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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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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실종 장병 고향 표정

천안함 실종 장병 고향 표정
입력 2010-04-15 13:40 | 수정 2010-04-15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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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령도 앞 해상에서 침몰된 천안함이 21일 만인 15일 모습을 드러내자 실종자 가족들은 초조한 표정으로 TV 화면을 통해 이를 지켜봤다.

    실종자 44명의 부모 등 직계 가족들은 대부분 평택 2함대사령부에 가 있어 고향집은 비어 있거나 친척들만 남아 생환 소식을 애타게 기다리는 표정이다.

    ◇서울 장병 집 '썰렁' 서울에 사는 천안함 실종자의 가족은 대부분 평택 2함대 기지로 거처를 옮겨 집을 비우거나 구성원 1∼2명만 남아 조용히 인양 결과를 기다리고 있었다.

    금천구 이상희 병장의 집을 홀로 지키던 여동생(20)은 "부모님은 모두 평택에 있고 함미 인양이 끝나려면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해 TV 중계도 아직 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심정을 묻자 "사고가 처음 터졌을 때는 정신이 없었는데 시간이 지나니 많이 담담해졌다. 그저 결과를 기다릴 뿐"이라고 했다.

    서대문구 강현구 병장 집에 남아 있던 남동생은 "부모가 있는 평택으로 가봐야 한다"며 외출할 채비를 서둘렀다.

    그는 "달리 할 말이 없다"고 했다.

    노원구 아파트에 있던 장철희 이병의 어머니는 "TV 중계를 보지 않았다. 심정이 복잡하다"며 언론 인터뷰를 사양했다.

    같은 서울 출신인 민평기 중사와 박정훈ㆍ안동엽 상병, 나현민ㆍ조지훈 일병의 가족들은 모두 집을 비우고 평택에서 인양 과정을 지켜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나 일병 가족이 사는 마포구 연립주택 인근의 한 상점 주인은 "가끔 어머니만 평택 임시 숙소에서 나와 집에 옷을 가지러 오는 것을 봤다. 나 일병이 성격이 쾌활한 청년으로 기억하는데 안타깝다"고 했다.

    ◇'착한 외동아들' 김동진 하사 지난해 9월 부사관으로 입대한 김동진(19) 하사가 살았던 부산 사하구 다대동의 아파트는 긴 적막감이 흘렀다.

    김 하사의 어머니 홍수향(45)씨는 천안함 침몰 당일부터 평택 2함대사령부로 올라가 집은 비어 있었다.

    마을 주민들은 "홍씨가 2007년에 뇌종양 수술을 받으면서 가세가 많이 기울었다"며 "힘들게 사는 어머니를 위해 김 하사가 부사관으로 입대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김 하사가 사는 아파트 이웃 주민들은 "우리도 형편이 어려워 이렇다 할 도움을주지 못해 안타까운 마음"이라며 "김 하사는 매우 착하고 성실한 외동 아들"이었다고말했다.

    김 하사 아버지는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지금은 아무 말을 하고 싶지 않다"며 "아들의 모습을 볼 수 있기를 바랄 뿐"이라고 했다.

    ◇벚꽃 만개한 임재엽 하사 집 실종된 임재엽 하사(26)의 대전 자택은 대문이 굳게 닫혀 있고 마당 벚나무 한 그루에는 꽃이 만발해 있었다.

    집 안에는 임 하사의 외조부모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외부와 접촉을 끊은 상태다.

    임 하사의 부모는 사고 직후 평택으로 올라가 천안함 인양작업을 지켜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누나 재선씨는 임 하사의 미니홈피에 "조카가 삼촌 보고 싶다고 찾는다"며 "하나밖에 없는 내 동생, 얼마나 춥고 무서웠을까. 무척 보고 싶다"는 글을 남겨 보는 이들을 안타깝게 했다.

    친구 김모(26)씨는 "네가 바라던 해군 상사가 돼야지 왜 돌아오지 않느냐. 아직은 아닌데.. 아직은 아니다"라고 애틋한 심경을 남겼다.

    임 하사의 고등학교 3학년 시절 담임교사는 "재엽이는 성적은 중간 정도였으며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바로 군 입대를 결정했다"며 "정말 착하고 수줍은 미소가 참 예쁜 아이였는데..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임 하사는 오는 12월 중사로 진급이 예정돼 있었으나 해군은 "임 하사의 진급은 아직 결정된 것이 없다"고 밝혔다.

    ◇신선준 중사 모교 "애닯고 안타깝다" 신선준 중사의 울산공고 시절 담임이었던 이재창 교사는 천안함 인양 소식이 알려지자 "너무나도 애닯고 안타깝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 교사는 "신 중사는 학창 시절 책임감이 강하고 활달했다"며 "친구들과 잘 어울리고 멋 내기도 좋아했다"고 회고했다.

    그는 "신 중사가 2000년 졸업한 뒤 해군에 입대한 모습을 한 번 본 적이 있는데학교 다닐 때보다 훨씬 늠름하고 씩씩한 모습이어서 무척 대견스러웠던 기억이 난다"며 "제자를 먼저 보냈다는 사실에 가슴이 미어진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2일 신 중사의 생일 때 신 중사의 홈페이지에 '꼭 살아서 돌아오라'는 글을

    남겼고, 같은 반이었던 친구들도 성원했는데 이제는 헛된 일이 된 것 같다"며 침통해했다.

    이 학교 홍치완 교장은 "사건이 마무리되면 '조국을 위해 애썼다'는 현수막을 달고 전체 학생들에게 선배이자 씩씩한 해군이었던 신 중사를 애도하는 시간을 갖겠다"고 말했다.

    ◇김선명 상병 성주 집 '침통' 실종된 김선명 상병의 아버지 김호엽(50)씨는 아들의 실종 소식을 접하고서 곧바로 경기 평택에 있는 2함대 사령부에서 다른 실종자 가족과 함께 지내왔다.

    그동안 경북 성주에 있는 김 상병의 집은 할머니와 동생들이 지켰지만 연락은 닿지 않았다.

    아버지 김씨는 15일 아들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천안함의 함미 인양 소식을 접하고서 말을 아낀 채 가라앉은 목소리로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김씨는 아들이 입대하기 전에 어떻게 지냈느냐는 물음에 "선명이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서 대구에 있는 회사에 다니다가 성주에 있는 회사로 옮겨 집에서 다녔다"고만 짤막하게 말했다.

    지난해 2월 입대한 김 상병은 내년 2월 제대할 예정이었다.

    ◇고교 선후배 심영빈.장진선 하사 천안함 실종자 중 심영빈(27) 하사와 장진선(23) 하사의 모교인 강원도 동해시 광희고등학교 교직원과 학생들은 이날 오전부터 시작된 인양작업을 TV 화면으로 초조히 지켜봤다.

    장 하사의 고3 담임이었 박동호(49) 교사는 "고교 3년 선후배 사이인 심 하사와장 하사 모두 생환하기를 간절히 바랐다"며 "학교 전체가 침통한 분위기"라고 했다.

    박 교사는 "학창 시절 장 하사는 교우관계가 원만하고 항상 웃음을 잃지 않는 명랑한 학생이었다"고 기억했다.

    원주에 거주하는 정범구(23) 상병의 어머니 심모(48)씨는 천안함이 침몰한 다음날부터 평택의 해군 2함대 사령부 임시숙소에서 지내고 있어 원주 집은 조용했다.

    ◇"입대 3개월 만에 어떻게 그런 일이.." 천안함 실종자 46명 가운데 정태준(20) 이병은 장철희 이병과 함께 천안함 승조원 중 막내였다.

    1남1녀 중 장남으로 동의과학대 1학년 재학 중 휴학하고 해군에 입대한 정 이병은 입대 3개월 만에 사고를 당해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넉넉지 않은 형편에 지난해 정 이병의 어머니(44)가 가슴에 생긴 종양을 제거하느라 전세금 일부를 수술비로 사용하는 등 집안 형편이 나빠지자 정 이병이 입대를 결심했다고 주변 사람들은 전했다.

    인근 주민은 "정 이병이 착실하고 부지런했다"며 "지난해 큰 수술을 겪는 등 집안이 어려운 상황에서 이런 일마저 터져 부모의 심정이 말이 아니더라"고 말했다.

    현재 정 이병의 부모는 평택 2함대에서 애타는 마음으로 천안함 인양을 지켜보고 있다.

    ◇전역하면 대학 간다던 김선호 일병 "군대 잘 다녀온다고 인사하던 손자의 모습이 잊혀지지 않아 심장이 멎을 지경입니다.

    " 김선호 일병의 할머니 이옥찬(84)씨는 15일 전남 순천시 조례동 아들(60) 집에서 함체 인양 장면을 TV로 지켜보며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이씨는 "착실하고 부모한테도 잘했던 아이인데, 눈웃음을 치던 얼굴이 눈앞에 선해 가슴이 미어진다"며 "현장에 가서 보고 싶지만 다리가 불편해 갈 수 없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김 일병은 고교를 졸업하고 지난해 4월 초 입대하면서 전역하면 대학에 입학하겠다는 약속을 남겼지만 끝내 지키지 못하게 됐다.

    어머니와 함께 온종일 숨죽여 TV를 지켜보던 김 일병의 큰아버지 영중(60)씨는 "동생(김 일병의 아버지)과 함께 사고현장을 지켜보다 1주일 전에 내려왔는데 동생에게 위로도 제대로 해 줄 수 없어 안타깝다"고 했다.

    ◇홀어머니 잃었던 문영욱 하사 문영욱(21) 하사는 입대 전 아버지의 얼굴도 모른 채 어머니와 함께 단둘이 생활해 왔다.

    성도 어머니의 성을 따랐다.

    미혼모로 식당일을 하면서 어렵게 생계를 꾸려오던 어머니 문윤수씨가 2007년 8월 갑자기 뇌졸중으로 쓰러져 48살의 나이에 생을 마감하면서 문 하사는 혼자 남게 됐다.

    공부의 끈을 놓지 않고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영산대에 입학한 문 하사는 1학년을 휴학하고 2008년 4월 해군에 지원해 직업 군인의 길을 선택했다.

    문 하사의 외삼촌 문상희(56.경남 진해 자운동)씨는 전화통화에서 "조카는 넉넉지 못한 가정형편에도 착하고 밝은 성격이었고 중학교 때 육상선수로 활동하는 등 운동을 좋아했다"면서 "두 달 전 통화에서 '군생활 잘하고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고했던 기억이 생생하다"며 안타까워했다.

    문 하사의 미니홈피에는 '사랑하는 내 친구 영욱아 웃는 모습이 보고 싶다' '기적이란 게 정말 있으면 얼마나 좋겠니..난 믿고 있을게 힘내라' '너무 추웠을 텐데.힘들었을 텐데. 정말 미안합니다' 등 지인들이 올린 애도의 글이 잇따랐다.


    ◇손 귀했던 집안 막내아들 '얼마나 귀한 자식이었는데..' 천안함 실종자 이상준(21) 하사의 집이 있는 부산 강서구 생곡동 마음부락은 침통한 분위기였다.

    마음부락은 경주 이씨의 집성촌으로 현재 30여가구가 살고 있어 대부분 이 하사의 집안과 핏줄로 연결돼 이 하사의 실종소식에 누구보다 가슴 아파했다.

    이날도 너나 할 것 없이 텔레비전으로 천안함 인양 화면을 지켜보며 마음을 졸였다.

    이 하사의 큰아버지 이동우(73)씨는 "시간이 많이 지나 조카가 살아있긴 어렵겠지만 함체 안에 시신이라도 꼭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역 2개월 남은 이상민 병장 실종 장병 가운데는 전역을 불과 2개월여 남긴 사람도 있어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충남 공주시 의당면 송학리에서 이병길(61)씨의 1남 3녀 가운데 막내로 태어난 이상민(21) 병장은 오는 6월 16일 제대를 앞두고 있었다.

    청양대학 호텔경영학과 1학년을 마친 뒤 해군에 지원 입대한 그는 학창시절 농구와 축구 등 스포츠를 좋아했고, 드럼을 연주하는 등 예체능에 남다른 재능을 갖고있던 활달한 청년이었다.

    또 요리하는 것을 좋아해 호텔지배인을 목표로 학업에 정진했다.

    이 병장의 매형 이인섭(34)씨는 "처남은 그동안 받은 월급을 한 푼도 쓰지 않고부모님 통장에 모두 넣어 드렸던 '효자'였고 이 집안의 '희망'이었다"며 안타까워했다.

    ◇"일찍 철든 효자였는데.." "그 애가 일찍 철들었어요. 어려운 집안 생각해 일부러 해군 하사로 입대했다고들었어요. 그러니 부모 가슴이 찢어질 테지요." 방일민 하사의 집이 있는 경기도 김포시 양촌면 학운리 주민들은 15일 함체 인양 장면을 TV로 지켜보며 "방 하사가 보기 드문 효자였다"며 안타까워했다.

    학운5리의 부녀회장 이명숙(54)씨는 "방 하사를 어렸을 때부터 보아왔는데 장남이라 그런지 나이에 비해 일찍 철이 들었다"면서 "집안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려고해군 하사로 입대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이씨는 "침몰 소식을 듣고 주민들이 모두 가슴 아파했다"면서 "부모가 평택 해군부대로 갔다는 말을 들었는데 함께 가보지도 못하고 이렇게 바라만 보고 있다"면서 울먹였다.

    이씨는 또 "'아들이 제대할 때가 얼마 안 남았다'고 방 하사 부모가 좋아했는데이렇게 돼 더 안 됐다"면서 "부모를 어떻게 위로해 드려야 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남동생 1명만이 지키고 있는 방 하사의 집은 김포시의 학운산업단지 조성 계획에따라 이주해야 하지만 방 하사 부모는 형편이 넉넉지 못해 아직 대책을 세우지 못한것으로 전해졌다.

    ◇"중사 진급했다고 그렇게 기뻐했는데.." 박석원(28) 중사의 부모가 사는 충남 아산시 둔포면 아파트에는 문이 굳게 닫혀있는 등 침통함이 감돌았다.

    박 중사의 아버지 박병규(54)씨와 어머니 남상분(47)씨는 평택에 있는 2함대사령부에서 천안함 인양상황을 지켜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중사의 작은아버지 정규씨가 부모를 대신해 백령도에서 천안함의 인양상황을지켜보았다.

    작은아버지 정규씨는 "형님과 형수님은 인양 현장에 나오지 못했다"며 "형님이 현장에 있었다면 기절하셨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종 소식을 듣고 보름 전쯤 박 중사의 아산 집을 위문차 찾았다는 박혁재 둔포면장은 "부모를 만났지만 무어라 위로의 말을 할 수 없었다"며 "박 중사의 아버지가슬픔에 빠져 말을 잇지 못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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