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모든 계절'(원제 Another Year)을 연출한 영국의 거장 마이크 리(67) 감독의 말이다.
인간관계 문제에 천착한 이 영화는 세월의 흐름에 따라 변해가는 인간의 마음을 잔인할 정도로 섬세하게 들여다본다.
상영시간 129분간 영화는 잔잔하게 흘러가지만, 어느 순간 관객의 뒤통수를 사정없이 때린다.
![[새영화] 스산한 삶의 풍경‥'세상의 모든 계절'](http://image.imnews.imbc.com/news/2011/culture/article/__icsFiles/afieldfile/2011/03/13/9_1.jpg)
그리고 막판에는 '참 인간이란 잔인한 족속이구나'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입안에 맴돌 수도 있다.
하지만, 몸을 추스르고 극장 문을 나서게 되면 자신의 일상을 되돌아 볼 힘을 전해줄 정도로 울림이 있는 영화다.
일상을 파고들어 인간관계를 풀어헤치는 감독의손길은 그만큼 섬세하고, 그만큼 격렬하다.
은퇴를 앞둔 지질학자 톰(짐 브로트벤트)은 아내 제리(루쓰 쉰)와 런던에서 조용하게 노년을 즐긴다.
문제투성이의 친구들이 가끔 그들의 집을 찾는다.
"난 왜 항상 잘못된 선택만 할까"라며 인생을 비관하는 수다쟁이 메리(레슬리 맨빌), 폭식과 폭음, 그리고 외로움으로 건조한 삶을 살아가는 켄(피터 와이트)은 톰의 집을 찾아 각자의 불친절한 삶에 대해 넋두리를 늘어놓는다.
알코올로 인한 실수로 조금씩 신망을 잃어가던 메리. 그러던 어느 날 메리가 톰과 제리의 아들 조이(올리버 맬트먼)에게 관심을 보이면서 조금씩 삐걱거리던 이들의 관계는 급속히 냉각된다.
봄ㆍ여름ㆍ가을ㆍ겨울의 네 부분으로 나눠진 '세상의 모든 계절'은 계절의 순환에 따라 변화하는 만물과 변질하는 인간관계를 담담하게, 그리고 때로는 서늘하게 그린다.
영화는 주로 톰과 제리 부부, 메리 사이의 관계를 보여준다.
극이 진행되면서 뒤틀리는 그들의 관계를 지긋이 바라보는 영화는 인물들을 흑백논리로 섣불리 단죄하지는 않는다.
메리에게 정을 거두는 톰 부부의 행동이나 실수를 연발하면서도 우정을 갈구하는 메리의 행동은 그 나름으로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톰 부부는 가정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서, 메리는 사랑받기 위해서다.
다만, 톰과 제리는 너무 성숙했고 메리는 그 성숙한 관계를 견디기에는 지나치게 아이 같다는 점이 차이라면 차이다.
그리고 큰 이해가 엇갈릴 때, 그 같은 차이는 관계에 치명적인 독으로 작용한다.
이들을 연기한 브로트벤드, 쉰, 맨빌의 발걸음은 정확하며 흔들림이 없다.
표정과 몸의 움직임, 대사톤은 이들의 미세한 감정변화를 오차 없이 구현해낸 듯 보인다.
특히 조증과 울증 사이를 왔다갔다하는 메리의 연기는 놀라울 정도다.
작년 칸 국제영화제에서 왜 그녀가 가장 강력한 여우주연상 후보로 거명됐는지 이해가 될 만하다.
감정들을 조용하게 차곡차곡 쌓아올렸다가 일거에 무너뜨리는 마지막 장면은 격렬하다.
일사불란할 정도로 가차없이 진행되는 톰과 제리의 합공, 그리고 따돌림당하는 메리 얼굴을 보여주는 이 장면은 인간관계의 어떤 스산한 순간을 포착한, 어둡지만 진실된 순간을 담은, 정교한 인물화 같다.
![[새영화] 스산한 삶의 풍경‥'세상의 모든 계절'](http://image.imnews.imbc.com/news/2011/culture/article/__icsFiles/afieldfile/2011/03/13/10_1.jpg)
영화를 연출한 리 감독은 '비밀과 거짓말'로 1996년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베라 드레이크'로 2004년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 등을 수상한 명장이다.
3월24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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