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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통치의 두 얼굴..터번과 철모

이란 통치의 두 얼굴..터번과 철모
입력 2009-06-26 14:54 | 수정 2009-06-26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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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통령 선거 이후 시위사태로 위기를 겪고 있는 이란 정권이 `철모'로 상징되는 혁명수비대와 바시즈 민병대의 힘으로 `터번'을 두른 이슬람 성직자들의 신정(神政) 지배체제를 떠받치는 양면성을 보이고 있다고 AP통신이 26일 보도했다.

    AP통신에 따르면, 이란의 이슬람 정권은 대선 이후의 위기상황을 잘 견뎌낼 수 있겠지만, 상처를 입을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서방으로부터의 고립은 더 깊어지고,국내에서 리더십은 압력에 직면하고 있다.

    국영TV에서는 대선 이후 소요사태의 책임이 외국의 `적들'에게 있다며 비난하는날카롭고 방어적인 메시지들이 나온다.

    거리에서는 보안군이 항의시위의 기미만 보이면 벌떼처럼 달려들어 진압하고 기자들과 정치인, 대학교수, 활동가들을 연행하고있다.

    야당 지도자인 미르 호세인 무사비 후보는 지지자들에게 장기투쟁에 대비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정권은 생존본능을 드러내고 있다.

    그것은 마치 포위당했을 때 나타나는 병리현상과도 같은 것이어서, 고립감과 편집증이 깊어지고 주변의 모든 가용한 무기를 주저없이 휘두르게 된다.

    이란의 신정체제는 보호자를 불러들였는데, 혁명수비대와 바시즈 민병대가 그들이다.

    마을과 골목 곳곳에 배치돼 시위의 싹을 자르는 그들의 능력은 지난 24일 잘 드러났다.

    한 무리의 시위대가 의회 외곽에 나타나자 검은 방호복을 입은 특수부대원들과 민병대원들이 오토바이를 타고 시위대를 급습했고, 시위는 끝나버렸다.

    이란의 유일한 실질 권력은 최고위 성직자들에게 있지만, 그들의 지배는 항상 보안군의 철권에 의해 뒷받침돼왔다.

    향후 몇 달 동안 터번이 얼마나 군인들의 철모에 의존하고 있는지가 잘 드러날 것이다.

    이란의 혁명수비대는 이슬람 체제를 보호하는 권한을 위임받고 있다.

    50만 명에달하는 혁명수비대는 정규군으로부터 분리돼 이슬람 정권을 위한 사적군대로서 복무한다.

    이란 항만과 유전, 미사일과 핵 프로그램의 통제도 혁명수비대의 영역이다.

    혁명수비대가 1979년 이슬람 혁명 때 서방의 지원을 받던 왕정체제의 군대처럼 호락호락 굴복할 가능성은 낮다.

    이란 문제에 정통한 레바논의 정치분석가 탈랄 아트리시는 "혁명수비대란 이름은 그들이 하는 일, 즉 `혁명을 수호하는' 일과 정확히 들어맞는다"며 "그들의 충성심은 지극히 높다"고 말했다.

    최근의 검거 선풍은 다가올 일에 비하면 맛보기 수준이다.

    신정체제의 성직자들은 자유주의 경향의 지지자들을 쉴 틈을 주지 않고 때려부수는 능력을 여러차례 보여줬다.

    요즘은 웹사이트, 페이스북이나 트위터같은 신종 소통수단에 대한 단속이 시작되고 있다.

    이란 정권은 이슬람 혁명 이후에 태어난 `베이비 붐' 세대에게 서구 음악과 데이트, 인터넷 카페, 위성안테나, 더 작고 얇아진 여성스카프 등을 허용해 왔다.

    이런 자유는 정치적 안정에 대한 일종의 보상같은 것이었다.

    그런 묵계가 이번 대선을 계기로 깨져버렸다.

    일부 시위대는 선거가 조작됐다는 무사비의 주장을 널리 퍼트렸는데 이는 최고지도자 하메네이와 지배질서를 직접 비판해선 안된다는 이란정치의 금지선(레드라인)을 넘어선 것이다.

    권력의 앙갚음은 길고 혹독할 것이다.

    하메네이는 야당세력이 미국과 영국 등 외국의 `적들'에게 끌려다니고 있다고 주장함으로써 탄압에 녹색등을 켜줬다.

    국영언론은 때맞춰 소요사태와 외부세계의 음모를 연결시킬 프로그램들을 쏟아냈고, 이로써 시위진압은 시민들의 항의에 대한 탄압에서 국가 안보를 위한 것으로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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