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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연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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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 사회 속에 매몰되는 개인‥최수앙展

거대 사회 속에 매몰되는 개인‥최수앙展
입력 2011-05-08 09:32 | 수정 2011-05-08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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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각가 최수앙(36)은 사실적인 인체상을 통해 거대한 사회 시스템과 그 속에서 자아를 잃어가거나 일종의 부품으로 전락한 개인의모습을 이야기해 온 작가다.

    사실적이긴 하지만 초라하고 왜소한 그의 인간상은 어딘지 불편하며 외면하고 싶은 기분이 들게 한다.

    신문로 성곡미술관의 '내일의 작가'로 선정돼 전시를 열고 있는 작가는 드러내야 할 요소를 감추는 사회를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최근 말했다.

    "우리는 너무 현실을 미화해서 아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회가 부여한 고정관념을 아무런 의심 없이 받아들이면서요. 다들 자신이 정상적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알고는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1층 전시장의 벌거벗은 인물상 '히어로'(The Hero)는 작가의 아버지를 모델로 한 것이다.

    경제발전을 대의로 삼아 달려온 사회에서 30여년을 공무원으로 봉직한 아버지의 구부정한 나신을 보여주며 작가는 아버지가 사회의 '영웅'인가, '희생양'인가를 묻는다.

    사실적으로 묘사한 손들이 날개를 이룬 형상을 표현한 대표작 '날개'(The Wings) 아래에는 가지런히 줄을 선 아이들이 입을 벌려 뭔가를 노래하고 있다.

    입 모양은모두 제각각이지만, 이들은 똑같은 옷을 입고 똑같은 자세를 취하고 있다.

    획일화될것을 강요하는 사회 속에서 개성을 잃어버린 아이들이다.

    의족을 찬 여인의 나신상 '퍼스펙티브'(The Perspective)는 제목 그대로 '관점'의 차이를 말하는 작품이다.

    레진으로 만든 나신상은 오른발이 의족이고 그 중 엄지발가락은 금으로 도금돼 있다.

    눈은 또 따로 강조했다.

    의족, 금도금 된 발가락, 눈, 아니면 도드라진 가슴. 이 중 관객이 어디에 먼저 시선을 맞추는지를 보는 작품이다.

    남녀가 마주 보고 있는 모습의 조각상 '스피커'(Speaker)와 '리스너'(Listener)속 인물들은 사실적이긴 하지만 전체적으로 색을 흐릿하게 칠했다.

    그러면서 '스피커'는 입만, '리스너'는 귀만 원래의 색이 칠해졌다.

    대화하려 하지만 소통하기 어려운 현대인의 모습을 표현한 것이다.

    3층 전시장은 실험실의 쥐처럼 조그만 진열장 안에 놓인 축소된 사람들, 쓰레기통 안에 버려진 푸른색 사람 모형 등을 통해 인간의 가치가 경시되는 사회의 모습을보여준다.

    전시실 중앙에 놓인 기둥 밑에는 조그맣게 비상구 표시가 돼 있다.

    표시의 화살표를 따라 걸으면 결국 기둥을 한 바퀴 돌며 같은 자리에 돌아오게 된다.

    인간의 가치를 하찮게 여기는 사회에 '탈출구는 없음'을 경고하는 듯하다.

    전시는 6월5일까지. 관람료 성인 3천원. ☎02-737-7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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