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업 거래의 사슬에서 최약자인 의약품도매상들이 최강자인 보건복지부를 상대로 자기 목소리를 내며 대들기 시작했다.
한국의약품도매업협회(회장 이한우)는 19일 복지부 청사 앞에서 회원 1천여 명이 모인 가운데 종합병원 의약품 유통 일원화에 대한 일몰제를 유예시켜달라며 궐기대회를 가졌다.
의약품유통 시장에서 항상 `을(乙)'의 입장일 수 밖에 없는 의약품도매업체가 '갑(甲)'인 정책 주무부처를 상대로 시위를 벌이는 것은 예전 같으면 상상키 힘든 일이다.
이들이 과거와 다른 태도를 보이는 이유는 유통 일원화 폐지가 1천800여개 의약품도매상의 도산 사태와 직원 2만5천여명의 일자리를 잃게 하는 등 생존과 직결된 사안이기 때문이다.
이한우 의약품도매협회장은 이날 대회에서 "복지부는 영세하고 힘없는 의약품 유통업계를 위해 그동안 무엇을 했는지 자성해야 한다"고 직격탄을 날리며 "도매업의 시설규정을 폐지해 업계 경영난을 가중시키고 제도 도입의 원천적인 목적을 저버린 채 힘의 논리에 밀려 유통 일원화제도마저 폐지하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이 당분간 존치시켜줄 것을 요구하는 의약품 유통 일원화는 제약업체와 유통업체의 역할을 분담시켜 종합병원이 도매상을 통해서만 의약품을 구입하도록 한 제도로 직거래로 인한 리베이트 등 부조리를 척결하기 위해 1994년 도입됐다.
하지만 정부는 지난 2004년 경쟁제한적 규제라는 판단에 따라 2008년 1월부터 이 제도를 폐지하고 종합병원이 제약사와 의약품 직거래를 할 수 있도록 했다 3년을 유예해 다시 내년 1월부터 이 제도를 폐지하기로 한 상태다.
이에 대해 의약품도매협회는 제대로 준비를 갖추지 못한 채 제도를 폐지하게 되면 도매상들이 길거리에 나앉게 되고 리베이트 척결이라는 당초 제도의 목적을 저버리게 될 것이라며 제도를 또다시 3년간 유예해줄 것을 주장하고 있다.
그 기간에 유통업계를 자체 정비한 다음 시장 경쟁체제에 대비하겠다는 것이다.
이한우 회장은 "필리핀, 태국 등 동남아 국민들이 우리보다 비싼 약을 사먹고 있는 것은 외국 업체가 의약품유통을 독점하도록 자국 시장을 내줬기 때문"이라며 "제약산업의 육성만큼 의약품 유통 산업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제약업계가 유통 일원화 제도의 폐지에 주장하다 산업 전반의 균형을 감안해 제도 폐지 반대로 돌아선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이 회장은 강조했다.
복지부는 2개월 후로 예정된 유통일원화 폐지와 관련해 "계약자유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병원협회 측 주장과 함께 생존권을 위협받고 있다는 도매상들의 주장도 검토중"이라며 "아직 폐지 여부가 정해진 바 없다"고 말했다.
경제
서울=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의약시장 '乙' 도매상 모처럼 제목소리
의약시장 '乙' 도매상 모처럼 제목소리
입력 2010-10-19 16:20 |
수정 2010-10-19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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