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채권 금융기관 중심의 구조조정 원칙을 유지하면서도 산업정책적 관점에서 개입을 강화하기로 했다.
진동수 금융위원장은 10일 기자회견에서 구조조정펀드를 조성해 구조조정의 속도를 높이는 한편 지식경제부와 금융감독원, 민간 자문기구가 참여하는 전략회의를 직접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은행에 공적자금을 투입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당장 필요한 단계가 아니며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도 10% 이상이면 건전성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정부의 지원에도 불구하고 중소기업의 자금난이 제대로 해소되지 않고 있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신용보증을 적극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 구조조정 민간 자문기구 운영
진 위원장은 민간 주도의 원칙을 지키면서도 구조조정 작업에 직접 개입할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진 위원장은 "기본적으로 구조조정은 채권금융기관이 하고 금융감독원장이 단장인 기업재무구조개선지원단이 지원하며 정부는 산업정책적 측면에서 지원한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관계부처와 좀 더 긴밀히 협의하고 민간 자문그룹을 운영하겠다"며 "필요하면 내가 전략 회의도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진 위원장이 언급한 전략회의는 금융위와 지식경제부가 작년 말에 설립한 실물금융종합지원단과 금융감독원장이 단장을 맡은 기업재무개선지원단, 새로 설립되는 민간 자문기구를 포괄하게 될 것이라고 금융위 측은 설명했다.
또 산업정책적 측면의 지원을 강화하기 위해 태스크포스(T/F)인 실물금융종합지원단을 상설조직으로 전환하고 금융위 사무처장이 아닌 부위원장이 책임을 지게 된다.
이 같은 구조조정 조직체계의 변화는 채권은행들이 재무적 판단에 따라서만 기업의 옥석을 가릴 경우 성장산업을 지원하고 한계업종을 구조조정하려는 정부의 산업정책이 개입할 자리가 없어진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채권단 중심의 구조조정을 보완하기 위해 기업 구조조정펀드도 설립할 예정이다. 이 펀드는 구조조정 기업의 자산매각을 활성화하고 해당 기업의 지분을 인수할 목적으로 조성된다.
외환위기 때에 비해 기업의 자금조달 방식이 탈은행화한 상황을 고려해 구조조정에 자본시장의 메커니즘을 적극 활용하겠다는 구상이다.
그는 "캠코(자산관리공사)나 산업은행이 참여하는 형태, 민간에 판매하는 구조 등 다양한 방식이 가능하며 하나씩 내놓겠다"며 "구조조정펀드가 은행의 구조조정 부담을 덜어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은행 BIS 비율 10%면 충분"
진 위원장은 외환위기 때와는 다르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정부 주도의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일각의 주장과는 선을 그었다.
외환위기 당시에는 부실 기업이 쏟아지는 상황이어서 신속하고 과감한 정리가 최우선 과제였고 구조조정을 위한 법.제도적 기반도 마련되지 않아 정부가 주도할 수 밖에 없었지만 지금은 잠재된 부실이 많고 구조조정을 위한 법.제도적 장치가 정비돼 있다는 것이다.
세계경제의 동반침체에 따른 경기하강 국면의 장기화 가능성을 감안할 때 과거와 같은 방식의 구조조정으로 시장의 불확실성을 담보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진 위원장은 선진국처럼 은행에 공적자금을 투입하는 방안도 필요시 검토하겠지만 국내 은행들은 안정적인 수준의 BIS 비율을 유지하고 있어 당장 이 카드를 쓸 필요는 없다는 입장이다.
감독규정상 은행은 기본자본비율이 7%, 자기자본비율이 10% 이상이면 1등급으로 건전성에 별다른 문제가 없는 것으로 보는데 국내 은행들은 대부분 이 기준을 충족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당장 공적자금을 투입하는 것보다는 20조 원 규모의 자본확충펀드를 통해 은행의 대출여력을 확보해주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금융위원회의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진 위원장은 "은행 자본확충펀드를 조성하기 위한 실무 협의를 끝냈다"며 "은행들이 이 펀드를 이용해 부실채권 정리, 기업 구조조정, 기업 신용공여 확대 등을 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줄 것"이라고 말했다.
◇ 中企 신용경색 보증확대로 푼다
한국은행의 유동성 공급과 정부의 정책적 지원에도 불구하고 중소기업에 자금난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신용보증을 적극 확대할 방침이다.
진 위원장은 "중소기업과 서민들을 활발히 지원해야 경기회복을 앞당기고 금융회사가 발전할 수 있다"며 "이러한 인식을 금융회사들과 공유하고 금융회사들을 정책 파트너로 삼아 중소기업 등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겠다"고 강조했다.
서민지원을 위해서는 현재 개별 금융회사에서 시행하는 프리워크아웃을 다중채무자에게 확대하고 휴면예금재단과 서민금융기관의 역할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마이크로크레딧 제도를 활성화할 방침이다.
진 위원장은 금융위기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기획재정부와 금융감독원 등 관련 기관과의 '팀플레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봤다.
이에 따라 금융위원회와 민간 감독기구인 금융감독원의 상황실을 통합해 시장상황을 효과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신속히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키로 했다.
그는 "위원장 취임 이후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핵심 현안에 대해 윤증현 장관 등과 이런저런 경로를 통해 긴밀하게 협의해 왔다"며 "새로운 경제팀의 공식 출범에 맞춰 본격적인 협의를 통해 앞으로 당면한 정책과제에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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