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폰과 아이패드로 전 세계 트렌드의 중심에 선 애플. 1976년 스티브 잡스와 스티브 워즈니악이 창업한 애플은 1984년 '맥'이라고도 불리는 개인용 컴퓨터 매킨토시(Macintosh)를 내놓으면서 컴퓨터 기술 혁신의 중심에 섰다.
사용자가 암호에 가까운 도스(DOS) 명령어를 외워 입력해야 했던 기존 컴퓨터와달리 매킨토시는 GUI(Graphical User Interface)를 적용해 전문 지식이 없는 사용자라도 아이콘과 메뉴, 마우스를 이용해 손쉽게 컴퓨터 작업을 하도록 했다.
애플의 혁신성을 보여주는 애플 초창기 역사의 상징인 매킨토시 개발 과정과 숨은 뒷이야기를 들려주는 책 '미래를 만든 긱스'(인사이트 펴냄)가 번역, 출간됐다.
매킨토시 개발에 참여해 시스템 소프트웨어를 만들었던 앤디 허츠펠드는 1979년 맥을 처음 창안한 제프 라스킨이 팀을 꾸릴 때부터 스티브 잡스가 라스킨으로부터 팀을 넘겨받은 시절, 잡스가 맥 출시 1년여 만인 1985년 권력다툼에서 밀려나 애플에서 쫓겨나기까지 여러 일화들을 풀어놓는다.
책의 중심에는 실질적으로 매킨토시를 만든 사람들이 있다.
대학 학위도 없이 하급 서비스 기술자로 입사했으나 최고 수준의 컴퓨터 설계 실력과 유머감각으로 맥프로젝트의 성격을 정해 나간 버렐 스미스 등 맥 팀원들은 유쾌한 괴짜(geek) 캐릭터를 보여준다.
맥 프로젝트는 당시 애플에서 썩 중요시되지 않았고 여러 차례 폐지될 위기를 넘겼으며 조직 개편에 따라 사무실 건물도 계속 바뀌었다.
그러나 애플의 단순하고도 창의적인 설계에 푹 빠진 팀원들은 순수한 열정을 바탕으로 맥의 구성요소들을 하나씩 완성해 나갔다.
책에는 컴퓨터 괴짜들이 만들어낸 흥미진진한 에피소드가 가득하다.
매킨토시라는 이름은 프로젝트를 시작한 라스킨이 가장 좋아하는 사과 품종명을 따 지은 것이다.
이후 라스킨에게서 지휘권을 빼앗은 잡스와 로드 홀트는 이름을 '자전거'로 바꾸려다가 팀원들이 전혀 호응하지 않자 포기했다.
애플은 당시 매킨토시라는 오디오 제조업체가 있었기에 협상을 벌여 상표권을 얻어내야 했다.
잡스의 '괴짜 중의 괴짜'로서 면모도 그려진다.
잡스는 그때부터 애플의 대표적 강점이 된 디자인에 대단히 집착했다.
한 예로,컴퓨터 칩과 선을 배치하는 PC 보드 작업에서도 겉모양에만 관심을 뒀다가 엔지니어로부터 "누가 PC 보드 모양에 신경 쓰느냐"는 말을 들은 그는 바로 "내가 본다니까! 보드가 케이스 안에 있어도 최대한 아름다워야 해"라고 호통쳤다.
저자는 "잡스에게는 그 주변의 현실을 이리저리 변하게 하는 현실왜곡장(reality distortion field)이 있다"는 프로그래머 버드 트리블의 말을 전하며 잡스를 성미가 불 같은 독재자처럼 그리기도 하지만, 결국엔 비전과 의지를 가진 지도자로서 '매킨토시의 아버지'라 불릴 만하다고 인정한다.
저자가 말하려는 것은 결국 맥 팀의 열정이다.
그는 애플이 점점 관료주의적 조직으로 변해갔다고 안타까워하는 한편, 일과 놀이를 구분하지 않아 '불손'하다는 오명까지 썼던 맥 팀의 자유로운 열정을 되새기며 책을 마무리한다.
원제 Revolution in the Valley. 송우일 옮김. 416쪽. 2만2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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