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튤립(레몬)혁명'으로까지 불리는 키르기스스탄 반정부 시위가 일어난 지 6일로 꼭 한 달이 됐다.
쿠르만벡 바키예프 전 대통령은 실각한 후 가족들과 벨라루스로 몸을 피한 가운데 사회민주당 당수 로자 오툰바예바가 이끄는 과도정부가 헌법 개정 작업 등 체제 정비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또 러시아와 미국 등 이해관계가 있는 나라들은 경제 원조를 약속하면서 정국의 향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추가 소요 사태 기미 없어 = 시위 한 달을 맞아 처음 시위가 발생한 북서부 탈라스와 수도 비슈케크는 평온한 모습으로 시민들이 일상생활을 유지하고 있다.
현재까지 추가 소요 사태가 일어날 기미는 없어 보이며 과도정부가 약탈자나 방화범에 대한 처벌 강화를 천명한 가운데 치안도 어느 정도 안정을 되찾았다.
그러나 남부 지방을 중심으로 한 바키예프 지지세력이 언제든지 `역습'을 도모할 가능성이 있는데다 지난달 19일 비슈케크 외곽에서 발생한 민족 간 유혈 충돌처럼 정권 이양 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불안 요인이 남아있기 때문에 키르기스 정국이 안정 상태라고 단정하기에는 이르다는 지적이다.
케네슈벡 두이세바예프 국가보안국장 직무대행은 "나라를 혼란에 빠뜨리는 어떤시도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오는 17일 종교계의 희생자 추모 집회와 내달 27일 개헌 국민투표일이 정국 상황을 가늠할 수 있는 잣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비슈케크 소재 독립국가연합(CIS)연구소 알렉산드르 크니아제프 분석가는 모스크바 타임스와 인터뷰에서 "아직 키르기스 정치 장래를 예측하기에는 이르다"고 말했다.
◇과도정부 정국 안정 주력 = 과도정부는 6개월간 헌법을 고치고 공정 선거를 위한 환경을 조성할 것이라고 약속하면서 정국 안정과 체제 정비 작업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과도정부는 지난달 26일 대통령 중심제에서 의원 내각제로 정부 운영 형태를 바꾸는 등의 헌법 개정안 초안을 공개하는 등 본격적인 개헌 작업에 들어갔다.
과도정부는 공청회를 거쳐 확정된 개헌안에 대한 국민 투표를 6월27일 실시하고, 10월10일 대선과 총선을 동시에 시행할 계획이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전례가 없는 이런 급진적 정치 개혁이 과연 성공할 수 있을지 우려하는 시각도 제기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과도정부는 여전히 자신이 대통령이라고 주장하는 바키예프를 단죄하기 위한 수순을 밟아가고 있다.
바키예프와 그의 측근 체포에 최고 10만 달러의 현상금을 내거는가 하면 4일에는 바키예프의 대통령 지위와 형사상 불소추 특권을 공식적으로 박탈하고 본국 송환을 결정했다.
또 과도정부는 반정부 시위 당시 발포 명령자로 알려진 바키예프 형 자니시와 각종 부패에 연루된 아들 막심, 카자흐스탄으로 출국한 아들 무라트 그리고 다니야르 우세노프 전 총리, 무라트 수탈리노프 전 보안 책임자의 신병 확보에 나섰다.
◇관련국 지원 속 정국 주시 = 정치적 불확실성이 아직 남아있기 때문에 중국이나 다른 주변 CIS 국가들은 쉽게 과도정부에 지지를 표시하지 못하는 눈치다.
다만, 키르기스 내 군사 기지를 가진 러시아가 2천만 달러의 원조자금과 3천만 달러의 차관 지원을 약속하면서 영향력 확대를 꾀하고 있다.
또 과도정부 내 마나스 미 공군기지 존치 여부를 두고 이견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미국은 7월 기지 임대 계약 갱신을 앞두고 키르기스 정국 향배를 주시하고 있다.
마나스 기지는 미군이 전쟁 중인 아프가니스탄으로 병력과 군수물자를 옮기고 항공기 급유까지 담당하는 등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은 키르기스 정국 상황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과도정부에 1천500만 달러 지원을 약속한 버락 오바마 미 행정부는 4일 마이클 맥파울 백악관 러시아 담당 선임 보좌관을 키르기스로 보내 양국 관계를 협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유럽부흥개발은행(EBRD)도 키르기스에 자금을 지원해 주기로 하고 실사단을 파견한 상태다.
과도정부는 현재 국고가 9억8천600만 솜(245억원 상당)밖에 남지 않을 정도로 나라 살림이 어렵게 되자 외국 여러 나라에 경제적 원조를 다급하게 요청하고 있다.
지난 반정부 시위로 촉발된 유혈 사태로
80여 명이 사망하고 수백 여명이 부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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