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은 스페인의 기독교 군주가 무슬림인 무어인들을 강제로 추방한 지 400년째 되는 날이다.
영국 일간 타임스 온라인판은 유럽 최초의 '인종 청소'라 일컬어지는 무어인 탄압 사건에 대해 스페인 정부가 사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고 9일 보도했다.
무어인은 8세기까지 스페인이 위치한 이베리아 반도를 정복하고 있었지만, 15세기 말 카스티야-아라곤의 기독교 군주에 패배한 이후 북아프리카 지역으로 쫓겨나게됐다.
스페인에 남은 수십만 명의 무어인들은 기독교로 개종하라는 압력을 받았으나, 대부분 이슬람식 이름과 생활 방식을 고수하며 기독교 국가 건설에 저항했다.
이에 따라 1609년 4월 9일 스페인 왕 펠리페 3세는 반항적인 무어인 30만여명을북아프리카로 강제 추방하라는 명령을 내렸고 그 과정에서 5년간 수백명이 잔혹한 죽임을 당했다.
스페인에서 이 같은 역사는 전시회나 회의, 공개 토론 등을 통해 다뤄지고 있지만 정부 차원의 공식 기념행사는 없는 상태다.
이와 관련, 일부 스페인ㆍ모로코의 사회운동가와 무슬림 작가들은 스페인 정부가 올해 기념일에 과거의 잘못을 공식적으로 사과를 함으로써 서구와 이슬람 사회의화해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게다가 며칠 전 호세 루이스 로드리게스 자파테로 스페인 총리와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총리가 서방과 이슬람권의 우호관계 촉진을 위해 개최된 유엔 '문명과의 대화(Alliance of Civilization)' 행사에서 만났기 때문에 이번 기념일이 더욱 큰 의미를 가진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스페인 정부는 공식 기념일 행사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스페인에서 무어인 추방 사건은 매우 민감한 사안인데, 알-카에다의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이 이베리아 반도의 옛 무슬림 왕국 '알-안달루스'를 재건하겠다고 반복적으로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스페인의 작가 후안 고이티솔로는 "스페인 당국과 학계는 조심스러운 침묵의 요새로 숨으면서 불편함을 드러내고 있다"며 스페인 정부를 비판했다.
세계
서울=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스페인 무어인 추방 400주년‥사과할까
스페인 무어인 추방 400주년‥사과할까
입력 2009-04-09 16:31 |
수정 2009-04-09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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