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드라마에서 커리어우먼을 표현하는 방식은 여러 가지이다.
회사에서 일 잘하는 걸로 정평이 나 있는 그녀들은 슈트를 입고 안경을 쓰고 하이힐을 신고 서류가방을 들고 회의실에서 회의실로 뛰어 다닌다.
걷는 중에는 휴대폰을 손에서 떼지 않으며, 정확히 무슨 일을 하는지는 몰라도 똑 떨어지는 말투로 ‘이런저런’ 지시를 한다.
그리고, 그녀들의 헤어는 올백으로 묶어 눈을 치켜 올라가게 하거나 짧은 머리가 대부분이다.
그중에서도 특히 SBS <스타일>의 김혜수가 짧은 헤어스타일로 ‘엣지’를 제대로 표현한 이후, 드라마 속 성공한 여성들은 죄다 커트 헤어스타일 투성이다.
커트 머리는 당당하고 똑 부러지며, 헤어스타일에 신경 쓸 겨를도 없이 자기 일에 몰두하는 커리어우먼을 표현하기에 적절하기 때문이다.

캐릭터가 심경의 변화를 겪을 때, 가장 극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것도 바로 '머리를 자르는 것'인데, 과거에는 애인에게 차이고 머리를 잘랐던 여주인공들이 요즘에는 일에 있어서 성공을 결심하거나 '야무지게 살 것'을 결심할 때 머리를 자른다.
SBS의 <별을 따다줘>의 진빨강(최정원)과 MBC <아직도 결혼하고 싶은 여자>의 부기(왕빛나)처럼 말이다.

<민들레 가족>의 이윤지는 발랄하고 깜찍한 ‘여대생’의 이미지가 강했다.
그러나 발랄한 여대생의 커트 머리와 직장인의 커트 머리는 달라야 한다.
그래서 <민들레 가족>의 혜원(이윤지)은 지나치게 짧지 않은 커트 헤어에 앞머리를 내리고 와인 컬러로 염색을 해 세련미를 더했다.
이윤지의 스타일리스트에 의하면 혜원이 극중 일반 기업도 아닌 ‘백화점’에 근무하고 있기 때문에 더욱 스타일에 신경을 썼다고.
또한 혜원은 ‘결혼을 하라’는 가족들의 강권과 회사 내의 ‘불륜’ 의혹을 떨쳐 버리기 위해 위장 결혼을 할 정도로 자기 의사가 확실하다.
그런 그녀에게는 커트 머리가 잘 어울린다.

최여진은 <볼수록 애교만점>에서 어딘지 허술한 구석이 많지만 소탈하고 귀여운 캐릭터를 맡았다.
때문에 보통 여배우들이 도전하기 어려운 숏커트에 도전했는데, 앞머리가 껑충 짧은 숏커트에 밝은 컬러로 염색을 했다.
큰 눈에 광대가 두드러진 최여진에게는 잘 안 어울리는 선택이지만 '보면 볼수록 귀엽다’는 것이 이 헤어의 특징이다.
그러나 “어디 한번 해볼까?" 하고 도전했다가는 도저히 되돌릴 수 없을 정도의 짧은 머리이니 시뮬레이션 없이 도전하지 말지어다.

친구 남자 뺏어놓고도 “그래, 미안해. 근데 나도 피해봤어. 그러니까 이번 일은 그냥 넘어가자”라며 다시 친구 집에 돌아올 정도로 ‘쿨’한 <개인의 취향>의 김인희(왕지혜)는 미술관 큐레이터다.
그야말로 전문 직종에 근무하는 그녀 역시 보브 컷이다.
숏커트라고 하기에는 단발에 가까운 길이감이지만 출근할 때마다 버버리 프로섬, 발맹 등의 재킷과 치마로 우아한 오피스 룩을 선보이는 그녀를 보면 '전문직' 여성의 커트라고 불러도 무방할 듯싶다.
김송희 기자|사진제공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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