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T의 토니 안, SES의 유진과 슈, 신화의 에릭, 슈가의 아유미가 대표적 케이스.
원조 아이돌 1세대인 이들 그룹에서 미국 아이들은 영어 랩을 맡아 실력 발휘했지만, 정작 실속을 차린 것은 일본 출신들이었다.
SES는 활동 후기 일본 진출을 하면서 슈가 주도적으로 나섰고, SES 해체 후에는 국내에서 활동한 다른 멤버와 달리 슈는 일본 뮤지컬에 출연하는 등 일본 활동에 집중했다.
아유미도 마찬가지. 슈가 해체 후 SM으로 자리를 옮긴 후 일본 방송에 출연하는 것으로 일본 시장 진출에 나섰다.
얼마 전 일본에서 가수로 컴백하며 선보인 삭발한 모습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아이돌 1세대들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굳이 해외 진출을 목적으로 노래를 발표하지 않아도 국내에서 인기를 얻으면 동남아 시장에서도 사랑받는 경우가 늘어나면서 점차 작아지는 국내 가요시장만을 노리기보다 아예 초기부터 적극적으로 해외 진출을 염두에 두는 기획을 하기도 했는데, 그러면서 한류 열풍을 발판 삼아 아예 다국적 멤버를 영입하는 연예기획사가 많아졌다.
해당 국가의 멤버가 있으면 호감도를 높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언어 문제도 완벽하게 해결할 수 있다는 1석 2조의 효과를 노린 것.
그리하여 요즘에는 아예 여러 국가의 멤버를 모은 다국적 아이돌을 컨셉으로 내세운 그룹도 생겨났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 다국적 아이돌 멤버의 활동은 이제 안정기에 들어섰다.
슈퍼주니어의 한경, 2PM의 닉쿤은 한국에서도 최고의 그룹으로 자리매김했지만 각자의 고국인 중국과 태국에서도 큰 인기를 끄는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
먼저 슈퍼주니어의 한경은 한국에서는 13명의 멤버 가운데 한 명에 불과하나 중국에서는 성공 신화를 이룩한 스타가 되었다.
특히 중국에서 활동하는 슈퍼주니어의 한 유닛인 슈퍼주니어 M이 대단한 인기를 얻으면서 대스타로 자리를 굳혔다.
슈퍼주니어 멤버 려욱은 <놀러와>에서 “한경은 중국 공항에만 도착하면 자세가 달라진다.
어깨를 쫙 펴고 다닌다”며 한경이 중국에서 얼마나 높은 인기를 누리는지를 밝히기도 했다.
슈퍼주니어 M에는 한경 외에 헨리와 조미라는 두 명의 중국인 멤버가 더 있다.
헨리는 슈퍼주니어 2집 ‘Don’t Don’ 뮤직비디오에 모습을 드러내며 열정적인 바이올린 연주 실력을 뽐냈으나 국내 팬의 반대로 추가 멤버가 되는 기회는 놓쳤다.
대신 헨리와 조미는 객원멤버로 슈퍼주니어 M에서만 활동 중.
슈퍼주니어 M은 2008년 싱글앨범 <迷Me>로 데뷔하고 그 해 성광대전시상식 중국 최고 인기그룹상을 수상했다.
2009년에는 ‘Super Girl’을 발표하며 활동하고 있다.
‘Super Girl’은 중국, 대만, 필리핀, 태국 등지에서 1위를 차지한 상태다.

2PM의 닉쿤은 태국계 미국인이다.
아기 같은 얼굴로 짐승돌로 불리는 2PM과는 이미지가 어울리지 않는 것 같으나 몸은 한 광고에서 “진짜 맞아요”라고 밝혔듯 짐승에 다름없다.
요즘 남성들의 최고 이상형으로 불리는 ‘청순한 글래머’의 완벽한 남성형 모델이라고나 할까.
귀여운 외모와 호감 가는 행동으로 한국에서도 초절정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
태국에서의 인기도 상상초월. 닉쿤 덕분인지 2PM 역시 태국에서 인기 그룹으로 등장할 수 있었다.
재범의 2PM 탈퇴 문제는 태국에서도 큰 이슈가 될 정도였다.
2PM은 2009년 태국 내 외국인 가수 앨범 판매량 1위와 가장 사랑받는 연예인 1위를 차지하는 등 관심의 중심에 서고 있다.
닉쿤은 한국에서는 태국 관광청의 홍보대사로 위촉되면서 한국과 태국을 잇는 문화외교사절 역할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만만하니’로 활동을 시작한 유키스도 다국적 멤버로 불리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 따져보면 케빈, 일라이 등은 미국 교포이고 알렉산더가 홍콩 출신으로 유일한 외국인 멤버다.
또한 알렉산더도 어머니는 한국인이다. 하지만 외국에서 워낙 오래 살아 7개 국어에 능통한 외국어통들이다.
‘어리지 않아’로 데뷔한 후 국내보다는 태국 등 해외에서 큰 인기를 누리고 있었다.
‘만만하니’로 남성판 ‘시건방춤’을 선보이며 국내 인기 공략에도 나섰다.

소녀시대 동생 그룹이라 불리는 f(x)도 다국적 아이돌로 알려져 있다.
멤버 가운데 빅토리아는 중국 출신, 엠버는 대만계 미국인이다.
2009년 9월 ‘라차타’로 데뷔했다.
국내에서도 걸그룹 열풍을 타고 주목을 받았고, 해외에서도 f(x)의 데뷔 뉴스가 크게 보도되기도 했을 만큼 관심을 얻고 있다.
해외 시장을 목표로 결성된 만큼 국내에서 인기가 어느 정도 안정화 단계에 다다르면 본격적으로 해외 진출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2009년 9월 ‘티티댄스’로 데뷔한 걸그룹 햄(HAM)도 다국적 아이돌을 지향하고 있다.
가연, 미유, 수진, 효니라는 이름만 들으면 다국적이라는 말에 고개를 갸웃거리게 되지만 가연이 중국에서 캐스팅된 해외 멤버다.
햄은 일본 진출을 목전에 두고 있다.

비록 한국인이긴 하지만 필리핀에서 먼저 활동하고 사랑받아 온 산다라 박은 걸그룹 2NE1의 멤버가 되었다.
한때 ‘필리핀의 보아’로 불리며 필리핀에서 큰 인기를 누리다 한국에서 절치부심하여 인기 걸그룹 멤버로 재탄생했고, 산다라 박은 2NE1의 성공으로 필리핀으로 금의환향할 수 있었다.
역으로 산다라 박 덕분에 2NE1은 필리핀에서도 인기 그룹이 될 수 있었다.
물론 모든 아이돌 그룹이 성공하는 것은 아닌 것처럼, 다국적 멤버를 영입했더라도 실패하는 경우도 있다.
1998년 데뷔한 원조 다국적 아이돌 그룹쯤 되는 써클에는 한국, 중국, 일본 멤버가 섞여 있었다.
하지만 어디서도 큰 인기를 얻지 못하고 해체하는 비운을 겪었다.
데뷔 1년 만에 공식적인 해체 소식을 전하며 충격을 안겼던 에이스타일(A'st1)도 토모, 하이밍 등의 멤버를 내세웠던 다국적 아이돌 컨셉을 지향하던 그룹이었다.
해외 멤버만 국내 아이돌 그룹에서 활동하는 것은 아니다.
국내 멤버가 해외의 유명 아이돌 그룹에서 활동하는 케이스도 생기고 있다.
케이블 음악 채널을 통해 방송되었던 한일 합작 오디션 프로그램인 <대 동경소녀(vs Tokyo Girls)>를 통해 장다연이 일본 걸그룹의 멤버가 되는 기회를 거머쥐었다.
장다연은 이후 연습생 생활을 거쳐 모닝구무스메, 베리즈 코보, 큐트 등의 걸그룹을 만들어낸 업프론트에 소속될 예정.
조만간 장다연이 일본 걸그룹의 멤버가 된 모습을 볼 수 있길 기대해본다.
이지현 기자 | 사진 TVian DB | 사진제공 JY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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