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먼다큐멘터리 사랑 <엄마의 고백> 편은 스물 한 살 어린 엄마 정소향 씨와 그녀의 두 살된 딸 가은이의 이야기로 2010년 11월부터 12월까지 2개월 내내 청주여자교도소에서 촬영이 진행됐다. 교도소 내에서 이렇게 장기 촬영이 진행된 것은 전례가 없는 매우 이례적인 일로 법무부와 청주여자교도소의 적극적인 협조가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교도소라는 공간의 특성상, 누가 어느 곳으로 이동하든지 간에 교도관이 항상 동행해야 했기 때문에, 촬영 기간 내내 제작진을 위한 전담 인력이 따로 배치되어야 하고, 또 600명에 달하는 수감자들의 이해도 구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촬영이 가능할 수 있었던 것은 그간 방송된 ‘휴먼다큐멘터리 사랑’에 대한 호감과 신뢰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엄마의 고백>을 연출한 이모현PD는 “교도소를 무대로 한 이러한 장기 다큐멘터리가 앞으로 다시 가능할 지 의문이다. 그만큼 이례적인 협조였고, 돌이켜보면 교도소장님 이하 교도관님, 그리고 재소자분들 모두에게 감사한 마음뿐이다. 이렇게 어렵게 촬영한 장면 하나하나가 너무 아까운 자료인데 시간상 방송에 모두 담지 못하는 것이 아쉽다”라며 안타까워했다.

제작진이 접한 청주여자 교도소는 교도소에 대한 일반인의 생각과 전혀 다른 곳이었다. 비교적 최근에 지어진 현대식 건물에 방마다 수세식 화장실과 씽크대, TV가 설치되어 있고 대중목욕시설, 노래방, 헬스 시설 등 다양한 여가 시설까지 갖추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수형자들의 출소 이후를 대비한 미용, 한식조리, 화훼, 제빵 등의 직업 훈련 프로그램 및 방송통신대학 프로그램 수강도 이루어지고 있다. 교도소로 반입되는 일반 구매 물품도 생각보다 그 가짓수가 훨씬 많았다. 컵라면, 과자, 음료 등 군것질 거리를 기호에 따라 신청할 수 있었고, 배, 귤, 단감 등의 계절 과일도 영치금만 넉넉하면 제약 없이 구매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5평 감방에 갇혀 이동의 자유가 없다는 제약은 자신이 교도소에 수감되어 있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해주는 현실인데, 특히 아기를 키우는 정소향씨와 그녀의 두 살배기 딸 가은이에게는 이것이 가장 큰 고통이었다. 호기심과 자의식이 하루가 다르게 자라는 15개월 가은이에게는 가로, 세로 약 20cm의 배식구가 세상과 소통하는 유일한 통로였다. 나가고 싶을 때마다 배식구로 얼굴, 팔, 다리 등을 모두 내밀어 어떻게든 나가보려고 애를 썼고, 뜻대로 되지 않을 때는 울고 떼를 쓰며 심지어 자해를 하기도 했다. 그런 딸 앞에서 엄마 정소향(21)씨는 평생을 속죄해도 갚을 수 없는 죄를 짓는 기분이라고 했다.

“가은이가 처음 들어왔을 때 1개월 갓 됐을까 말까 했는데, 갖고 있는 게 아무 것도 없었어요. 이불도 없고, 애기 용품도 없고. - 교도관 인터뷰 中
소향씨가 임신 사실을 알게 된 건 교도소 수감 시 재소자에게 실시하는 신체검사에서였다. 임신 5개월. 교도소에서 낙태는 불법이었고, 결국 교도소에서 열 달을 채운 뒤 청주의 한 산부인과에서 가은이를 낳았다.
하지만 아기이불, 기저귀, 유축기 등 아기를 위해 꼭 필요한 물품조차 아무 것도 갖추지 못했다. 영치금을 넣어주는 가족이 없기 때문이다. 결국 보다 못한 복지과 교도관들이 십시일반으로 도움을 주어 필요한 물품들을 구해줬고, 기저귀나 분유들은 교도소에서 지급해주었다. 이런 기막힌 상황 속에서도 가은이는 잘 자라 주었다.

제작진이 처음 가은이를 만났을 때 가은이는 겨우 15개월. 그런데 이렇게 어린 가은이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 바로 김치다. 교도소에서는 유아용 식사가 따로 제공되지 않기 때문에, 소향씨는 매 끼마다 어른 반찬을 물에 헹궈 먹였고, 이유식도 없이 바로 어른들의 맵고 짠 음식에 적응된 가은이는 김치 같은 자극적인 음식만 좋아하게 됐다.
그러나 이러한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소향씨는 가은이를 끝까지 놓을 수가 없었다. 벼랑 끝에서 자신의 손을 잡아준 유일한 가족, 가은이. 아이를 통해 부끄러운 과거를 접고, 새 삶을 살게 된 어린 엄마 정소향씨의 딸을 향한 눈물겨운 고백을 <사랑>에 담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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