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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이미지 선양=연합뉴스

고속성장 中 마지막 인민공사 퇴출위기

고속성장 中 마지막 인민공사 퇴출위기
입력 2009-08-02 09:43 | 수정 2009-08-02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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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지 사유제를 허용하는 농지개혁을 거부한 채 전통 사회주의식 집체 노동을 고수하면서 고도의 경제 성장을 구가, '사회주의 체제의 전설'로 불렸던 중국의 마지막 '인민공사(人民公社)' 마을이 최근 쇠퇴를 거듭하며 간판을 내릴 위기에 처했다.

    허베이(河北)성 뤄자좡(呂家莊) 마을은 중국 당국이 1982년 사회주의 계획경제의 상징이었던 인민공사를 해체, 농민들에게 토지를 배분하는 농지개혁을 단행했으나 이를 거부한 채 지금까지 30년 가까이 집단 노동과 공동 분배 체제로 운영되는 인민공사를 고집해왔다.

    개혁개방의 대세를 거스른다는 조롱과 비난이 뒤따랐지만 당시 이 마을을 이미 30여년간 '통치'해왔던 가오넝취안(高能權) 당서기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합리적인 작업 배분과 잇단 개혁 조치를 시행, 뤄자좡을 부자마을로 일구면서 지금까지 꿋꿋하게 인민공사 체제를 유지해왔다.

    가오 당서기는 농지와의 거리, 일의 난이도, 일의 깨끗함과 더러움 등을 면밀하게 나눠 작업을 배분하는 노동정액관리제를 도입하고 간부들의 솔선수범을 강조, 향(鄕) 간부는 연간 100일, 대대 간부는 200일, 생산대장은 300일 이상 노동에 참여하도록 독려했다.

    간부들이 앞장서서 노동에 나서고 합리적인 노동 및 생산물 분배제가 시행되면서 주민들이 의욕을 갖고 노동에 참여한 덕에 이 마을은 인민공사가 해체된 다른 마을들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의 부를 일궈낼 수 있었다.

    생산물을 풍족하게 나눠주고도 해마다 적립되는 마을 공동재산을 이용해 다른 마을에서는 엄두조차 못내던 기계화 농사를 일찌감치 도입했는가 하면 20년 전 이미공업화에 눈을 돌려 제지공장을 시작으로 담요공장과 철물공장, 모자공장 등 16개의집체기업을 설립해 한때 연간 1천만 위안(18억 원)의 이윤을 창출하는 '기적'을 이뤄 중국인들을 놀라게 만들었다.

    올해 91세인 가오 당서기는 거듭되는 경제성장에 힘입어 매번 당서기에 당선돼 지금까지 60여년간 이 마을을 다스려왔으며 지난 3월 선거에서도 95%의 압도적인 지지를 얻어 재선됐다.

    그러나 가오 당서기의 노화로 통치력이 약화되면서 사회주의 체제의 전형적인 병폐인 눈치보기와 업무 태만, 적당주의가 주민들 사이에 만연, 생산성이 갈수록 떨어지면서 러자좡은 최근 수년간 쇠퇴를 거듭해왔다.

    한때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비유되던 16개의 집체기업이 모두 도산, 현재 모자공장만이 겨우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 해 뤄자좡 마을 농민 1인당 순 수입은 6천200 위안으로 주변 마을 농민의 순수입 6천794 위안에 한참 뒤졌다.

    자신의 의도대로 따라주지 않는 주민들과 60여년간 정성을 쏟았던 인민공사가 걷잡을 수 없이 망가지는 것을 지켜봐야 하는 가오 당서기는 최근 극심한 스트레스와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다.

    중국 청년보(靑年報)는 최근 러자좡 마을의 실상을 보도하면서 "천재적 재능과 뛰어난 카리스마를 갖춘 영도자도 세월 앞에서는 어쩔 수 없는 것 같다"고 중국의 마지막 인민공사의 좌초 위기를 안타까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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