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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대상, 고현정의 알 수 없는 수상소감

연기대상, 고현정의 알 수 없는 수상소감
입력 2009-12-31 10:22 | 수정 2009-12-31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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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사 방송사의 연말 시상식은 그야말로 연례행사다.

    저물어가는 해, 그 해를 정리하며 시상식에서 상을 받고 고생했던 일, 고마운 사람을 열거하는 수상자들의 수상 소감 역시 진부하지만 시상식에서 없어서는 안 되는 필수품이다.

    2009년 MBC<연기대상>에서 고현정이 대상을 탈 것이라는 예보는 대한민국 기상청도 맞출 수 있는 만한 난이도의 문제였다.

    고현정의 참석여부가 초미의 관심사였던 것도 ‘참석만 하면 상은 따논 당상’이라고 다들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고현정 전담 카메라'가 있나 싶을 정도로 2시간 내내 방송에 가장 많이 잡힌 시상식장의 고현정은 모두의 예상대로 '대상'에 호명되었고, 덤덤하게 무대위로 올라 '고현정의 시대'를 알렸다.

    그런데 MBC <연기대상> 역대 대상 수상자들을 좀 전에 봐서 일까.

    무덤덤하고, 그야말로 ‘쿨’한 고현정의 수상소감을 듣고 있으니 어딘지 맥이 빠진다.

    아무리 시상식 권위가 예전만 못하다지만 '미스코리아 출신'이라는 달갑지 않았을 시선 속에서 신인 연기자로 출발해, 지금 이 순간을 한 번쯤은 꿈꾸었을 고현정은 별로 기쁘지 않을 것일까.

    고현정은 사실 시상식과 인연이 많은 배우다.

    공백 기간이 길었고 작품 수가 많지 않아서 트로피와 인연은 별로 없지만, 10년만에 돌아온 고현정의 컴백작은 드라마나 영화가 아닌 ‘가요 시상식’이었다.

    그녀가 <무릎팍 도사>에 나와서 밝혔다시피 ‘가수들이 보고 싶어서’ 얼떨결에 참석한 시상식이라고 해도, 당시 고현정이 가요 시상식에 발걸음 했다는 사실은 너무나 의외의 행보였다.

    '퇴근시계'라 불렸던 <모래시계>의 히로인이 은퇴 후 10년 만에 돌아오면서 ‘작품’이 아닌 ‘시상식’에 처음 얼굴을 드러냈다?

    참으로 고현정은 사라질 때나, 돌아올 때나 사람 놀래키는데 선수다 싶었다.

    그리고 그녀는 이제 대한민국에서 ‘유일무이’한 존재감을 피력하는 여배우로 자리매김 했다.

    컴백 이후 노개런티로 홍상수 감독의 영화에 출연했을 때도, <무릎팍 도사>에 나와 고현정이라는 이름 세 글자의 존재감을 잠깐 내려놓았을 때에도, <히트>의 여형사, <여우야 뭐하니>의 성인잡지 기자, 그리고 ‘미실’과 영화 <여배우들>의 ‘고현정’ 역까지, 작품을 선택할 때 두려움은 버려두고 영민하게 움직이는 그녀의 선택은 언제나 대중보다 한 발 앞서 나갔다.

    잠깐 이야기가 옆길로 샜지만 차치하고, 어찌되었든 ‘대상’을 수상하는 고현정의 모습을 보고 싶었던 것은 그녀가 언제나 기대보다는 더 많은 것을 보여주었던 배우였기 때문이었다.



    “대상을 한 번도 못 타봤어요?”라는 강호동의 질문에 아쉽게 “네”라고 대답하던 고현정이 ‘미실’이라는 놀라운 여자로 상을 수상할 때, 어떤 표정을 짓고, 어떤 말을 할지.

    그저 한 명의 대중으로서 궁금했다.

    왠지 그녀는 울지 않으면서도 ‘고현정’이기에 할 수 있는 말로 울림을 줄 것만 같았다.

    공동 수상을 남발하는 시상식에 따끔하게 한 마디 할 정도의 괴력을 갖게 된 그녀가 받는 것은 ‘대상’이기 이전에 ‘미실’이 받는 상이었기 때문이었다.

    권력을 탐하면서도 더럽지 않고, 잔인하면서도 순수했던, 멋진 여장부 미실이 받는 상.

    사실, 고현정의 눈은 촉촉히 젖어있었다.

    말을 길게 하지 않으려는 고현정을 자꾸만 끌어당겨 소감을 더 길게 해보라는 이휘재가 아니었다면 아마도 고현정은 “아이들이 보고 있었으면 좋겠다”는 말은 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시상식 내내 왠지 불편한 분위기를 형성했던 고현정과 이휘재가 마지막으로 불화하는 순간이었다.

    어쩌면 고현정은 ‘연기대상’에서의 애티튜드로 많은 안티 세력을 양산했을 지도 모른다.

    고현정의 직설적인 성격을 감안하더라도 그녀에게 MBC <연기대상>은 축제의 한마당이 아니었다.

    ‘이휘재와 과거에 무슨 일이 있었나요?’, ‘고현정은 시상식을 싫어하나요?’라는 질문이 게시판에 올라올 정도로 고현정과 시상식은 어울리지 않는 한 쌍이었다.

    김남주는 울어서 멋지고, 고현정은 안 울어서 별로라는 게 아니다.

    그냥 고현정은 시상식에 안 어울린다는 것을 확인했다는 것이다.

    그것도 이다지도 재미없는 시상식이라면 말이다.

    그나저나, 만약 몇 년 뒤 고현정이 다시 한 번 <무릎팍 도사>에 나간다면 도사님, 이것도 꼭 물어봐 주세요.

    연기대상 시상식때 이휘재의 표정이 정말 맘에 안 들었나요?

    김송희 기자| 사진 조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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