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모두가 해제(解制)날 이라고들 합니다. 그러나 옛사람이 말하기를 '애초에 묶어 놓은 적도 없는데 오늘 무엇을 풀려고 하는가'라고 했습니다."
하안거 해제일인 24일 아침, 늦여름 더위가 아침부터 기승을 부리는 경남 양산 통도사 설법전에 눈푸른 수좌 300명이 모였다.
3개월간 선원에서 정진을 마치고 만행 길에 나서려고 걸망을 꾸린 이들에게 통도사 방장(方丈) 원명(圓明ㆍ73) 큰스님이 수행의 끈을 놓지 말고 새로운 정진을 시작하고 당부하는 경책의 죽비를 내리쳤다.
원명 스님은 "해제는 자신의 막힌 곳을 선지식(善知識)에게 묻고 골똘히 해서 명철하게 하기 위한 방편"이라는 말로 해제와 결제가 둘이 아님을 상기시켰다.
"범부와 성인을 뛰어넘는 근본 도리를 밝혀보려고 모두 한철을 두문불출하고 애를 썼습니다. 나름 약간의 성취도 있었겠지만 과연 깊이 했었는지 다시 살펴보아야 합니다. '곧바로 바다에 들어가 힘껏 물질을 해 보아야지 억새꽃이 얕은 물에 급히 흘러가는 것에 속지 말라'라는 고인의 말씀이 있습니다."
원명스님은 "산문을 나서는 납자(衲子)는 걸음걸음이 근본을 살피라. 한철 애쓴것이 헛되지 않게 운수납자(雲水衲子)의 이름값을 제대로 하고 와서 다시 한바탕 애를 써보라"고 거듭 권했다.
신라 선덕여왕 때 자장율사가 창건한 천년고찰 통도사는 대한불교 조계종 5대 총림(선원,율원,강원을 모두 갖춘 종합수행도량) 가운데 하나인 영축총림의 본찰이다.
통도사는 자장율사가 구법여행 중에 모셔온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봉안한 불사리탑이 있는 불보(佛寶)사찰이다.
불사리탑 앞의 대웅전(국보 제290호)은 예로부터 스님들이 계를 받는 장소인 금강계단(金剛戒壇)이자 적멸보궁(寂滅寶宮ㆍ부처님 진신사리를 모신 보배로운 곳으로불상을 모시지 않은 법당)이다.
통도사의 보광선원을 비롯해 영축총림에 속한 통도사 산내암자인 극락암, 서운암, 비구니사찰 석남사, 내원사 등에 있는 선원에 하안거 방부를 들인 수좌들은 300명으로 이번 하안거에 참여한 조계종 전체 수좌의 7분의 1에 달한다.
근대 한국불교 최고 선지식 중 한 명이던 경봉(鏡峰ㆍ1892-1982)스님의 맏상좌였던 원명스님은 1952년 출가한 후 근 60년간 영축총림을 벗어나지 않은 채 은사스님을 시봉하면서 선원의 수좌로 살았다.
원명스님은 통도사 초대 방장 월하(月下ㆍ1915-2003) 스님이 2003년 12월 입적한 후 3년 반의 공백기 끝에 2007년 4월 통도사 방장으로 추대됐다.
이번 하안거 해제를 맞아 일반 불자들에게도 한 말씀을 내려달라는 부탁에 원명스님은 빙그레 웃으며 선문답하듯 입을 열었다.
"'이 몸을 어디서 받아서 어디로 가는 것이냐'라는 생사 대사를 해결하기 위해 스님이 된 사람들이 여름 석 달, 겨울 석 달 공부하는 것이 안거입니다. 속세 사람들에게는 그리 특별할 것이 있겠습니까. 무엇이 그리 특별하다고 여기까지 저를 만나러 오셨습니까."
스님은 "조주스님은 차 마시러 온 사람에게 차도 안 주면서 '차나 마시게(喫茶去)'라고 하셨다지만 나는 차를 드리겠다"며 "'한산습득 가가소 수능식(寒山拾得 呵呵笑 誰能識ㆍ 한산과 습득이라는 두 스님이 껄껄 웃는 것을 누가 능히 알겠느냐)'이라는 화두를 한번 풀어보시라"고 권했다.
문화연예
양산=연합뉴스
양산=연합뉴스
"안거 해제는 새로운 정진의 시작"
"안거 해제는 새로운 정진의 시작"
입력 2010-08-24 09:21 |
수정 2010-08-24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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