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지지지, 베이베베이베~’ 남자들이 소리 높여 외치기에는 어딘지 민망한 이 앙증맞은 후렴구가 올림픽 공원에 울려 퍼졌다.
지난 19일, 20일, 데뷔 2년 5개월 만에 첫 단독 콘서트를 개최한 소녀시대의 콘서트 현장이었다.
소녀시대가 누구던가.
오빠들에게는 꿈의 여신, 삼촌들에게는 생활의 활력소, 서른 고개를 넘은 후로 운동이라고는 숨쉬기 운동 말고는 해본 적이 없는 아저씨들도 ‘게다리 춤’을 추게 만드는 놀라운 마력의 소녀들이 콘서트를 한다니, 한 겨울의 올림픽 공원에는 양 손에 분홍색 야광봉을 흔드는 삼촌팬들의 하트가 물결쳤다.
기자들도 삼촌팬 인증
대부분의 아이돌은 콘서트 직전 ‘기자회견’을 열고 콘서트를 갖게 된 소감과 포부를 전한다.
콘서트 현장은 영상과 사진이 일부 공개되거나 비공개인데 반해 기자회견은 전부 공개되기 때문에 많은 취재진이 몰리기 마련.
소녀시대의 기자회견 역시 마찬가지였는데, 대체적으로 남성의 비율이 높은 기자석 덕분인지 기자회견은 남성 아이돌의 회견과는 달리 매우 훈훈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었다.
특히 ‘연예인 보기를 돌 같이 하는’ 남자 기자들이 평소라면 절대 하지 않는 행동을 연출 했는데, 기자석과 포토월이 상대적으로 가깝다 보니 ‘폰 카메라’에 소녀시대의 모습을 담는 기자들이 눈에 띄었다.
‘스마일~ 찰칵’ 소리가 너무 커 다른 기자들의 따가운 눈초리가 쏟아졌음에도 불구하고 ‘직찍 소녀시대’를 개인 소장한 ‘삼촌 기자팬’은 그저 행복했다는 후문이다.

‘삼촌 기자팬’들의 따뜻한 응원은 공연 중에도 이어졌다.
10대 소녀 팬들의 괴성 속에서도 부동 자세를 유지하며 그저 ‘일’적으로만 콘서트를 관람하던 여타 공연 취재와 달리 소녀시대의 콘서트에서는 남자 기자들의 박수 소리가 들려왔다.
보통 기자회견만 참여하고 자리를 뜨던 일부 사진, 영상 기자들 역시 프레스 석에 앉아 공연을 즐기며 이날만큼은 사심 가득한 하루를 보냈다.
소녀시대로 대동단결
가요계에 삼촌팬들이 대거 흡수된 것은 불과 얼마 전이었다.
‘걸 그룹 전성시대’가 2009년 초부터 시작되었으니, 평범하게 회사 다니고, TV 프로그램이라고는 ‘9시 뉴스’밖에는 챙겨보지 않았던 ‘아저씨’들이 가요 프로그램을 ‘본방 사수’하고 콘서트 현장에 나타난 것은 1년도 채 되지 않는다.
소녀시대의 콘서트에도 십 수년 만에 콘서트를 보러 온 아저씨들이 많았는데, 콘서트 현장이 익숙치 않은 남성 팬들은 어색하게 삼삼오오 짝을 지어 ‘소시 짱’을 외치고 있었다.
오프라인 현장의 리액션들이 학교생활보다 익숙하고, 응원도구의 세심함이나 응원 패턴이 조직적인 소녀 팬과는 달리 플랜 카드와 현수막 제작에는 서툴러 야광봉만 손에 들고 있는 삼촌팬의 모습이 오히려 이색적이었다.
소녀시대를 위한 응원구호를 미리 맞추거나 연습해오지 못해 삼촌팬들은 멤버들의 이름만을 목청껏 외치고 있었는데, 공전의 히트곡 ‘Gee’의 전주가 흘러나오자 아이처럼 좋아하는 그들은 정녕 ‘소녀시대로 대동단결’한 듯 보였다.

주말 잔업이 있는데도 소녀시대 콘서트를 보기 위해 지방에서 올라왔다는 한 삼촌팬은 “소녀시대는 내 삶의 활력소”라며 “소녀들의 모든 것이 좋다”고 서툴게 고백했다.
지난 주 방송된 <수요기획-소녀시대와 삼촌 부대>에서는 소녀시대의 인기 비결을 ‘청춘에 대한 향수와 삶의 위안’으로 들며 지금 3040 남성들이 젊은 여성에게 바라는 여러 가지 콘셉트를 소녀시대가 정확히 구사하고 있다고 정의했다.
그러나 현장에서 직접 보니 삼촌팬들의 지갑을 열게 하는 것은 SM 엔터테인먼트의 계산하에 정확히 구현된 소녀시대의 콘셉트가 아니었다.
그들이 평소라면 절대로 안 할, 아니 돈을 준대도 못할 팔불출 짓까지 하게 만드는 것은 소녀시대가 분출하는 그 어떤 에너지에 있었다.
귀여운 얼굴과 섹시한 몸매, 후크송과 따라하기 쉬운 안무 만으로는 사람을 그토록 움직이게 할 수 없다.
‘지지지지 베이베베이베’를 군가처럼 따라 부르는 삼촌팬들을 늙었다고 놀리지 말자.
그들에게 지금은 'MB시대'가 아니라 '소녀시대'니까
김송희 기자|사진 및 이미지제공 SM 엔터테인먼트,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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