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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사진작가로 변신한 박노해 시인

<인터뷰> 사진작가로 변신한 박노해 시인
입력 2009-12-07 15:15 | 수정 2009-12-07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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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 사진작가로 변신한 박노해 시인

    '노동의 새벽', '참된 시작'의 박노해(52) 시인이 만년필 대신 카메라를 들었다.

    지난 10년간 중동 지역에서 찍은 사진들로 첫 사진전 '라 광야'전을 여는 박 시인은 7일 서울 신문로 '나눔문화'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경을 넘지 못하는 언어 대신 빛으로 쓴 시"라고 자신의 사진 작업을 소개했다.

    서울 중구 저동의 갤러리M에서 내달 7-28일 열리는 이 전시회에는 박 시인이 1998년 출소 이후 이라크, 레바논, 팔레스타인, 시리아 등 중동 각 지역을 누비며 찍은 4만여 컷의 사진 중 37컷이 전시된다.

    출소 후 갔던 유럽에서 쿠르드 사태의 심각성을 실감하고 나서 처음 중동을 찾게 됐다는 시인은 고통받는 중동의 아이들과 여자들을 보면서 사진을 찍게 됐다.

    "국경을 넘어가는 순간 국경을 넘지 못하는 나의 시는 아무 소용이 없더군요. 어느 때부터인가 오래된 만년필을 든 손에 낡은 흑백 카메라가 함께 들렸습니다. 분쟁현장에서 힘없이 죽어가는 사람들이 가장 필요한 것도, 점령자나 독재자들이 가장두려워하는 것도 카메라였습니다."

    그렇게 낡은 필름 카메라로 치열하게 찍어낸 수만 장의 사진에는 "한 장 한 장마다 단편소설 하나만큼의 사연이 들어있다"고 시인은 말한다.

    "중동은 세계에서 무장력이 가장 집중되고 긴장된 지역이라는 점에서 우리와 닮았습니다. 그러나 우리에게 가장 낯설고, 멀고, 오해받는 지역이기도 합니다. 이번 전시회를 통해 사람들이 중동의 진실에 대해 생각하게 되고, 동시에 민주화 이후 우리가 서서히 잃어가고 있는 빛나는 재생의 힘을 배워갔으면 합니다."

    이번 전시회는 박 시인으로서는 실로 오래간만의 외출이기도 하다.

    1984년 펴낸첫 시집 '노동의 새벽'으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시인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7년5개월을 복역한 후에는 좀처럼 언론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감옥에서 나와보니 갑자기 너무 유명해져 버렸더군요. 과거를 팔아서 현재를 살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보잘것없는 노동자였던 예전의 내 모습으로 돌아가는 데 10년 정도면 되지 않겠는가 생각했는데 실제로 요즘 젊은 사람들은 저를 잘 모르더라고요. 자유롭고 편안합니다."

    시인은 "사진전 끝나면 또다시 중동으로 떠날 것"이라며 "10년간 피와 눈물로 써온 시 4천여 편도 정리해 내년께 새 시집도 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인터뷰> 사진작가로 변신한 박노해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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