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조지현은 춘추전국시대 제나라의 재상 안영의 말을 끌던 마부와 그 아내의 이야기다.
마부의 아내는 뽐내며 다니는 남편의 모습을 보고 “재상인 안영은 그렇지 않은데, 안영보다 키도 큰 당신이 마부 노릇을 하는 게 그리 자랑스러우냐”며 조언한다.
겸손해진 마부에게 자초지종을 전해들은 안영은 마부의 아내를 내조지현이라 일컫고 마부에게 벼슬을 내린다.
내조지현은 다른 사람의 아내를 올려 부르는 말이었으나, 현재는 남편의 지위를 올려주는 아내의 역할을 뜻한다.
<삼국지>에서 전해지는 내조지공은 조조가 위나라 무제로 등극한 뒤 후계문제로 고민할 때의 에피소드를 바탕에 두고 있다.
조조가 곽씨의 도움을 받아 맏아들인 조비를 후계자로 책봉한 이후, 조비가 곽씨를 황후로 삼으려 하자 잔잠은 “제왕이 세상을 잘 다스린 것은 재상과 같은 정사를 보좌한 사람뿐만 아니라 안에서 아내의 도움(내조지공)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반대한다.
내조지공은 남편이 아무런 근심 없이 바깥일에 신경 쓸 수 있도록 안살림을 문제없이 이끌어가는 것을 말한다.
내조에 관한 고서를 살펴보자면, <삼국사기>에는 ‘주몽이 나라의 기초를 개척하여 왕업을 창시함에 있어서 소서노의 내조가 매우 많았다’고 적고 있다.
주몽의 아들 유리가 나타나자 소서노는 자신의 아들 비류와 온조를 데리고 백제를 건국한다.
영화 <쌍화점>의 배경이 되었던 고려 말 공민왕과 노국공주의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다.
노국공주는 원나라 세조의 딸이었지만, 원의 세력에서 벗어나 자주 개혁을 내세운 공민왕을 따랐다.
노국공주는 원나라의 압력에서도 공민왕을 후원했고 원나라와 연결된 세력이 반란을 일으켰을 때는 공민왕이 숨은 방 앞에서 그를 지켰다.
원나라가 공민왕을 폐위하자 국새를 지켜 공민왕의 왕위를 유지하는 역을 자처했다.
내조와 관련해 성공한 남성의 표본인 대통령을 만들어낸 부인들의 에피소드가 많다.
이명박 대통령의 부인 김윤옥 여사는 대통령 선거운동 시절 이 후보에게 숨겨둔 아들이 있다는 소문이 돌자 “있으면 좀 데려와봐라. 안 그래도 손 딸려 죽겠는데 일 좀 시키자”고 응대했다. 소문을 유머와 자신감으로 날려버린 것이다.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부인 힐러리 여사도 유명하다.
힐러리 여사의 첫사랑이 주유원이 되어 있는 것을 보고 클린턴 대통령이 “나와 결혼하기 잘하지 않았냐?”고 묻자, “저 사람이 나와 결혼했다면, 미국의 대통령이 바뀌어 있겠지”라고 대꾸했다.
내조의 힘이 대통령도 바꿀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내조의 완벽한 스타일을 보여준 이는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의 아내 재클린 케네디다.
여전히 ‘재클린 스타일’은 내조의 여왕이라면 필히 챙겨야 할 퍼스트레이디의 패션 표본이다.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 부인 브루니는 단신인 남편을 위해 플랫슈즈를 자주 신는다.
모델 출신답게 패션 스타일이 입소문을 타면서 새로운 퍼스트레이디 패션을 만들어가고 있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아내 미셸 오바마는 현재 가장 언론의 조명을 받는 내조의 여왕이다.
“담배를 피우면 대통령이 될 수 없다”는 충고로 30년간이나 담배를 피운 오마바 대통령을 금연하게 만들었다.
특히 미셸의 세련된 패션 스타일도 인기지만, 대통령 선거운동 당시 단독 연설을 하는 등 적극적인 내조를 선보이기도 했다.
작가 이외수는 <하악하악>에서 “내조를 잘하는 아내는 우렁이 속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남편이 평생을 다 바쳐 만들어가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무릎팍 도사’에서는 아내의 내조 덕분에 인기 작가가 될 수 있었던 비결을 전하기도 했다.
이처럼 아내의 내조가 없었다면 역사는 많이 바뀌었을 것이다.
이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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