한 팔색조 같은 여인'으로 묘사하면서 드라마를 이끌어나가는 축이자 반전의 도구로 삼고 있다.
영화사들 역시 주인공이 다른 영화에서 보기 드문 여성 캐릭터라는 점을 마케팅 전략으로 내세우고 있다.
'미쓰 홍당무'의 마케팅을 맡은 올댓시네마는 "이제껏 단 한 번도 본 적 없는 전무후무한 여성캐릭터를 통해 유쾌하고도 의미 깊은 이야기를 풀어낼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또 '아내가 결혼했다'의 마케팅사 퍼스트룩은 "2001년 '봄날은 간다'의 이영애, 2002년 '결혼은 미친 짓이다'의 엄정화는 달라진 현대 여성상을 반영하면서도 더 적극적이고 도발적인 모습으로 스크린 속 변화를 이끌어왔다"며 "'아내가 결혼했다'의 손예진은 한발 더 나아간 자유롭고 새로운 캐릭터"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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