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르믈 버서난 달처럼>, 황정민 보는 재미

▲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 줄거리

민초들의 삶이 피폐해져 가던 임진왜란 직전의 선조 25년.

이몽학(차승원 분)과 맹인 검객 황정학(황정민 분)은 평등 세상을 꿈꾸며 ‘대동계’를 만들어 관군 대신 왜구와 싸우지만 조정은 오히려 이들을 역모로 몰아 대동계를 해체시킨다.

대동계의 새로운 수장이 된 이몽학은 스스로 왕이 되려는 야망으로 친구는 물론 오랜 연인인 백지(한지혜 분)마저 버린 채 세도가 한산균 일가를 몰살하는 것으로 본격적인 반란을 시작한다.

한때 동지였던 이몽학이 반란의 길을 가려는 것을 알게 된 맹인 검객 황정학은 이몽학에게 복수하려는 한선균의 서자 견자(백성현 분)와 함께 이몽학을 추격하기 시작하는데…


▲ 비포 스크리닝

<황산벌> <왕의 남자> <라디오스타> 등을 연출한 천만 흥행사 이준익 감독의 신작인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은 1996년 ‘대한민국 만화문화대상 저작상’ ‘2004년 프랑크프루트 국제도서전 한국의 책 100’ 등에 선정된 박흥용 화백의 동명 만화를 원작으로 한 영화다.

사극 연출에 일가견을 보여준 이준익 감독은 5년간의 기획기간에 걸쳐 원작을 해체하고 재구성했다.

동갑내기 배우들인 황정민과 차승원, 처음 정통사극을 연기하는 한지혜, 충무로에서 가장 촉망받는 배우 중 한 명인 백성현이 주요 4인방을 이루고 김창완, 송영창, 정규수, 류승룡, 신정근 등의 명품 배우들이 조연으로 총출동한다.

<올드보이> <친절한 금자씨> <박쥐> 등의 정정훈 촬영감독이 카메라를 잡고, 국악과 현대음악의 접목을 계속하고 있는 김수철과 <추격자> <과속스캔들> <쌍화점> 등의 음악을 담당했던 김준석 음악감독이 공동으로 음악을 담당했다.


▲ 애프터 스크리닝

19일(월) 오후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이 기자시사회를 통해 공개되었다.

공개된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은 늘 이야기와 캐릭터에 비해 영상미에 약점을 보였던 이준익 감독 영화 중 가장 훌륭한 비주얼을 보여준다.

처음 호흡을 맞춘 정정훈 촬영감독의 공으로 보인다.

또한, 맹인 검객 연기로 기대를 모았던 황정민의 연기를 보는 즐거움 역시 굉장하다.

황정민이 만들어낸 맹인 검객 ‘황정학’은 영화의 공개 전부터 줄곧 비교되어 온 기타노 다케시 감독의 맹인 검객 ‘자토이치’를 뛰어넘는 매력적인 캐릭터다.

이는 역시 디테일한 연기와 유머까지 놓치지 않는 황정민의 공이다.

견자(백성현 분)의 1인칭 시점으로 황정학(황정민 분)과 투톱을 이룬다는 원작 만화와 달리 영화에서는 이몽학(차승원 분)의 캐릭터가 많이 부각되었다.

견자의 성장담이 주된 이야기를 구성하는 원작과는 달리 영화에서는 황정학과 이몽학의 대결구도에도 또 하나의 중심축을 세웠다. 그러자니 주인공에 대한 집중력을 떨어뜨리는 약점을 지닌다.

영화를 보다 보면 누구에 초점을 맞추고 따라가야 할지 갈팡질팡 할 수밖에 없게 된다.

그리고 영화의 에너지가 많은 인물들에게 흩어지자 인물들의 개연성도 약해졌다.

황정학과 이몽학의 대결도, 견자의 성장담도, 그리고 비운의 기생 백지에 대한 이야기도 모두 그다지 새로움이 없다는 것이 인물들의 촘촘하지 못한 캐릭터를 더 부각시킨다.

쌍꺼풀 없는 동양적 마스크의 한지혜는 정통 사극이 꽤나 잘 어울린다.

장석우 기자|사진제공 영화사 아침/타이거픽쳐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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