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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들이 만든 '발전론'의 허상

선진국들이 만든 '발전론'의 허상
입력 2010-12-14 18:33 | 수정 2010-12-14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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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진국들이 만든 '발전론'의 허상
    '더 낫고 좋은 상태나 더 높은 단계로 나아감' 인터넷 국어사전에서 찾아본 발전(發展)의 뜻이다.

    발전은 영어로 'Development'로, 일반적으로 물체나 유기체의 잠재력이 발산돼 자연스럽고 모자란 데 없는 성숙한 상태에 도달하는 과정을 말한다.

    현대에 들어오면서 발전에 새로운 뜻이 추가된다.

    '발전되지 않은 상태, 이른바저발전의 상태에서 벗어나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발전이라는 단어가 이처럼 '선진국'과 '저발전국'을 나누는 개념으로 사용된 것은 1949년 1월 20일 해리 트루먼 당시 미국 대통령이 취임 연설에서 '저발전'이라는말을 쓰면서부터다.

    "우리는 우리가 누리는 과학 진보와 산업 발달의 수혜가 '저발전' 지역의 향상과 성장에 기여할 수 있도록 새롭고 과감한 사업에 착수해야 합니다. 해외에서 이익을 수탈하는 낡은 제국주의는 우리 계획 안에서 설 자리가 없습니다. 우리가 구상하는 것은 공정한 민주적 거래에 토대를 둔 발전 사업입니다."

    트루먼 대통령은 취임 연설에서 남반구 국가들을 '저발전 지역'이라고 규정했다.

    이후 발전은 '저발전이라는 자랑스럽지 않은 상태에서 벗어나는 것'이라는 서구중심적인 개념으로 바뀌게 됐으며, 이른바 '저발전국'의 국민들은 열심히, 그리고 맹목적으로 서구 선진국을 쫓아갔다.

    신간 '反자본 발전사전'(아카이브 펴냄)은 발전을 비롯해 평등, 시장, 요구, 계획, 인구, 빈곤, 생산, 진보, 자원 등 자본주의를 구성하는 19가지 개념의 이면에 감춰진 서구 중심적인 발전론의 허상을 낱낱이 까발린다.

    독일의 저술가인 볼프강 작스를 비롯해 학자, 교수, 환경 운동가 등 17명이 필자로 참여했다.

    저자들은 성장과 개발이 반드시 발전일 수 없다고 주장한다.

    특히 트루먼 대통령의 '저발전국 발전론'은 범지구적인 차원에서 저질러진 실책이었다고 비판한다.

    실제로 1960년만 해도 북반구 나라들이 남반구 나라들보다 20배더 잘 살았는데 1980년에는 그 격차가 오히려 46배로 벌어졌다.

    저자들은 남반구 나라들이 북반구 선진국들을 따라잡기는커녕 오히려 사회 양극화 등 산업화의 후유증으로 고통받고 있으며, 세계화로 건축, 의복, 생활용품 등이 세계 어디를 가도 엇비슷해지면서 다양성도 점차 사라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원제는 'The Development Dictionary'로, 1992년 처음 출간됐으며 한국어판은 작년에 나온 개정판을 번역한 것이다.

    이희재 옮김. 680쪽. 3만2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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