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흡사한 얼굴, 날카로운 독침을 숨긴 꼬리, 새의 다리를 가진 독특한 생김새의 생명체. 과학자 커플 클라이브(애드리안 브로디)와 엘사(사라 폴리)는 조류, 어류, 파충류, 갑각류 등의 DNA를 결합한 뒤 여기에 인간 여성의 DNA를 주입해 새로운 생명체를 탄생시켰다.
이들은 급속도로 성장하는 새 생명체를 어떻게 다룰지 갈팡질팡하면서도 '드렌'이라는 이름까지 붙여주고 애정을 쏟는다.
연속된 정육면체 방에서 출구를 찾아 헤매는 사람들을 그린 스릴러 '큐브'(1997)를 연출한 빈센조 나탈리 감독은 '스플라이스(Splice)'에서 새로운 생명체와 창조자 사이에 일어나는 복잡 미묘한 일을 도발적으로 묘사했다.
'가족 영화'라는 감독의 말처럼 영화에서 창조자와 생명체는 부모와 자식의 관계와 마찬가지다.
아이를 갖자는 클라이브의 요구를 번번이 거절했던 엘사가 고열에 신음하는 드렌을 보며 어찌할 줄 모를 때는 영락 없는 어머니의 모습이다.
처음에 실험에 반대했고 드렌을 '그것(it)'이라고 부른 클라이브도 드렌을 점차 생명체로 받아들인다.
영화는 금기 깨기의 연속이다.
엘사와 클라이브가 넘어서는 안 될 선을 넘을 때마다 관객에게 불안감과 함께 묘한 쾌감을 선사한다.
인간과 다른 생명체를 결합하는 시도부터 윤리적으로 비난받을 것을 감수하고 몰래 저지른 일이었다.
인간의 지능과 감정을 지닌 드렌이 이성에 눈을 뜨면서 클라이브, 엘사 커플과 삼각관계를 이루는 장면에서도 금기는 깨진다.
인간과 잡종 생명체의 성적 관계는 그리스 신화를 연상시키고 부모와 자식의 관계는 오이디푸스 이야기를 떠올리게 할 정도로 파격이다.
나탈리 감독은 15년 전 사람 귀를 단 쥐의 사진을 보고 이 영화의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다른 작가들과 함께 각본도 쓴 그는 뛰어난 연출력으로 흡인력 있는 이야기를 끌고 가면서 인간 안에 깃든 야만성에 대해 끝없이 질문을 던진다.
드렌이 공격적인성향을 띠게 된 것도 인간의 DNA가 깃들어 있기 때문인 것으로 묘사된다.
영화는 애드리안 브로디와 사라 폴리의 호연을 바탕으로 별다른 고민 없이 일을 저지르고 뒤늦게 후회하는 과학자들의 복잡한 심리와 그들이 드렌에 대해 느끼는 미묘한 감정을 섬세하게 그렸다.
나탈리 감독은 전체 제작비의 25%를 투입했다고 말할 만큼 특수효과에 공을 들였다.
다양한 단계로 발전하는 새로운 생명체의 모습은 상상력의 산물이면서도 현실적이다.
인간과 흡사하면서도 묘하게 다른 기이한 매력을 지닌 아름다운 존재로서 그려진 드렌은 SF 영화사에 남을만한 독특한 캐릭터다.
드렌은 프랑스 출신 모델 겸 배우 델핀 샤네크가 연기한 바탕에 컴퓨터 그래픽을 더해 탄생했다.
다음 달 1일 개봉. 18세 이상 관람가. 상영시간 104분.
문화연예
서울=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새영화> 복합생명체 그린 '스플라이스'
<새영화> 복합생명체 그린 '스플라이스'
입력 2010-06-22 21:17 |
수정 2010-06-22 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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