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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g JAPAN TV] <선덕여왕>과 <아츠히메>, 한일 양국 사극의 재발견

[ing JAPAN TV] <선덕여왕>과 <아츠히메>, 한일 양국 사극의 재발견
입력 2009-09-07 14:49 | 수정 2009-09-07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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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에서는 <선덕여왕>의 인기가 뜨겁다.

    선덕여왕과 미실이라는 두 캐릭터의 라이벌 대결도 흥미롭지만, 작품을 이끌어가는 주인공 캐릭터 두 명이 여성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한국은 과거 장희빈을 소재로 한 드라마들에서 장희빈과 인현왕후를 라이벌로 등장시킨 뒤로 상당히 많은 사극에서 여성이 주인공으로 이야기를 이끌어왔다.

    크게 성공했던 <장희빈> <인현왕후>뿐만 아니라 <여인천하> <대장금> <선덕여왕>에 이르기까지 여성이 주인공인 사극은 그다지 신기한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일본에는 여성을 주인공으로 한 사극의 비율은 매우 적다.

    지금까지 제작된 NHK의 대하드라마 시리즈는 모두 48개인데, 이 가운데 여성이 주인공인 작품은 단 7개 작품뿐이다.

    일본 역사가 그다지 역동적인 시기가 많지 않다 보니 대부분 소재로 삼는 것이 헤이안시대, 전국시대부터 아즈치모모야마시대, 에도시대 초기, 그리고 막부 말기다.

    이 가운데서도 특히 전국시대와 막부 말기를 소재로 한 드라마가 많고, 이 시기의 역사는 곧 전쟁의 역사이다 보니 여성을 주인공으로 한 드라마가 나오기는 그다지 쉽지 않은 측면도 있다.

    그렇다고는 해도 최근 들어 방영된 사극 중 여성이 주인공이었던 작품은 2006년 나카마 유키에 주연의 <공명의 갈림길(功名が?)>과 2008년에 방영된 미야자키 아오이 주연의 <아츠히메(篤?)> 정도다.

    이 두 편의 드라마는 일본에서 상당한 인기를 끌었다.

    <공명의 갈림길>은 평균시청률 20.8%, <아츠히메>는 무려 24.5%라는 시청률을 기록했다.

    <아츠히메>의 경우 전 50화 중 48화가 29.2%, 49화가 27.8%, 최종화인 50화가 28.7%라는 시청률을 기록했는데, 29.2%라는 시청률은 근 10여 년 동안의 TV드라마 시청률 가운데 가장 높은 시청률에 해당한다.

    가장 시청률이 높았던 48화의 경우는 쇄도하는 재방송 요구 때문에 3일 동안 연속으로 긴급 편성을 통해 낮 시간에 재방송을 했을 정도로 폭발적인 호응이었다.

    물론 80년대에는 와타나베 켄 주연의 <독안룡 마사무네>의 평균 시청률 39.7%와 <다케다 신겐>의 39.2%가 신화를 썼지만 어디까지나 1980년대의 일이다.

    1990년대에 들어오면서 일본은 이른다 ‘트렌디 드라마 붐’이 일면서 많은 시청자들이 사극으로부터 멀어졌으며, 특히 여성 시청자는 사극을 전혀 보지 않는 시청자층이 되어서 1990년대 이후의 사극은 대부분 남성 중심의 전쟁 드라마가 많았다.

    시청률도 1990년대 초반부터 떨어지기 시작해서 2000년대 중반 이후로는 20%를 넘기도 힘든 상황이 되었다.

    일본 사극 역대 최고 시청률인 39.7%의 신화를 쓴 와타나베 켄 주연의 <독안류 마사무네>

    이러한 분위기를 일신하게 된 계기는 2006년 방영한 <공명의 갈림길>인데, 당대 최고의 인기 여배우인 나카마 유키에를 기용해 20.9%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그 후 2007년에 방영된 <풍림화산>이 시청률에서는 좋은 결과를 내지 못했지만 작품성에서 좋은 평가를 얻었고(2007년에는 드라마 흉년으로 시청률 20%를 넘은 드라마가 2편밖에 없었다), 2008년에 <아츠히메>의 성공으로 일본의 사극은 다시 살아났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렇듯 일본 사극이 살아나게 된 것에는 사실 한국 드라마의 영향이 아주 컸다고 할 수 있다.

    거의 죽어가던 일본 사극에 힘을 불어 넣은 것은 사실 한국 드라마인 <대장금>이었다.

    <궁정여관 장금의 맹세>라는 제목으로 2003년부터 2004년 사이에 NHK에서 방영된 <대장금>은 20%를 넘는 시청률을 기록하며 대히트를 기록한다.

    이 당시에 <대장금>이 얼마나 인기였는지 당시 NHK로 날아오는 시청자 메일의 30% 이상이 <대장금>에 대한 것이었다고 할 정도다.

    <대장금>은 큰 인기를 끌면서 2004년, 2005년, 2006년, 2008년 4번에 걸쳐 NHK에서 재방송되었고, 올해는 TBS에서 재방송하고 있는 중이다.

    <대장금>은 일본 사회에 큰 변화를 가져왔는데, 음식문화에 미친 영향력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그리고 일본의 사극에도 아주 큰 영향을 준 것을 부정할 수 없다.

    NHK 대하드라마 시리즈는 1994년 마츠 타카코 주연으로 역사적인 악녀 히노 토미코의 일대기를 그린 <꽃의 란>이 평균 시청률 14.1%로 대하드라마 역대 최저 시청률을 기록하며 크게 실패한 이래로 여성이 주인공인 대하드라마를 만들지 않았다.

    그러다가 2006년에 여성을 주인공으로 한 <공명의 갈림길>이 12년 만에 방영될 수 있었던 것은 2004년 <대장금>의 대성공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공명의 갈림길>이 여성을 주인공으로 한 이전 사극들과 가장 크게 다른 점은 이전까지 여성이 주인공인 사극은 대부분 주인공이 역사의 관찰자로서 그려지지만 <공명의 갈림길>은 주인공인 켄쇼우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는 점이다.

    이것은 확실히 <대장금>의 영향이라고 할 수 있다.

    2007년에 방영했던 <풍림화산>은 다케다 신겐의 군사였던 야마모토 칸스케를 주인공으로 하는데, 주인공이 남성이기는 하지만 작중의 여성 캐릭터들이 이전까지의 일본 사극과는 달리 이야기 전개의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하기도 했다.

    그 외에도 <풍림화산>은 이야기 전개나 인물 구성 등에 있어서 다분히 2000년 이후 한국의 사극들을 연구해 만든 듯한 느낌을 주었다.

    2008년에 방영해 크게 성공한 <아츠히메>는 현재 일본 최고의 인기 여배우인 미야자키 아오이가 주연을 했다는 점도 크게 작용했겠지만, 드라마 속의 아츠히메의 캐릭터가 대장금처럼 강하게 자신의 길을 만들어가는 독립한 여성 캐릭터였기에 여성 시청자들을 대거 끌어들일 수 있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아츠히메는 메이지유신 때 성문을 열어주어 유신군의 무혈입성을 이끌어낸 인물로 사실 일본 대중에게는 그다지 지명도 있는 역사의 인물이 아니다.

    지금까지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사극들은 모두 ‘오이시 구라노스케’ ‘미나모토노 요시츠네’ ‘다케다 신겐’ ‘오다 노부가나’ ‘도요토미 히데요시’ ‘다테 마사무네’ 같은 한국인들조차도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유명한 역사 속 인물들을 주인공으로 했던 작품들이다.

    대중적 지명도가 높지 않은 역사상의 인물을, 그것도 여성을 선택했다는 점에서도 <아츠히메>는 <대장금>의 영향을 짙게 느낄 수 있다.

    2008년 평균시청률 24.5%를 기록하며 최고의 인기를 구가했던 미야자키 아오이 주연의 <아츠히메>.

    사극이 연간 시청률 1위를 기록한 것은 15년 만의 일이다.

    최근 한국 최고의 인기 사극인 <선덕여왕>은 강렬한 라이벌구도가 특징인데, 아직 일본 사극은 여성을 중심 인물로 끌어 올리는 데는 성공했지만 두 명의 여성을 라이벌로 등장시켜 이야기를 전개시키는 수준까지는 오지 못한 듯하다.

    물론 민영방송에서 방영했던 <오오쿠>가 여성들 간의 치열한 대결을 그리고는 있었지만 그들 역시 드라마의 주인공들이었을 뿐 드라마 속에서 그리고 있는 역사의 중심 인물은 아니었다.

    하지만 곧 일본도 남성 중심의 역사 이야기를 벗어나는 날이 오지 않을까?

    하네다 공항에서 내리면 가장 크게 붙어 있는 <선덕여왕>의 광고 포스터를 보며 그런 생각을 해보게 된다.

    글 김상하(프리라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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