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거리는 태양 속에 세 발 달린 까마귀 일종인 삼족오(三足烏)를 결합한 일상문(日象文). 최근 일각에서 이를 동이족(東夷族), 혹은 한(韓)민족의 고유한 전통과 연결하려는 경향이 일고 있다.
이 때문인지 중국이 추진한 역사 프로젝트인 이른바 동북공정과 맞물려 삼족오 또한 논쟁에 휘말리기도 한다.
미술사 전공인 김주미(51) 박사가 동국대 대학원 고고미술사학과에 제출한 박사학위 논문을 손질해 최근 선보인 단행본 '한(韓)민족과 해 속의 삼족오'(학연문화사펴냄)는 삼족오를 한국의 전통에서 유래한 유산으로 간주하려는 시각을 비교적 명료하게 드러낸다.
저자 자신도 삼족오가 들어앉은 일상문 연구를 시작할 때 "동북공정에 대응할 수 있는 학문적 토대를 마련하고 이를 체계화시켜야겠다고 생각했다"고 고백한다.
이런 문양의 시원(始源)을 중국이라고 주장하는 중국 학계에 맞서 그것이 한민족전통에서 유래했다는 사실을 증명하겠다는 의지가 읽히는 대목이다.
이런 저자의 시각은 한국문화에서 일상문이 언제, 어떤 배경 아래서 등장하고 시대별로는 삼국시대와 통일신라, 고려와 조선시대를 거쳐 현대에 이르기까지 어떻게 전개됐는지를 광범위하게 분석한 이 책 곳곳에서 표출된다.
예컨대 저자는 삼족오가 들어앉은 태양 문양이 등장하는 주요한 배경으로 태양 숭배와 새 토탬(솟대신앙과 난생설화)의 두 가지를 거론하면서 그것이 태동한 문화권으로 동이족을 지목했다.
나아가 이런 일상문이 지금의 중국 서북방에 거주하던 동이족이 남하하면서 한쪽 갈래는 산둥 지역으로 들어가 중국 문화권에 영향을 주어 한(漢)나라 이후에 삼족오 문양이 등장하게 됐으며 다른 한 갈래는 만주와 한반도를 거쳐 일본에까지 들어갔다고 주장한다.
이런 시각에 따르면 중국 문화권에 보이는 해 속의 삼족오 문양도 결국은 한(韓)민족 전통에서 유래한 것이므로, 그것이 중국 문명의 고유한 발명품이라는 주장은 근거를 상실한다.
이런 방식으로 저자는 시종일관 일상문의 특허가 우리 민족에게 있다고 역설한다.
그렇지만 저자의 이 같은 주장이 워낙 강하게 표출되면서 국내 학계에서 일상문연구를 최초로 체계화했다고 해야 할 이번 연구성과의 의의를 스스로 깎아내린 게 아닌가 하는 아쉬움도 없지 않다.
그럼에도 막상 일상문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면서 "그것을 뛰어넘는 그 무엇이 '해 속의 삼족오'에 함축되어 있음을 점차 인식하게 됐다"는 저자의 고백처럼 책에는새로운 내용이 적지 않다.
실제로 한국문화 속 일상문 자체는 물론이고 중국의 그것과 광범위한 고고미술자료를 동원해 비교 고찰한 분석 내용 중에는 참신한 내용이 많다.
예컨대 저자는 해 속에 보이는 삼족오를 단순한 까마귀가 아니라 상서로움을 가져다주는 현조(玄鳥)라는 말로 치환해 그것이 나중에는 주작이나 봉황으로 바뀌었다고 주장한다.
나아가 생명과 아침을 상징하는 붉은 태양 안에 죽음과 밤을 의미하는 현조를 함께 표현한 것은 밤이 지나면 아침이 오듯이 생명과 소멸은 경계 없는 동반자라는 우주론을 함축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487쪽. 4만5천원.
문화연예
서울=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한국문화 속의 일상문과 삼족오
한국문화 속의 일상문과 삼족오
입력 2011-01-07 14:08 |
수정 2011-01-07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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