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할머니의 비극적인 삶이 어린이용 그림책으로 출간됐다.
도서출판 사계절은 '한ㆍ중ㆍ일 공동기획 평화그림책' 기획 시리즈의 첫 번째 작품으로 '꽃할머니'(권윤덕 글ㆍ그림)를 펴냈다.
이 책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심달연 할머니의 증언을 토대로 '꽃할머니'가 1940년 무렵 열세 살의 나이로 일본군에게 끌려가 위안부 생활을 강요당하며 모진 성 착취와 폭력을 당해야 했던 비극적인 삶을 담고 있다.
그림책인 만큼 극도로 절제된 글과 꽃잎으로 장식된 서정적인 그림들로 구성됐지만 비극적인 이야기와 대비되며 더 큰 슬픔을 자아낸다.
"꽃할머니의 몸은 엉망진창이 되어 갔다. 한 번 당할 때마다 한 번씩 죽어갔다. 사람 소리만 들려도 몸서리를 치며 방구석으로 숨었다. 겁에 질려 까무러쳐도 아무도 상관하지 않았다."
"그렇게 몇 해가 더 흐르고, 전쟁이 끝났다. 군인들은 꽃할머니를 전쟁터에 버려두고 떠났다. 그 뒤 20년 동안을 어디서 어떻게 살았는지 꽃할머니는 기억하지 못한다."
위안부 문제는 아동문학에서 드물게나마 다뤄진 적이 있지만 그림책으로 나온 것은 처음이다.
성(性) 문제가 결합된 복잡한 사안이어서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작품으로 다루기가 쉽지 않은 까닭이다.
그 때문에 작가는 작품을 만드는 동안 스케치 더미를 12번이나 수정하면서 어린이와 부모, 교사들을 상대로 여러 차례 모니터링을 했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해당 내용을 어린이들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곤혹스러워한 어른들과 달리 어린이들은 뜻밖에도 위안부 할머니들이 겪은 성폭력 피해에 대해 어렵지 않게 이해하고 받아들였다고 출판사 측은 전했다.
이 책은 한ㆍ중ㆍ일 공동기획으로 우리나라에서뿐 아니라 일본과 중국에서도 오는 10월 출간되는데, 특히 일본에서는 출간에 어려움이 컸다고 한다.
이번 기획에 참여한 일본 측 출판사인 도신샤(童心社)에서 일본인들이 위안부 문제에 대해 무지하거나 보수적이라는 이유로 출간에 난색을 보였다는 것. 그러나 이 문제 역시 현지 초등ㆍ중학교의 학부모와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모니터링에서 매우 진지하고 열린 자세로 책 내용을 접하는 학생들의 모습을 확인하면서해결됐다고 출판사 측은 전했다.
일본 공립 나루세다이 중학교의 한 학생은 "이러한 사실이 있었다는 것도 놀라운 일이지만 그 사실을 이제껏 모르고 있었다는 것이 더욱 놀랍다"고 말했다고 한다.
전쟁이 얼마나 끔찍한 것인지, 평화가 왜 소중하고 절실한지를 교육하는 책으로, 호소력이 크다.
48쪽. 1만500원.
문화연예
서울=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그림책으로 전하는 위안부 할머니의 삶
그림책으로 전하는 위안부 할머니의 삶
입력 2010-06-04 15:29 |
수정 2010-06-04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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