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5년 12월29일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의 국가귀속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됐다.
이에 따라 탄생한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조사위원회'는 2006년 출범 이후 활동을 종료한 지난달 12일까지 이완용ㆍ송병준 등 친일반민족행위자 168명의 토지 2천475필지 약 1천300만㎡를 국고로 환수하는 성과를 올렸다.
한강 둔치를 포함한 여의도 면적(8.48㎢)의 1.5배에 달하는 규모다.
조사위는 일본인 명의의 토지 정리작업도 병행해 국가 귀속 대상인 공시지가 455억원 상당의 3천520필지(320만1천711㎡)도 확인했다.
그러나 친일 후손 대부분이 조사위의 귀속 결정에 불복해 소송을 내는 등 저항하고 있다.
여기에다 상당수 친일파 후손의 재산 환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친일파 재산 환수 얼마나 = 여의도 면적의 1.5배에 달하는 친일파의 땅을 환수한 친일파 재산조사위원회는 일본인 명의의 토지 정리작업도 병행해 국가 귀속 대상인 공시지가 455억원 상당의 3천520필지(320만1천711㎡)도 확인했다.
대표적 친일 인사인 이완용과 송병준은 일본 강점기 여의도 면적의 3배에 달하는 땅을 소유했다는 내용도 공개됐다.
이완용은 여의도 면적의 약 1.9배인 1천573만㎡(1천309필지)를, 송병준은 여의도 면적 크기인 857만㎡(570필지)를 각각 소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두 사람은 한때 엄청난 규모의 땅을 소유했지만, 국가귀속이 결정된 부지는 미비했다.
이완용의 재산 가운데 국가귀속 결정이 내려진 땅은 16필지(1만928㎡)로 공시지가로 7천만원 상당에 불과하다.
송병준은 공시지가 4천700만원 상당의 9필지(2천911㎡)만 국가귀속으로 결정됐다.
이완용은 1920년부터 집중적으로 토지를 매각, 해방 후에는 부동산 재산이 거의 처분됐으며 송병준도 1930년대 부동산 대부분을 처분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산조사위원회는 철종의 생부인 전계대원군의 5대손 이해승이 일제로부터 후작작위를 받고 이후 정3급으로 승급하는 등 친일 행위자였다고 보고 그가 남긴 서울과 경기, 충북의 땅 192필지(시가 약300억원)를 국가에 귀속토록 결정했다.
◇친일 후손들 소송으로 저항 = 후손이 제기한 행정소송은 모두 73건으로, 이 중 21건은 판결이 확정됐지만 나머지 52건은 재판이 진행 중이다.
이들 재판은 헌법재판소가 친일 재산을 환수하는 법적 근거인 특별법에 대한 위헌소송 8건을 결정한 이후에야 종료될 전망이다.
재산조사위원회는 조선총독부 중추원에서 참의를 지낸 유정수가 후손에게 물려준 경기도 파주의 임야 4필지도 국가 귀속 처분을 했는데 후손들이 이에 반발하며 소송을 내 현재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충북지역에서는 338필지 210만3천537㎡의 친일재산에 대한 귀속 결정이 내려졌다.
경기(570필지 537만6천345㎡)와 충남(504필지 241만2천68㎡)에 이어 3번째로 큰규모다.
그러나 친일파 후손들은 `귀속 결정은 부당하다'며 국가 환수조치에 맞서 충북지역 임야·전답을 놓고 소송을 벌이고 있다.
충북지역에 친일 후손들이 토지 환수와 관련해 제기한 소송은 모두 4건. 일제 강점기에 중추원 참의로 일했던 이경식, 중추원 부의장이었던 민병석, 황국신민화 교육 자문기구인 조선교육회 부회장 등을 지낸 민영휘 등의 후손이 낸 것들이다.
친일 후손들은 "소유자들로부터 소급해 재산권을 박탈하는 친일재산귀속법은 소급입법으로 재산권 박탈을 금지한 헌법에 위반된다"거나 "선조가 친일반민족행위자에 해당한다는 이유만으로 소유권을 박탈하는 것은 연좌제를 금지한 헌법에 위반된다"며 소송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심지어 자신의 선조를 `독립운동가'라고까지 주장하며 "자작 작위를 받은 것은 한일합병의 공로가 있어서가 아니라 일본이 전직 고위관료라는 점을 이용하려고 줬던 것으로, 친일 반민족 행위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강변하기도 한다.
후손들이 낸 소송은 대체로 법원에서 기각되는 경우가 많지만 국가귀속을 취소하라는 판결도 종종 나온다.
재산조사위원회에 의해 300억원대의 땅을 국가에 내놓아야 할 처지였던 친일인사 이해승의 후손은 위원회의 결정에 반발해 소송을 냈고, 항소심 재판부는 `일제로부터 후작 작위를 받았다는 점만으로 한일병합에 공이 있는 것으로 단정할 수 없다'며 국가 귀속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이 사건은 위원회의 상고로 대법원의 판단을 남겨놓고 있다.
◇"친일재산조사위 활동기간 연장해야" = 시민사회단체들은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조사위원회의 활동이 민족정기 바로 세우기 차원에서 미흡한 점이 있다고 주장한다.
아직도 전국 곳곳에 친일반민족행위자 후손들이 가진 땅이 많은데, 친일재산조사위원회 활동이 끝나 아쉽다는 것.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환수시민위원회 김경태 위원장은 "충북만 해도 여전히 많은 곳에 민영휘나 민영은 등 친일반민족행위자 후손들이 소유한 토지가 남아 있다"고 말했다.
일례로 한일합병 공로를 인정받아 자작 작위를 받은 민영휘가 중역으로 재직했던 조선신탁과 계성주식 명의로 돼 있던 청주 상당산성 내 33필지 3만14㎡에 대한 국가귀속 결정은 나오지 않았다는 것. 이 토지는 1948년 반민족행위처벌법에 따라 구성된 반민특위 활동으로 이듬해 9월 국가에 귀속됐었다.
그러다가 1970년대 말 민영휘 후손들이 제기한 재판에서 소유권이 계성주식과 조선신탁 명의로 다시 바뀌면서 친일재산조사위원회의 국가귀속 대상에서 빠졌다.
김 위원장은 "재산환수는 친일반민족행위자들을 단죄하고 민족 정기를 바로 세우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었는데 친일재산조사위원회 활동이 그만 종료됐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는 "친일재산을 어정쩡하게 환수한 결과가 초래된 만큼 지금이라도 여야가 합의해 친일재산조사위원회의 활동기간을 2년 더 연장해 확실히 친일재산을 환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회
서울ㆍ청주=연합뉴스
서울ㆍ청주=연합뉴스
<광복65주년> ②끝나지 않은 친일재산 환수
<광복65주년> ②끝나지 않은 친일재산 환수
입력 2010-08-12 13:49 |
수정 2010-08-12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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