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개막한 '강서중묘 사신도' 테마전은 북한에 있는 강서중묘(江西中墓)를 직접 방문하는 느낌이 들도록 구성됐다.
4장의 사신도(四神圖)를 나란히 걸거나 어느 한 작품만 보여줬던 여느 사신도 전시와 달리, 전시실 4면에 좌청룡ㆍ우백호ㆍ남주작ㆍ북현무를 각각 배치했다.
이 때문에 전시되는 그림이 비록 모사품이지만 관람객 입장에서는 고분벽화 발굴 당시의 모습을 어느 정도 체험할 수 있게 됐다.
다만 사신도 이외의 천장 그림은 북현무와 나란히 전시했다.
강서중묘의 사신도가 한자리에서 한꺼번에 일반에 전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강서중묘는 = 강서중묘는 북한 평안남도 강서군 삼묘리의 평야 한가운데에 있는 7세기 고구려 시대 무덤 3기 중 하나다.
이들 무덤은 크기에 따라 구별해 각각 대묘ㆍ중묘ㆍ소묘로 불리는데, 이 가운데 대묘와 중묘에는 벽화가 있고 소묘에는 없다.
1902년 고구려 벽화고분 중 최초로 발견됐으며 10년 뒤인 1912년 제실박물관에서 학술조사를 벌인 무덤들이다.
북한에서는 국보급 문화재로 대우받고 있으며 '고구려고분군'으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에도 등재됐다.
◇강서중묘 사신도의 특징은 = 강서중묘 사신도는 망자(亡者)를 지키는 동서남북 각 방위의 사신뿐 아니라, 하늘 연꽃과 봉황, 해와 달 등이 그려진 천장화까지 있다는 점에서 무척 희귀한 그림이다.
특히 남쪽의 주작 그림은 붉은색과 회색을 적절히 배합해 단아하면서도 세련된 한 쌍을 나타내고 있다는 점에서 더 큰 규모인 강서대묘의 사신도보다 예술적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이번에 전시되는 모사도는 1912년 현장 조사 때 모사 전문가인 오바 쓰네키치(小場恒吉) 당시 일본 도쿄미술대 교수에 의해 진행된 것이다.
천을 돌벽에 직접 붙이고 빛을 비춰 비치는 대로 그려낸 가로 3m, 세로 2m의 실물 크기 그림으로, 돌 벽면의 재질과 광물질이 섞여 불빛을 비추면 윤이 나는 모습까지 원래 벽화를 빼닮았다.
발견 당시의 훼손됐던 모습과 곰팡이가 슨 모습까지 그대로 옮기는 꼼꼼한 모사에서 오바 교수의 치밀함과 모사에 대한 철학을 알 수 있다.
이들 모사도는 일제강점기에 조선총독부 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던 것으로, 해방 이후 자연스럽게 국립중앙박물관이 넘겨받았다.
최광식 관장은 "북한에 있는 원본 벽화는 100년이 지나면서 자연적으로 훼손이 진행된 상태"라며 "이 모사도가 오히려 원본보다 더 선명하다"고 설명했다.
◇초기 고구려 고분벽화와 차이는 = 강서중묘 고분벽화를 최근 평양 인근에서 발견된 4세기말~5세기초의 벽화와 비교해보는 것도 의미 있다.
4~5세기의 고구려 벽화는 당시의 생활모습과 무사도 등을 그린 반면 7세기로 넘어오면서 이런 경향이 없어지고 사신도 등 초월적인 내용으로 바뀐다.
김일권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는 "고구려 고분벽화는 시기에 따라 세 시기로 나눌 수 있다"며 "5세기를 전후한 1기에서는 생활풍속과 무사도가 나오고 2기에서는 이런 그림과 사신도가 함께 나타나며 3기에서는 거의 사신도 위주의 벽화가 된다"고설명했다.
이는 초기 고구려인들은 내세를 현세의 연장으로 생각한 반면, 뒤로 갈수록 초월적인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짙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전시는 박물관 선사ㆍ고대관 고구려실에서 11월28일까지 열린다.
문화연예
서울=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원본보다 선명한 고구려 고분벽화 사신도
원본보다 선명한 고구려 고분벽화 사신도
입력 2010-08-17 17:02 |
수정 2010-08-17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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