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붕킥>의 핵심 관전 포인트는 달달하면서도 미묘한 지정(지훈, 정음), 준세(준혁, 세경) 커플로 불리는 네 캐릭터들의 러브라인 일 것이다.
요즘 안정모드로 접어든 지정커플을 차치하고, 현역 고등학생과 20대 가사도우미 간의 사랑이 과연 ‘해피’하게 마무리 될 것인가 ‘준세커플’ 지지자들의 마음은 타들어 가는데, 갑자기 궁금해졌다.
준혁학생은 왜, 정음이가 아닌 세경이를 좋아하게 된 걸까?

준혁의 마음에 은근히 들어온 세경
우선 그들의 첫 만남부터 짚어볼 필요가 있다.
<지붕킥> 9회에서 순재네 집에 상근 가정 도우미로 취직하게 된 세경은, 현경의 반대에 부딪혀서 다시금 쫓겨날 위기에 처한다.
간곡한 부탁에도 불구하고 현경의 태도가 너무 강경하자 준혁은 갈 곳 없는 세경과 신애 자매의 처지를 안타깝게 여기며 엄마에게 ‘불쌍한 사람을 좀 도와주라’며 한소리를 한다.
하지만 당시에는 세경에 대한 호감이라기보다, 준혁이 많이 따랐던 어려운 형편의 과외 선생님을 현경이 잘라버리자 이에 대한 반발심으로 엄마에게 대들게 되는 상황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순재네 집에 남게 된 세경을 준혁 학생은 이때부터 은근하게 도와주기 시작한다.
그야말로 은근하게 말이다.
'샌드위치 빨리 먹기 대회'에 나가려고 무리하게 굶어서 힘이 없는 세경을 위해 무거운 박스를 옮겨주기도 하고, 가족 없이 추석을 나게 될 세경, 신애 자매를 위해 대신 청소를 하거나 자장면을 시켜주면서 저녁밥 짓기의 수고스러움을 덜게도 했고, 산골에서 자라 도시 생활이 서툰 세경에게 지하철 타는 방법이나 문자 메시지 보내는 방법 등도 친절히 알려주기도 한다.
이처럼 준혁이 세경을 좋아하게 된 데에는 특별한 사건이나 계기는 없지만 몇 가지 추측은 가능하다.
이는 준혁이가 처한 환경을 보면 알 수 있다.

사랑받고 있다는 확신이 필요한 여린 준혁
준혁은 부잣집에서 가족들과 북적거리며 모자란 것 없이 자란 것 같지만 실상 그 마음은 결핍 상태이다.
경제적으로는 부유할지 모르지만, 틈만 나면 큰소리를 지르고 아버지(정보석 분)를 윽박지르는 할아버지에게 묘한 적대감을 갖고 있고, 체육교사로서 아들의 허벅지를 향해 거침 없이 ‘하이킥’을 날리는 엄마(오현경 분)에게선 늘 성적 때문에 혼이 나는 신세이다.
나이 어린 동생은 또 어떠한가.
예의범절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욕심쟁이 동생 해리(진지희 분)와는 결코 사이 좋은 오누이가 될 수 없는, 준혁의 입장에서는 답이 안 나오는 응석받이 꼬마일 뿐이다.
게다가 서울대 의대를 졸업해 레지던트 3년차인 삼촌(최다니엘 분)은 한 지붕에 살지만 데면데면한 사이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이처럼 준혁은 이 집안에서 누구 하나 정 붙일 곳 없는 입장이며 오히려 가장 가까운 사이인 엄마에게 공부를 못한다는 이유로 늘 구박만 받고 혼만 나는 신세다 보니 제 방에 틀어박혀서 게임기와 놀고, 유일한 친구인 세호와 과외 선생님하고만 교류를 하는 아이였던 것이다.
이런 준혁에게 세경은 늘 따뜻한 말을 전했고, ‘뭐 필요한 거 없어요?’ ‘주스 마실래요?’ 등 도움이 될 만한 것들을 살뜰히 묻는다.
함께 살고 있는 누나의 따스한 친절이 ‘삐딱한 태도’로 살아가던 준혁의 마음을 녹게 한 것이고, 준혁은 실로 오랜만에 ‘사랑받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된 것이다.

연민에서 시작하여 빠르게 타오른 준혁의 짝사랑
또한 준혁은 부유한 집안에서 자라나 평범한 삶을 살고 있었지만, 자신과 전혀 반대의 인생을 걷고 있는 세경에게 연민을 느끼게 되었다.
자신은 너무나 당연히 누리고 있었던 것들이 세경에게는 무척이나 소중하고 절박한 가치가 되는 것을 지켜보면서 준혁은 세경에게 동정심을 품게 된다.
자신과 나이 차이도 얼마 나지 않지만, 동생까지 부양하면서 어려움을 ‘수고스럽다’고 느끼지 않는 세경의 씩씩한 태도를 보면서 일종의 ‘존경심’도 느끼게 되는 것이다.
밀린 카드대금 때문에 과외 전선에 뛰어든 정음에게는 준혁 자신이 굳이 마음을 쓸 필요가 없는 것이다.
이처럼 연민으로 시작했던 19살의 마음은 곧바로 ‘짝사랑’으로 급속도로 커지게 된다.
사춘기 무렵의 감정이란, 이토록 뜨겁고 또 빠르다.
인간적인 성장과 더불어 감정도 성장중인 준혁
더불어 자신은 엄마가 매번 과외선생님까지 붙여주면서 공부에 대한 최고의 환경을 만들어주고 있는데, 세경은 단지 고등학교에 가는 것만으로도 감사함을 느끼고, 집안일을 하다 틈나는 대로 공부를 하려는 모습을 보면서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된다.
그러다 보니 준혁은 자꾸 그녀를 도와주려 한다.
사실 준혁이는 초창기 에피소드에서도 알 수 있듯이, 다소 반항적인 태도를 보이고는 있으나 가난한 과외 선생님의 재취업을 위해 힘쓰고, 상을 당한 선생님의 장례식에 문상을 가며 상여까지 들어주겠다고 약속하는 등 어려운 사람들을 돌볼 줄 아는 가슴이 따뜻한 남자이다.
바다를 보고 싶다는 세경을 위해 어렵게 모은 돈을 털어서 그녀에게 스쿠터를 선물하고, 운전법까지 친절히 알려주는 모습에서도 준혁의 천성을 알 수 있다.
앞서 언급했듯 준혁은 가족 내에서의 낮은 서열로 인해 한 번도 빛을 발한 적이 없는 캐릭터이다.
그런 준혁이가 처음으로 ‘기사도’ 정신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기회가 세경으로 인해 생기게 된 것이다.
영어도 가르쳐주고, 짐도 대신 들어주고, 자전거의 뒷자리도 내주고, 위험으로부터 그녀를 보호하기에 이른다.
집에서건 학교에서건 공부 못하는 말썽꾸러기로만 규정지어진 자신이 세경을 만나 드디어 진짜 ‘준혁학생’으로 거듭나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준혁은 세경이라는 사람을 알게 되면서 성장해가고 사랑의 크기도 점점 자라나게 된다.

강한 여자에게 너무 질린 준혁
덧붙여 그를 둘러싼 여자들은 하나같이 너무 강한 캐릭터들이다.
물리적으로든 정신적으로든 강한 엄마, 많이 먹고 고집불통인 여동생, 4차원에 지나치게 쾌활한 정음까지. 준혁의 ‘이상형’은 현실에서 목격한 스타일이 아니라, 세경처럼 청순하고 침착한 타입이었을 것이고 그녀가 눈앞에 ‘실사’로 있으니 어찌 좋아하지 않겠는가.
이처럼 풋풋하고 아름다운 준혁의 사랑이 삼촌이라는 거대한 벽을 무사히 넘어갈 수 있기를, 준세커플의 열혈 지지자 1인이 한 번 더 기원한다.
스텐레스 김(김병욱 감독)에게 전화 한 통 넣어야 하나?
김민주 기자| 사진 TVian DB|사진 티비안 DB
(Copyrights ⓒ 티비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지붕킥> 준혁, 세경 앞에서 숨겨둔 노래 실력 뽐내
[가상 - 지붕킥 러브라인] 지훈이는 왜 정음이를 선택했을까
<지붕 뚫고 하이킥> 세경♡준혁 풋풋한 '볼키스'!

당신의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