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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만발 ‘명월이’? 어디서 많이 듣던 그 이름

화제만발 ‘명월이’? 어디서 많이 듣던 그 이름
입력 2010-01-19 18:03 | 수정 2010-01-19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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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낮 갑자기 인터넷 포털에선 검색어로 ‘백백교, 명월이’가 화제였다.

    일제 시대 때 표본화 된 기생 ‘명월이’와 백백교 교주의 인체 일부를 폐기해 달라며 강모씨 등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소송 때문이다.

    생식기가 표본화 된 명월과, 머리가 표본화 된 백백교의 교주 전용해는 많은 이들에게 ‘도대체 누구이며, 왜?’라며 의문을 낳았는데, 그 사연 또한 기막히다.

    기생 명월은 동침한 남자들이 연이어 복상사를 당하고 본인 역시 불분명한 원인으로 사망하자 일본이 신체 연구용으로 생식기를 적출했으며, 백백교의 교주 전용해는 당시 300여 명이 넘는 백성을 학살한 범죄 단체 백백교의 소탕과정에서 자살했는데 그 머리를 표본화 하였는데, 이를 지금까지 국과수에서 보관했다는 것.

    현시창에 어울리는 이 자극적인 과거사를 두고 네티즌들은 ‘일본이 무단으로 적출한 인체는 적절한 처리를 해야 한다’ ‘일제의 만행을 기억할 역사적 의미가 있으니 국과수가 아닌 곳에서 보관하자’ 등 갑론을박을 펼치고 있다.

    자, 정확한 내력이나 기록도 남아있지 않는 이 일에 대해서는 법원의 결정을 기다리도록 하고, 그렇다면 갑자기 드는 의문.

    왜 우리에게는 ‘명월이’라는 이름이 옆집 아이 이름마냥 이토록 익숙한 것일까.



    아시다시피 ‘명월’은 조선시대 최고의 기생으로 손꼽히는 황진이의 기명이다.

    밤의 세계를 비추는 밝은 달이 되겠다는 야심찬 포부가 담긴 이 이름은 역사책을 통해서 뿐 아니라 대중문화인 드라마와 영화를 통해서도 숱하게 사용됐다.

    ‘명월’이라는 이름이 기생(妓生)을 대표하는 이름이 된 이유는 아무래도 황진이의 힘이 컸다.

    조선 중기 때, 시대를 풍미했던 황진이 이후로 수 많은 후배 기생들이 ‘포스트 황진이’를 꿈꾸며 ‘명월’을 기명으로 선택한 것이다.

    당시에는 ‘명월’이라는 기명을 두고 쟁탈전도 있었을 정도라고.

    근래들어 대중문화계에 ‘기생붐’이 일었던 것은 2006년, 하지원이 주연을 맡은 KBS <황진이>가 이슈화 되면서 부터이다.

    때를 같이해 송혜교 주연의 영화 <황진이>, 김희선, 박지윤 등 캐스팅 소문만 화려했던 <해어화>, 뮤지컬 <기생이야기> 등 그동안 ‘기생’ 없이 어떻게 대본 썼나 싶을 정도로 기생을 주인공으로 한 작품이 우후죽순으로 쏟아져 나왔다.

    이들 작품에서 양반의 걸쭉한 목소리가 은근하게 "이보게 명월이~"라고 부르는 소리는 환청인듯 언젠가 한번은 들어본 대사 같다.

    ‘명월’과 함께 기생담에 일조했던 기생들은 또 누가 있을까.

    <바람의 화원>의 정향, <경성스캔들>의 송주, <메디컬기방 영화관>의 계월, 매화, 매창, 단비, <1794 기방난동사건>의 설지까지, 최근에는 황진이 외의 주연급 기생들에게는 명월이라는 이름을 짓지 않는 것이 불문율이다.

    90년대 <일월>과 같은 드라마에서는 주인공 기생을 ‘명월’이라 명하기도 했지만, 최근에는 ‘명월’이라는 기명이 지나치게 흔해져 버려 주인공의 이름으로는 잘 쓰지 않는 것이다.

    대신 상징적인 이름인 ‘명월’은 주인공의 친구 기생이나 퇴물 기생의 이름 정도로 쓰이게 되었다.

    그 예로 가장 최근에 ‘명월’을 사용한 OBS <오포졸>에서 조은숙이 연기한 ‘명월’은 노처녀 기생으로 푼수에 가까운 인물이었다.

    돌이켜 보니 '텔레비전 키드'인 우리들은 참으로 많은 '명월'들을 겪으며 자랐다.

    그들은 TV 속에서 노류장화로서 울고 웃었고, 엔터테이너로서 춤에 목숨걸기도 했다.

    그래서 더욱 안타까운가보다.

    멀고도 가까운 존재 '명월이', 그녀가 백년이 가까운 시간 동안 포르말린 속에 잠겨 있었다고 생각하니.

    김송희 기자|사진제공 KBS,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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