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경제
기자이미지 서울=연합뉴스

[2010 산업] 이마트 피자ㆍ롯데 치킨 논란

[2010 산업] 이마트 피자ㆍ롯데 치킨 논란
입력 2010-12-23 07:03 | 수정 2010-12-23 07:03
재생목록
    "소비자 권익이냐, 영세상인 생존권이냐"

    올 한해 유통업계를 뜨겁게 달궜던 이 두가지 화두가 '이마트 피자'와 롯데마트 '통큰 치킨'의 등장으로 정면 충돌했다.

    이마트 피자는 1만1천500원으로 시중가의 절반, 5천원짜리 통큰 치킨은 시중가의 3분의 1수준이었다.

    특히 롯데마트의 통큰 치킨이 지난 9일 출시되자 소비자들은 아침부터 롯데마트매장으로 달려가 치킨 판매대에 앞에 긴 줄을 서는 등 열광한 반면 영세상인들은 생존권 사수를 외치며 거세게 반발했다.

    하지만 통큰 치킨은 소비자들의 열광에도 불구하고 대기업의 골목상권 침해논란과 함께 대기업-중소기업 동반성장 정책에 역행한다는 여론에 밀려 출시 1주일만에 판매를 중단하고 말았다.

    일부 소비자들이 통큰 치킨의 판매중단을 못내 아쉬워하긴 했지만, 이명박 정부가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 공정ㆍ상생 정책이란 거대한 벽에 부딪힌 것이다.

    치킨 전문점에 종사하는 영세상인 수가 피자 가게를 운영하는 영세상인의 수보다 더 많았고 특히 치킨 사업자를 주축으로 한 한국프랜차이즈협회의 막강한 힘도 통큰 치킨을 조기 퇴출에 일조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지난 9월 비교적 조용하게 판매를 시작한 이마트 피자는 인터넷 공간에서 일부 네티즌 사이에 논란이 되긴 했지만 통큰 치킨과 달리 살아남았다.

    두 제품 모두 대기업이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 영세상인의 영역을 침범한 것이라는 점에서 맥락을 같이 하고 있지만 피자와 치킨이라는 품목의 차이가 생사를 가른 것으로 볼 수 있다.

    '7일 천하'의 짧은 생애를 마친 통큰 치킨과 이마트 피자는 우리 사회가 풀어야 할 많은 숙제를 남겨주었다.

    첫번째로 대기업이 중소기업 영역에 해당하는 지역이나 품목에 진출해 이들의 생존권에 위협을 줄 경우 제도적 장치를 통해 중소기업을 보호해야할 것인가, 아니면 경쟁의 논리에 맡길 것인가 하는 것이다.

    일단 우리나라에서는 선진국과 마찬가지로 원칙적으로 법과 제도에 의해 중소기업을 보호한다는 방침은 서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우여곡절 끝에 국회를 통과한 유통산업발전법(유통법)과 대중소기업상생협력촉진법(상생법)은 중소기업을 보호하고 대기업을 규제하는 대표적인 법률로 볼 수 있다.

    중소기업 보호와 대기업 규제 측면에서 보면 이마트 피자와 롯데마트의 통큰 치킨은 대기업이 자제해야 할 품목임에 틀림없다.

    피자 가게와 치킨 전문점의 주인들이 대부분 영세상인이며 이들은 이마트 피자와 통큰 치킨으로 인해 생존에 위협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소기업보다 소비자 권익을 우선해야 한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이마트 피자와 롯데마트의 통큰 치킨이 내세우고 있는 명분도 바로 이 것이다.

    유통 단계 축소와 대량 구매를 통해 원가를 낮추고 마진을 줄여 판매가격을 낮춰 소비자들에게 저렴하게 공급한 것이 뭐가 문제냐는 것이다.

    치킨프랜차이즈 측 영세상인들이 롯데마트 앞에서 '생존권 사수'를 외치며 시위를 벌이는 상황에서도 인터넷에서 네티즌 대다수가 롯데마트의 통큰 치킨을 지지하는 모습을 보인 것은 소비자 권익을 보장하라는 요구였다.

    하지만 네티즌들도 이번 논란에서 제3자가 아닌 소비자로서 논란의 당사자라는 점에서 이들의 주장이 마냥 객관적이라고 볼 수 없는 상황이 됐다.

    결국 이마트 피자와 통큰 치킨 논란은 대기업-중소기업-소비자가 얽힌 3자 갈등의 산물이었음을 보여주었다.

    통큰 치킨의 경우 중소기업 생존권 보호 주장에 밀려 사라졌고, 아직 소비자의 힘을 받고 있는 이마트 피자는 생존의 길을 걷고 있다.

    그러나 두가지 제품을 엄밀하게 관찰하면 치킨 전문점이나 피자 가게의 기존 제품과는 전혀 다른 것임을 알 수 있다.

    두 제품은 비록 싸지만 음료 등 부가적인 서비스가 없고, 하루 판매량이 한정돼있을 뿐 아니라 배달도 전혀 되지 않는다.

    기존 제품과 전혀 다르다는 점에서 단순 가격비교는 전혀 의미가 없다.

    차별화한 상품인 만큼 소비계층도 서로 다르다고 볼 수 있다.

    즉 서로 다른 소비계층을 확보하며 공존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러나 이것도 두 제품이 역마진을 보며 파는 '미끼 상품'이 아닌 것이 분명하다는 전제하에 가능해진다.

    결론적으로 롯데마트의 통큰 치킨과 이마트 피자는 역마진과 미끼 상품이 아니라면 소비자-대기업-중소기업의 3자 갈등이 아닌 3자 상생의 길을 걸을 수 있는 '혁신 상품'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당신의 의견을 남겨주세요

      인기 키워드

        취재플러스

              14F

                엠빅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