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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영화> 김복남 살인 사건의 전말

<새영화> 김복남 살인 사건의 전말
입력 2010-08-19 11:49 | 수정 2010-08-19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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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행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해원(지성원)은 까칠하다.

    집 문제로 대출을 받으러 온 노파를 홀대하고 자신을 골탕먹였다고 오해해 후배한테 손찌검도 서슴지 않는다.

    살인사건을 목격하지만 '귀찮아서' 모른 체 한다.

    이런 그에게도 자신을 간절히 기다리는 친구가 있다.

    어렸을 적 한때를 보냈던 섬 무도로 옛 친구 복남(서영희)을 찾아 휴가를 떠난다.

    '김복남 살인 사건의 전말'(감독 장철수)은 외딴 섬에서 벌어지는 온갖 비인간적인 폭력을 그렸다.

    "언제 가냐?" "하루만 지나면 마음이 바뀔 것이다."

    해원을 맞는 섬사람들이 하나같이 심상찮다.

    뭍에서 온 이방인을 철저히 경계한다.

    영화 '이끼'에서 해국(박해일)이 찾아간 산골마을을 빼닮았다.

    도시생활의 스트레스를 잊어가던 해원 앞에 평온해 보이기만 하던 섬 마을의 실상이 조금씩 모습을 드러낸다.

    복남은 온종일 노예처럼 일하지만 돌아오는 건 시도 때도 없는 남편의 발길질뿐이다.

    남편이 뭍 여자를 불러들여 안방에서 버젓이 성을 살 때 마루에 앉아 미친 듯이 밥을 퍼 넣는다.

    시동생은 복남을 성적 노리개처럼 다룬다.

    이런 복남에게 해원은 유일한 해방구이자 자신을 지켜 줄 수호천사다.

    그러나 현실은 기대를 저버리기 마련. 결국 복남은 딸 연희(이지은)가 의붓아버지인 남편에게 성폭행당한 사실을 알고는 뭍으로 탈출을 시도하지만 실패한다.

    이 과정에서 자신을 무자비하게 폭행하는 남편을 말리던 연희가 남편 손에 목숨을 잃자 복남은 처절한 복수에 나선다.

    영화는 최근 논란이 일고 있는 '악마를 보았다' 못지않게 잔인하다.

    특히 복남이 남편을 죽이는 대목에선 카메라가 온통 핏빛으로 물들 정도로 피 냄새가 진동한다.

    참수 장면도 처음부터 끝까지 고스란히 보여준다.

    우리 사회 곳곳에서 벌어지는 약자에 대한 폭력, 주변에 대한 현대인의 무관심을 그리고자 했다지만 이렇게까지 표현해야 했을까 싶을 정도다.

    줄거리는 단순하지만 구성과 전개까지 그렇진 않다.

    줄곧 팽팽한 긴장감이 흐르는 가운데 탄탄하고 짜임새 있게 이야기를 풀어간다.

    어린 시절 복남이 남자 아이들로부터 해원을 지켜주려 했던 피리는 15년 후 무서운 흉기로 돌아온다.

    군데군데 블랙코미디적 요소도 감초 노릇을 한다.

    아홉 명을 무참히 살해한 뒤 서툰 화장을 한 복남이 뭍으로 나오는 배에서 던지는 "아저씬 내가 제 정신으로 보여유?"란 대사가 압권이다.

    휴가에서 돌아온 해원은 경찰서를 찾아가 흉폭한 살인범들 앞에서 "쟤들 범인 맞아요"라고 당당하게 외치지만 잔혹했던 무도의 사건 때문에 허무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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