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론의 창시자인 찰스 다윈은 해군 측량선 비글호를 타고 항해하다 생태계의 보고 갈라파고스섬에서 1835년 거북이 세 마리를 데리고 온다.
그 중 한 마리로 진화론의 실마리를 제공한 '해리엇'은 기네스북에도 오른 최고령 동물로, 2006년 176세를 일기로 사망했다.
서울시극단이 9일부터 11월1일까지 세종M씨어터에서 공연하는 연극 '다윈의 거북이'는 스페인 극작가 후안 마요르가가 이 거북이의 사망 소식을 접하고 쓴 블랙코미디다.
다윈의 집을 나온 거북이 해리엇이 인간으로 진화해 20세기 근현대사 현장을 목격한다는 픽션을 담았다.
기이한 모습의 할머니 해리엇이 저명한 역사학 교수를 찾아가 역사책에서 볼 수 없던 놀라운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극이 진행된다.
이를 통해 19세기 말 이후 세계사에 대한 비판적 시각과 함께 인간의 존재와 진화, 과학과 문명에 대한 본질적 질문을 던진다.
지난해 스페인에서 초연한 최신작으로, 후안 마요르가는 이 작품으로 브로드웨이 토니상에 해당하는 스페인의 막스상을 받았다.
올해 찰스 다윈 탄생 200주년과 '종의 기원' 출판 150주년을 맞아 유럽 각국에서 공연되며 아시아는 이번이 첫 공연이다.
후안 마요르가는 "해리엇이 느리지만 고집스러운 발걸음으로 한국까지 갈 수 있게 해준 분들에게 감사한다"며 "작품이 처음 다른 언어로 공연되고 스페인 사람들과아주 다른 방식으로 반응하는 관객들을 봤을 때의 감동을 지금도 기억한다"고 말했다.
이어 "두 세기의 역사를 지고 다닌 한 유럽 할머니의 엄청난 이야기를 한국이 잘 소화해주기를 바란다"며 "갈라파고스섬에서 나온 이 할머니가 한국 친구들 사이를 걸어 다니며 아름다운 언어로 이야기하는 것만으로도 이미 행복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후안 마요르가는 개막에 맞춰 내한해 13~14일 세종M씨어터에서 특강을 할 예정이다.
연출 김동현. 출연 강애심, 강신구, 강지은, 김신기. 2만5천~3만5천원. ☎02-399-1114.
문화연예
서울=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인간이 된 거북이가 들려주는 현대사
인간이 된 거북이가 들려주는 현대사
입력 2009-10-02 09:02 |
수정 2009-10-02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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