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이자 화가로 활동하는 조영남(64)이 탄생 100주년을 맞은 시인 이상의 시를 독특하게 해석한 '이상은 이상 이상이었다'(한길사)를 펴냈다.
조영남은 공연과 그림 전시회도 "어쩌다 그렇게 됐을 뿐"이며 이상에 관한 책을 쓰는 것만이 "유일한 버킷 리스트(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일의 목록)"라고 이상에 대한 '연모'를 전했다.
이 책은 20대 초반부터 결심했다는 그 오랜 계획을 실현한 이상의 시 해설서다.
현대미술 안내서 '현대인도 못 알아먹는 현대미술'을 내기도 한 조영남은 현대미술적 관점에서 이상의 독창적 시를 파고든다.
여기에 특유의 자유분방한 개성으로'엉뚱한' 상상을 곁들인다.
'오감도'를 비롯해 '이상한 가역반응' '회환의 장' 등 이상의 시 약 100편을 아홉 묶음으로 나누고 이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붙였다.
그는 난해하기로 유명한 이상의 시에 대해 쓰면서 "해설이라고 해봤자 괴발개발횡설수설일 것"이라고 '고백'했지만, 본문에서는 "과격하게 말해서 동양은 물론 서양의 그 유명한 보들레르, 랭보, 애드거 앨런 포, T.S 엘리엇보다도 더 위대한 시"라며 '성심껏' 그 이유를 설명했다.
"시인은 '오감도'를 통해 삶의 본질과 사회현상을 통렬하게 비웃고 조롱하는 주인공 역할을 나무 위의 까마귀한테 슬쩍 떠맡긴다. 시인이 법적 대리인으로 까마귀를 내세운 셈이다. (중략) 이상의 경우, '오감도'에 문제가 생기면 까마귀를 대신 검찰에 보내면 된다." (55쪽)
이상을 '현대시의 제왕'이라 칭하는 이유도 지극히 주관적인 분석으로 답을 낸다.
그는 "다른 작가들한테는 미안하지만 '날개' 같은 초 명품 소설이 없다. '권태'같은 명수필도 없다. 이상이 써놓으면 시 같기도 하고 산문 같기도 하고 수필 같기도 하고 소설 같기도 하다"며 "그것은 현대미술에서 가장 요구되는 통일성과 일관성"이라고 말했다.
"이상이 거느린 13명의 아해는 보들레르의 '축복'과 랭보의 '나쁜 혈통', 엘리엇의 '죽은 자의 매장', 포의 '애너벨 리'의 최대공약수이거나 최소공배수이다. 이는 이상의 초현실주의 시 '오감도' 하나가 다른 시인들의 시까지도 포괄하고 있다는 얘기다. (중략) 이상은 보들레르, 랭보, 엘리엇, 포를 상대하기엔 확연히 차이가 나는 상급생이다." 432쪽. 1만7천원.
문화연예
서울=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조영남이 풀어낸 이상의 詩세계
조영남이 풀어낸 이상의 詩세계
입력 2010-06-29 18:03 |
수정 2010-06-29 18:03
당신의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