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 주말을 뜨겁게 달군 뉴스는 컴백이 임박한 소녀시대의 티저 영상도 아니요, 2AM의 컴백 무대도 아니었다.
원더걸스의 선미가 탈퇴한다는 깜짝 소식이 전해지며 원더걸스의 팬이든 아니든 많은 사람들은 충격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선미는 평범한 학생으로 돌아갈 예정이라고 밝히고 있다.
물론 연예계와 완전히 연을 끊는 것은 아니어서, JYP에서 계속 노래와 댄스 연습을 할 것이라고 한다.
언제든 연예계 복귀가 가능하다는 소리다. 하지만 씁쓸한 감정은 쉽사리 사라지지 않는다.

원더걸스는 이미 멤버 탈퇴를 겪은 전력이 있다.
데뷔한 지 일년이 채 못돼 현아가 건강상의 문제로 나가고 유빈이 그 자리를 채웠던 것. 현재 현아는 걸그룹 포미닛의 멤버로 돌아온 상태다.
현아 탈퇴는 그 시기가 원더걸스의 데뷔 초반이고 인기도 적었던 때라 큰 이슈가 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국내에서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미국 진출을 시도 중인 현재, 선미 탈퇴가 주는 충격은 가히 폭발적이다.
원더걸스 멤버들은 데뷔 후 ‘텔미’ ‘쏘핫’ ‘노바디’로 큰 인기를 얻으며 방송 출연 횟수가 급속하게 늘었다.
특히 미국으로 건너가기 전 원더걸스는 과도한 행사에 끌려 다니며 살인적인 스케줄을 소화해야 했다.
2AM과 2PM이 막 데뷔하면서 인기도 적고 상품가치도 적었던 때여서 원더걸스가 몸소 나서야 했기 때문이었다.
팬들은 당시 원더걸스의 스케줄을 보며 ‘니들이 고생이 많다’라는 심정이었다.
그 후 원더걸스는 신인의 자세로 돌아가 미국에 진출한다.
조나스 브라더스 콘서트의 오프닝 무대에 오르는 것으로 고생문을 연 후, 빌보드 차트에 오르고 <유캔댄스> 무대에도 서는 등 나름 가시적인 성과를 맛보기도 했다.
성과를 찾으려야 찾을 수 있던 원더걸스의 미국 활동에도 불구하고 선미의 탈퇴에는 여러 이유가 있다.
하지만 어쨌건 그 주된 이유는 ‘재주는 곰이 넘고 돈은 되놈이 번다’는 속담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원더걸스는 힘든 연습생 기간을 거치고 데뷔하여 큰 인기를 얻었다.
국민 그룹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사랑받으며 인지도와 인기를 높여갔다.
당시 소녀시대와 원더걸스는 서로 경쟁하고 협력하며 걸그룹에 대한 시장을 넓혀갔다.
삼촌팬의 지갑을 열게 만든 주범이기도 했다.
소녀시대가 국내에 남아 걸그룹의 커진 시장과 삼촌팬의 지갑이 열리는 것을 과감히 즐기고 있는 동안 원더걸스는 미국에서 이름 없고 무시 받는 신인 그룹으로 다시 시작해야 했다.
원더걸스가 떠난 자리는 소녀시대와 카라는 물론 2009년 데뷔한 티아라, 애프터스쿨 등의 다른 걸그룹들이 대신했다.
원더걸스는 국내에서 높은 사랑을 받았지만, 2009년과 같은 걸그룹의 흥행세에는 동참할 수 없었던 것이다.
어쩌면 원더걸스가 만들었을 걸그룹의 거대한 시장에 대한 열매는 정작 다른 걸그룹이 맛보게 되는 상황이 벌어졌다.

미국 진출에 대해서도 할말이 많다.
‘무릎팍도사’에서 박진영이 주로 말을 하고 원더걸스 멤버들은 피곤한 표정으로 병풍으로 앉아 있던 것처럼, 미국 진출에 대한 꿈은 소속사 사장 박진영의 꿈 그 자체였다.
이미 G소울, 임정희 등의 실력파 가수들을 미국에 데뷔시키겠다며 미국으로 데려간 지 어언 수년째. 유명 프로듀서와 앨범을 만든다는 뉴스는 나오나 도대체 노래를 발표했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은 지 오래다.
박진영의 미국 진출이 실패한 것 아니냐는 소리가 나올 무렵, 원더걸스는 박진영 사장의 꿈을 위해 미국 진출을 시도했다.
나름 작은 인지도를 얻었다는 소기의 성과도 거두었으나 과연 그게 원더걸스 스스로 국내에서의 성공을 뒤로할 만큼의 성공인가 하면 그렇지도 않은 모양이다.
어느 정도 미국 진출에는 성공했다고 박진영 사장은 체면치레했겠지만, 고생은 고생대로 한 원더걸스에게 남은 것은 무엇인가 궁금할 뿐이다.
선미가 원한 평범한 일상으로의 복귀나 학업을 지속하는 것 이상으로 선미는 원더걸스를 떠나기 싫었을 것이다.
고된 연습생 생활을 거쳐 최고의 그룹으로 자리잡기까지 얼마나 힘든지 선미는 그 과정을 직접 경험했다.
다시 연예계에 복귀해 성공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울지 잘 알 것이다.
물론 때가 되면 원더걸스에서 독립해 예능 프로그램에서 활약하거나 드라마에 출연하는 꿈을 가졌겠지만, 현재 자신의 위치가 불분명한 상태에서는 웬만하면 오랜 기간 호흡을 마쳐온 원더걸스로 계속 활동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선미는 원더걸스에서 탈퇴를 결심해야만 했다.

원더걸스 소속사는 아무리 중요한 역할을 했던 선미였지만 탈퇴를 원하자 아무런 말 없이 원더걸스를 떠나게 했다.
물론 계약기간이 남았다며 소송 운운하는 다른 기획사에 비해 쿨하고 신사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으나, 과연 그럴까.
선미의 탈퇴를 막기 위한 최소한의 노력을 하긴 했을까 궁금하기만 하다.
단지 원더걸스의 소속사는 선미의 자리를 중국어가 능통하다는 새 멤버로 교체한다고 발표하는 것으로 모든 의문에 대한 답을 대신해버렸다.
선미를 대체할 연예인 지망생들은 많으니 이를 이용하자는 단순한 속셈을 내비친 건 아닌가 싶어 씁쓸할 뿐이다.
선미의 탈퇴를 막기 위해 필요했던 게 아주 결정적인 무언가였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그냥 누구 한 사람의 욕심만 접었으면 됐을 텐데, 선미의 희생으로 간단하게 끝나버렸다.
어쩌면 소모품으로 전락해버린 것 같은 선미를 보면서, 정말 씁쓸하다.
이지현 기자| 사진 TVian DB|사진제공 JY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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