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과 앱스토어를 내세운애플의 IT 생태계 전략에 대항해 전 세계 주요 이동통신사들이 연합전선을 구축해 성패가 주목된다.
KT와 SK텔레콤, AT&T, NTT도코모 등 전 세계 20여개 통신사가 내년 초 공동으로 선보일 '도매 애플리케이션 커뮤니티(WAC. Wholesale App Community)'가 그것이다.
통신사뿐만 아니라 삼성전자와 LG전자, 소니 에릭슨 등의 주요 제조사들도 가담해 힘을 실어주고 있다.
WAC는 주요 통신사들과 개발자들을 직접적으로 연결해주는 슈퍼 오픈 마켓이다.
통신사들이 애플리케이션 개발자에게 표준화된 환경을 제공해 애플리케이션을 올리도록 하고, 참여한 통신사는 자사의 앱스토어를 WAC에 연결할 수 있다.
결국 애플 앱스토어나 구글 안드로이드마켓을 통하지 않고서도 이용자들이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한 것으로, 통신사들이 반(反) 애플 전선을 구성해 돌파구를 찾겠다는 전략이다.
현재 애플 생태계 전략이 전 세계 시장을 서서히 잠식해들어가는 상황에서, 통신사들의 위치는 통신 '파이프라인'에 불과했었다.
아이튠스와 앱스토어 등의 서비스는 애플에 내주고 음성통화와 데이터통신만 제공하는 역할이다.
이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아이폰을 판매하는 통신사들은 각국에서 1위 통신사를 따라잡으려는 후발주자가 대부분이다.
대표적으로 미국의 AT&T, 우리나라의 KT다.
통신사로서의 기득권을 상당히 포기해야 하지만, 시장에서 강력한 경쟁력을 갖는 아이폰을 독점 판매해 반전을 노려보는 구조였다.
그러나 애플 식 정책을 따를 경우 애플에 종속적인 역할에 머무르면서, 역할도 한정될 수밖에 없다.
전력이나 가스사와 같은 유틸리티 회사에 그칠 수 있어, 성장 한계점이 명확해지는 것이다.
WAC는 구글 식 생태계를 견제하는 무기이기도 하다.
전 세계 주요 통신사들이 올해 앞다퉈 구글의 모바일 OS인 안드로이드를 기반으로 한 스마트폰을 늘리려는 이유는 애플을 견제하기 위해서이다.
더구나 애플리케이션 판매에 대해 통신사에 아무런 이득이 돌아가지 않는 앱스토어와 달리, 구글의 안드로이드마켓은 판매 수익의 일부가 통신사 몫이다.
그렇다고 애플을 견제하기 위해 구글에 의존하는 것은 '트로이의 목마'를 옆에 두는 모양새가 될 수 있다는 게 통신사들의 인식이다.
구글의 개방형 생태계에서도 통신사들은 '파이프라인' 역할에 머무를 수 있기 때문이다.
안드로이드 마켓에서 통신사의 고유 서비스를 장려하기 위해 독립 채널을 제공하지만, 통신사들이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럽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구글에 주도권을 내준 상황에서, 통신사가 종속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대형 통신사인 버라이존도 애플 견제에 나섰다.
외신에 따르면 버라이존은'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서 자사 3G 망에 인터넷전화인 스카이프의 이용을 허용할 것을 발표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지난해 말 미국 통신사 AT&T가 아아폰 등의 3G 망에 스카이프 이용을 허용한 데 이은 것으로, 애플과 AT&T에 대한 버라이존의 견제책으로 여겨진다.
버라이존은 2008년 이미 일본의 소프트뱅크, 영국의 보다폰, 중국의 차이나모바일과 다양한 OS에서 사용하는 모바일 위젯 개발 벤처인 'JIL'을 설립하는 등 애플을 견제해왔다.
버라이존은 올 초에는 예상을 깨고, 구글이 대만 제조사인 HTC를 통해 만든 넥서스원 유통에 뛰어드는 등 지속적으로 애플에 견제구를 던져왔다.
이 같은 전 세계 주요 통신사들의 움직임은 자체적으로 삼성전자, LG전자, 모토로라 등 제조사들과 연합해 폐쇄적인 생태계 전략을 추구했던 통신사들이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내수 기업인 통신사들이 개방화를 통한 글로벌 연대 전략을 추구한 셈이다.
아직 전문가들은 WAC의 성공가능성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평가를 내리는 분위기다.
영국의 시장조사업체 CCS인사이트는 표준화 환경 구축에 있어서 JIL와의 충돌을 염려하는데다, 이 같은 연합체의 성공사례가 적다는 점을 들고 있다.
예로 삼성전자와 모토로라 등 주요 제조사를 비롯해 유수의 통신사 등이 세운 OS 비영리 개발기구인 '리모 파운데이션'은 아직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WAC의 구심점이
생기고 회원사들이 이를 받아들이는 것이 성공의 관건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WAC를 주도한 KT가 통신사 간의 이해관계를 조정해 주도권을 행사할 수 있을지가 주목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로아그룹코리아 김진영 대표는 15일 "이미 구글과 애플의 생태계가 작동하고 있는 상황에서 늦은 감이 있다"면서 "특정 통신사가 구심점을 잡고, 총대를 메지 않으면 리모 파운데이션처럼 유명무실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개발자들과 소비자들을 유인할 수 있는 매력적인 요소를 갖추느냐도 열쇠다.
업계 한 관계자는 "개발자 입장에서 장사가 잘되는 마켓에 애플리케이션을 내놓으려고할 것인데, 이미 앱스토어와 안드로이드마켓이 주도권을 갖고 있는 상황"이라며 "개발자들에게 더 많은 혜택을 주고, 소비자들도 유인할 방안이 나와야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당신의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